소설리스트

저승식당-961화 (959/1,050)

961 화

김성수 집에서 카스 사 형제를 본 강진은 가게로 돌아왔다.

띠링!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간 강진은 홀에서 고기를 손질하고 있는 배 용수를 볼 수 있었다.

고기를 손질하며 티비를 보던 배용수는 인기척을 느꼈는지 고 개를 돌렸다.

“왔어?”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방에서 손을 씻고 는 탁자에 앉았다.

그러고는 배용수가 손질을 하고 있는 소갈비를 집었다.

“기름기 제거하면 되는 거지?”

“응. 근데 살점도 좀 떼도 된다 생각하고 지방을 깨끗하게 제거 해야 해.”

“살점까지? 너무 아깝다.”

“어머니가 그렇게 하셨대.”

배용수는 옆에 놓인 그릇을 보 았다. 그릇에는 배용수가 이미 제거한 지방들이 있었다. 지방에 붙어 있는 살점들을 아깝다는 듯 보는 강진에게 배용수가 말했다.

“나중에 여기 고기들 좀 발라서 국 끓일 때 쓰면 다 버리지 않아 도 돼.”

“그래?”

“소고기뭇국 해서 먹으면 맛있 어. 기름에 붙은 고기라고 해도

뼈에 붙어 있던 고기니까. 아! 물론 손님들 드실 음식 말고 너 먹을 음식이다.”

“나보고 잔반 처리하라는 거 야?”

“요리사가 식재 낭비하면 벌 받 는다.”

배용수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 라서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잔반이라고 했지만, 갈비 에 붙어 있던 잡고기라 맛있을 터였다.

정육점에서 파는 잡고기처럼 말 이다. 강진이 칼로 갈비에 붙은 기름기를 제거하기 시작하자, 배 용수도 손을 움직이며 말했다.

“애들은 어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자기가 보고 온 것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아버님이 애들 목 욕까지 시켰다더라.”

“목욕 2”

“전 주인한테……

버려졌다고 말을 하려던 강진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말 못 하는 강아지들이고 여기 이 자리에 없다지만, ‘버려졌다’ 는 말은 함부로 꺼내선 안 될 말 이었다.

“공원에서 지내면서 애들이 어 디 씻었겠어?”

“그렇지.”

“수의사 데려와서 애들 건강검 진하고 목욕을 시켰는데 아버님 이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라고 직접 하셨대.”

“개들 목욕시켜 보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

“해 보셨겠냐?”

“그럼 낯설고 힘드셨을 텐데 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강아지 키워 보셨어요?”

“어릴 때 한 마리 키웠어요. 저 대학 들어갈 때 무지개다리 건넜

지만요.”

쓰게 웃은 이혜미가 말을 이었 다.

“당연한 말이지만, 애들 목욕하 는 거 정말 싫어하거든요.”

“그래요?”

“그럼요. 욕조에 물 받는 소리 나면 바로 눈치채고 책상 밑으로 숨어 버려요. 그리고 빼려고 하 면 이리저리 도망치고.”

“귀엽네요.”

“귀엽기는요. 그렇게 숨어 버리 면 얼마나 속 터지는데요.”

고개를 젓던 이혜미는 문득 미 소를 지었다. 말을 하다 보니 옛 날에 자신이 키우던 아이가 생각 이 난 것이다.

“그래도 막상 욕조에 들어가면 또 가만히 있어요.”

“그래요?”

“자기도 아는 거죠. 자기가 가 만히 있어야 목욕이 빨리 끝난다 는 걸요.”

그러고는 이혜미가 강진을 보았 다.

“애들 목욕시키느라 어르신 고 생 좀 하셨겠어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도 않아요.”

“그래요? 애들 목욕하는 거 싫 어하는데?”

“싫어해도 애들은 똑똑하잖아 요. 그리고 옆에서 카스가 지키 고 있으니 어디 도망을 갈 수 있

나요. 그냥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는 거죠.”

강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아버님이 애들 씻는 것 이 의외로 편하셨대요.”

“애들 씻기는 거 정말 힘든 일 인데…… 다행이네요.”

이혜미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애들도 영물 수준이니 어르신 이 자기들 위해서 씻기는 걸 아 는 거겠죠.”

“그럴 거예요.”

대답을 한 강진이 고기를 손질 하다가 말했다.

“근데 이거 먹어도 되나?”

“왜?”

“이렇게 보니 맛있어 보이네.”

“맛은. 그냥 삶은 고기지.”

배용수는 몸을 일으키고는 주방 에 들어갔다. 그러더니 잠시 후, 그릇 두 개를 들고 나왔다.

탁자에 놓은 그릇에는 초장과 소금이 담겨 있었다.

