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8화
촤아악! 촤아악!
기름에서 바삭하게 튀겨지는 통 닭을 이리저리 흔들던 강진이 앞 을 보았다.
송편을 입에 문 아이들이 멍하 니 튀겨지는 통닭을 보고 있었 다.
“애들이 눈으로 먹고 있네요.”
황희승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그를 한 번 보고는 앞에 있는 아 이들에게 말했다.
“자! 이제 열만 세어 보자. 십!”
강진이 십을 외치자, 아이들이 웃으며 소리쳤다.
“구!”
“팔!”
“칠!”
“일!”
“땡!”
땡이라 외친 강진이 튀겨지던 통닭들을 꺼내 기름 빠지는 틀에 올린 뒤 가위로 잘랐다.
“알았어. 알았어. 형이 빨리 잘 라 줄게.”
애들이 빠르게 해 달라는 눈빛 을 강하게 보내는 것에 강진이 가위를 빠르게 움직였다.
빠르게 통닭들을 해체한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자, 됐다.”
통닭을 해체하는 사이 기름도
적당히 빠져서 애들이 먹기 딱 좋은 상태가 되었다.
“와, 맛있게 먹겠습니다.”
아이들은 잘린 통닭을 접시에 담고, 옆에 놓인 치킨 무도 덜어 서는 빠르게 흩어졌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자리에 가서 먹으려고 말이다.
그런 아이들을 보던 강진이 황 희승을 보았다.
“좀 드세요.”
“그럼 그럴까요?”
황희승이 웃으며 통닭 다리를 하나 집었다.
화아악!
불투명한 통닭 다리를 든 황희 승이 웃으며 그것을 입에 넣었 다. 그렇게 맛을 본 황희승이 고 개를 끄덕였다.
“맛있네요.”
황희승의 말에 강진이 몸을 살 짝 들어 앞 선반에 있는 치킨 무 를 접시에 덜어서는 그에게 내밀 었다.
“치킨 무랑 같이 드세요.”
강진의 말에 황희승이 치킨 무 를 집어 입에 넣었다.
아삭! 아삭!
소리부터 제대로 아삭한 치킨 무의 식감에 황희승이 미소를 지 으며 강진을 보았다.
“이것도 직접 만드시는 거죠?”
“입에 맞으세요?”
“정말 맛이 좋네요.”
황희승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쪽으로 고개를 돌렸 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황태수 가 황미소의 입가를 닦아 주고 있었다.
“천천히 먹어. 체해.”
“맛있는걸!”
“그러니까 천천히 꼭꼭 씹어 먹 어야지.”
황태수가 컵에 음료를 따라주 자, 황미소가 그것을 마셨다. 동 생이 음료를 마시는 걸 보던 황 태수도 치킨을 먹기 시작했다.
“태수는 여전히 동생을 잘 챙기 네요.”
강진의 말에 통닭을 손에 든 황 희승이 한숨을 쉬며 황태수와 황 미소를 보았다.
부모가 없으니 황태수가 아빠이 자 엄마처럼 동생을 챙기는 것이 다.
“미안하지요.”
씁쓸한 황희승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말했다.
“태수가 미소 챙기는 것처럼 미
소도 오빠 많이 생각합니다.”
강진의 말에 황희승이 웃었다.
“맞습니다. 우리 미소가 오빠 많이 생각해요. 먹을 것 생기면 자기 혼자 안 먹고 남겼다가 오 빠 주고는 한답니다. 하하하!”
“그래요?”
“전에는 학교 친구 엄마가 햄버 거를 돌렸는데, 감자튀김은 안 먹고 그걸 오빠 가져다줬답니 다.”
“자기도 먹고 싶었을 텐데.”
“많이 먹고 싶었겠지요. 미소가 먹을 걸 좋아하거든요.”
미소를 지으며 황희승이 황태수 와 황미소를 보았다.
“태수가 동생 생각하는 것처럼, 미소도 오빠 생각을 많이 합니 다.”
“둘이 우애가 깊네요.”
“그게 안심이 되면서도…… 안 스럽습니다. 세상 의지할 곳이 없으니 서로에게 의지하는 거 아 니겠습니까?”
황희승의 말에 강진이 작게 고 개를 끄덕였다.
우애 좋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이렇게도 보일 수 있었다. 투정 을 하거나 기댈 대상이 서로밖에 없으니 말이다.
물론 여기 보육원 원장님이나 선생님들은 좋은 사람들이라 아 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챙겨 주고는 있지만…… 그래도 혈육 만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두 아이를 보면 기특하 면서도 안쓰러웠다.
