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982화 (980/1,050)

982화

강진을 보던 윤복환이 웃으며 말했다.

“뭐 좀 먹겠나?”

“방금 밥 먹고 왔습니다.”

“그렇다고 우리 가게 와서 바로 가게 하는 것도 아닌 것 같은 데…… 회라도 떠 줄까?”

“일단 저희 직원들 좀 부르겠습 니다.”

“그래. 그렇게 하게.”

윤복환의 말에 강진이 식구들을 불렀다.

화아악! 화아악! 화아악!

그에 귀신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윤복환에게 고 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윤복환을 처음 보기는 하지만, 강진이 누구를 만나는지 알기에

인사를 한 것이다. 게다가 윤복 환에게는 저승식당 사장 특유의 기운도 느껴지고 말이다.

“만나서 반가워요.”

윤복환이 웃으며 직원들을 보았 다.

“식구들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 만, 이렇게 어여쁜 처자들과 같 이 일을 할 줄은 몰랐구먼.”

윤복환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 진이 미소를 지었다.

저승식당 시간에 만나는 이혜

미, 강선영, 임정숙은 각각 매력 이 있는 아가씨들이었지만…… 귀신 상태일 때는 참 무서운 모 습이었다. 죽었을 때 아주 안 좋 게 죽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윤복환이 예쁜 처자들이 라 해 주니 강진은 기분이 좋았 다.

“고맙습니다.”

“허허. 자네가 고마워할 일은 아닌데.”

윤복환이 웃으며 강진을 보다가

이혜미와 여자 직원들에게 고개 를 돌렸다.

“어떻게, 회 좀 먹어 보겠어 요?”

“회요?”

“부산에 왔으면 회 정도는 먹어 야지요.”

윤복환의 말에 강진이 시계를 보았다.

‘하긴, 지금 시간이 좀 이르기는 하네.’

너무 아침 일찍 남의 집에 찾아 가는 것도 예의가 아니니 말이 다. 그에 강진이 배용수를 보았 다.

“온 김에 좀 먹을까?”

“우리는 상관없는데 너는 아침 먹은 지 얼마 안 됐잖아.”

귀신 상태일 때야 아무리 많이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는다. 그 래서 귀신은 늘 배가 고프다.

물론 저승식당 사장이 해 주는 음식을 먹으면 좀 포만감이 느껴

지지만…… 그래도 귀신일 때는 배부르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아침을 먹었어도 배용수 와 직원들은 음식을 더 먹을 수 있었다.

“회 정도는 배불러도 먹을 수 있지.”

강진이 웃으며 윤복환을 보았 다.

“그럼 좋은 걸로 좀 주세요.”

“그래. 알았어.”

그러고는 윤복환이 여직원들을 보았다.

“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요. 우리 집이 해산물 위주로 하 기는 하지만, 손님이 해 달라는 건 마다하지 않는 게 또 우리 저 승식당 아니겠어요.”

윤복환의 말에 이혜미가 웃으며 물었다.

“부산에서는 어묵이 좋다고 하 던데요.”

“부산 어묵이 맛이 좋죠. 그럼

어묵탕 하나 끓여 드릴까요?”

“해 주세요.”

“알았어요. 두 분은?”

“회에 어묵탕이면 충분할 것 같 아요.”

“알겠습니다.”

윤복환이 주방에 들어가려 하 자, 배용수가 슬며시 다가왔다.

“괜찮으시면 제가 옆에서 좀 거 들어도 될까요?”

“자네가 배용수 군인가 보지?”

“저를…… 아! 강진이가 이야기 를 했군요.”

“운암정은 나도 이야기는 많이 들어 본 곳이네. 그런 유명한 식 당에서 요리사로 있던 친구니 나 도 음식 좀 배워 볼까.”

윤복환이 웃으며 손을 내밀자, 배용수가 악수를 했다.

“제가 한 수 배우겠습니다.”

배우겠다는 배용수의 말에 윤복 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가세.”

강진이 같이 들어가려 하자, 윤 복환이 웃으며 그를 보았다.

“자네까지 들어오게?”

“저도 좀 도와드리려고요.”

“하하! 됐네. 음식 두 개 하는 데 셋이나 있을 필요 있나.”

그러고는 윤복환이 이혜미를 보 았다.

“우리 식당 바로 옆에 바다가 있으니 한 번 나가 보세요. 경치 가 나쁘지 않아요.”

윤복환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산에 왔는데 바다는 봐야 죠.”

“그래요.”

강진이 가게를 나서자, 여자 직 원들이 그 뒤를 따라 밖으로 나 왔다. 그것을 보던 윤복환이 배 용수를 데리고 주방으로 들어갔 다.

“자, 그럼 음식을 좀 해 볼까.”

윤복환이 웃으며 냉장고에서 재

료들을 꺼냈다. 그런 윤복환을 보던 배용수가 물었다.

