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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970화 (968/1,050)

970화

김인아가 자신도 정우성에게 좋 은 여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할 때, 강진이 물었다.

“그래서 TV는 사셨어요?”

강진의 물음에 김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일 좋은 걸로 샀어요.”

“그래요?”

“집에 기본은 TV죠.”

“집의 기본이 TV예요?”

강진의 물음에 김인아가 웃으며 말했다.

“TV 앞에 가족이 모이잖아요.”

“아……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가족의 근처엔 늘 TV가 있어요. TV 앞 에 모여서 과일을 먹거나 이야기 를 하는 그런 모습을 떠올려요.”

김인아가 웃으며 촬영이 진행되 는 곳을 보았다. 연기를 하던 배 우들이 하나둘씩 흩어지고 있었

다. 아마도 곧 식사 때라 촬영을 접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TV를 큰 걸로 샀어요. 지금은 우성이하고 둘이지만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

뒷말을 흐리며 김인아가 미소를 지었다. 그런 김인아를 보고 강 진이 웃으며 말했다.

“잘 하셨네요.”

“어쨌든 사장님 덕이에요. 고마 워요.”

강진은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덕이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었 다.

어찌 되었든 결국 김인아도 마 음이 있으니 다시 합쳤을 것이었 다. 강진은 그저 정우성이 용기 를 낼 수 있는 작은 계기를 만들 어줬을 뿐이었다.

물론 정우성이 이미 쪽지에 주 소를 적어 왔던 것을 보면 어떻 게든 말을 했을 것 같지만 말이 다.

“어쨌든 두 분 잘 되셔서 기분

이 좋네요.”

“그렇게 말해 주니 고마워요.”

둘이 이야기를 나눌 때, 스태프 들이 하나둘씩 다가왔다.

“오셨어요?”

“네. 수고들 하시네요.”

스태프들은 김인아와 인사를 나 누고는 식판을 집으며 말했다.

“지금 식사해도 되나요?”

“그럼요. 식사하세요.”

강진의 말에 스태프들이 식판에

음식들을 덜기 시작했다. 그 사 이 주위를 둘러보던 강진은 천막 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배우들 과 감독을 발견했다.

“저분들은 식사 안 하세요?”

“안 하기는요. 첫 번째로 드시 죠.”

김인아가 눈짓으로 어딘가를 가 리키자, 강진이 그곳을 보았다.

식사를 받아 간 스태프들이 감 독과 배우의 앞에 음식을 놓고 있었다.

“아……

“어디든 높은 사람은 직접 움직 이는 일이 없죠.”

김인아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일 때, 황민성이 급히 다가 왔다.

“아, 배고프다.”

입맛을 다시며 오 실장과 함께 음식을 보던 황민성이 웃었다.

“맛있겠다.”

황민성은 김인아에게 눈인사를

하고는 강진을 보았다.

“너는 밥 언제 먹어?”

“저야 배식하고 나서 먹죠.”

“그래? 그냥 두면 안 돼? 음식 다 깔아 놨잖아.”

“그래도 주인이 손님 음식 드시 는 거 챙겨야죠. 그리고 음식 떨 어지면 채우기도 해야 하고.”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그럼 형도 배식 끝나면 먹어야

겠다.”

“배고프시다면서요. 먼저 드세 요.”

“아니야. 같이 먹자. 같이 먹어 야 맛있지.”

황민성은 주위를 슥 둘러보고는 말을 덧붙였다.

“여기 경치가 좋아서 저기 바위 위에서 먹으면 경치가 반찬이 되 겠어.”

황민성이 오 실장을 보았다.

“오 실장님은 먼저 드세요.”

“아닙니다. 저도 같이……

“아니에요. 먼저……

말을 하던 황민성이 멈칫하더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배고프셔도 조금 참았다 가 같이 드세요. 배식 오래 안 걸릴 테니까요.”

원래는 먼저 드시라고 하려 했 는데, 생각해 보니 여기 촬영장 에 오 실장이 아는 사람은 자신 과 강진뿐이었다.

