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7화
이지선이 그릇들을 세팅해 주는 것에 이혜미와 강선영이 급히 다 가와 거들려 하자, 이지선이 고 개를 저었다.
“그냥 앉게. 그게 돕는 것이니.”
이지선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우리 아침부터 재료 준비하느라 바빴잖아요.”
전이나 송편이 어디서 뚝딱 나 오는 것이 아니다. 어떠한 음식 이든 재료 준비를 먼저 해야 시 작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직원들과 강진은 아침부 터 재료 준비하느라 무척 바쁘게 움직인 것이다.
강진의 말에 직원들이 처녀 귀 신들 눈치를 보자, 김소희가 입 을 열었다.
“일 년 365 일…… 그중 하루 정도는 손님이 되어 보는 것도 좋겠지. 편히 쉬게.”
김소희의 말에 직원들이 서로를 보자, 강진이 웃으며 그들을 자 리에 앉혔다.
“오늘은 우리도 손님처럼 있어 봅시다.”
강진의 말에 못 이기는 척 자리 에 앉은 이혜미가 이지선에게 고 개를 숙였다.
“그럼 편히 있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이지선의 말과 함께 처녀 귀신 들이 그들의 탁자에 전과 송편들
을 가져다가 깔아 주었다.
그에 직원들과 배용수가 웃으며 전과 송편을 먹기 시작했다.
“방금 쪄서 만들어서 그렇지 떡 이 쫄깃쫄깃하네.”
배용수의 말에 강진도 송편을 하나 집어서는 한 입 넣었다. 그 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꿀을 넣어서 그런지 정말 꿀떡이 네.”
강진의 말에 옆 테이블에 자리 를 하고 있던 황민성이 말했다.
“떡 맛있더라.”
“그렇죠.”
“떡도 쫄깃하고 소도 고소하고 달고 맛있어.”
“가실 때 싸 가세요.”
“그럼 당연하지. 너도 우리 집 에서 명절 지내고 음식 가져가.”
“당연히…… 그러려고 했습니 다.”
강진이 웃을 때 배용수가 그의 잔에 맥주를 따라 주었다. 그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맥주잔을 들었다.
오늘 기름 냄새를 많이 맡아서 시원한 맥주 한 잔이 당기던 차 였다.
강진이 잔을 들어 황민성에게 내밀자, 황민성과 강상식도 잔을 들어 가볍게 부딪혔다.
“촬영장은 어때요?”
“좋지.”
황민성이 웃으며 김소희를 보았 다.
“아가씨께서 많이 도와주셔서 촬영이 쉬워.”
“아가씨가 많이 돕는다고 이야 기하시더라고요.”
답을 하며 강진이 맥주를 입가 에 가져갔다.
꿀꺽! 꿀꺽!
시원하게 목구멍을 통해 넘어가 는 맥주의 맛에 강진이 입을 떼 어내고는 크게 숨을 토했다.
“크윽! 시원하다.”
“목이 많이 말랐나 보다.”
“기름 냄새를 많이 맡았더니 목 이 마르더라고요.”
웃는 강진에게 황민성이 맥주를 따라주었다.
화아악!
맥주잔에 보기 좋게 올라오는 거품을 보며 강진이 손을 내밀었 다.
“저도 오징어 좀 주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오징어
몸통을 뜯어 내밀었다.
“전 있는데 전하고 먹지?”
강상식이 오징어 다리를 씹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 다.
“오징어 다리를 씹으며 말을 하 는 분과 같은 마음이라서요.”
“아하!”
강상식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 다. 음식 많이 한 건 아니지만 전도 하고 송편도 하다 보니 조 금 질린 감이 있었다.
음식 하면서 한두 개씩 씹은 것 도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맥주에는 이런 마른 오 징어가 안주로 좋기도 하고…… 그래서 강상식도 마른 오징어에 먹고 있었다.
드득!
몸통을 입으로 뜯어 씹는 강진 을 보며 황민성이 말했다.
“스태프들이 너 언제 한 번 더 안 오냐고 하더라.”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제가 아니라 제 푸드 트럭을 기다리는 거 아니에요?”
“그게 그거지.”
“추석 끝나고 푸드 트럭 끌고 한 번 갈게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아! 우리 드라마 일정 잡혔다.”
“잡혔어요? 언제요?”
“12월.”
12월요? 내년이나 될 줄 알았
는데 빨리 잡혔네요.”
촬영을 하는 중에도 아직 드라 마 일정이 잡히지 않아서 내년이 나 방영될 거라 생각을 했는데 올해 12월이라니 말이다.
“원래 그때 들어가기로 한 드라 마가 밀려났어.”
“밀려나요?”
“그 얼마 전에 김강수 배우 교 통사고 나서 입원했잖아.”
