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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977화 (975/1,050)

977화

“하하하!”

“이야, 산속에서 먹으니 별도 잘 보이고 정말 좋네.”

“그러게 말이야. 게다가 여기 장작불도 있어서 캠프파이어 하 는 것 같아.”

귀신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에 강진이 웃으며 할머니들에게 다 가갔다.

“조용하던 마을에 제가 너무 시 끄러운 귀신들을 데려온 것이 아 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니야.”

술을 마시며 신나게 떠드는 귀 신들을 보던 할머니가 말을 이었 다.

“이렇게 시끌벅적한 것을 보니 우리 마을 잔치 때가 생각이 나 네.”

“그러세요?”

“우리 마을도 가끔 잔치를 하고

는 했지.”

할머니의 말에 다른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성님, 예전에 촌장 댁 둘째가 애 낳았을 때 생각이 나네요.”

할머니의 말에 성님이라 불린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둘째가 애를 낳고 촌장님 이 너무 좋아하셨지.”

“너무 좋아서 돼지도 잡았잖아 요.”

돼지를 잡았다는 말에 할머니가 웃었다.

“그때 돼지 한 마리를 통으로 구웠헜지. 그때는 정말 큰 잔치 였는데 말이야.”

“애들이 돼지고기 하나씩 들고 는 그렇게 마을을 뛰어다녔는 데……

“그때 달래가 돼지 귀를 먹는데 만복이가 장난을 쳐서 떨어뜨렸 잖아.”

“그래서 달래가 울고불고 난리

도 아니었지요.”

“만복이는 아빠한테 막 맞고 말 이야. 먹을 것 가지고 장난쳤다 고.”

“그래도 만복이가 미안했던지 자기 먹으려고 숨겨 놓은 갈빗대 를 가져다줬잖아요.”

두 할머니가 만복과 달래의 이 야기를 하는 것을 듣던 강진이 말했다.

“형하고 누나가 어릴 때 많이 친했나 보네요.”

“동갑이기도 했고 부모끼리도 친했어.”

할머니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몇 년 더 살았으면 둘이 혼례 도 했을 거야.”

“두 분이요?”

“워낙에 마을이 오지에 있어서 타지 사람 오는 경우도 드물다 보니 타지로 시집, 장가가는 경 우가 드물었어. 대부분 마을에서 짝 찾고, 부모들이 자식들 혼례 시키고는 했지.”

말을 하던 할머니가 하늘을 보 았다.

“모르지. 지금 저 위에서 혼례 를 치렀을지도.”

할머니의 말에 강진도 하늘을 보다가 웃었다.

‘두 분이 혼례를?’

만복과 달래가 혼례복을 입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던 강진이 피 식 웃으며 막걸리를 들었다.

“한 잔씩 하세요.”

할머니가 양은그릇을 들자 강진 이 막걸리를 따라 주었다.

쪼르륵!

할머니도 강진에게 막걸리를 따 라주고는 건배를 했다.

잔을 맞부딪힌 강진이 막걸리를 마시자, 할머니가 그걸 보다가 웃으며 귀신들을 보았다.

젊은이들이라 그런지 목소리도 크고 활기차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무리에 끼어 있는 할머니 한

명은 그런 청년들 사이에서 웃으 며 이야기를 나누거나, 청년들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할머니가 웃으 며 말했다.

“우리 막내가 저 청년이 마음에 들었나 보네.”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그쪽을 보았다. 다른 할머니들에 비해 몇 살 젊어 보이는 할머니 한 명 이 장대방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 었다.

“아들 생각나시나 보네요.”

“그런가 보네.”

할머니가 지그시 장대방을 보다 가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보니 문식이하고 닮은 것도 같네.”

“문식이 요?”

“막내 장남……

말끝을 흐린 할머니가 장대방을 보다가 말을 이었다.

“문식이가 정말 효자였는데.”

“엄마가 생각하는 아들은 다 효 자죠.”

“그런가? 드라마 보면 안 그런 애들도 있던데.”

할머니가 웃으며 하는 말에 강 진도 웃으며 말했다.

“요즘 말로 케바케죠. 그런 데…… 부모님들이 자식 생각하 는 것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자식들도 늘 부모님 걱정을 하고 생각을 하죠.”

“그럴 테지.”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이며 막걸 리를 마시고는 타오르는 장작불 과 그 주위에서 떠들고 노는 이 들을 보았다.

