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9화
식사와 반주를 맛있게 하는 부 모님을 보던 임정숙이 시간을 보 았다.
벌써 10시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에 임정숙이 슬며시 강진을 보 았다.
“강진 씨.”
임정숙의 간절한 목소리에 강진 이 그녀를 보았다.
“자는 거요.”
임정숙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임정숙은 부모님이 오 늘 여기에서 하루 자고 갔으면 하는 것이다. 자신이 일하고 지 내는 곳에서 말이다.
그에 강진이 임형근을 보았다.
“두 분 숙소는 정하셨어요?”
“아니. 안 정했어.”
“안 정하셨어요?”
말을 하며 강진은 내심 다행이
란 생각을 했다. 숙소를 미리 잡 았으면 돈이 아까웠을 테니 말이 다.
“서울에 널린 것이 호텔이고 모 텔인데 우리 둘 잘 곳 하나 못 구할까.”
임형근의 말에 진세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다니다가 멈춘 곳 근처에 서 숙소 잡으려고 안 정했어.”
“그것도 좋죠.”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
했다.
“숙소를 잡으면 밖에서 놀다가 도 돌아가야 하지만, 숙소를 안 정하면 돌아다니다가 쉬고 싶은 곳에서 쉬면 되니까요.”
“맞아요. 그래서 숙소를 따로 안 잡았어요.”
진세영의 말에 임형근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핸드폰을 꺼냈다.
“이왕 말 나온 김에 숙소를 잡 아 봐야겠네.”
임형근이 숙소 예약을 위해 어
플을 켜려고 하자 강진이 슬며시 말했다.
“저 아버님.”
“왜?”
“저희 집에서 주무시죠.”
“여기서?”
임형근이 의아한 듯 보자, 강진 이 웃으며 말했다.
“오늘 저희 집에서 주무시고 내 일도 여기서 주무세요.”
“내일도?”
“서울 놀러 오셨는데 바로 내려 가실 거 아니시잖아요. 오늘 하 루 주무시고 내일은 서울 나들이 하고 저녁에 또 오셔서 하루 더 주무세요.”
“이틀이나?”
“부모님이 여기 오신 걸 알면 정숙이는 두 분이 여기서 좀 더 있다 가기를 원할 거예요.”
“강진이 불편하지 않겠어?”
임형근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불편하기는요. 편하게 있으시 면 됩니다. 정말입니다.”
강진의 말에 황민성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세요. 이 층에서 주무시고 내일 아침에 식사도 하시고 저녁 에도 맛있는 거 드시고요.”
황민성의 말에 임형근이 진세영 을 보았다. 그 시선에 진세영이 강진을 보았다.
“정말 괜찮아?”
“부산에서 저 보고 자고 가라
하셨잖아요. 그때 두 분 불편하 셨어요?”
강진의 물음에 임형근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지.”
인사치레로 말을 한 라 정말 편히 집에서 를 바랐다.
것이 아니 쉬고 가기
“저도 그래요. 저희 히 쉬면서 주무세요. 숙이도 참 좋아할 거예요.”
집에서 편 그러면 정
강진의 말에 임정숙이 웃었다.
“맞아. 엄마 아빠가 여기서 자 고 가면 너무 좋을 거 같아. 그 러니 꼭 자고 가.”
임정숙의 말에 강진이 두 사람 을 보았다. 그 시선에 둘이 고개 를 끄덕였다.
“그럼…… 그럴까?”
“잘 됐네요. 이 층에 새 칫솔하 고 세면도구 있으니 그거 쓰시면 되어요.”
강진의 말에 임형근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세면도구는 챙겨 왔어.”
임형근이 자신이 메고 온 가방 을 툭툭 쳤다.
“호텔이나 모텔에서 세면도구 주는데 뭘 챙겨 오셨어요?”
황민성의 말에 임형근이 웃으며 말했다.
“거기서 주는 세면도구는 개운 하지를 않더라고. 그래서 칫솔은 챙겨 다녀. 그리고 칫솔 챙기는 김에 우리가 쓰는 세면용품들도 마저 챙긴 거지.”
“하긴, 거기서 주는 칫솔은 일 회용이라 치모가 힘이 없기는 하 죠.”
“맞아. 맞아.”
처음에는 존대를 했지만 술을 마시며 대화하다 보니 어느새 많 이 가까워져 말을 편히 하고 있 었다.
