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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979화 (977/1,050)

979화

누룽지를 먹은 강진이 설거지를 하고는 그릇들을 푸드 트럭에 실 었다.

탓!

푸드 트럭 캡을 닫은 강진이 황 민성을 보았다.

“재료 정리하고 한 시간쯤 있다 가 올게요.”

“뭐 하러 와?”

“숙취에 좋은 음료라도 가져다 드리려고요.”

“됐어.”

강진의 말을 듣고 있던 배용수 가 말했다.

“돼랑이한테 칡 뽑아 달라고 해 서 씹어 먹으면 숙취에 좋을 거 야. 너는 식당이나 잘 하고 있 어.”

여기는 신경 쓰지 말라는 배용 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 는 고개를 끄덕였다.

“돼랑아!”

강진의 부름에 돼랑이와 새끼들 이 달려왔다.

“형 타세요.”

“오케이.”

황민성은 능숙하게 돼랑이 몸에 올라탔다.

강진도 돼랑이 새끼의 등에 타 자 다른 귀신들도 멧돼지들의 등 에 올라탔다.

“가자!”

강진의 외침에 귀신과 사람을 태운 돼랑이 가족들이 빠르게 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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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랑이 등에 탄 강진은 시원하 게 불어오는 바람을 만끽했다. 멧돼지 등이라 좀 거친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나름 꽤 스릴이 있었다.

시원하게 내달리던 강진은 고개 를 돌려 멀어지는 마을을 보았 다.

‘여기도 산이 되고 마을이 사라 지겠지만. 나는 잊지 않고 올게 요. 만복 형 장난감은 내가 지켜 줄게요.’

웃으며 강진이 하늘을 보다가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신수 형제한테도 알려줘야겠 네.’

자신보다 더 할머니들과 알고 지낸 이들이 신수 형제들이니 말 이다.

* *  *

점심 장사를 준비하던 강진이 시간을 확인했다. 그런 강진의 모습에 이혜미가 웃으며 말했다.

“용수 씨가 없어서 신경 쓰이세 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주방을 한 번 보고는 입을 열었 다.

“제가 여기 식당 하고 나서 며 칠 있다가 바로 용수가 저하고

같이 일을 했어요. 그 이후로 용 수 없이 식당을 운영해 본 적이 없네요.”

“그렇게 보고 싶으시면 부르지 그러세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저었다.

“용수가 옆에서 말 상대라도 해 줘야 형도 안 심심하죠. 혼자 운 전하면 심심하잖아요. 그리고 아 직은 점심시간 되려면 시간 있어 요.”

둘이 이야기를 나눌 때, 강선영 이 웃으며 말했다.

“단톡방 보셨어요?”

“아뇨? 왜요?”

강진의 물음에 강선영이 자신이 보던 태블릿을 그에게 내밀었다.

그에 강진이 태블릿을 받아 보 았다. 태블릿 화면에는 한끼식당 단톡방이 떠 있었다.

〈사장님이 오늘 큰 거 준비하셨

네요. 이걸 가지고 서비스 반찬 을 하시다니…… 사장님 배려가 있으니 가격은 말 안 하겠지만 저기 있는 네 뿌리면…… 차 한 대 값입니다.〉

〈차 한 대 값요? 무슨 도라지가 차 한 대를 해요?〉

〈에이. 위에 분 과장이 좀 심하 신 거 아니에요? 도라지가 무 슨…….>

〈그…… 잘 모르시는 분들이 계 신 것 같은데, 제가 주말에 산 타면서 도라지나 약초 캐는 걸

좋아합니다. 저거 최소한 40년 이상 묵은 도라지입니다. 요즘 시중에 칠 년 근, 육 년 근 산삼 같은 거 팔잖습니까? 약효로 따 지면 저 도라지가 더 좋습니다. 삼십 년 도라지는 산삼하고도 안 바꾼다는 말도 있습니다.〉

단톡방에는 ‘이 도라지는 진짜 다.’, ‘아니다.’부터 시작해서 여 러 글이 적혀 있었다.

그중에는 도라지를 알아본 사람 들이 ‘이런 귀한 걸?’하는 글도

있었고, 그렇게 좋고 비싼 거면 밑반찬으로 내겠냐는 말도 있었 다.

댓글들을 보던 강진이 피식 웃 으며 말했다.

“하긴, 저 같아도 이런 귀한 도 라지를 밑반찬으로 낸다고 하면 거짓말인 줄 알겠네요.”

