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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1022화 (1,020/1,050)

1022화

“와, 음식 정말 많아요.”

강진이 웃으며 들어오자, 조순 례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강진이 왔어?”

“어머님 잘 주무셨어요?”

“나야 잘 잤지.”

강진의 손을 잡아 옆자리에 앉 힌 조순례가 웃으며 말했다.

“명절에 이렇게 사람들이 많으 니 너무 좋아.”

“작년에도 북적거렸잖아요.”

강진의 말에 조순례가 고개를 저었다.

“올해는 새 식구도 있잖아.”

조순례가 주방에서 뭔가를 하고 있는 문지나를 보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건 그러네요.”

강진은 고개를 돌려 거실 한쪽

에 있는 아기 침대를 보았다. 햇 살이 잘 드는 곳에 있는 아기 침 대에는 투희가 김소희와 놀고 있 었다.

“아궁! 아침부터 사람들이 북적 거려요. 그래요. 오늘은 명절이에 요. 추석이에요. 나중에 우리 투 희도 명절에 고모하고 송편 같이 만들어요.”

투희에게 말을 걸며 놀아주고 있는 김소희를 보며 강진이 웃었 다.

“그리고 아기 새 식구도 있어

요.”

“그러게 말이야. 그래서 북적북 적해.”

조순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진이 문득 주방을 보다가 말했 다.

“장 여사님이 안 보이시네요?”

“장 여사도 이제 나이가 있으니 명절에는 집에서 쉬어야지.”

조순례의 말에 황민성이 음식이 담긴 쟁반을 들고 나오며 말했 다.

“추석 연휴 동안 장 여사님이나 오 실장님이나 모두 휴가야.”

“잘 됐네요.”

장 여사는 정말 특별한 일이 아 니면 휴일 없이 24시간 조순례와 함께 했다. 그러다 정말 특별한 경우에는 휴가를 받고 집에 다녀 오고는 했다.

명절에도 늘 같이 있었는데, 이 번에는 조순례의 몸 상태가 좀 좋으니 집에서 쉬게 휴가를 보낸 것이었다.

황민성은 늘 명절에 집에 가지 못하는 장 여사님에게 미안했다. 자신이 어머니를 위하는 마음만 큼, 장 여사의 가족들도 어머니 를 위할 테니 말이다.

휴일에 일하는 사람도 모두 누 군가의 아버지이고 어머니이고 자식인 것이다.

“그동안 장 여사님에게 미안한 짓을 많이 했지.”

황민성의 말에 조순례가 미소를 지었다.

“요즘은 내 몸이 아주 좋으니 앞으로는 장 여사 쉬는 날을 자 주 만들어 주자꾸나.”

“그러려면 어머니가 더 건강하 셔야죠.”

“후! 그렇구나. 장 여사 휴가 자주 가려면 내가 더 건강해야겠 어.”

웃으며 답한 조순례가 소파 옆 에 놓인 옥난에 코를 댔다. 그러 고는 향을 맡는 조순례의 모습에 강진이 웃으며 황민성을 보았다.

황민성은 거실에 놓인 커다란 잔칫상에 음식들을 더 올리고 있 었다.

“지금도 음식이 가득한데 뭘 그 렇게 계속 올리세요.”

“명절이잖아.”

황민성의 말에 조순례가 웃으며 상을 보았다.

“명절에 음식 하는 게 힘들기는 하지만…… 아침에는 이렇게 차 려야 명절 같지.”

그러고는 조순례가 강진을 보았

다.

“어제 보육원 갔다 왔다면서?”

“네.”

“거기 아이들도 명절인데 잘 먹 고 할지 모르겠다.”

“민성 형하고 상식 형이 식재를 많이 보내 주셔서 음식 거하게 장만들 하시더라고요.”

강진의 말에 조순례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한숨을 쉬었다.

“음식이 많아서 좋기는 해도,

그래도 명절에는 가족과 함께 있 어야 하는데…… 아이들이 참 딱 해.”

“보육원에도 가족들은 있어요. 많은 형들이 있고 누나가 있고 동생들도 있고요. 그리고 잘 살 펴 주는 원장님과 선생님들도 있 어요.”

강진의 말에 조순례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이 무슨 의미로 말한 건지는 알지 만, 그래도 혈연과는 다르니 말 이다.

“그래. 다행이야. 좋은 원장님과 선생님들이 있어서 말이야.”

미소를 지으며 조순례가 말을 이었다.

“우리 때는 보육원 하면 때리고 굶고 그런 곳이라 생각을 했는 데, 요즘은 안 그런 것 같아.”

