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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964화 (962/1,050)

964화

자리에 앉은 정우성은 주위에 있는 손님들을 보았다. 손님들 식탁에는 소갈비찜이 있었다.

“여기가 소갈비찜 맛집이야?”

정우성의 말에 김인아도 손님들 식탁에 있는 소갈비찜을 보고는 강진을 보았다.

“그런 건 아닌데 맛있어.”

“소갈비 전문점은 아닌 모양이

네.”

“그런 건 아니고…… 음, 손님 이 먹고 싶다는 음식이 있으면 그걸 해 주셔.”

“그래? 그런 컨셉으로 음식 하 면 식재 낭비가 꽤 있을 텐데.”

“낭비? 남으면 다음에 하면 되 지 않아?”

“다른 음식에 공통으로 들어가 는 양념이나 파 같은 건 상관없 지만, 주 식재가 정해져 있는 거 면 그 메뉴 아니면 못 쓰잖아.”

“당신 그런 걸 잘 아네?”

“예전에 음식 프로그램을 했었 잖아.”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 이, 강진이 시원한 오미자차와 물을 가지고 왔다.

“오미자차입니다. 식전에 드시 면 입맛을 돋워 줄 겁니다. 그리 고 맛도 있고요.”

강진의 말에 정우성이 그렇지 않아도 목이 말랐다는 듯 오미자 차를 들이켜고는 고개를 끄덕였

다.

“시원하고 달달하니 좋네요.”

“한 잔 더 드릴까요?”

“아닙니다. 음식 달게 먹으면 이 사람이 싫어합니다.”

정우성이 물을 잔에 따라 놓는 것을 보며 김인아가 슬며시 말했 다.

“그런데 다른 분들도 소갈비찜 을 드시네요?”

“이 인분을 만드나 십 인분을

만드나 그게 그거라서 만드는 김 에 좀 많이 만들었습니다.”

김인아가 오늘 소갈비찜을 예약 했기에 점심에 소갈비찜을 메뉴 로 넣었다.

대신 소갈비찜을 많이 만들 수 는 없기에 단톡방을 통해 미리 예약을 받았다.

다행히 예약한 손님들은 한 명 도 빠짐없이 와서 음식을 먹고 갔다. 노쇼를 걱정을 했었는데 모두 다 오자 강진은 기분이 좋 았다.

자신의 가게에 오는 손님들이 다들 이렇게 좋은 분들이라…….

“점심에 소갈비찜요?“

자신이야 정우성에게 맛을 보여 주고 싶어 왔지만 다른 사람들은 점심을 먹으러 온 직장인들로 보 였다.

그들에게 소갈비찜은 점심으로 는 좀 무겁지 않나 싶은 것이었 다.

“맛있는 음식이면 점심이면 어 떻고 아침이면 어떻습니까.”

그러고는 강진이 웃었다.

“명절 아침에는 소갈비찜보다 더 거창하게 차려 놓고 먹잖아 요. 잡채도 있고 전도 있고 소갈 비도 있고요.”

“하긴, 그것도 그래요. 명절 아 침에는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 놓 고 먹죠.”

김인아의 말에 정우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명절 아침이 기다려지 는 모양입니다.”

말을 하던 정우성이 피식 웃으 며 강진을 보았다.

“사장님 명절 아침에 만화 영화 하던 거 압니까?”

“만화 영화요?”

강진이 무슨 말인가 보자, 정우 성이 웃으며 말했다.

“한 여덟 시 넘으면 만화 영화 를 해 줬거든요. 근데 꼭 그 시 간대에 성묘를 하러 가서 저는 그걸 다 본 적이 없어요. 명절 이야기를 하니 갑자기 그게 생각

이 나네요.”

그러고는 정우성이 김인아를 보 았다.

“당신은 몰라?”

“나는 만화 봤지. 우리 집은 성 묘하러 갈 때 남자들만 갔거든.”

김인아의 말에 정우성이 부럽다 는 듯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그럼 다음에……

말을 하던 정우성이 웃으며 고 개를 저었다.

“아니야.”

“뭔데?”

말을 하다 끊자 김인아가 눈을 찡그리며 물었다. 그에 정우성이 나지막이 말했다.

“만화 영화나 같이 보러 가자고 하려 했는데, 안 갈 거잖아.”

정우성의 말에 김인아가 입맛을 다시다가 물을 마셨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던 강진이 말했 다.

“음식 준비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자, 정우 성이 김인아를 보았다.

“오지 말라고 하더니 밥 먹을 곳 예약까지 다 해 놨네.”

기분 좋게 웃는 정우성의 모습 에 김인아가 한숨을 쉬고는 젓가 락과 수저를 그의 앞에 놓았다.

“오지 말라고 해도 올 사람이니 까.”

