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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967화 (965/1,050)

967화

저승식당 시간에 강진은 배용수 와 함께 구운 간고등어를 앞에 두고 있었다.

수저로 간고등어 뼈 부분을 마 사지하듯이 스스슥 문지른 배용 수가 젓가락으로 뼈를 잡고 올리 자, 뼈가 그대로 발라졌다.

“ 와.”

간고등어 뼈가 벗겨지고 그 안 에 하얀 살이 드러나며 김이 피

어오르자 강진이 감탄을 하며 말 했다.

“뼈 잘 바르네.”

“이렇게 하면 잘 발라져. 먹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며 물에 밥을 말자, 강진도 물에 밥을 말 았다. 낮에 이야기한 것처럼 물 만 밥에 간고등어를 먹으려는 것 이다.

고등어에 젓가락을 넣고 스윽 한 점을 떼어낸 강진이 그것을 물 만 밥 위에 올리고는 입맛을

다셨다. 무슨 맛인지 다 아는데 도 그 맛이 기대가 되었다.

강진은 수저를 입에 넣었다. 물 만 밥의 단맛과 고등어의 짠맛이 어울리며 단짠단짠을 보여 주었 다.

그리고 껍질에서 나는 살짝 바 삭한 식감과 기름진 맛까지…….

강진이 웃으며 배용수를 보았 다. 마침 배용수도 웃으며 그를 보고 있었다.

“맛있다.”

“그러게. 점심부터 이렇게 먹어 야지, 하고 있던 거 먹으니까 정 말 맛있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점심에 배용수 가 이렇게 먹고 싶다고 해서 준 비해 먹은 건데 정말 맛있었다.

“확실히 사람은 먹고 싶은 걸 먹으면서 살아야 해.”

“그게 정답이야. 가끔 정말 먹 고 싶은 거 있는데 참고 못 먹으 면 병이 나기도 해.”

“먹고 싶은 거 안 먹는다고 아 프다고?”

“그럼. 못 먹으면 아프기도 해.”

고개를 끄덕이며 고등어 껍질과 갈색의 살을 집어 밥 위에 올린 배용수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런 말이 있어. 갑자 기 먹고 싶은 게 생기는 건 그 음식에 담긴 영양분이 몸이 필요 해서 그런 거라고.”

“일리 있네. 몸이 참 오묘하니 까.”

“ 맞아.”

고개를 끄덕이던 배용수가 웃으 며 말했다.

“전에 손님 중에 한 분이 직장 생활 중 유일한 낙이 먹고 싶은 거 가격 신경 안 쓰는 거라고 했 었는데.”

“그것도 좋네. 가격표 안 보고 주문하는 삶, 얼마나 폼 나냐.”

“그러게. 가격 표 안 보고 사는 삶이라. 어떤 삶일까?”

“우리는 알 수 없는 삶이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이 혜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런 되지 못할 삶 이야기하지 마시고 지금 이 앞에 놓인 음식 에 감사하시죠.”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 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옳네요. 가격표 안 보 는 삶은 저 멀리 있지만, 우리에 게는 고등어구이와 물 만 밥이 있죠.”

강진이 밥 위에 고등어를 올려

먹고는 웃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게 더 행복하 네요.”

“맞다. 멀리 있는 행복 찾다가 지금 눈앞에 있는 행복을 못 느 끼지.”

두 사람이 맛있게 고등어를 밥 에 올려 먹을 때, 이혜미가 말했 다.

“강진 씨.”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들다가 허공에서 떨어지는 쪽지

를 보았다. 그것을 배용수가 급 히 낚아챘다.

탁!

잘못했으면 음식에 종이가 떨어 질 뻔한 것이다.

종이를 낚아챈 배용수가 기침을 했다.

콜록! 콜록!

급히 잡느라 사레가 걸린 것이 다. 그런 배용수의 등을 두들겨 주며 강진이 종이를 받았다.

“누구야?”

누가 승천을 했는지 묻는 배용 수를 보며 강진이 입맛을 다셨 다.

“봐야지.”

종이를 펼쳐 보는 강진은 가슴 이 살짝 두근거렸다. 자신이 아 는 귀신 중 누군가가 승천을 했 고 감사 쪽지를 보냈다.

그게 누구인지 궁금하기도 하면 서 아쉽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 다.

아쉬운 건 앞으로는 그분을 다 시 못 보는 것 때문이었고, 기쁜 것은…… 당연히 그분이 승천을 해서였다.

사람이야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 이 좋다지만, 귀신은 이승보다 저승이 좋으니 말이다.

