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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1003화 (1,001/1,050)

1003화

김치전을 맛있게 먹고 매실차로 입가심을 한 임형근이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토했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어.”

“올라가서 쉬세요.”

“자네는 안 쉬고?”

“저는 오늘도 밤 예약이 있어서 요.”

“힘들겠네. 어제도 하더니.”

“손님이 오시는데 마다할 수 있 나요.”

“그럼 어떻게, 내가 도와줄까?”

임형근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저야 늘 하는 일인 걸요. 올라가서 쉬세요.”

강진의 말에 진세영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우리 올라가는 게 강 진이 일하는 데에 더 좋을 거예 요.”

진세영의 말에 임형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수고해.”

“쉬세요.”

임형근이 진세영과 함께 2층으 로 올라가자, 강진이 임정숙을 보았다.

“정숙 씨도 올라가서 쉬세요.”

강진의 말에 임정숙이 그를 보 다가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 사이에 무슨 그런 말을 해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 씨 말대로 우리 사이에 무슨 그런 말을 해. 그냥 고맙다 생각하고 다음에 잘 해 주면 되 지.”

이혜미의 말에 강선영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네?”

강진과 이혜미가 보자, 강선영 이 웃으며 임정숙의 손을 잡았 다.

“고마운 마음은 표현해야지. 말 안 해도 알 거라 하는 건 아닌 것 같아. 고마우면 고맙다고 표 현을 해야지. 암! 입이 밥 먹으 라고만 뚫려 있는 건 아니잖아. 마음으로 뜻이 전해지면 그게 초 능력자지. 우린 초능력자 아니잖 아.”

그러고는 강선영이 임정숙을 보 았다.

“그런 의미로 정숙이는 올라가. 고맙다는 표현도 여러 번 하면 받는 사람 민망하니까.”

강선영의 말에 임정숙이 웃으며 고개를 숙이고는 서둘러 2층으로 올라갔다. 그런 임정숙을 보던 이혜미가 웃으며 강선영을 보았 다.

“언니는 언제 봐도 늘 똑 부러 지는 것 같아요.”

“똑 부러진다기보다는 하고 싶 은 말을 하는 편이지. 하고 싶은 말 안 하면 병 생겨.”

“그래도 맞는 말만 하시잖아 요.”

이혜미의 말에 강선영이 피식 웃었다. 그 말대로 틀린 말은 하 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사회생활이 좀 힘들기는 했지만…….

“언니 말대로 사람은 마음을 표 현해야죠. 가까운 사이라면 더욱 더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한 일에 고맙다는 말을 안 하면 상대가 서운할 수도 있으니 까요.”

친한 사이에 굳이 이런 말을 할 필요 있나 싶겠지만, 상대는 조 금 서운할 수도 있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작은 것에 더 화가 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한끼식당 직원들은 웃으며 이야 기를 나누다가 시계를 보고는 하 나둘씩 할 일을 찾아 움직였다.

강진과 배용수는 주방에 음식을 하러 들어가고, 이혜미와 강선영

은 TV를 보러 갔다.

2층에서 부부는 TV를 보고 있 었다. 뒤따라 올라갔던 임정숙도 소파에 앉아 같이 TV를 보고 있 었다.

“하하하!”

“그러지 말아요.”

TV를 보던 임정숙은 고개를 돌 려 계단 쪽을 보았다. 1층 식당 에서 사람들... 아니, 귀신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

었다.

그 소리를 들으며 임정숙이 부 모님을 보았다.

부모님은 이야기를 나누며 TV 를 보고 있었다. 마치 밑에서 들 리는 이 시끄러운 소리가 안 들 린다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들리기는 들릴 것이다. 밑 에 귀신들이 잔뜩 있다 보니 인 지를 못 할 뿐이었다.

그 예로 지금 TV 소리가 무척 컸다. 귀신들이 떠드는 소리 때

문에 TV 소리가 잘 안 들려서 키워 놓은 것이다.

“아빠 엄마 안 피곤해?”

임정숙이 가만히 말을 걸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저 TV를 보 며 평소보다 좀 더 큰 소리로 대 화를 할 뿐이었다.

“이번에 서울 오기를 참 잘 한 것 같아.”

“그러게. 강진이가 참 우리 위 해서 좋은 생각을 해 줬어.”