“그건 또 맞지. 어머니 보러 가 는데 안 갈 수가 있나.”

웃으며 정우성이 가게를 보다가 말했다.

“냄새가 좋네.”

“당신 여기 음식 좋아할 거야.”

“그래?”

“당신 우리 엄마 음식 좋아했잖 아. 여긴 엄마가 해 준 맛이 생 각이 나는 곳이야.”

김인아의 말에 정우성이 웃었 다.

“장모님 음식이야 세상 최고인

데 비교할 수 있겠어? 그래 도…… 장모님 음식 맛이 생각이 난다면 맛집이기는 한가 보네.”

정우성의 말에 할머니 귀신이 웃으며 말했다.

“세상 최고는 무슨……

웃으며 정우성을 보던 할머니가 말했다.

“내가 여기 사장님한테 맛있는 음식 많이 해 주라고 이것저것 알려 줬으니 많이 먹어.”

할머니가 웃으며 정우성을 볼

때, 이혜미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안으로 좀 들어오시래요.”

“응? 나는 뭐 안 먹어도 돼요.”

그러고는 할머니가 정우성을 예 쁘다는 듯 보았다.

“나는 여기서 애들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를 것 같아요.”

“뭐 드시라고 부르는 것이 아닐 거예요.”

이혜미의 말에 할머니가 그녀를 보았다.

“그럼요?”

“저희 가게에 오신 어머니 분들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시는 일 을 하게 해 주려고 그러실 거예 요.”

“어머니들이 세상에서 가장 좋 아하는 일요?”

의아한 눈으로 자신을 보는 할 머니를 보던 이혜미가 그녀의 손 을 잡았다.

“시간이 없어요.”

“네?”

영문을 모를 소리를 하는 이혜 미의 모습에 할머니가 의아한 듯 그녀를 보다가 주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주방 안에 들어간 할머니는 소 갈비찜을 끓이고 있는 배용수를 볼 수 있었다. 그 옆에서 소갈비 찜을 보던 강진은 주방에 들어오 는 할머니를 보고는 웃으며 말했 다.

“어머니 음식 솜씨는 여전하시 죠?”

“네?”

할머니가 보자, 강진이 웃으며 싱크대를 가리켰다.

“요리 몇 개 하시라고 모셨어 요.”

“요리요?”

“용수한테 우성 씨 좋아하는 음 식들을 너무 많이 알려 주셨더라 고요.”

“아, 제가 음식을 너무 많이 알 려 줬나요?”

할머니가 민망한 듯 말을 하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손님이 좋아하는 음식 해 주는 것이 저희 일이니 상관은 없는 데…… 사실 종류가 너무 많더라 고요.”

“죄송합니다.”

할머니가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하자, 강진이 웃으며 장갑을 내 밀었다.

“그래서 어머니가 몇 개는 직접 해 주셨으면 해요.”

“네?”

할머니가 놀라 묻자, 배용수는

비닐장갑 낀 손을 들어 보였다.

“귀신도 장갑을 끼면 음식을 만 들 수가 있거든요.”

“음식을요?”

할머니가 장갑을 보다가 문득 이혜미를 보았다.

-저희 가게에 오신 어머니 분 들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시는 일을 하게 해 주려고 그러실 거 예요.

이혜미가 한 말을 떠올린 할머 니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정말…… 엄마들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이네요.”

자기 자식 입에 들어가는 음식 을 만들고, 그것을 지켜보는 것 만큼 즐겁고 행복한 일은 없으니 말이다.

그런 할머니의 말에 이혜미가 웃으며 말했다.

“식사 다 하시기 전에 음식 내 려면 시간이 부족해요.”

이혜미의 말에 할머니가 웃으며 강진이 들어 보인 장갑을 손에 쥐었다.

“애들 학교 보내는 그 짧은 시 간에도 반찬 몇 개를 뚝딱하던 솜씨인데 시간이 부족하기는. 충 분해요, 충분해.”

자신감을 드러내 보이는 할머니 의 모습에 강진이 말했다.

“그럼 뭐 하시겠어요?“

“빠르게 하는 거라면 계란찜하 고 무생채 할게요.”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싱크대 위에 무와 달걀을 꺼내 놓았다.

“저하고 같은 생각이시네요. 음 식 두 개 그거 선택하실 것 같아 서 미리 준비했습니다. 양념은 이쪽에 있으니 마음대로 꺼내서 쓰세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무를 집었다. 그러고는 칼을 집어서는 무를 잘라냈다.

서걱!

무가 잘려나가는 것을 보던 강 진이 웃으며 배용수를 보았다.

“그럼 나는 홀 나간다. 어머니 잘 살펴 드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할머니가 무를 자르 는 것을 지켜보았다.

“잘 먹고 갑니다.”

“또 오세요.”

