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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962화 (960/1,050)

962화

홀에서 김인아와 직원들이 회식 을 할 때, 강진은 할머니 귀신이 밥 먹는 것을 챙겨주고 있었다.

딸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지켜 보던 그녀를 배용수가 모셔 온 것이다.

“어때요?”

“아주 맛이 좋아요.”

웃으며 답한 할머니 귀신이 소

갈비에 파김치를 올려서 입에 넣 었다. 맛있게 먹는 할머니 귀신 을 보며 강진이 말했다.

“파김치와 그렇게 먹어도 참 맛 있어 보이네요.”

“파김치가 몸에 얼마나 좋은데 요.”

“그렇기는 하죠. 파를 먹으면 감기도 잘 안 걸리잖아요.”

“맞아요.”

할머니 귀신이 웃으며 파를 집 어 입에 넣으며 말했다.

“파김치가 정말 맛있어요.”

“직접 담그신 것과 비교하면 어 때요?”

“제가 담근 것보다 더 맛있는 것 같아요.”

할머니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원래 내가 만든 것보다 남이 만든 음식이 더 맛있는 법이죠.”

“맞는 말이네요.”

두 귀신의 대화에 강진이 홀을

보며 말했다.

“그래도 김 사장님껜 제가 만든 것보다 어머니가 만든 것이 더 맛있을 거예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 귀신이 웃 으며 홀을 보다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사장이라……

사장이라는 단어를 작게 중얼거 리며 고개를 젓는 할머니 귀신의 모습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말 했다.

“사장님이 일을 너무 열심히 하 셔서 걱정이 많으시죠?”

“애도 나이가 있는데…… 너무 일을 많이 해서요.”

“사십 대면 한창 일 많이 할 나 이죠.”

“그거야 남자들 이야기죠.”

할머니 세대에선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생각이기에 강진이 웃으 며 말했다.

“요즘은 일하는 데 남자 여자 차이가 있나요. 일할 수 있으면

다 열심히 하는 거죠. 여성분들 도 기회가 주어지고 여건만 된다 면 남자들보다 더 열심히, 잘할 분들 많으세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입맛을 다시며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맞 는 말이지만…… 확실히 세대 차 이라는 것이 있었다.

할머니 세대에서는 가정을 잘 꾸리는 것이 최고였으니 말이다.

살짝 불편해하는 기색을 보이는 할머니에게 강진이 살며시 말했 다.

“소주 한 잔 드릴까요?”

“술요?”

“어머니도 술이 당기는 날이 있 으실 거잖아요. 그리고 저희 가 게 술맛도 좋아요.”

강진은 소주를 꺼내 따다가 슬 며시 말했다.

“정말 술을 맛있게 마시려면 한 가지 팁이 있어야 하거든요.”

“팁요?”

강진은 한쪽에서 양은 주전자를

꺼냈다. 그리고 거기에 소주를 따르자, 할머니가 웃었다.

“양은 주전자에는 막걸리인데 소주를 따르세요?”

“그렇기는 한데 그건 사람들 입 이고요.”

강진은 할머니를 보며 살며시 말했다.

“귀신한테는 제 손이 조미료라 서요.”

“손이 조미료라고요?”

“네. 그래서 제가 여기에 손가 락을 좀 담가서 휘저을 건데 괜 찮으시겠어요? 아! 저 손 깨끗해 요.”

주전자에 손가락을 담근다는 말 에 할머니가 그를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하세요. 사장님이 저한 테 안 좋은 걸 해 주지는 않으실 테니까요.”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전에 할아버지 한 분한테 이렇 게 해 주니 막걸리가 너무 맛있 다고 하시더라고요.”

강진은 손가락을 주전자 안에 담그려다가 멈칫하고는 손을 한 번 더 씻었다. 그러고는 손가락 으로 소주를 휘저었다.

“한번 드셔 보세요.”

강진이 잔에 소주를 따라주자 할머니가 잠시 그걸 보다가 웃으 며 천천히 마셨다.

꿀꺽!

그러고는 할머니가 웃으며 강진 을 보았다.

“정말 맛이 좋네요.”

“그렇죠?”

“술이 달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잔에 남은 술을 그릇에 덜고는 새로 잔을 채워주었다.

“사장님이 일을 참 많이 하시나 봐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쓰게 웃 으며 잔을 보다가 말했다.

“황 사장님한테 이야기 들으셨 나 보네요.”