비록 저승에서 지은 죗값에 따 라 지옥에 갈지도 모르지만…….

종이를 잡은 강진이 그것을 읽 었다.

〈사장님, 저 인아 엄마예요.〉

글을 읽은 강진이 배용수와 직 원들을 보았다.

“할머니 시네요.”

“김 사장님 어머니?”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가셨구나.”

“잘 가신 거지.”

강진은 다시 쪽지를 보았다.

〈사장님 저 인아 엄마예요.

사장님 가게를 나서고 우성이 집에 왔어요. 혼자 산다고 냉장 고하고 이불만 있고 뭐 없더라고 요. 그래서 인아가 가구점 가서 가구들을 샀어요.

그리고 사장님이 챙겨 주신 반 찬에 삼겹살 사다가 집에서 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하면서 그동안 못 했던 말도 하고, 정말

기분 좋은 시간이었어요.

떨어져 있던 딸과 아들이 이제 는 같은 집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는 것을 보니…… 정말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리고 애들 서로 붙어서 자는 것 보니 정말 행복했습니다.

사장님이 없어도 언젠간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을 했지만…… 사 장님의 가게가 없었다면 제 음식 을 아이들이 다시 먹을 길도 없 었을 거고, 제 생각이 실현되는 걸 보지도 못했을 거예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종이 뒷면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 식들을 적었습니다.

혹시라도 애들이 같이 오면…… 한 번 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돈을 드리는 것이 민망 하기는 한데 감사한 마음을 표현 할 방법이 없어서 적지만 조금 돈을 보냅니다.〉

쪽지 뒷면에는 김인아와 정우성

이 좋아하는 음식들과 레시피가 적혀 있었다.

그것을 보며 미소를 지은 강진 이 쪽지를 조심히 접어 주머니에 넣으려다가 배용수를 보고는 그 에게 내밀었다.

“새로운 어머니의 손맛이다.”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쪽지를 받아 읽었다. 이혜미와 다른 여 직원들도 와서 종이를 같이 보는 것을 보던 강진이 수표를 보았 다.

수표에는 이십만 원이 찍혀 있 었다. 액수를 보며 강진이 미소 를 지었다.

“이 돈으로 맛있는 걸 사 드시 지. 굳이 안 보내셔도 되는 데……

웃으며 수표를 보던 강진이 그 것을 잘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두 분 오시면 맛있는 음식으로 저도 보답하겠습니다.”

*  * *

강진과 배용수는 귀신들과 이야 기를 나누며 소주를 마시고 있었 다.

“어 2”

같이 소주를 마시던 귀신 손님 들이 뭔가 이상한 소리를 내고는 가게 문을 보았다.

“처녀 귀신들 오나 보다.”

“‘들’이면 많이들 오시는 거야?”

“그런가 보네. 찌릿찌릿하다. 그 리고 소희 아가씨하고 이지선 씨 도 오나 본데?”

다른 처녀 귀신들보다 강한 김 소희와 이지선의 기운을 구분한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카운터로 가서는 향수를 챙겨 가게 밖으로 나왔다.

강진이 나가자, 귀신들은 기다 렸다. 언제나처럼 강진이 처녀 귀신에게 향수를 뿌리고 들어오 기를 말이다.

그런데…….

띠링!

화아악! 화아악!

가게 안으로 들어온 처녀 귀신 들은 여전히 그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게다가 귀신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배용수의 말대로 김소희도 있었 고, 처녀 귀신 서열 2위인 이지 선도 있었다.

우르르!

단체로 들어오는 처녀 귀신들의 모습에 귀신들의 얼굴이 굳어졌

다.

부들부들!

부들부들!

원래라면 처녀 귀신들이 오는 것을 느끼는 순간 가게를 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향수를 강진이 들여온 후, 처녀 귀신들이 오면 강진이 향수를 뿌려 주었다.

같은 손님이니 처녀 귀신 왔다 고 나가지 말고 같이 잘 지내라 고 말이다. 그래서 그 후에는 기

다렸다가 향수를 뿌리면 같이 식 사를 하고 술을 마셨다.

그런데 지금은 처녀 귀신들이 향수를 뿌리지 않고 있어서 그 기운을 그대로 느끼는 것이다.

배용수는 겁에 질린 눈으로 처 녀 귀신들 뒤를 따라 들어오는 강진을 보았다.

‘왜?’

입도 떨어지지 않아 말도 못 하 고 눈빛으로 묻는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강진이 말했다.

“오늘은 손님들께서 향수를 뿌 리지 않겠다 하십니다. 죄송합니 다.”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향수를 뿌리지 않은 처녀 귀신들과 같은 공간에 있다니…….