“그럼 우리 염치없다 생각하지 않고 편히 이틀 쉬다 간다.”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딸 집에서 쉰다 생각하시고 푹 쉬다
가세요.”
“하하하! 알았어.”
정말 기분 좋게 웃는 임형근에 게 강진이 술을 권했다.
기분이 좋아서인지, 딸 생각이 나서인지 임형근은 정말 얼큰하 게 취해 있었다.
진세영도 살짝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웃으며 황민성과 이야기 를 나누고 있었다.
황민성은 임정숙과 엮인 이야기 를 하고 있었다. 임정숙과 살아 서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녀가 귀신이 되고 나서는 자주 보았 다.
저승식당 시간에도 보았고, 저 승 음식을 먹고 난 뒤엔 밤이 아 닐 때도 그녀를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어머! 그럼 정숙이가 보육원에 봉사 활동을 갔었단 말이야?”
“저하고 상식이, 강진이가 보육 원에 음식 봉사하러 자주 가거든
요. 강진이는 음식 만드는 재주 가 있으니 음식을 만들고, 저하 고 상식이는 다른 분들보다 조금 가진 것이 있어서 부족한 것들 채워주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습 니다.”
황민성의 말에 임형근이 웃으며 두 사람을 보았다. 처음에는 이 근처 회사 직장인들이나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한 명은 오성화학 대표였고 한 명은 투자회사 대표라는 걸 알게
되었다.
평범한 직장인인 임형근으로서 는 어디서 마주칠 일이 없는 사 람들이 었다.
그런데 그런 대단한 사람들이 딸을 좋아하고 아껴 준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죽은 딸의 부모 가 온다고 시간을 내서 여기까지 찾아오고 자신들에게 깍듯하게 하니…….
‘정숙이가 예쁨 받으면서 서울 에서 살았구나.’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 정숙이 가 이런 사람들에게도 예쁨을 받 으며 타지 생활을 한 것이 말이 다.
기분 좋게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을 보던 강진이 강상식을 보 았다. 강상식이 문득 몸을 부르 르 떨었던 것이다.
“날씨가 좀……
말을 하던 강상식이 문득 시계 를 보았다.
“ 아.”
왜 추위를 느꼈는지 안 것이다. 10시 40분. 가게 밖에는 귀신들 이 줄을 서 있을 것이다. 그래서 서늘함을 느낀 것이다.
그 모습에 강진도 시간을 확인 하고는 웃으며 말했다.
“두 분 오늘 부산에서 서울 오 시느라 힘드셨을 텐데 오늘은 이 만 드시고 위에 올라가서 좀 쉬 시죠.”
“벌써?”
아쉽다는 듯 보는 임형근에게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좀 봐 주십시오. 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애 아빠입니다.”
“저는 신혼입니다.”
황민성과 강상식의 말에 진세영 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맞아. 애 아빠 늦게 들어 오면 아내가 얼마나 싫어하겠어. 게다가 상식 씨는 신혼인데 더 잡고 있으면 안 되지.”
진세영의 말에 임형근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일어났다.
“그럼 이제 일어나지.”
“ 바로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잔에 담 긴 소주를 보며 말했다.
“막잔은 하고 일어나시죠.”
황민성의 말에 임형근이 고개를 저었다.
“마지막 한 잔이 다음 날 컨디 션을 좌우하더라고. 그래서 일어 날 때는 그냥 일어나는 것이 좋 아. 그리고 한 잔 더 못 먹는다 고 달라질 것도 없잖아. 지금까
지 즐거웠으면 됐지.”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리고 만남은 길면 좋고, 이 별은 짧은 것이 좋아.”
“그것도 좋은 말씀이네요.”
황민성이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 났다.
“그럼 서울에 계시는 동안 좋은 일만 생기셨으면 좋겠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임형근이 그를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오늘…… 와 줘서 정말 고마 워.”
“별말씀을요 ”
“아니. 정말 고마워.”
잠시 말이 없던 임형근이 천천 히 입을 열었다.
“정숙이를 아는 사람들하고 같 이 이야기하는 거 정말 기분이 좋아.”
“그러세요?”
황민성의 물음에 임형근이 고개
를 끄덕였다.