조순례도 그동안 보육원 봉사를 자주 갔기에 자신이 알던 곳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요즘은 안 그래요.”

보육원 하면 그런 이미지가 있

었지만, 요즘은 그렇지가 않았다. 체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 눈과 인터넷이 있으니 함부로 그 럴 수 없었다.

강진이 조순례와 이야기를 나눌 때, 문지나가 음식을 놓으며 말 했다.

“어머니, 식사하세요.”

문지나의 말에 조순례가 미소를 지었다.

“고생들 했어.”

“고생은 형님이 많이 하셨죠.”

문지나가 물을 들고 오는 김이 슬을 보자, 그녀가 웃으며 말했 다.

“무슨 소리야. 다 같이 한 걸. 자, 식사들 하시게요.”

김이슬의 말에 강진이 조순례의 손을 잡았다.

“어서 식사하셔요.”

강진의 말에 조순례가 힘을 줘 서 살며시 일어나더니 떨리는 다 리로 밥상에 가서 앉았다.

뒤이어 강진, 황민성의 가족, 그

리고 강상식 가족이 자리에 앉았 다.

자리에 앉은 식구들을 물끄러미 보던 조순례가 미소를 지으며 옆 을 보았다.

옆에는 지금 차려진 밥상에 비 해 크기는 작지만 같은 음식들이 놓인 밥상이 하나 더 차려져 있 었다.

“그쪽도 많이들 들어요.”

조순례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옆 밥상을 보았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같이 온 귀신 식구들도 그냥 서 있을 뿐, 자리에 안 앉았으니 말 이다.

강진이 의아한 듯 보자, 김이슬 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마당에 아침마다 귀신들 먹으라고 밥 차리잖아요.”

김이슬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그걸 아직도 하시는구나.’

이 집에서 살던 노부부가 승천 을 하고 난 후에는 안 할 거라 생각을 했는데 지금도 계속 하는 모양이었다.

“어머니께서 명절이니 밖에서 식사하던 분들도 오늘은 안에서 드시게 하자고 해서 안에 상을 차렸어요.”

“그렇군요.”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황민 성이 배용수와 직원들을 향해 눈 짓을 했다.

‘어서들 앉아.’

그 신호를 눈치챈 배용수가 자 리에 앉으며 조순례를 보았다.

“어머니 덕에 눈칫밥 안 먹게 생겼네요. 감사합니다.”

“어머니 감사해요.”

“잘 먹을게요.”

배용수와 직원들이 감사 인사를 하자, 황민성이 웃으며 작게 고 개를 끄덕였다.

“밖에서 드시던 분들도 모처럼

안에서 먹으니 좋아하시겠네요.”

“귀신이라 해도 우리 집 밥을 먹으니 식구라 할 수 있지. 그리 고 오늘은 명절이니 같이 한 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조순례는 사람이 없는 밥상을 보며 말을 이었다.

“자주 집에 들여 식사를 하면 좋겠지만 그것이 쉽지 않습니다. 오늘은 명절이라 편하게 식사를 하자 청했으니 찬 부족하다 탓하 지 마시고 맛있게 드십시오.”

조순례의 말에 문지나가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는 귀신을 믿으세요?”

“귀신?”

“정말 있는 것처럼 말씀하셔서 요.”

문지나의 말에 조순례가 웃으며 말했다.

“귀신을 본 적이 없어서 귀신을 믿지 않아.”

“그런데 왜 매일 밥상을 마당에

차리세요?”

“믿지는 않은데 혹시 있을 수도 있잖아. 그럼 얼마나 배고프겠어. 그래서 하루에 한 끼라도 우리 집에서 밥을 먹을 수 있으면 좋 겠다 싶어.”

조순례의 말에 문지나가 그녀를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 오빠도 어머니 같은 분 만나서 밥 잘 먹고 다녔으면 좋 겠네요.”

문지나의 말에 조순례가 손을

내밀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오빠는 귀신이 되지 않았을 것 이야.”

조순례는 문지나의 손을 토닥이 며 말을 이었다.

“아주 좋은 곳에서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하면서 있을 거야. 그 러니 나같은 사람은 없어도 돼.”

“그럴까요?”

“그럼. 그렇고말고.”

웃으며 조순례가 문지나를 보다 가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 다.

“그럼 다들 아침 식사들 하세 나. 음식 앞에 두고 이야기가 너 무 길었어.”

조순례가 웃으며 수저를 들고는 식구들을 보았다.