지금 버티고 있는 것도 향수를 뿌릴 줄 알고 버틴 거지, 아니었 으면 이미 저 멀리 도망쳤을 것 이다.

그에 귀신들이 천천히 일어나서 는 처녀 귀신들을 피해 멀찍이 돌아 가게를 나가기 시작하자, 강진이 배용수와 직원들을 보았 다.

그 시선에 그들도 일어나서는 가게를 나섰다.

‘무슨 일이지?’

‘소희 아가씨도 그렇고.’

처녀 귀신들을 피해 가게를 나 간 귀신들은 빠르게 사방으로 퍼 져 나갔다.

그런 귀신들을 따라 흩어지던 배용수가 그녀들의 기운이 느껴 지지 않자 고개를 돌려 한끼식당 을 보았다.

꽤 멀리에 있는 가게를 보며 배 용수가 중얼거렸다.

“무슨 일 있어 보이죠?”

배용수의 말에 이혜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평소하고는 분위기 가 다르네요.”

“무슨 일이 있나?”

귀신들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나쁜 일이 아니었으면 좋겠는

데.”

“그러게요.”

귀신들이 가게를 빠져나가자’ 강진이 김소희와 이지선에게 고 개를 숙였다.

“곧 정리하겠습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서둘러 그릇들

을 정리했다. 처녀 귀신들이 먹 으려면 자리를 정리해야 하니 말 이다.

그 모습에 이지선이 다른 귀신 들을 보았다.

“주인 혼자 하기 힘드니 자네들 이 돕게나.”

“네.”김소희가 나설 것도 없이 이지선이 지시를 내리자 처녀 귀 신들이 일사불란하게 흩어지며 그릇들을 정리해 주방으로 옮기 고, 탁자를 닦았다.

“아가씨, 여기 앉으시지요.”

이지선이 가장 먼저 정리된 자 리를 가리키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곳에 앉았다.

뒤이어 이지선이 옆 테이블에 앉자, 다른 처녀 귀신이 그 자리 를 정리했다.

처녀 귀신들의 도움을 받아 홀 을 빠르게 정리한 강진은 음식들 을 가져다 놓았다.

“자네들도 가서 마저 돕게.”

이지선의 말에 처녀 귀신들이

주방에 들어가 음식을 알아서 가 져다 놓고, 그릇들을 세팅했다.

거기에 술들도 각 테이블에 세 팅을 하는 귀신들을 보며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한쪽 테이블을 보았다.

다른 처녀 귀신들이 음식을 준 비하고 술을 놓을 동안 두 명의 처녀 귀신은 시무룩한 얼굴로 앉 아 있었다.

두 명은 강한나와 조명희였다. 그런 두 처녀 귀신을 보던 강진 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단짝이 갔으니……

늘 같이 다니던 세 귀신 중 가 장 언니인 이혜선이 승천한 것이 다.

-오빠가 여기 새로운 사장?

-그렇습니다.

-젊은 오빠가 장사를 하니 좋 네.

이혜선과 처음 만났을 때를 떠

올리던 강진이 작게 고개를 저었 다.

이혜선이 승천을 해서 좋기는 한데…… 역시 아쉬웠다. 이혜선 은 자신이 한끼식당 맡고 얼마 안 되었을 때 만난 귀신이니 정 말 오래 본 귀신인 것이다.

‘간다고 말이나 좀 하고 가시 지.’

그래도 친한데…… 말없이 가서 조금은 아쉬웠다. 아쉬움이 담긴 눈으로 천장을 보던 강진에게 이 지선이 말했다.

“아쉽겠지만…… 좋은 일이네. 그러니 웃으며 보내주게.”

이지선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처녀 귀신들을 보았다. 오늘 이 귀신들이 모인 것은 같이 고생하던 동료가 떠난 것을 축하하고 추모하기 위해서 였다.

다른 귀신들과 달리 총각과 처 녀 귀신들은 사이가 더 끈끈하

다.

일반 귀신들은 서로 갈 길 가고 서로에게 터치를 안 한다. 하지 만 처녀와 총각들은 다른 귀신들 과 어울릴 수 없기에…….

처녀와 총각 귀신이 나타나면 주변에 있던 귀신들이 데리고 다 니면서 언니 형처럼 살피고 같이 지내는 것이다.

그렇기에 강한나와 조명희에게 이혜선은 친한 언니이기 전에 귀 신 세상에 대한 스승이었고, 보 호자였다.

귀신이 된 자신들을 살펴주고 위로해 주고 보호를 해 주던…… 소중한 존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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