태광무역에서 이 도라지를 알아 봤던 사람들이 몇 백만 원을 주 고라도 사고 싶어 했으니 말이 다.

강진이 웃으며 머리를 긁었다.

“이따가 도라지 써는 거라도 보 여 드려야겠네요.”

“보여 주고 음식 하시게요?”

“음식 나올 때까지 시간이 있으 니 그 시간에 바로 잘라서 양념 해서 버무리죠.”

“용수 씨도 없는데 어떻게 하시 려고요?”

배용수가 없으니 강진이 주방에 들어가서 음식도 하고 서빙도 해 야 하는 것이다.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주방에는 용수가 있어야죠.”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용수 씨가 오늘은 A부터 Z까 지 하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용 수 씨 부르시게요?”

이혜미의 물음에 강진이 웃으며 그녀를 보았다.

“혜미 씨…… 아니, 형수가 아 직 용수를 잘 모르네요.”

“네?”

“제가 혼자서 장사를 다 해 보 기를 용수는 바라요.”

강진은 입맛을 다시며 말을 이 었다.

“언젠가는 자기도 승천할 테니 그때를 대비해서 저 수련시키는 거죠.”

“그렇죠.”

이혜미가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 이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용수에게 가장 중 요한 건 따로 있어요.”

“그게 뭔데요?”

“손님요.”

“손님요?”

“자신의 가게에 온 손님들이 불 편하지 않고 최대한 편하게 식사 를 즐기고 가는 것…… 그게 용 수에게는 가장 중요해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그를 보 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 씨가 음식을 하고 서빙까 지 하면 손님들이 기다리는 시간 이 길어지고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없다는 거네요.”

“맞아요. 용수는 그걸 잘 알아 요. 여러분들 도움 없이 저 혼자 음식 하고 서빙까지 하면 손님들 이 불편할 거라는 걸요.”

강진 혼자 음식을 하고 서빙하 는 건 느리기는 해도 할 수는 있 다. 대신 손님들이 불편하고 오 래 기다려야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걸 배용수도 잘 알고

있다. 한끼식당에서 점심 장사를 몇 백 번 했으니 말이다.

그런 배용수이기에 아무리 강진 을 수련시키기 위해서라고 해도 혼자 두지는 않을 것이다. 음식 연습은 자기들 먹을 것에만 하 고, 손님들에게는 최고의 음식만 내야 한다고 말하는 배용수이니 말이다.

“아마도 점심시간 되기 전 에……

띠리링! 띠리링!

말을 하던 강진이 자신의 핸드 폰을 보았다.

〈민성 형〉

황민성에게 전화가 온 것에 강 진이 웃으며 핸드폰을 들어 보였 다.

“이렇게 민성 형을 통해 자기 부르라고 전화를 할 거예요.”

그러고는 강진이 전화를 받았

다.

“형. 경기도 들어오셨다고요. 용 수요? 용수가 저 보고 혼자 하라 고 했는데?”

강진이 웃으며 이혜미를 보았 다. 그 모습에 이혜미도 웃었다. 강진의 생각대로 배용수가 자신 을 부르라고 전화를 하게 한 모 양이었다.

“알겠어요.”

통화를 끝낸 강진이 웃으며 이 혜미를 보았다.

“ 보셨죠?”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피식 웃 으며 말했다.

“용수 씨가 정말 요리사네요.”

“천상 요리사죠.”

강진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요리사라는 직업 굉장한 것 같 아요. 요리를 잘해야 하는 건 당 연한 거고, 그 외에도 손님들이 가장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도 록 연구하고 고민해야 하니까 요.”

강진은 허공을 보고는 웃으며 이름을 불렀다.

“배용수, 배용수, 배용수.”

화아악!

배용수가 모습을 드러내자 강진 이 웃으며 말했다.

“나한테 다 하라고 하더니 왜 불러 달래?”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고는 주방으로 걸어가며 말 했다.

“나 없이 너 혼자 잘 하나 못 하나 보려고 했는데, 그거 보겠 다고 손님들 기다리게 하고 불편 하게 하는 건 아닌 것 같더라 고.”

자신이 생각한 것을 그대로 말 하는 배용수를 보며 강진이 웃었 다.

“왜,나 잘 할 수 있는데.”

“잘 하겠지. 음식도 그만하면 잘 하고. 근데 네 몸이 두 개가 아니잖아. 홀 서빙하고 주방 음 식 보고 어떻게 둘을 다 하냐.”