황민성의 말에 배용수가 급히 그를 보았다.
“저 알아요. 신호 대기 중에 음 주운전 차가 박았다면서요.”
“맞아. 그 배우가 들어간 드라 마인데 배우가 많이 다쳐서 드라 마 촬영 일정이 틀어졌어. 조연 도 아니고 주연이 다쳤으니까. 그 덕에 우리가 들어가게 됐어.”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12월 17일이 첫 방이 다.”
“잘 됐네요.”
“그러게 말이야. 그래도 올해
지나기 전에 방송 타게 됐으니 까.”
그러고는 황민성이 김소희를 보 았다.
“아가씨 올해 안에는 꽃 피어나 다를 TV에서 볼 수 있을 것 같 습니다.”
마치 칭찬을 바라는 듯한 황민 성의 말에 김소희가 송편을 우물 우물 거리며 말했다.
“나도 현장에 있으면서 이야기 들었네.”
“그러셨군요.”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날짜는 마음에 드십니 까?”
“12월 겨울이라…… 느낌이 좋 군.”
“그때 좀 눈이 내렸으면 좋겠습 니다. 드라마 방영할 때쯤 저희 촬영도 막바지일 테니 그때 눈 내리는 장면으로 마지막을 장식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눈이라……
김소희가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장면이 나오면 이야기해 주게나.”
“알겠습니다.”
둘의 대화에 강진이 문득 김소 희를 보았다.
‘설마…… 눈을 내리게 하시려 고 그러시나?’
눈 내리는 촬영 장면을 찍어야 할 때는 일기예보를 통해 드라마 일정을 맞출 것이다.
하지만 일기예보라는 것이 내가 필요할 때는 안 맞는 경우가 많 다. 소풍이나 운동회 때 비가 오 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지금 김소희를 보니 그 날 눈이 안 오면 어떻게든 내리 게 할 것 같았다. 힘이 필요할 때는 힘을 쓰는 편이니 말이다.
‘인과에 걸리지 않게 그냥 눈이 오면 좋겠네.’
괜히 내리지 않을 눈 내리게 해 서 인과에 걸려 죄를 짓지 말게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강진이 맥주 를 입에 가져가 마셨다.
꿀꺽! 꿀꺽!
유난히 시원하게 넘어가는 맥주 맛에 미소를 지은 강진이 오징어 를 입에 넣고는 씹었다. 그러고 는 가게에 있는 귀신들을 보았 다.
전을 맛있게 먹으며 술을 마시 는 귀신들을 보며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평소에도 귀신들로 북적거리는
저승식당이지만, 오늘따라 유난 히 더 북적거리고 화기애애한 느 낌이 었다.
‘명절이라…… 명절에는 북적거 려야지.’
그리고 명절에 북적거리면 좋은 곳이 한 곳 더 있었다. 바로 보 육원이다.
추석 연휴 첫날, 강진은 가게 입구에 아크릴판을 걸어 놓았다.
〈추석 연휴 기간 점심 장사는 쉽니다. 저녁 식사는 가능합니 다.〉
미리 단톡방에 공지도 해 놓았 고, 손님들에게 며칠 전부터 말 을 해 놓았기에 단골들은 다 아 시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글을 적 어 놓았다.
혹시 모르고 오시는 분들 당황 하지 말라고 말이다.
아크릴판을 잘 걸어 놓은 강진 이 가게 안으로 들어와 문을 잠 갔다.
“ 가자.”
강진의 말에 직원들이 일어났 다. 직원들과 함께 뒷문으로 나 온 강진이 푸드 트럭에 올라탔 다.
“갑시다.”
창문을 열어 밖을 향해 소리친
강진이 푸드 트럭을 출발시켰다.
부릉!
서울에서 차를 달려 황태수 남 매가 지내는 태운 보육원에 도착 한 강진이 활짝 열려 있는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부웅!
늘 그렇듯이 강진은 자기가 온 다는 이야기를 미리 하지 않았 다.
혹시라도 일이 생겨서 못 오게 되면 애들이 실망을 할 수 있으 니 말이다.
그래서 강진은 보육원에 갈 때 는 늘 말없이 가는 편이었다. 남 의 집에 말없이 불쑥불쑥 가는 건 예의가 아니고 무례지만, 보 육원은 언제 가도 늘 반갑게 맞 이해 준다.
특히 강진처럼 애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하나 가득 가져오는 사람 은 더 말이다.
보육원은 자원봉사자든, 놀러
오는 사람이든, 후원자든 늘 사 람이 와 줘야 좋은 곳이니 말이 다.
부웅!
푸드 트럭을 놓는 곳에 강진의 차가 서자, 운동장에서 놀고 있 던 아이들이 뛰어왔다.