“그러게 말이야. 서울이라고 하

면……

진세영이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 를 저었다.

“안 좋은 기억만 있던 곳인데.”

그들에게 있어 서울이란 딸이 죽은 곳이었다. 그러다 보니 서 울에 올 일이 있어도 오지 않았 다.

친한 친구 딸 혹은 아들이 서울 에서 결혼을 한다고 버스를 대절 해서 사람들이 타고 갈 때도 그 녀는 봉투만 하고 가지를 않았

다.

그리고 그건 임형근도 마찬가지 였다. 나이는 있지만 아직 현역 으로 일을 하는 임형근은 어쩌다 서울로 출장을 갈 일이 생기기도 했다.

그럴 때면 다른 사람을 대신 보 냈다. 정말 중요한 사업일 경우 에는 임형근이 아닌 사장님이 대 신 가기도 했었다.

임형근과 오래 일을 한 사장님 은 그의 사정을 알기에 그를 보 내지 않고 본인이 직접 갔던 것

이다.

그렇게 피했던 서울에 딱 한 번, 두 사람이 뛰어올라온 적이 있었다.

바로 딸을 죽인 나쁜 놈,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을 그놈이 잡혔 다는 뉴스를 보자마자 올라왔던 것이다.

이처럼 두 사람에게는 슬프고 고통스러운 기억이 있는 도시가 서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와서 좋은 추억이 생겼다.

“앞으로는 가끔 와요.”

“그렇게 하자고.”

임형근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다음에는…… 정숙이 자취방 있는 동네에도 가 보자고.”

“그렇게 해.”

진세영의 말에 임형근이 손을 내려 그녀의 발을 들어 올렸다.

“뭐해?”

“뭐하기는. 우리 아내 오늘 많 이 걸어서 다리 아플 테니 좀 주

물러 주려는 거지.”

임형근이 발을 주무르기 시작하 자, 진세영이 웃었다.

“좋네.”

“앞으로는 내가 종종 주물러 줄 게.”

임형근의 말에 진세영이 그를 소파 팔걸이 쪽으로 밀었다.

“어?”

의아한 듯 임형근이 보자, 진세 영이 그의 배 위로 자신의 발을

올리고는 자신의 배 위로 그의 다리를 올렸다.

그렇게 서로의 다리가 겹치게끔 고쳐 앉은 진세영이 말했다.

“발바닥이나 눌러요. 나도 눌러 줄게.”

진세영의 말에 피식 웃은 임형 근이 몸을 꿈틀거리며 밑으로 내 려갔다.

그렇게 조금은 민망한 자세로 내려간 임형근이 아내의 발을 가 슴 위에까지 올려서는 손으로 발

바닥을 눌러 주었다.

“아 좋다.”

발바닥에서 느껴지는 시원함에 진세영이 작게 탄성을 내뱉고는 남편의 발바닥을 손가락으로 꾸 욱! 꾸욱 눌러 주었다.

그렇게 부부가 서로의 발을 주 물러 주는 것을 보던 임정숙이 미소를 지었다.

아빠가 엄마 발바닥을 주물러 주고, 엄마가 아빠 발바닥을 주 물러 주는 것을 보니 마음이 좋

았다.

부모님 옆으로 다가간 임정숙은 살며시 두 사람의 발바닥에 손을 가져다 대며 입을 열었다.

“앞으로도 둘이 서로 발바닥도 주물러 주고, 손도 주물러 주 고…… 그렇게 서로 의지하면서 오래오래, 정말 오래오래 있다가 나 보러 와야 해.”

미소를 지으며 아빠 얼굴을 지 그시 보던 임정숙이 고개를 돌려 엄마 얼굴을 보았다.

두 사람의 얼굴을 눈에 각인이 라도 시킬 것처럼 뚫어져라 보던 임정숙이 미소를 지으며 몸을 일 으켰다.

그러고는 살며시 뒤로 한 걸음 물러나더니 천천히 무릎을 구부 렸다.

스르륵!

부드럽게 무릎을 구부리며 임정 숙은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절 을 한 임정숙이 입을 열었다.