“양념 안 해서 먹어도 딱히 맛 이 있지는 않은데 초장에 찍어 먹으면 먹을 만할 거야.”

그러고는 배용수가 강진을 보았 다.

“네가 손질한 고기들 잘라. 우 리도 한 점씩 하게.”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이 손질한 고기 들을 썰었다.

“고기 좀 드세요.”

배용수의 말에 여자 귀신들이 우르르 모여들었다.

“우리는 한 것도 없는데 먹어도 되나 몰라요.”

“한 것이 없기는요. 그리고 원 래 이런 건 만들면서 조금씩 먹 어야 맛이 좋은 법이에요.”

강진은 자른 고기들을 접시에 담아 탁자에 놓았다.

핏물을 뺀 뒤, 소주 넣고 파 넣 고 끓인 게 다인 수육이라 별다

른 맛은 없었다. 그저 소갈비 맛 과 잡내가 없다는 정도?

하지만…….

이혜미가 초장에 찍은 고기를 한 점 먹고는 미소를 지었다.

“맛있어요.”

“그래요?”

강진도 초장에 고기를 찍어 입 에 넣어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고기 잘 삶아져서 쫄깃하고 좋

네. 그리고 부드럽고.”

“고기를 잘 삶는 것도 요리사의 실력이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기를 한 점 더 집어 초장에 찍 었다.

“소갈비를 초장에 찍어서 수육 으로 먹는 날이 나에게 올 줄이 야.”

“소갈비보다 좋은 것도 자주 먹 는 놈이 쓸데없는 소리 하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식당을

둘러보며 말했다.

“나 이강진 성공했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 았다.

“앞으로 더 잘 될 거야.”

“그래야지. 너도 잘 될 거다.”

“ 나?”

“나중에 저승 최고의 한식집을 운영해야 하지 않겠어?”

“저승 최고의 한식집이라……

배용수가 웃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이승 돈이야 얼마 없지 만, 저승 돈은 꽤 쌓였을 거야. 나중에 저승 한가운데에 한식당 오픈하자. 한끼식당 저승 지점으 로 말이야.”

“그것도 좋겠다. 한끼식당 저승 지점. 어쩐지 이름부터 좋은데?”

둘의 이야기를 듣던 이혜미가 급히 말했다.

“그때 저하고 호철 씨 잊어버리 면 안 돼요. 우리도 꼭 채용해

줘야 해요.”

“그럼요. 우리는 영원히 한끼 패밀리 아니겠어요?”

강진이 강선영과 임정숙을 보았 다.

“두 분도 나중에 승천하면 저 잊지 마시고 꼭 찾아오셔야 해 요.”

“알았어요.”

“그때는 월급 많이 주셔야 해 요.”

“많이요?”

“저희는 경력자잖아요. 원래 경 력자는 월급을 더 주는 거예요.”

강선영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많이 드릴게요.”

말을 하던 강진이 문득 입맛을 다셨다. 처음에는 농으로 한 말 이었는데…… 어느새 이별을 이 야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에 강진이 고개를 젓고는 말 했다.

“일단 고기 드세요. 고기가 잘 삶아져서 야들야들하네요.”

강진의 말에 임정숙과 강선영이 고기를 초장에 찍어 먹었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도 그들이 먹은 것을 집어 입에 넣고는 고기에 붙은 기름기를 마저 손질했다.

“고기 아깝다 생각하지 말고 잘 떼어내.”

“그러면 고기 손실이 좀 크지 않을까?”

“어머니는 그렇게 하셨대.”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금 아깝다는 생각 을 하며 기름기에 붙은 고기를 같이 떼어냈다.

‘이거 다 먹으려면 며칠 동안은 소고기뭇국만 죽어라 먹어야겠는 걸.’

나중에 기름 붙은 고기 잘 떼어 내서 소고기뭇국을 끓여야 할 것 같았다. 그것도…… 꽤 많이 말 이다.

저녁 예약 시간이 되자, 김인아 와 직원들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 다.

“어서 오세요.”

강진이 웃으며 반기자, 김인아 가 말했다.

“저희 늦지 않았죠?”

“시간 딱 맞게 오셨습니다. 이 쪽으로 앉으세요.”

단체 예약을 위해 준비한, 식탁 세 개를 붙여서 만든 자리를 가 리키자 김인아와 직원들이 그곳 에 앉았다.

“그럼 예약하신 메뉴 바로 내오 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자리에 앉은 김인아가 직원들과 이야기를 하는 人}이, 강진은 주 방에 들어가서 배용수를 보았다.

“준비는?”

“다 됐어.”

말을 하며 배용수가 끓고 있는 소갈비찜을 보았다. 살짝 갈색을 띠는 소갈비찜은 김인아가 말한 대로 간장 소스로 만든 것이었 다.