“이렇게 있으니 우리 마을 잔칫 날이 계속 생각이 나네.”

“그때도 이렇게 북적거렸나요?”

“그때는 더 북적거렸지. 애들은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좀 머리 굵은 애들은 어른들이 주는 막걸 리 먹고 취해서 소리 지르다가 혼나고 여기저기서 자고 있고. 참…… 난리도 아니었어.”

할머니의 말에 다른 할머니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말이야. 우리 영감 도……

웃으며 말을 하던 할머니가 입 맛을 다시며 작게 고개를 저었 다.

“술 먹고 넘어져서 팔이 부러졌 었는데. 망할 영감탱이.”

할머니의 말에 다른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랬었지.”

이야기를 나눌 때, 황민성이 웃 으며 다가왔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밌게 나누세요.”

황민성의 말에 할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그냥 예전 이야기 나누고 있었 지.”

“저도 끼워 주세요.”

황민성이 웃으며 바닥에 털썩 앉고는 말했다.

“그나저나 조용한 마을이 완전 시끌벅적해 졌네요.”

황민성의 말에 할머니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좋아.”

“그러세요?”

"응."

“한 잔 드세요.”

황민성이 잔을 들자 할머니가 웃으며 잔을 들었다.

그렇게 황민성과 할머니들이 술

을 마시는 것을 보던 강진이 불 가에 둘러앉은 이들을 보았다.

젊은 귀신들 사이사이에 앉아있 는 할머니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 누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야 기를 나누는 할머니들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조용하고 인적 없던 마을이 이 렇게 시끌시끌해지자 기분이 좋 은 모양이었다.

‘옛날 추억 생각나시나 보네.’

지금이야 조용한 산속 마을이지

만, 이 마을도 이렇게 되기 전에 는 사람들이 살고 그들의 삶이 있었을 것이다.

아침에는 밥 하는 연기가 피어 오르고,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어 머니들이 밥 먹으라고 소리를 지 르는 그런 일상적인 모습이 말이 다.

그리고 가끔 이렇게 마을 잔치 도 있고…….

그래서 기분이 좋은 것이다. 예 전 시끌벅적했던 마을 분위기가 생각이 나니 말이다.

밤이 깊어지는 시간, 강진이 시 계를 보았다.

새벽 한 시가 다가오고 있었다. 강진이 시계를 보는 것에 할머니 가 그를 보았다.

“시간이 벌써 그리됐나?”

할머니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겠지만 다음에도 있으니까 요.”

강진의 말에 할머니가 타오르는 불에다가 장작을 하나 던져 넣었 다.

화르륵!

불씨가 솟구치는 것을 보던 할 머니가 귀신들을 보았다. 여전히 시끄럽게 떠들며 마시고 있는 이 들을 보던 할머니가 강진을 보았 다.

“이렇게 시끌벅적한 거 보 니…… 자꾸 예전 마을 생각이 나.”

웃으며 강진을 보던 할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천 천히 몸을 앞뒤로 흔들다가 입을 열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할머니가 작게 노래를 부르자, 할머니들이 그녀를 보았다.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 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 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살짝 구슬픈 가락의 노래에 할 머니들이 웃으며 그녀의 옆에 다 가와서는 같이 어깨를 들썩이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 주게.

싸리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강진이 노래를 들으며 미소 지 을 때, 배용수가 다가와서는 할 머니 손을 잡으며 입을 열었다.

“떨어진 동백은 낙엽에나 싸이 지 사시장철 임 그리워서 나는 못 살겠네.”

배용수가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에 강진이 의아한 듯 그를 보 았다. 이런 노래를 배용수가 어

떻게 아나 싶은 것이다.

그 시선에 배용수가 웃으며 작 게 말했다.

“정선 아리랑이야.”

“아리랑?”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할머니들 과 노래를 부르며 말했다.

“강원도 토속 아리랑인데, 강원 도에서 숙수님하고 다닐 때 동네 할머니들하고 어울리면서 배웠 어.”

“별걸 다 배웠네.”

“술 마시고 놀다 보니 외운 거 지. 이리 와.”

“나 노래 모르는데……

“모르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 요만 해.”

배용수는 강진의 손을 잡고는 앞뒤로 움직이며 노래를 불렀다.

“무릉도원 삼삼오수에 도화는 만발했는데, 짝을 잃은 외기러기

갈 곳이 없구나.”