“애들 요즘 학교는 어때요?”
강진의 말에 황희승이 미소를 지었다.
“태수는 여전히 공부 잘하 고…… 미소는 여전히 잘 뛰어놉 니다.”
미소한테는 공부 잘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공부는 관심이 없나 보네요?”
“한창 놀 때 아니겠습니까.”
황희승이 웃었다. 그 모습에 강 진도 웃었다.
“아저씨 같은 아빠들이 많으면 과외에 지칠 아이들도 없을 텐데 요.”
요즘은 학교 다니기 전에도 여 러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이 많으 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황희승이 황미소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몰라도 자 기 반에서는 미소가 제일 잘 달
립니다.”
“남자 애들보다요?”
아까도 빠르다는 생각은 했지 만, 남자 애들까지 포함해서 제 일 빠르다고 하니 꽤 놀라웠다.
“그럼요. 애들하고 같이 뛰면 저 멀리서 뛰고 있습니다. 아주 잘 뛰어요.”
자식이 뭔가 하나를 잘하면 마 냥 기쁜 것이 부모다. 그런 부모 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황희 승을 보고 강진이 웃으며 말했
다.
“학교 선생님은 잘 해 주나요?”
강진의 말에 황희승이 미소를 지었다.
“홍유정 선생님 그 일 이후에는 정말 새사람이 됐습니다.”
“그래요?”
“애들 하나하나 살피고, 가정환 경 안 좋은 애들은 더 주의 깊게 살피고 있습니다. 특히 어디 가 나 하나둘씩 있는 장난꾸러기들 은 더 주의 깊게 살피면서 혼내
기보다는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정말…… 좋은 선생님이 되었습 니다.”
“잘 됐네요.”
“그러니까요. 정말 잘 됐습니다. 아! 그리고 지금 여기에 음식 봉 사 하러 와 있습니다.”
“여기에요?”
“네.”
“명절이라 바쁘실 텐데?”
홍유정도 선생이기 이전에 자식
이 있는 한 가정의 어머니고, 한 집의 며느리다. 그런데 명절 바 로 전날에 보육원에 음식 봉사를 하러 오다니 의아한 것이다.
“그러니까요. 바쁘실 텐데 오셨 어요. 집에서 한 소리 크게 들을 텐데 말이에요.”
며느리가 명절 전날에 집에서 음식을 안 한다니 분명 안 좋은 소리가 나왔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일을 하러 간다고 해도 가 정이 우선이니 말이다.
‘아니, 그전에 시댁이나 처가 안
가시나?’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황 희승이 웃으며 말했다.
“아! 황 사장님 애들은 잘 크 죠?”
“잘 크고 있습니다.”
“꽤 많이 컸을 것 같은데…… 못 본 지 오래됐네요.”
황희승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많이 크기는 했지만 아직 갓난
아기라서요. 보육원에 같이 오기 는 좀 힘들어요.”
“그렇지요.”
아직 태어난 지 일 년도 안 된 아이들을 데리고 여기저기 갈 수 가 없으니 말이다.
게다가 사연이 있는 아이들이 모여 사는 보육원에 아이들을 데 리고 오는 게…… 어쩌면 여기 사는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었다.
자기들에게 없는 엄마, 아빠가
다른 아이들에게는 있으니 말이 다.
게다가 아이를 데리고 온 사람 들은 다시 아이와 함께 보육원을 떠난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육 원 아이들은 지켜봐야 하고 말이 다.
그래서 황민성 식구들은 투희가 태어나고 난 후 보육원에는 잘 오지 못하고 있었다. 가끔 황민 성이 강진과 함께 오는 것이 전 부였다.
“주말에 제가 애들 데리고 민성
형 집에 갈게요.”
“그래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같은 황 씨라서 그런지 우리 애 들 어릴 때 보는 것 같아서 무척 예뻐요.”
황희승이 웃으며 하는 말에 강 진이 웃으며 말했다.
“지금도 미소하고 태수 어리잖 아요.”
“그건 그렇지요.”
말을 하는 황희승의 얼굴에 씁 쓸함이 어렸다.
“저처럼 가진 것 없는 아빠…… 일찍 죽은 아빠가 아니라 황 사 장님처럼 가진 것 많고 건강한 아빠 밑에서 태어났으면 우리 애 들도 이런 고생을 하지 않았을 텐데.”
황희승의 말에 강진이 그를 보 다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건…… 뭐라고 말을 할 수 없 었다. 부모가 자식을 고를 수 없 듯이, 자식도 부모를 고를 수가 없는 일이었다.