“자네들도 어서 들게나.”

조순례의 말에 그녀가 좋아서 승천하지 않고 옆에 있는 정주현 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많이들 먹어들.”

정주현의 말에 황민성이 그를 보았다. 그 시선에 정주현이 웃 으며 말했다.

“우리 민성이도 많이 먹고.”

정주현의 웃음 섞인 말에 황민 성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언제부터인가 정주현은 황민성 을 마치 아들처럼 대했다. 아마 황민성이 귀신을 보게 되면서인 것 같았다.

‘하아!’

황민성은 정주현이 자신을 자식 처럼 대하는 것이 다소 불편했 다.

정주현이 어머니를 지극히 생각 하는 마음을 알아서 나쁘게 생각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머 니의 남편처럼, 자신의 아버지처 럼 구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것 이다.

자신을 불편하게 보는 황민성의 모습에 정주현이 웃으며 말했다.

“밥 잘 먹어.”

정주현은 귀신들이 모여 있는 밥상으로 다가가 앉았다.

“차린 건 없지만 자네들도 잘 먹게나.”

정주현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회장님이 여기 집 주인인 것 같네요.”

“하하하! 나하고 조 여사하고 몇 년인데……

웃으며 정주현이 밥을 먹는 조 순례를 보았다.

“내가 살아 있으면 벌써 내 집 안방에 앉혔을 텐데 말……

“험!”

말을 하던 정주현은 황민성이 작게 기침을 하는 것에 그를 보 고는 웃었다.

“물론 민성이 허락을 먼저 받아 야겠지만 말이야.”

정주현의 말에 배용수가 웃으며 황민성을 보았다. 황민성은 밥을 먹으며 이쪽을 힐끗거리고 있었 다.

정주현이 쓸데없는 소리를 할까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그 모습을 보던 배용수가 정주 현을 보았다.

“그런데 회장님 집에서 제사 안 하세요?”

“제사야 하지. 근데 안 간 지 꽤 됐어.”

“안 가세요?”

배용수의 물음에 정주현이 씁쓸 하게 고개를 젓다가 말했다.

“자네 운암정에 있었으니 우리 애들 봤지?”

“저희 운암정에 가끔 오시는 VIP들이니 저도 몇 번 뵈었죠.”

한국 최고의 한식당인 운암정에 는 그룹 회장들이나 VIP들이 자 주 오갔다.

“우리 애들도 어릴 때는 참 착 했는데……

정주현이 작게 고개를 젓고는 음식을 집어 입에 넣었다.

“제삿날에 가면 애들이 돈 가지

고 자주 싸워.”

“돈으로요?”

배용수가 의아한 듯 그를 보았 다.

“혹시 드라마처럼요?”

이혜미가 묻자, 정주현이 한숨 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 죽을 때 그래도 애들 싸우 지 말라고 적당히 다 챙겨서 나 눠 줬는데…… 가지고 싶은 것이 왜 이리 많은지.”

입맛을 다시며 정주현이 밥상을 보았다.

“백억이 있든, 천억이 있든…… 밥 한 그릇이면 배부른 건 다 똑 같은데 말이야.”

정주현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셨다.

“그건 그렇죠. 돈이 많든 적 든…… 자는 거, 타는 거, 입는 거 조금 다를 뿐이지 먹는 거야 삼시 세끼니까요.”

배용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정주현이 동그랑땡을 하나 집어 입에 넣으며 말했다.

“후! 나 살았을 때 누가 그런 말을 했었지. 죽어서 싸 갈 것도 아닌데 뭘 그리 아득바득 돈을 좇느냐고……

정주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때는 웃었는데, 그 말이 정 답이었구먼. 하하하!”

죽기 전까지는 그 말을 바보 같 다 여겼다. 살아서 큰돈을 벌었 으니 나이 먹어서도 호강했고,

최고급 요양 시설에서 개인 의사 와 간호사들의 간병을 받으며 지 냈다.

그런데 죽고 이렇게 되어 보 니…….

-죽어서 싸 갈 것도 아닌데 뭘 그리 돈을 좇는 것인가.

‘자네 말이 참으로 옳았구먼:

돈이란 죽어서 싸 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럴 줄 알았으 면, 자식들한테 그냥 남겨 줄 것 이 아니라 물이 높은 곳에서 낮 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돈이 정말 필요한 이들에게 조 금씩이라도 나눠 줄 것을……

살았을 때는 누구나 자신에게 성공한 삶이라는 말을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후회와 아쉬움 만이 가득한 삶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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