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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999화 (997/1,050)

999화

식사와 반주를 맛있게 하는 부 모님을 보던 임정숙이 시간을 보 았다.

벌써 10시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에 임정숙이 슬며시 강진을 보 았다.

“강진 씨.”

임정숙의 간절한 목소리에 강진 이 그녀를 보았다.

“자는 거요.”

임정숙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임정숙은 부모님이 오 늘 여기에서 하루 자고 갔으면 하는 것이다. 자신이 일하고 지 내는 곳에서 말이다.

그에 강진이 임형근을 보았다.

“두 분 숙소는 정하셨어요?”

“아니. 안 정했어.”

“안 정하셨어요?”

말을 하며 강진은 내심 다행이

란 생각을 했다. 숙소를 미리 잡 았으면 돈이 아까웠을 테니 말이 다.

“서울에 널린 것이 호텔이고 모 텔인데 우리 둘 잘 곳 하나 못 구할까.”

임형근의 말에 진세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다니다가 멈춘 곳 근처에 서 숙소 잡으려고 안 정했어.”

“그것도 좋죠.”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

했다.

“숙소를 잡으면 밖에서 놀다가 도 돌아가야 하지만, 숙소를 안 정하면 돌아다니다가 쉬고 싶은 곳에서 쉬면 되니까요.”

“맞아요. 그래서 숙소를 따로 안 잡았어요.”

진세영의 말에 임형근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핸드폰을 꺼냈다.

“이왕 말 나온 김에 숙소를 잡 아 봐야겠네.”

임형근이 숙소 예약을 위해 어

플을 켜려고 하자 강진이 슬며시 말했다.

“저 아버님.”

“왜?”

“저희 집에서 주무시죠.”

“여기서?”

임형근이 의아한 듯 보자, 강진 이 웃으며 말했다.

“오늘 저희 집에서 주무시고 내 일도 여기서 주무세요.”

“내일도?”

“서울 놀러 오셨는데 바로 내려 가실 거 아니시잖아요. 오늘 하 루 주무시고 내일은 서울 나들이 하고 저녁에 또 오셔서 하루 더 주무세요.”

“이틀이나?”

“부모님이 여기 오신 걸 알면 정숙이는 두 분이 여기서 좀 더 있다 가기를 원할 거예요.”

“강진이 불편하지 않겠어?”

임형근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불편하기는요. 편하게 있으시 면 됩니다. 정말입니다.”

강진의 말에 황민성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세요. 이 층에서 주무시고 내일 아침에 식사도 하시고 저녁 에도 맛있는 거 드시고요.”

황민성의 말에 임형근이 진세영 을 보았다. 그 시선에 진세영이 강진을 보았다.

“정말 괜찮아?”

“부산에서 저 보고 자고 가라

하셨잖아요. 그때 두 분 불편하 셨어요?”

강진의 물음에 임형근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지.”

인사치레로 말을 한 라 정말 편히 집에서 를 바랐다.

것이 아니 쉬고 가기

“저도 그래요. 저희 히 쉬면서 주무세요. 숙이도 참 좋아할 거예요.”

집에서 편 그러면 정

강진의 말에 임정숙이 웃었다.

“맞아. 엄마 아빠가 여기서 자 고 가면 너무 좋을 거 같아. 그 러니 꼭 자고 가.”

임정숙의 말에 강진이 두 사람 을 보았다. 그 시선에 둘이 고개 를 끄덕였다.

“그럼…… 그럴까?”

“잘 됐네요. 이 층에 새 칫솔하 고 세면도구 있으니 그거 쓰시면 되어요.”

강진의 말에 임형근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세면도구는 챙겨 왔어.”

임형근이 자신이 메고 온 가방 을 툭툭 쳤다.

“호텔이나 모텔에서 세면도구 주는데 뭘 챙겨 오셨어요?”

황민성의 말에 임형근이 웃으며 말했다.

“거기서 주는 세면도구는 개운 하지를 않더라고. 그래서 칫솔은 챙겨 다녀. 그리고 칫솔 챙기는 김에 우리가 쓰는 세면용품들도 마저 챙긴 거지.”

“하긴, 거기서 주는 칫솔은 일 회용이라 치모가 힘이 없기는 하 죠.”

“맞아. 맞아.”

처음에는 존대를 했지만 술을 마시며 대화하다 보니 어느새 많 이 가까워져 말을 편히 하고 있 었다.