웃으며 아크릴 통에 돈을 넣은 손님이 강진을 보았다.

“그런데 오늘 소갈비찜을 갑자 기 하신 이유가 있습니까?“

“입에 안 맞으셨어요?“

“그럴 리가요. 여기야 늘 맛있 죠. 그런데 평소 점심에는 이런 메뉴 안 하시니 궁금해서요.”

손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 했다.

“오늘 저쪽 손님들이 예약을 해 서요. 예약받은 김에 조금 더 한

겁니다.”

강진의 말에 손님이 김인아 쪽 을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저쪽 분들 덕에 저희가 포식을 했네요.”

손님의 말에 가볍게 웃은 강진 이 그를 보았다.

“아! 혹시 뭐 드시고 싶은 것이 있으면 며칠 전에 미리 말씀해 주세요. 그럼 점심 메뉴로 준비 할 수 있습니다.”“아! 그거 좋네 요.”

“아예 단톡방에 공지로 올려야 겠어요. 혹시 드시고 싶은 음식 들이 있는데 제가 점심에 안 해 서 못 드시는 것이 있을 수 있으 니까요.”

“알겠습니다. 하하하! 사장님 덕 에 점심을 즐겁게 기다릴 이유가 하나 더 생겼네요. 그럼 잘 먹고 갑니다.”

기분 좋게 웃은 손님이 가게를 나가자 강진이 그를 배웅하고는 홀을 정리했다.

“강진아, 음식 다 됐어!”

배용수의 외침에 강진이 정리하 던 그릇들을 들고는 주방으로 들 어갔다.

주방에 들어간 강진은 쟁반에 올려져 있는 음식들을 보고는 웃 으며 말했다.

“계란말이도 하셨네요?”

“시간이 조금 남아서요.”

할머니 귀신의 말에 강진이 웃 으며 계란말이를 보았다. 강진이 만드는 계란말이와는 조금 달랐 다.

한끼식당에서 만드는 계란말이 는 당근과 파가 들어간다. 그러 면 색감이 예쁘고 식감도 좀 더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할머니의 계란말이에는 김이 들어가 있었다.

“김 계란말이네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 귀신이 홀 을 보며 말했다.

“제가 김을 좋아해서요. 그런데 애들이 알아볼까요?”

할머니 귀신의 말에 강진이 그

녀를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딸하고 사위한테 시그널을 보 내신 거였어요?“

자신이 했다고, 자신이 여기 있 다고 음식으로 시그널을 보낸 것 이다. 음식으로라도 자신을 알아 봐 달라고 말이다.

“그게…… 안 되는 건가요?“

“안 되기는요. 그냥 음식인데요, 뭐. 그리고 혀가 기억할 거예요. 우리 어머니 손맛을요.”

강진은 음식이 담긴 쟁반을 들

고는 홀로 나왔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강진이 음식을 테이블에 놓자 김인아가 놀란 눈으로 말했다.

“반찬이 엄청 많아요.”

“귀한 손님 모시는 둣해서 제가 좀 많이 준비했습니다.”

“강진아!“

말을 하던 강진은 주방에서 배 용수가 부르는 것에 뒤를 보고는 말했다.

“잠시만요.”

음식들을 놓은 강진이 쟁반을 들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강진이 주방에 오자, 할머니 귀 신이 미안한 얼굴로 국수 그릇을 내밀었다.

“저기 이거.”

“뼈 그릇 가져다드렸는데?”

“그거 말고요. 우성이가 갈비 양념에 무생채 넣고 밥 비벼 먹 는 걸 좋아하거든요.”

할머니 귀신의 말에 강진이 웃 으며 국수 그릇을 받았다.

“알겠습니다.”

강진은 그릇을 들고 홀로 나갔 다. 그러고는 그 그릇을 두 사람 앞에 놓았다.

“제가 먹어 보니 양념이 맛이 좋더라고요. 고기 양념하고 생채 넣고 비벼 드셔 보세요. 맛이 좋 을 겁니다.”

강진의 말에 정우성이 웃었다.

“하하하! 사장님이 뭘 좀 아시

네요. 역시 갈비찜은 양념에 밥 을 착 하고 말아야……

말을 하던 정우성이 문득 입을 다물고는 국수 그릇을 보았다. 일반 가정집에서 흔히 볼 수 있 는, 일명 ‘스뎅 그릇’이라고 부르 는 스테인리스 그릇이었다.

-정 서방, 여기다 비벼 먹어.

-설거지 그릇 만들지 말고 그 냥 여기다 먹을게요.

-아니야. 그냥 하는 김에 하면

돼. 여기다 비벼 먹어. 작은 그릇 은 불편해. 기름지니까 여기다 무생채도 같이 비벼서 먹어.

스테인리스 그릇을 보고 있자니 생채를 올려 주시던 장모님이 떠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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