“아빠, 엄마……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치 결혼식 때 부모님에게 절 을 올리는 신부처럼 인사를 한 임정숙은 고개를 숙인 채 슬며시 눈가를 손으로 닦고는 웃으며 부 모님을 바라보았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 정말 정말 사랑해요.”

화아악!

그 말을 끝으로 임정숙은 희미 한 빛과 함께 흩어졌다.

그 순간, 임형근과 진세영이 고

개를 돌려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 둘이 보는 곳은 방금 전까지

임정숙이 있던 곳이었다.

말없이 허공을 보던 임형근이 아내를 보았다.

“혹시 방금 좀 묘한 기분 들지 않았어?”

“당신도?”

진세영의 말에 임형근이 임정숙

이 사라진 곳을 보며 말했다.

“뭔가…… 가슴 한 쪽이 멍하면 서 시린 그런 기분이 들었는데.”

“나도 그랬는데?”

뭔가 가슴이 먹먹해지는 기분에 의아해하던 임형근은 피식 웃으 며 고개를 저었다.

“당신이 발바닥을 주물러 주니 기분이 묘해서 그런가 보다.”

“그런가?”

“당신도 그런 느낌이었다며. 내

가 당신 발바닥 주무르니 서로 이상한 기분을 느꼈나 봐.”

임형근은 검지를 구부려서 아내 의 발바닥 중간을 강하게 쓸어 올리듯 꾸욱 눌렀다.

‘‘아아아아.”

묘한 탄성을 내뱉는 아내의 모 습에 임형근이 웃으며 말했다.

“시원하지?”

“기분이 묘한데 시원해. 그리고 좀 아픈 것도 같고.”

“그래‘?”

“그런데 이런 건 어디서 배운 거야?”

“거래처 사람들하고 발바닥 마 사지 받으러 가다 보니 알게 됐 어.”

임형근이 자신이 받은 마사지 기술을 동원해 발을 주물러 주자 진세영이 웃으며 그의 발바닥도 주물렀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보던 방향 에서 딸이 웃으며 승천을 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스르륵! 스르륵!

허공에서 종이가 떨어지는 것에 강진과 배용수, 그리고 직원들이 그 종이를 동시에 바라보았다.

약속을 한 것도 아닌데 문득 허 공을 보다 동시에 떨어지는 종이 를 본 것이다.

그에 강진이 일어나 천천히 떨 어지는 종이를 잡았다.

스륵!

강진이 종이를 펼치지 않고 가 만히 보고만 있자 이혜미가 다가 와 물었다.

“안 보세요?”

“어쩐지…… 마음이 아플 것 같 아서요.”

그러고는 강진이 천장을 보았 다. 그 시선에 이혜미와 직원들 도 천장을 보다가 말했다.

“정숙이가 아닐 수도 있잖아 요.”

강선영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러고는 강진이 종이를 지그시 보다가 말했다.

“하지만…… 정숙 씨였으면 좋 겠네요.”

강진의 말에 강선영이 잠시 종 이를 보다가 말했다.

“보세요.”

강선영의 말에 강진이 종이를

펼치려다가 잠시 머뭇거렸다. 임 정숙이 보낸 편지기를 바라는 마 음과 임정숙이 보낸 편지가 아니 기를 바라는 마음이 서로 충돌했 다.

임정숙이 편지를 보낸 것이 맞 다면, 그녀를 다시는 보는 건 수 십 년 후 자신이 저승에 갔을 때 일 테니 말이다.

강진에게 임정숙은 몇 년을 같 이 지낸 식구이자 동생이었다.

생각을 해 보면 어렸을 때 이후 로 가장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낸

이 중 한 명이었다. 말 그대로 잘 때 빼고는 거의 늘 같이 있었 으니 말이다.

이는 결혼한 부부라도 하기 힘 든 것이었다. 남편이 일을 가든 아내가 일을 가든 낮 시간에는 떨어져 있어야 하니 말이다.

잠시 종이를 보던 강진이 숨을 고르다가 슬며시 이혜미에게 종 이를 내밀었다.

“혜미 씨가 먼저 보실래요?”

강진의 말에 이혜미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그 손을 밀었다.

“정숙이가 보낸 편지면…… 웃 으면서 읽어 주세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강선영과 배용수를 보았다. 그들 또한 작 게 고개를 저었다.

그에 강진이 한숨을 쉬고는 편 지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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