“와! 강진이 형이다!”
“푸드 트럭이다!”
애들이 환하게 웃으며 뛰어오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푸드 트럭에 서 내렸다.
“얘들아 안녕!”
애들에게 손을 들 때, 아이들 틈에서 황미소가 뛰어왔다.
“오빠!”
황미소가 뛰어오자 강진이 웃으 며 아이를 번쩍 안아 들었다.
“근데 미소 엄청 빠르네.”
어린 황미소가 자기보다 머리가 큰 애들보다 더 빨리 뛰어오니 말이다.
“응. 나 되게 빨라.”
황미소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아이들을 보았다.
“잘들 지냈어?”
“네!”
“형 오늘은 뭐 해 주 실 거예 요?”
역시 아이들의 관심은 맛있는 음식에 있었다. 그에 강진이 웃 으며 말했다.
“일단 너희들이 좋아하는 통닭 하고 명절 음식을 좀 해 왔어.
아! 송편하고.”
강진의 말에 아이들이 웃었다.
“와, 맛있겠다!”
“송편 맛있어요!”
송편 맛있다고 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강진이 푸드 트럭 캡을 열었다.
“일단 송편부터 좀 먹을래. 통 닭은 튀겨야 하니까.”
“네!”
아이들이 환하게 웃는 것을 보
며 강진이 캡을 열고는 아이스박 스를 꺼내 내렸다. 그러고는 뚜 껑을 열자 참기름을 발라 반질반 질한 송편이 보였다.
송편을 보며 아이들이 입맛을 다시자 강진이 속으로 미소를 지 었다.
‘보통 애들은 떡 안 좋아하는 데.’
송편보다는 빵이나 과자를 좋아 하는 것이 아이들 입맛이다. 물 론 떡을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지 만…… 강진도 어릴 때는 떡보다
빵을 더 좋아했었다.
일회용 그릇에 강진이 송편을 올리며 말했다.
“흘리지 말고 먹어.”
“네.”
아이들의 말에 이혜미가 지붕에 서 내려오며 말했다.
“애들 음료수도 챙겨 줘야죠.”
“아차!”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아이스박 스를 하나 더 꺼냈다. 아이스박
스를 열자 안에는 음료수들이 얼 음에 덮여 있었다.
아이스박스를 연 강진이 애들 중 머리가 좀 큰 애들에게 말했 다.
“너희가 애들 음료수 좀 챙겨 줘.”
“네.”
애들이 음료수를 들고 가자 강 진이 컵들을 꺼내 놓았다.
강진이 애들 먹을 것을 챙길 때, 태운 보육원 정운희 원장님
이 웃으며 다가왔다.
“오셨어요?”
“자주 와야 하는데 요즘 제가 바빠서요. 죄송합니다.”
“이렇게 와 주시니 감사할 뿐입 니다. 게다가 명절에 와 주시니 더 좋네요.”
정운희의 말에 강진이 미안한 듯 말했다.
“제가 가는 보육원들이 좀 있어 서 자주 오기가 힘드네요.”
“알아요. 그래서 감사해요.”
감사하다 말을 하며 정운희가 미소를 지었다.
“저희 보육원에 오지 않으셔도 저희 같은 보육원에 명절마다 가 서 음식…… 아니, 정을 나누고 오시잖아요.”
웃으며 정운희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저희 보육원에 오지 않 더라도 늘 감사하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을 해 주시니 제 마
음이 편하네요.”
강진의 말에 정운희가 웃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오늘 봉사하러 오신 분들도 많아서 기분이 좋네요.”
“오늘 봉사하러 오신 분들이 많 으세요?”
“사장님처럼 음식 봉사해 주러 오신 분들이 있으세요.”
“좋은 분들이네요.”
“죻은 분이고 감사한 분들이
죠.”
웃으며 정운희가 푸드 트럭을 보다가 말했다.
“지금 안에서 음식들 하는데 강 진 씨는 푸드 트럭에서 하는 것 이 더 좋겠죠?”
정운희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저도 정식 부엌에서 하는 것이 가장 좋기는 하죠. 근데 애들은 부엌에서 만든 음식보다 푸드 트 럭에서 하는 음식이 더 재밌고
맛있을 거예요.”
강진의 말에 정운희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것도 그러네요. 애들이 같은 음식이라도 푸드 트럭에서 한 걸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외식하는 기분이라 그럴 거예 요.”
“하긴, 저희는 외식을 거의 못 하니까요.”
정운희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송편을 접시에 담아 내밀었다.
“송편 좀 드셔 보세요.”
“아주 맛있어 보이네요. 고마워 요.”
정운희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푸드 트럭 위로 올라갔다. 송편 은 아이들이 알아서 가져다 먹게 하고 통닭을 튀기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