“너무 맛있겠어요.”

할머니 귀신이 웃으며 주방에 들어오자, 배용수가 웃으며 그녀 를 보았다.

“어떻게, 어머님이 만드신 것하 고 비슷해 보이나요?”

“내가 만든 것보다 더 맛있어

보이는 걸요.”

할머니 귀신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소갈비찜을 그릇에 옮겨 담았다.

그리고 소갈비찜 가운데를 벌리 더니 그 안에 따로 당면을 넣었 다. 할머니가 만들었던 소갈비찜 만의 특별한 점이 바로 이것이었 다.

소갈비찜을 하며 나온 소스에 미리 불려둔 당면을 담가 살짝 익히는 수준으로 끓인 후 담아 놓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당면이 소갈비찜과 섞이지 않아 깔끔하게 먹을 수가 있었다.

가운데에 당면을 담은 배용수가 그 위에 청고추와 홍고추 그리고 계란 지단을 올렸다.

예쁘게 음식을 치장한 배용수는 다른 그릇에도 갈비찜을 담았다.

준비가 끝나자, 강진은 갈비찜 과 반찬들을 쟁반에 담고 홀로 나갔다.

“음식 나왔습니다.”

강진은 김인아가 있는 자리에 음식들을 놓고는 다른 탁자에도 하나둘씩 음식을 놓았다.

식탁에 놓인 소갈비찜을 보던 김인아가 웃으며 말했다.

“제 어머니도 소갈비찜 가운데 에 이렇게 당면을 놨는데 사장님 도 그러시네요?”

“당면이 들어간 음식은 먹다 보 면 면이 사방에 퍼지다가 마지므]' 에는 흩어지다 보니 먹기 불편하 잖아요.”

“그렇죠.”

“그래서 먹기 편하시라고 가운 데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소스에 잘 익혀 나온 거라 따로 국물에 비비지 않고 떠서 드시면 됩니다.”

강진의 말에 김인아가 미소를 지었다.

“고맙습니다.”

“그럼 좋은 시간 보내세요.”

강진이 뒤로 물러나자, 김인아 가 직원들을 보았다.

“자, 그럼 일단 배부터 채우죠. 드세요.”

회식을 하게 되면 가장 높은 사 람이 한마디 정도는 하는데, 김 인아는 그런 것을 생략하고 식사 부터 하라고 했다.

그것을 보던 강진이 고개를 끄 덕였다.

‘그래. 말 많은 상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없지.’

강진은 웃으며 주방으로 들어왔 다.

소갈비를 잡고 뜯는 김인아를 보던 직원이 웃으며 맥주를 들었 다.

“사장님 아주 맛있게 드시네 요.”

직원의 말에 김인아가 웃으며 말했다.

“아주 맛이 좋아요. 태평 씨는 어때요?”

김인아가 잔을 들자 직원이 맥 주를 따라주었다.

“맛집이라고 하더니 정말 맛이 아주 좋습니다.

직원들과 건배를 하고 맥주를 마신 김인아가 소갈비찜을 크게 베어 물었다.

스르륵!

고기에 이빨이 쑥 들어가는 식 감에 김인아의 얼굴에 미소가 어 렸다.

한 입 무는 순간 달콤한 소스와 부드러운 고기의 식감, 그리고 고기 안에 담겨 있던 육즙이 입

안에 퍼지는 느낌이었다.

소갈비찜 못 하는 집에서는 질 기기가 고무줄인데 이건 너무 부 드러웠다.

거기에 파김치를 같이 집어먹으 니 그 맛이 더 좋았다.

‘맛있다.’

미소를 지은 김인아가 다시 한 입 베어 물고는 당면을 집어 입 에 넣었다.

후루룩!

면을 타고 입안에 스며드는 소 스에 미소를 짓는 김인아의 모습 에 할머니 귀신이 미소를 지었 다.

“맛있어?”

자신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김인아를 보며 할머니 귀신이 웃 다가 말했다.

“술은 조금만 마시고 고기를 많 이 먹어.”

꿀꺽! 꿀꺽!

입안의 기름기를 맥주로 씻어낸 김인아가 소갈비에 파김치를 둘 둘 말아서는 입에 넣었다.

맛있게 입안에 퍼지는 소갈비와 파김치의 조화에 김인아가 미소 를 지었다.

‘그래. 이게 엄마 맛이었어.’

엄마는 파가 몸에 좋다면서 파 김치를 밥상에 빼놓지 않고 올렸 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고기든 뭐든 다 파김치로 싸서 먹었었다. 그

런데 지금, 소갈비찜과 파김치를 먹고 있노라니 정말 엄마가 해 준 밥상을 받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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