누군가는 태어나 보니 부모님이
재벌일 수 있었고, 누군가는 태 어나 보니…….
강진이 입맛을 다시며 보육원 아이들을 지그시 보았다.
‘세상 참 불공평한 것 중에 이 런 것도 또 없지.’
강진이 작게 고개를 저을 때, 황희승이 웃으며 말했다.
“제가 괜한 말을 해서 사장님 마음 쓰이게 했나 봅니다.”
“아닙니다.”
강진은 음료수를 하나 꺼내 황 희승에게 따라주었다. 음료수를 한 모금 마신 황희승이 슬며시 말했다.
“애들 커서 보육원 나가면 어떻 게 되는 겁니까?”
“애들 보육원 나가고 난 후가 궁금하세요?”
“그…… 사장님도 보육원에서 나오셨으니 어떻게 생활하셨는지 궁금해서요. 이런 거 물어봐서 죄송합니다.”
강진은 괜찮다는 의미로 고개를 저었다.
앞으로 꽤 먼…… 한 십 년 후 의 일이지만, 황희승은 보육원을 나간 후 아이들의 생활이 벌써부 터 걱정이었다.
지금은 보육원이라는 울타리 안 에서 보호를 받으며 살고 있는 데, 나중에 이곳을 나가게 되면 그런 울타리마저 사라지니 말이 다.
황희승을 잠시 보던 강진이 입 을 열었다.
“보육원 나올 때 정착금이라고 돈을 좀 줘요.”
“그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저는 그 돈으로 일단 고시원에 들어갔습니다. 정착금으로는 보 증금 하기도 좀 어렵거든요.”
“후우! 그렇겠죠.”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태수는 잘 해 나갈 거예요.”
“그게......"
잠시 머뭇거리던 황희승이 고개
를 저었다.
“나중에 미소도 나이를 먹고 퇴 소를 하면 태수가 동생을 챙겨야 할 텐데…… 할 수 있을지 걱정 입니다.”
황희승의 말에 강진이 황태수와 황미소를 보았다.
‘하긴, 태수가 미소를 데리고 같 이 살겠구나.’
자신은 혼자였던지라 혼자 벌어 서 혼자 살면 됐지만, 황태수는 분명 황미소를 위해 열심히 벌어
서 황미소를 위해 쓸 터였다.
‘그래도 혼자보다는 동생이 있 으니 외롭지는 않을 거야.’
세상에 의지할 곳 단 하나 없는 것보다는, 힘들어도 동생이 있는 것이 황태수는 행복할 것이다.
“태수 나중 일이 걱정이신 것 같은데, 걱정하지 마세요. 태수하 고 미소한테는 저하고 민성 형, 그리고 상식 형이 있잖아요.”
“그…… 죄송해서……
황희승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죄송할 것이 뭐가 있으세요. 저희들이 돈으로 태수를 돕겠다 는 것이 아니에요. 태수가 사회 나왔을 때 일 자리를 구하면 할 만한 일자리를 소개해 주고, 지 낼 곳이 필요하면 지낼 만한 곳 을 소개해 주는 것 정도로만 도 와줄 거예요.”
강진이 황태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정도만 도와줘도 태수는 잘 해 낼 거예요.”
강진의 말에 황희승이 미소를 지으며 그를 보았다.
“그 정도만이라니요. 그 정도만 도와줘도 태수한테는 정말 큰 도 움이 될 겁니다. 일자리라는 것 이 사회 초년생에게는 생각보다 어려운 것이잖습니까.”
황희승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일자리라는 것이 쉽게 구하려고 하면 쉽게 구해질 수도 있지 만…… 처음 구해 보는 사람에게 는 뭘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을
수 있었다.
강진도 처음에 아르바이트 자리 구할 때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아르바이트 자리 구한다고 처 음 전화할 때 많이 떨렸는데
혹시 어리다고 일을 안 주면 어 쩌나, 혹시 이미 일자리가 찼으 면 어쩌나 하는 걱정 말이다.
보통 가정에서 자란 청춘에게는 아르바이트는 사고 싶은 것을 사 고 모자란 용돈을 채우기 위해
하는 것이지만 강진에게는 그것 이 생계였다.
그래서 정말 간절히 아르바이트 를 구했었다.
황미소의 머리카락을 고무줄로 다시 정리해 주고 있는 황태수를 보던 강진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형이 너 많이는 못 도와줘도 최소한 일하고 싶을 때 일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자리 정도는 어 떻게든 구해 줄게.’
그렇게 생각하던 강진이 작게
입을 열었다.
“파이팅이다, 태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