“그럼 우리 염치없다 생각하지 않고 편히 이틀 쉬다 간다.”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딸 집에서 쉰다 생각하시고 푹 쉬다

가세요.”

“하하하! 알았어.”

정말 기분 좋게 웃는 임형근에 게 강진이 술을 권했다.

기분이 좋아서인지, 딸 생각이 나서인지 임형근은 정말 얼큰하 게 취해 있었다.

진세영도 살짝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웃으며 황민성과 이야기 를 나누고 있었다.

황민성은 임정숙과 엮인 이야기 를 하고 있었다. 임정숙과 살아 서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녀가 귀신이 되고 나서는 자주 보았 다.

저승식당 시간에도 보았고, 저 승 음식을 먹고 난 뒤엔 밤이 아 닐 때도 그녀를 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어머! 그럼 정숙이가 보육원에 봉사 활동을 갔었단 말이야?”

“저하고 상식이, 강진이가 보육 원에 음식 봉사하러 자주 가거든

요. 강진이는 음식 만드는 재주 가 있으니 음식을 만들고, 저하 고 상식이는 다른 분들보다 조금 가진 것이 있어서 부족한 것들 채워주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습 니다.”

황민성의 말에 임형근이 웃으며 두 사람을 보았다. 처음에는 이 근처 회사 직장인들이나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한 명은 오성화학 대표였고 한 명은 투자회사 대표라는 걸 알게

되었다.

평범한 직장인인 임형근으로서 는 어디서 마주칠 일이 없는 사 람들이 었다.

그런데 그런 대단한 사람들이 딸을 좋아하고 아껴 준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죽은 딸의 부모 가 온다고 시간을 내서 여기까지 찾아오고 자신들에게 깍듯하게 하니…….

‘정숙이가 예쁨 받으면서 서울 에서 살았구나.’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 정숙이 가 이런 사람들에게도 예쁨을 받 으며 타지 생활을 한 것이 말이 다.

기분 좋게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을 보던 강진이 강상식을 보 았다. 강상식이 문득 몸을 부르 르 떨었던 것이다.

“날씨가 좀……

말을 하던 강상식이 문득 시계 를 보았다.

“ 아.”

왜 추위를 느꼈는지 안 것이다. 10시 40분. 가게 밖에는 귀신들 이 줄을 서 있을 것이다. 그래서 서늘함을 느낀 것이다.

그 모습에 강진도 시간을 확인 하고는 웃으며 말했다.

“두 분 오늘 부산에서 서울 오 시느라 힘드셨을 텐데 오늘은 이 만 드시고 위에 올라가서 좀 쉬 시죠.”

“벌써?”

아쉽다는 듯 보는 임형근에게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좀 봐 주십시오. 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애 아빠입니다.”

“저는 신혼입니다.”

황민성과 강상식의 말에 진세영 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맞아. 애 아빠 늦게 들어 오면 아내가 얼마나 싫어하겠어. 게다가 상식 씨는 신혼인데 더 잡고 있으면 안 되지.”

진세영의 말에 임형근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일어났다.

“그럼 이제 일어나지.”

“ 바로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잔에 담 긴 소주를 보며 말했다.

“막잔은 하고 일어나시죠.”

황민성의 말에 임형근이 고개를 저었다.

“마지막 한 잔이 다음 날 컨디 션을 좌우하더라고. 그래서 일어 날 때는 그냥 일어나는 것이 좋 아. 그리고 한 잔 더 못 먹는다 고 달라질 것도 없잖아. 지금까

지 즐거웠으면 됐지.”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리고 만남은 길면 좋고, 이 별은 짧은 것이 좋아.”

“그것도 좋은 말씀이네요.”

황민성이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 났다.

“그럼 서울에 계시는 동안 좋은 일만 생기셨으면 좋겠습니다.”

황민성의 말에 임형근이 그를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오늘…… 와 줘서 정말 고마 워.”

“별말씀을요 ”

“아니. 정말 고마워.”

잠시 말이 없던 임형근이 천천 히 입을 열었다.

“정숙이를 아는 사람들하고 같 이 이야기하는 거 정말 기분이 좋아.”

“그러세요?”

황민성의 물음에 임형근이 고개

를 끄덕였다.