주방에 들어간 배용수가 눈을 찡그렸다.

“야, 이강진! 내가 싱크대 쓰고 나서 꼭 물기 닦으라고 했지.”

“이따가 하려고 했지.”

“이따가는 무슨 이따가. 아무리 싱크대가 늘 젖어 있는 곳이라고 해도 잘 닦아 놔야 물때가 안 낀 단 말이야. 그리고 도마 순서대 로 정리해 놔야지, 이거 뭐야. 왜 섞어 놨어.”

주방에 들어가자마자 잔소리를

하는 배용수의 모습에 강진이 속 으로 웃었다.

사실 주방이 조금 흐트러진 건 강진이 일부러 해 놓은 거였다. 자기가 너무 잘 해 놓으면…… 혹시라도 배용수가 안심하고 떠 날까 봐 말이다.

이처럼 부족한 모습을 보여서 아직 한끼식당 주방에는 자신이 더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끔 유도한 것이다.

‘용수야…… 내가 저승 가면 네 명의로 식당 하나 차려 줄게. 그

러니 좀 만 더 있어 주라.’

배용수 발목을 잡는 것 같아 쓰 게 웃은 강진이 주방에 들어갔 다.

“그것도 이따가 하려고 했지.”

“이따가는. 아이구야……. 이래 서야 너 믿고 주방을 맡기겠냐? 하여튼 내가 없으면 안 된다니 까. 앞으로 십 년은 멀었다.”

투덜거리며 행주로 싱크대 물기 를 닦은 배용수가 도마들을 정리 했다.

고기 자르는 도마, 생선 자르는 도마, 야채 써는 도마, 김치와 같 은 양념이 있는 것을 썰 때 쓰는 도마 등등을 순서대로 놓았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이따가 손님들 오면 도라지 바 로 썰어서 무쳐 드릴까 해.”

강진의 말에 도마를 정리하고 칼을 살피던 배용수가 그를 보았 다.

“ 바로?”

“응. 그 자리에서 잘라서 바로.”

“도라지 쓴맛이 있어서 그거 빼 려면 시간 있어야 하는데?”

도라지는 쓴맛 때문에 소금에 살짝 절여 놓은 후에 헹구거나 물이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양념 을 해야 했다.

“그 과정은 생략.”

“그럼 써.”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지.”

강진은 싱크대에 놓인 도라지를

보며 말을 이었다.

“생각해 보니 도라지 물에 씻으 면 몸에 좋은 성분도 쓴맛과 함 께 씻겨 나갈 것 같아. 그래서 좀 써도 몸에 좋다 생각하고 만 들려고.”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도라지를 보다가 말했다.

“그래서 앞에서 직접 썰자고?”

“카운터에서 드실 만큼만 썰어 서 내놓으려고.”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홀을 잠

시 보다가 말했다.

“하긴, 음식도 그런 퍼포먼스가 필요하기는 하지. 철판 요리처럼 말이야.”

“철판 요리?”

“철판 요리 전문점 가면 칼도 던지고, 뒤집기로 철판 두들기면 서 쇼처럼 하잖아. 음식 맛하고 는 하등 관계가 없지만, 보는 재 미도 있고 더 맛있게 느껴지니 까.”

“그럼 오케이?”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칼을 살 피며 말했다.

“이게 약인지 뭔지 알고 먹어야 약효가 더 있겠지. 그렇게 해.”

칼을 칼집에 넣은 배용수가 점 심 식재들을 살폈다. 강진이 미 리 손질들을 다 해 놓은 식재들 을 보던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 다.

“재료 손질들은 잘 해 놨네.”

“좋은 스승한테 잘 배웠는데 이 정도는 해야지.”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며 그를 보았다.

“그 좋은 스승이 분명 음식 하 는 것도 중요하지만, 뒷정리도 중요하다고 한 것 같은데?”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슬며시 주방을 나왔다. 그런 강 진을 보며 고개를 젓던 배용수가 피식 웃었다.

그는 사실 기분이 좋았다. 처음 에는 주방이 어질러져 있는 걸 보고 좀 기분이 상했는데…… 자 신이 없으면 이런 모습이 된다는

것을 겪으니 자신이 꼭 필요한 존재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하여튼, 내가 없으면 이놈의 식당 돌아가지를 않아요. 돌아가 지를 않아.”

배용수는 작게 흥얼거리며 주방 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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