그럼 밥을 혼자 먹어야 하는 데…… 혼자 먹는 밥은 맛이 없 다. 아무리 강진이가 만든 음식 이라고 해도 말이다.

황민성이 주위를 보다가 한쪽 바위에 가서 앉자, 오 실장이 그 옆으로 가서 앉았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우리 민성 형은 줄을 서서 먹을 것 같네요.”

“그러실 것 같네요.”

김인아가 웃으며 줄을 보았다.

“그럼 저도 밥 먹을 준비 해야 겠네요.”

“사장님은 대신 받아다 줄 직원 없나 보네요?”

“저희는 코딱지처럼 작은 회사 니까요.”

웃으며 답한 김인아가 줄을 서 자 강진이 웃으며 식사를 받아 가는 스태프들을 보았다. 그들은 배가 고픈 듯 밥을 많이 푸고 반 찬들도 많이 받아가고 있었다.

‘음식들을 넉넉히 가져오기를

잘 했네.’

조금 가져왔으면 부족할 뻔했으 니 말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갈 치속젓을 가져가는 사람들이 없 었다.

‘갈치속젓 맛있는데……

선택을 받지 못하는 갈치속젓을 보니 괜히 미안했다. 정말 맛있 는데 사람들이 선택을 안 해 주 니 말이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스 태프 한 명이 갈치속젓 앞에 서

서는 수저를 들으려다가 내용물 을 보고는 다시 내려놓았다.

그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 며 슬며시 말했다.

“갈치속젓 맛있어요.”

“네?”

“생긴 건 조금 묘한데…… 정말 맛있어요. 제주도 가면 유명한 흑돼지구이 가게에서 나오잖아 요. 한 번 저 믿고 떠서 쌈에 넣 어 드셔 보세요.”

“아…… 알겠습니다.”

스태프는 갈치속젓을 한 숟가락 떠서 식판 한쪽에 덜었다. 물론 그걸 떠간다고 먹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말이다.

‘홈…… 내 입에는 맛있던데. 하 긴, 음식은 호불호가 확실하니 까.’

늘 느끼는 거지만, 내 입에 맛 있다고 남의 입에도 맛있을 거라 는 건 착각이었다. 물론 강진 입 장에서는 이렇게 맛있는 걸 왜 안 먹나 하는 의아함이 들지만 말이다.

스태프들이 음식을 덜어 가는 것을 보던 강진은 마지막으로 줄 을 선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은 왜구 복장을 한 연기자들이었다.

그들이 마지막인 듯 더 이상 줄 서는 사람이 없었다.

“안녕하세요.”

왜구 복장을 한 연기자가 웃으 며 인사를 하자 강진이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한끼식당 사장님이시죠?”

“어? 저를 아세요?”

강진의 말에 연기자가 웃으며 차체를 가리켰다.

“여기 떡하니 쓰여 있잖습니 까.”

“아……

푸드 트럭 옆에 한끼식당이라고 적혀 있었던 것이다.

“인사드리고 싶었습니다.”

“저에게요?”

강진이 의아해하며 연기자를 보 자, 그가 웃으며 말했다.

“저 신예 씨하고 같은 무술 학 교 배우입니다.”

“아……

“신예 씨가 무술 학교에서 운동 하면서 저희도 같이 먹으라고 도 시락을 주문해 줘서 같이 먹었습 니다.”

“저를 어떻게 아시나 했더니 그 렇게 아시는군요.”

“그동안 사장님이 보내 주신 도

시락 정말 잘 먹었습니다. 그래 서 인사라도 드리려고 이렇게 기 다렸습니다.”

“아! 그래서 마지막에 배식 받 으러 오신 거예요?”

“인사드린다고 줄 막고 있으면 사람들 불편하니까요.”

연기자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저희가 더 고맙죠.”

“그럼 고맙다는 말은 신예 씨한 테 해야겠네요. 저는 돈 받고 보 내드린 거니까요.”

“하하하! 그건 그렇죠. 그래서 저희 밥 먹을 때마다 신예 씨한 테 늘 고맙다고 인사했습니다.”

연기자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식사하세요. 이따가 또 몸 움 직이시려면 소화되게 빨리 드셔 야죠.”

“그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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