“조금 이야기 들었습니다.”

“이혼한 이야기도요?”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인 강진은 할머니를 보며 말을 이었다.

“형이 남 이야기 하는 거 좋아 하지 않지만, 제가 사정을 알아

야 말실수하지 않고, 대접하는 데에 불편하지 않는 만큼 살짝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없는 일도 아닌 걸요. 그리고 주위 알 사람들은 다 알고……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은 할머 니가 강진을 보았다.

“그리고 황 사장님도 좋은 의도 로 말씀하신 것을 알아요. 저는 괜찮아요.”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그를 보

다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이혼하기는 했지만 사 위하고 우리 딸 아직도 잘 지내 고 있어요.”

잘 지낸다는 말을 하면서도 얼 굴에 한 줄기 근심이 어린 모습 에 강진이 물었다.

“이혼하셨어도 잘 지내시면 좋 은 일 아니에요?”

“좋은 일이죠.”

“그런데 표정은 안 좋으신데 요?”

할머니가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뭔가 걱정이 있으신가 보네. 하 긴, 걱정이 없으면 승천을 하셨 겠지.’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할 머니가 입맛을 다시며 입을 열었 다.

“우성이가…… 아, 우성이는 제 사위예요. 정우성.”

“유명 배우 이름하고 같네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웃었다.

“우성이도 처음 만났을 때 그걸 로 자기소개를 하더라고요. 얼굴 은 다르지만 이름은 유명한 정우 성입니다, 하고요.”

“말 재밌게 하시네요.”

“우성이가 참 유쾌한 애예요.”

그러고는 할머니가 잠시 있다가 말했다.

“애들 이혼하고 이 년인가 있다 가 내가 변을 당했는데…… 그때 우성이가 장례식장에 와서 일을 다 해 줬어요.”

“다른 자제분은 안 계세요?”

“인아 한 명만 있고 남편은 인 아 결혼할 때 하늘나라 먼저 갔 거든요.”

멍하니 허공을 보던 할머니가 소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자, 강진이 잔에 찬 소주를 다른 그 릇에 붓고는 새로 따라 주었다.

“이혼을 해서…… 제가 장모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휴가를 내서 급히 왔더라고요.”

호적상 장모님이면 회사에서 휴

가를 받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따로 휴가를 받아서 온 것이다.

“그렇군요.”

“이틀 정신없이 있다가…… 손 님 없는 새벽에 우성이가 울었어 요.”

강진이 보자 할머니가 한숨을 쉬었다.

“어머니 미안하고 죄송하다 고…… 제 사진 앞에서 그렇게 울더라고요. 그리고 그걸 우리 딸이 자다 깨서 가만히 보고 있

고……. 그때 가슴이 너무 아프 더라고요.”

잠시 멍하니 있던 할머니가 말 을 이었다.

“인아가 이혼을 하겠다고 했을 때도, 우성이가 죄송하다면서 인 아가 자기랑 같이 있을 때 죄책 감 느끼면서 너무 힘들어해서 쉬 게 해 줘야 할 것 같다고 울면서 이 야기 하더 라고요.”

“그랬어요?”

인아와 둘이 있으면 아직도 가

슴이 두근거릴 만큼 사랑하고 좋 아하는데…… 지금 인아가 너무 힘들어한다고. 어머니 죄송하다 고.”

한숨을 크게 쉬는 할머니를 보 던 강진이 입을 열었다.

“사위를 정말 잘 두셨네요.”

“사위가 아니라 아들 같았어요. 우성이도 어릴 적에 어머니를 먼 저 보내서……. 우성이가 늘 그 랬어요. 자기는 아내를 얻고 엄 마도 얻어서 정말 행복한 사위라 고요.”

미소를 지은 할머니가 홀을 보 았다.

“그런데…… 이제 오지 말라네 요.”

“누구를요? 할머니요?”

주어가 없어서 누구를 오지 말 라고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 었다.

“제 기일이면 추모원에서 둘이 만나요. 딱히 약속을 한 것도 아 닌데 열한 시에 늘 추모원 앞에 서 만나요. 그리고 저한테 절하

고 있다가 점심을 먹으러 가요.”

할머니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추모원 근처에 황토 오리구이 가 유명한 곳이 있거든요. 거기 서 점심을 먹고 헤어져요.”

강진이 보자 할머니가 홀을 보 며 한숨을 쉬었다.