“그런데 물고기 수조는 어디에 있어요?”

횟집이면 물고기가 있는 수조가 있을 텐데 안 보여서 묻는 것이 었다.

배용수의 말에 윤복환이 고개를 저었다.

“우리 가게는 활어로 회를 안 떠.”

“그럼 숙성회 하세요?”

“잘 아네.”

“저도 가끔 하거든요.”

“호오!”

배용수의 말에 윤복환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아침에 시장 가서 좋은 걸로 가져온 다음 바로 손질하고 숙성 을 하지. 그리고 저녁에 장사를 하고 말이야.”

“사람 상대 장사는 안 하세요?”

“하지. 사람 상대 안 하면 가게

유지가 되나.”

윤복환의 말을 들으며 배용수가 슬며시 그가 꺼낸 재료들을 손질 했다. 그 모습에 윤복환이 웃으 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에 배용수가 웃으며 본격적으 로 재료들을 손질했다.

“뭘 만들려고 하는지 묻지도 않 나?”

“재료 꺼내 놓으신 것만 봐도 알겠는걸요. 얼큰한 어묵탕이잖 아요.”

“잘 아는군.”

M재료를 봐서 이기도 한데...

혜미 씨가 어묵탕 먹고 싶다고 했으니까요.”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윤복환이 말했다.

“아까 하던 이야기를 더 하자 면, 저승식당이라고 해서 귀신만 상대하면…… 저승에 가서야 떵 떵거리며 잘 살겠지만 이승에서 는 굶어죽기 딱 좋지.”

“그렇죠. 귀신은 이승 돈이 없

으니까요.”

“맞지. 귀신은 이승 돈을 안 내 지. 그런데 먹는 건 이승 식재를 먹으니 말이야. 그래서 귀신들 먹을 식재를 살 돈이 필요해.”

윤복환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저녁에 한 팀 예약받아 서 장사를 하지.”

“한 팀요?”

“한 팀이라고 하지만 보통 네 명 정도 예약을 받지. 한 팀이 두 명이면 한 팀 더 받아서 넷을

채우거나, 넷이 넘으면 최대 여 섯 명까지만 예약을 받지.”

“그 인원 받아서 운영이 되시겠 어요?”

보통 넷에서 여섯, 그것도 저녁 에만 그렇게 장사를 하면 망하기 딱 좋았다. 강진도 점심, 저녁 두 번 장사를 하니 말이다.

배용수의 말에 윤복환이 웃으며 말했다.

“나름 고가 정책을 쓰거든.”

“고가 정책? 비싸게 판다는 건

가요?”

배용수의 물음에 윤복환이 고개 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나도 손 님 많이 받으면 힘들어서 말이 야. 그렇다고 가게에 사람 알바 를 두기도 어렵고……

윤복환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승식당은 귀신이 오 가는 곳이라 사람 알바를 쓰기 어렵다.

그래서 강진도 가게에 사람 알

바를 안 쓰는 것이다.

“그건 저희도 잘 알죠.”

배용수의 말에 윤복환이 웃으며 말했다.

“비싸게 파는 일본식 오마카세 집도 따지고 보면 횟집이잖나.”

“조금 차이가 있기는 하지 만…… 그렇기는 하죠.”

일본식 오마카세에 여러 요리가 나오지만 주재료는 해산물이니 한국으로 따지면 횟집이었다.

한국 횟집도 회가 주인공이지 만, 조연으로 여러 음식들이 같 이 나오니 말이다.

“내 음식 솜씨가 그 가게 요리 사보다 못한 것도 아니니, 코스 처럼 해서 손님들에게 음식을 내 어주고 있지.”

“그렇군요.”

“옛날처럼 여러 손님을 맞이하 지 못해 아쉽고 미안하기는 하지 만…… 세월이 죄지.”

“세월……

“세월이 흘러 나이를 먹으니 옛 날처럼 여러 손님을 맞이했다간 내가 골병이 들어서 여기 손님으 로 오게 될 판이니까.”

“상황에 맞게 하는 거죠. 그리 고 어르신도……

배용수가 뒷말을 흐렸다. 스스 로의 말이 좀 무례하다고 느낀 것이다.

“왜? 은퇴할 나이 됐다고?”

“그게…… 어르신 말씀대로 세 월이 흐르면 마음은 젊어도 몸은

아니잖아요.”

배용수의 말에 윤복환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나 죽을 때까지는 이 가게 꾸려 가야지.”

윤복환은 슬쩍 주방 옆으로 난 통로를 보았다. 잠시 통로를 보 던 그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루라도 더 해야, 다른 사람 이 하루라도 이 가게를 덜 하지 않겠어?”

윤복환이 웃으며 밝은 어조로

말했다.