배용수의 노래에 강진이 황민성 과 다른 귀신들을 보자, 그들도 하나둘 와서는 손을 잡은 뒤 할 머니들 노래를 듣다가 같이 ‘아 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를 불렀다.

꾸잇! 꾸잇!

귀신들이 모여서 조금은 서글프 지만 흥이 돋는 노래를 부르자, 돼랑이와 새끼들이 같이 노래를 부르듯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

다.

“……우리 집에 서방님은 날 안 고 돌 줄을 모르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흥겹게 노래를 부르던 할머니들 이 웃으며 서로를 보았다.

“성님 귀신 되고 이렇게 노래를 부른 것은 처음이네요.”

“그러게 말이야. 그동안 방에서

TV만 봤는데.”

할머니가 TV가 있는 집을 보 자, 다른 할머니들이 같이 그 집 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TV에는 어린애들도 있고, 큰 애들도 있고…… 우리 남편 같은 노인들도 있어서 그랬나 봐. 그 래서 그런지 TV 보는 것이 가장 즐거웠어.”

성님이라 불린, 가장 나이가 있 는 할머니가 웃으며 다른 할머니 들을 보았다.

“자네들도 TV에 나오는 배우들 이 남편 같고 자식 같아서 좋았 던 거지?”

큰할머니의 말에 할머니들이 웃 었다.

그녀들은 드라마를 통해 자신들 의 가족과 동네 친구들, 형제들 을 떠올렸다.

드라마에서는 남녀노소 여러 사 람들이 다 나오니 그들을 보면서 자신의 가족과 친구들을 떠올린 것이다.

그러다 혹시라도 자신의 남편이 나 마을 사람들과 닮은 배우를 보게 되면 그 사람이 그렇게 좋 고…….

큰할머니는 동생들을 한 명씩 보며 말했다.

“실컷 놀았으니, 이제 가세나.”

할머니가 웃으며 동생들 손을 잡고는 입을 열었다.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 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 이 막 모여든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할머니가 웃으며 노래를 부르자 동생들이 따라 불렀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노랫소리와 함께 할머니들의 몸 에서 희미한 빛이 뿜어지더니 모 습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할머니들이 모두 사라지자 방금 전까지 홍겹게 이리저리 뛰어다 니던 돼랑이가 멈췄다.

그러고는 가만히 할머니들이 있 던 곳을 보던 돼랑이가 코를 벌

렁거 렸다.

“킁! 킁! 킁!”

이리저리 냄새를 맡던 돼랑이가 몸을 돌려서는 할머니들이 지내 던 집 앞으로 가더니 배를 깔고 엎드렸다.

그 모습에 강진이 입맛을 다셨 다.

“너에게는…… 가족일 텐데.”

저승 음식을 먹고 영물이 되었 지만, 돼랑이는 원래도 영특했다.

만복과 어떻게 친해져서 같이 다녔는지 모르겠지만, 만복과 자 주 어울렸고 마을에서 지냈다.

그리고 자신은 가끔 와서 들여 다본 게 전부지만, 돼랑이는 마 을 지저분하지 말라고 풀을 뽑아 서 정리를 하던 녀석이니 할머니 들과 더 친하고 가족 같았을 것 이다.

동물도 정을 알고 자신의 가족 을 아니…… 귀신이기는 해도 돼 랑이는 오늘 가족을 잃은 것이 다.

강진은 돼랑이 옆으로 가서는 앉았다.

스윽! 스윽!

돼랑이 머리를 쓰다듬은 강진이 입을 열었다

“어르신들 다 좋은 곳에 가신 거야.”

꾸잇.

작게 우는 돼랑이를 보던 강진 이 그 눈을 보았다. 돼랑이 눈가 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 모 습에 강진이 돼랑이 눈가를 손으

로 닦아 주었다.

“보고 싶겠지만…… 나중에 네 가 무지개다리 건너면 거기에서 만복 형하고 달래 누나가 웃으면 서 너 기다리고 있을 거야.”

꾸잇.

정말이냐는 듯 보는 돼랑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강진은 하늘 을 올려다보았다.

‘지금쯤이면 만복 형, 달래 누 나…… 마을 분들 만나셨겠네요. 부디 거기서는 행복하게 가족들

하고 오래오래 사세요.’

가족들이 이미 환생을 했을 수 도 있지만, 강진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다들 행복하 기를 바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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