“작년에 저 못난이가 우성이한 테 그러더라고요. 이혼한 사이인 데 우리 엄마 기일에 이렇게 만 나는 거 좀 아닌 것 같다고.”

-이제 이런 거 그만하자.

_뭘?

-명절에 엄마한테 인사하러 가 는 것처럼, 엄마한테 같이 인사 하러 여기 오는 거 말이야.

-이제 당신도 다른 사람 만나 야지. 이혼한 전처 장모님 추모 원에 가서 인사하고 전처하고 밥 먹고 온다는 거 알려지면 여자 안 다가와.

-상관없어.

-그럼 평생 혼자 살 거야?

-내가 좋아하고 감사하고 사랑 하던 어머님 보러 가는 거야. 그 거 싫다는 여자는 나도 싫어.

-당신 엄마 아니고 내 엄마거 든.

-내 엄마기도 했어. 어머니 가…… 나를 미워했을지 모르지 만, 나는 그랬어.

-……어쨌든, 내년부터는 오지 마.

—올 거야.

-그럼 시간이라도 바꿔.

-그건 당신이 바꿔.

-내가 왜? 나는 우리 엄마 보 러 오는 건데 내가 좋은 시간대 에 오는 게 당연하지.

-그럼 앞으로도 이 시간대에 와서 이렇게 보든가.

-당신 정말 이럴 거야?

-어쩔 수 없어…….

그날 사위와 딸이 나눴던 대화

를 말해 주던 할머니가 웃었다.

“왜요? 기분 좋은 일이 생각나 셨어요?”

“우성이가 장난기가 좀 있어요. 농도 잘 하고.”

강진이 보자, 할머니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딸이 왜 이 시간대를 고집하느 냐고 하니까……

-일찍 오면 여기 문을 안 열어

서 기다려야 하고, 늦게 오면 줄 이 길어서 먹기 힘들어.

-그게 무슨 말이야?

-여기 오리구이 너무 맛있잖아. 사실 어머니 보러 오는 것도 있 지만, 여기 오리 먹으러 오는 것 도 있거든.

“후!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일 인분은 양이 너무 적고 이 인분 은 양이 너무 많다는 거였어요.”

할머니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그냥 앞으로도 같이 와서 어머니 보고, 어머니가 해 주신 것은 아니지만 맛있는 오리 구이도 같이 먹고 헤어지자고 요.”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같이 오는 거에 의미 두지 말 고 그냥 가볍게 오자는 말을 하 고 싶었나 보네요.”

“맞아요. 서울에도 오리고기 잘 하는 집 많은데, 설마하니 오리

고기가 먹고 싶어서 경기도까지 갔다 오겠어요? 그것도 휴가까지 내면서요.”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우성이라는 분이 오 리고기에 환장한 것도 아니고 그 거 먹으러 거기까지 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오는 것도 어쩌면 그에게는 할머니에 대한 추모의 의미일 것이다.

사위가 오면 김치냉장고에서 김 치를 꺼내 잘라 놓고, 맛있는 음

식을 만들어서 놓던 장모님 생각 에 맛있는 음식을 먹은 것이다.

아마 오리가 아니라 근처에 다 른 맛집이 있었으면 거기를 갔을 것이다. 그냥 장모님 생각에 맛 있는 음식을 찾아먹고 오는 것이 다.

할머니가 잠시 홀을 보다가 한 숨을 쉬었다.

“그 이야기 한 게 작년인데, 올 해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왜요?”

“저 애가 고집이 있어서…… 우 성이 추모원에서 보면 안 좋은 소리 할 것 같아서요.”

할머니는 재차 한숨을 쉬며 고 개를 저었다.

“그런데 우리 딸 말도 맞는 것 같아요. 어떤 여자가 이혼한 전 처 장모님 기일을 챙기는 남자를 좋아하겠어요. 게다가 가서 전처 도 만나고 밥도 같이 먹는데. 나 같아도 내 딸이 그런 남자를 만 난다고 하면 싫어할 것 같아요.”

“그래서 안 오셨으면 좋겠어

요?”

강진의 물음에 할머니가 홀을 보았다.

“나야 우성이가 자주 오고 보면 좋죠. 다만…… 나 좋자고 우성 이한테 몹쓸 짓 할 수는 없으 니……

할머니는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두 사람이 같이 손잡 고 오면 가장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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