“누구하고 우리 딸 이야기를 하 면서 기억을 나누고 싶은데
임형근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 정숙이 아는 사람들은 우 리 앞에서 말하는 걸 불편해하거 드 ”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 앞에서 그 죽은 자식 이야기를 하는 건 아무래도 불편할 것이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말이
다. 아니, 가까운 사이이니 오히 려 더 말하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 너희는 우리 정숙이 이 야기를 마치 어제 일처럼 웃으면 서 이야기를 해 줬어.”
임형근이 미소를 지으며 강진과 황민성, 강상식을 번갈아보았다.
“그래서 너무 고맙고 또 고마 워.”
임형근의 말에 진세영이 미소를 지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런 진세영의 손을 맞잡으며 임형근
이 말을 이었다.
“나랑 우리 와이프한테는 오늘 정말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어. 마치…… 우리 정숙이가 살아서 너희하고 있다가 그 이야기를 오 늘 들은 것 같아.”
임형근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저희도…… 정숙이 이야기를 하면서 그 애 생각나서 좋았습니 다.”
“저도 좋았습니다.”
황민성과 강상식의 말에 진세영 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럼 조심히 가요.”
이렇게 이야기하다가 시간이 더 갈 것 같아서 마무리를 한 것이 다.
진세영의 말에 두 사람이 고개 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 다. 그에 임형근과 진세영이 배 웅을 하려 하자, 황민성이 말했 다.
“그냥 계세요.”
그러고는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 다.
“두 분 위에서 쉬게 안내해 드 려라. 편하게 쉬게끔 잘 모시고.”
“그럼요.”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두 사람 에게 다가갔다.
“이쪽으로 오세요.”
강진의 말에 임형근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황민성을 보았다.
“배웅해 주러 나가면 부담스러
워할 것 같으니 나가진 않겠네. 다음에 보자고.”
“그럼 또 뵙겠습니다.”
황민성의 인사에 임형근이 가방 을 들고는 강진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강진과 임형근, 그리고 진세영 이 2층으로 올라가자 임정숙이 황민성에게 다가갔다.
“오늘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임정숙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그녀를 보았다.
“저희가 정숙 씨한테 신세를 많 이 졌는데 이 정도는 당연하죠.”
“신세라니요.”
“신세가 맞죠. 강진이 혼자서 가게 하면 저희가 이렇게 좋은 음식 먹고 대접받고 좋은 인연 만들 수 있었겠어요. 다 정숙 씨 하고 직원분들이 계셔서 저희가 좋은 인연을 맺은 거죠. 그래서 늘 감사하게 생각해요.”
황민성의 말에 임정숙이 고개를 깊이 숙였다.
“감사합니다.”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웃으며 황민성이 임정숙을 보다 가 말했다.
“그리고 아까 정숙 씨 동생 같 다고 했던 거…… 그것도 사실이 에요.”
“네?”
“정말 저한테 여동생이 있다면 정숙 씨 같은 분이면 좋겠어요.”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그가
보는 곳을 보았다.
“저도 그래요.”
“상식 씨도요?”
임정숙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강상식을 보았다.
“너도 그러냐는데.”
강상식은 저승 음식을 먹지 않 아서 귀신이 보이지 않았다. 그 러니 임정숙의 목소리도 듣지 못 하는 것이다.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요. 당연하지요. 정숙 씨처 럼 착한 분이 동생이면 내가 매 일 용돈도 주고 했을 겁니다.”
그러고는 강상식이 쓰게 웃었 다.
“우리 집안 동생들은 다 싸가지 가 없거든요. 애들이 돈만 밝히 고……
작게 고개를 젓는 강상식을 보 던 황민성이 임정숙을 보았다.
“오늘 부모님하고 좋은 시간 보
내세요.”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 갈게요.”
황민성과 강상식이 가게를 나가 자, 임정숙이 급히 그들의 뒤를 따라가서는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큰 소리로 인사를 하는 임정숙 을 보며 황민성이 작게 웃고는 걸음을 옮겼다.
그런 황민성을 보던 임정숙이
서둘러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러 고는 웃으며 냄비에 물을 받는 것에 배용수가 말했다.
“뭐 만들게요?”
“ 라면요.”
“라면? 부모님 끓여 드리게요?”
배용수의 말에 임정숙이 미소를 지었다.
“우리 아빠…… 술 마시면 라면 을 꼭 드시고 주무시거든요.”
임정숙이 웃으며 냄비를 가스레
인지 위에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