“누구하고 우리 딸 이야기를 하 면서 기억을 나누고 싶은데

임형근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 정숙이 아는 사람들은 우 리 앞에서 말하는 걸 불편해하거 드 ”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 앞에서 그 죽은 자식 이야기를 하는 건 아무래도 불편할 것이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말이

다. 아니, 가까운 사이이니 오히 려 더 말하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 너희는 우리 정숙이 이 야기를 마치 어제 일처럼 웃으면 서 이야기를 해 줬어.”

임형근이 미소를 지으며 강진과 황민성, 강상식을 번갈아보았다.

“그래서 너무 고맙고 또 고마 워.”

임형근의 말에 진세영이 미소를 지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런 진세영의 손을 맞잡으며 임형근

이 말을 이었다.

“나랑 우리 와이프한테는 오늘 정말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어. 마치…… 우리 정숙이가 살아서 너희하고 있다가 그 이야기를 오 늘 들은 것 같아.”

임형근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저희도…… 정숙이 이야기를 하면서 그 애 생각나서 좋았습니 다.”

“저도 좋았습니다.”

황민성과 강상식의 말에 진세영 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그럼 조심히 가요.”

이렇게 이야기하다가 시간이 더 갈 것 같아서 마무리를 한 것이 다.

진세영의 말에 두 사람이 고개 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 다. 그에 임형근과 진세영이 배 웅을 하려 하자, 황민성이 말했 다.

“그냥 계세요.”

그러고는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 다.

“두 분 위에서 쉬게 안내해 드 려라. 편하게 쉬게끔 잘 모시고.”

“그럼요.”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두 사람 에게 다가갔다.

“이쪽으로 오세요.”

강진의 말에 임형근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황민성을 보았다.

“배웅해 주러 나가면 부담스러

워할 것 같으니 나가진 않겠네. 다음에 보자고.”

“그럼 또 뵙겠습니다.”

황민성의 인사에 임형근이 가방 을 들고는 강진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강진과 임형근, 그리고 진세영 이 2층으로 올라가자 임정숙이 황민성에게 다가갔다.

“오늘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임정숙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그녀를 보았다.

“저희가 정숙 씨한테 신세를 많 이 졌는데 이 정도는 당연하죠.”

“신세라니요.”

“신세가 맞죠. 강진이 혼자서 가게 하면 저희가 이렇게 좋은 음식 먹고 대접받고 좋은 인연 만들 수 있었겠어요. 다 정숙 씨 하고 직원분들이 계셔서 저희가 좋은 인연을 맺은 거죠. 그래서 늘 감사하게 생각해요.”

황민성의 말에 임정숙이 고개를 깊이 숙였다.

“감사합니다.”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웃으며 황민성이 임정숙을 보다 가 말했다.

“그리고 아까 정숙 씨 동생 같 다고 했던 거…… 그것도 사실이 에요.”

“네?”

“정말 저한테 여동생이 있다면 정숙 씨 같은 분이면 좋겠어요.”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그가

보는 곳을 보았다.

“저도 그래요.”

“상식 씨도요?”

임정숙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강상식을 보았다.

“너도 그러냐는데.”

강상식은 저승 음식을 먹지 않 아서 귀신이 보이지 않았다. 그 러니 임정숙의 목소리도 듣지 못 하는 것이다.

황민성의 말에 강상식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요. 당연하지요. 정숙 씨처 럼 착한 분이 동생이면 내가 매 일 용돈도 주고 했을 겁니다.”

그러고는 강상식이 쓰게 웃었 다.

“우리 집안 동생들은 다 싸가지 가 없거든요. 애들이 돈만 밝히 고……

작게 고개를 젓는 강상식을 보 던 황민성이 임정숙을 보았다.

“오늘 부모님하고 좋은 시간 보

내세요.”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 갈게요.”

황민성과 강상식이 가게를 나가 자, 임정숙이 급히 그들의 뒤를 따라가서는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큰 소리로 인사를 하는 임정숙 을 보며 황민성이 작게 웃고는 걸음을 옮겼다.

그런 황민성을 보던 임정숙이

서둘러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러 고는 웃으며 냄비에 물을 받는 것에 배용수가 말했다.

“뭐 만들게요?”

“ 라면요.”

“라면? 부모님 끓여 드리게요?”

배용수의 말에 임정숙이 미소를 지었다.

“우리 아빠…… 술 마시면 라면 을 꼭 드시고 주무시거든요.”

임정숙이 웃으며 냄비를 가스레

인지 위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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