“그리고 우리 가게 나름 인기가 있어서 예약이 11월까지는 다 찼 어.”

“11 월까지요?”

지금 8월이니 11월이면 석 달 동안 예약이 찼다는 말이었다.

“매월 1일에 인터넷으로 예약을 받는데, 오픈하면 이십 분 안에 한 달 예약이 다 차 버리지.”

윤복환은 한쪽에 있는 숙성용 냉장고에서 해동지에 싸인 횟감

을 꺼냈다.

“광어하고 우럭 괜찮지?”

“회는 광어와 우럭이죠.”

참 대중적인 생선이 광어와 우 럭이었다. 언제나 편하게 먹을 수 있고 맛도 가장 무난한 생선 이니 말이다.

윤복환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 다.

“참치도 있기는 한데 해동하고 먹을 수 있는 상태로 만들려면 네 시간은 걸리거든.”

“참치는 냉동 상태에서도 먹지 않습니까?”

“언 상태에서 먹어도 되지. 그 런데 요리사가 내 마음에 안 드 는 재료를 손님에게 드릴 수 있 나.”

“그건 그렇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안 돼. 먹고 싶 으면 저녁에 먹어 보게. 내 비법 으로 해동을 하면 참치 기름이 올라오는 것이 생 참치를 먹는 기분일 테니.”

윤복환의 말에 배용수가 그를 보다가 말했다.

“그 비법 저도 배울 수 있을까 요?”

“왜 배우고 싶나?”

“저도 참치 해동하는 방법은 몇 가지 알고 있는데 어르신이 비법 이라고 하시는 것을 보면 제가 모르는 새로운 방법일 것 같아서 요.”

“정말 배우고 싶어?”

“네.

배용수의 말에 윤복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한 번 배워 봐.”

윤복환이 냉장고에서 꽝꽝 얼어 있는 참치 조각을 꺼내 오자 배 용수가 눈을 반짝였다. 새로운 음식 기술은 늘 그를 흥분시켰 다.

바다식당의 한쪽에는 커다란 창 문이 있었는데, 그 창문을 열면 바로 바다가 보였다.

바다가 보이는 곳 중 살짝 언덕 쪽에 위치한 식당이라, 정말 바 다가 바로 옆에 있는 것 같은 좋 은 경치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바다를 보면서 먹으니 좋네요.”

“우리 가게 음식값에는 이 좋은 경치도 포함이 된 거니까. 많이 드시게나.”

윤복환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 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상을 보았 다. 테이블에는 광어와 우럭이 꽃 모양으로 둥글게 세팅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주위에는 밑반찬이라 할 여러 음식들도 있고 말이다.

“거하네요.”

“원래 음식 가게에서는 음식을 거하게 내놓는 법이지.”

윤복환은 자리에 앉으며 여자 귀신들을 보았다.

“들어 보게나.”

“감사합니다.”

윤복환의 말에 여자 귀신들이

회를 집어 입에 넣고는 미소를 지었다.

“너무 쫄깃해요.”

“숙성을 잘 하면 수분이 좀 빠 지면서 쫀득해지죠. 물론 사람마 다 다 식성이 달라서 이런 식감 싫어하고 활어를 바로 잡아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요.”

웃으며 말하던 윤복환은 옆에 놓여 있는 아이스박스를 보았다.

“그런데 이건 뭔가?”

“오늘 정숙 씨 부모님에게 인사 드리러 가거든요. 그래서 음식을 좀 만들었어요.”

강진의 말에 윤복환이 임정숙을 보았다.

“집에 가는 건가?”

“네.”

밝은 얼굴로 말하는 임정숙을 보며 윤복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가 회라도 좀 싸 줘야 겠네.”

“아니, 괜찮습니다.”

“나도 괜찮아요. 많으니 좀 가 져가요.”

윤복환이 강진을 보았다.

“아버님하고 한잔하기에는 회만 한 것이 없지.”

“하긴…… 소주 한 잔을 하기는 해야겠네요.”

자기 가게로 초대를 하려면 좀 긴 이야기를 해야 하니 말이다.

윤복환이 주방에 들어가서는 해

동지에 싸인 횟감을 들고 나왔 다.

“회는 직접 썰어서 먹을 수 있 겠지?”

“그럼요.”

“아이스박스에 넣어 두면 오늘 저녁까지는 괜찮을 거야. 하지만 두 시 정도 넘으면 맛이 떨어질 수 있으니 그전에 먹어.”

“감사합니다.”

윤복환이 해동지에 싸인 횟감을 한쪽에 있는 진공 포장기에 넣었

다.

스르륵!

소리도 없이 포장지에 공기가 빠지며 진공 포장이 되었다.

그것을 손으로 툭툭 친 윤복환 이 아이스박스에 넣어주고는 말 했다.

“자, 식사들 해요.”

윤복환의 말에 강진과 식구들이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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