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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1023화 (1,021/1,050)

1023화

아침을 맛있게 먹은 가족들은 마당에 있는 의자에서 다과를 먹 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역시 추석에는 한과지.”

배용수가 웃으며 한과를 집어먹 기 시작했다.

겉은 바삭하고 안은 살짝 눅눅 하면서도 끈적한 한과의 달콤함 에 배용수가 웃자, 이혜미가 웃 으며 말했다.

“게다가 이건 우리 용수 씨가 만들어서 더 맛있는 것 같아요.”

“그렇죠?”

“그럼요. 사람이 먹어도 맛있고 우리 같은 귀신이 먹어도 맛있고 요.”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작게 웃 었다.

황민성 집에도 여러 음식과 다 과가 있다. 그중엔 어디 한과 명 인이 만든 고급 한과도 있었다.

하지만 강진과 배용수는 가게에

서 일부러 한과와 몇 가지 음식 들을 만들어 왔다. 이왕이면 귀 신도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말이 다.

직원들이 한과를 먹으며 이야기 를 나누는 것을 보던 강진이 황 민성을 보았다.

“그런데 장인어른께서는 안 오 세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담 너머로 보이는 김성수 집 커

다란 나무를 보며 황민성이 말했 다.

“장인께서는 점심때쯤에 오신 대.”

“왜 아침 식사 같이 하시지 않 고요?”

강진의 말에 조순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조순례도 아쉬운 듯 커다란 나 무를 보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 다.

“아침에는 가족들끼리 식사하시 라고 점심에 오신대요.”

“사돈어른도 우리 가족인데

“그래도 명절 아침부터 사돈댁 에 가는 건 좀 불편하신가 봐 요.”

황민성의 말에 조순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침도 먹었으니 아범이 가서 사돈어른 모시고 와.”

조순례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럼 제가 모시고 올게요. 카 스야!”

황민성의 부름에 마당 한쪽에서 갈비뼈를 뜯고 있던 카스가 벌떡 일어나서는 달려왔다.

아드득! 아드득!

달려오면서도 갈비뼈를 씹어대 는 카스의 모습에 강진이 물었 다.

“저 갈비 저렇게 먹어도 돼요?”

“왜?”

“사람이 먹는 거 먹으면 안 된 다고 하던데?”

강진의 말에 김이슬이 웃으며 말했다.

“저건 양념한 것이 아니라 돼지 생갈비라 괜찮아요.”

“돼지 생갈비요?”

“검색해서 보니까 돼지 생갈비 를 뜨거운 물로 살짝 익혀서 애 들 주면 좋다고 했어요.”

“그래요?”

“그럼요. 이렇게 해서 주면 이 빨 치석 제거에도 좋다고 해요.”

김이슬의 말에 강진이 카스를 보았다. 어느새 황민성 앞에 와 서 갈비뼈를 씹어대는 카스를 보 며 강진이 웃었다.

“개 팔자가 상팔자라고 하더 니…… 네가 정말 상팔자다, 상 팔자야.”

강진의 말에 카스가 그를 올려 다보고는 꼬리를 흔들었다.

멍! 멍!

그런 카스의 머리를 강진이 쓰 다듬어 주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집에 갈 거다.”

멍!

황민성의 말에 카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집 뒤로 달려갔다. 그러고는 잠시 후 입에 목줄을 물고는 달려왔다.

“허! 목줄을 자기가 챙겨 오네 요?”

“집 밖으로 나갈 때는 목줄을 꼭 해야 한다는 걸 잘 알더라고. 그래서 카스 보고 챙겨 놓으라고 했어.”

“카스한테 요?”

왜 직접 안 챙기고 카스한테 목 줄을 맡겨놨나 싶어 보자, 황민 성이 웃으며 카스에게 목줄을 걸 었다.

“카스 목줄을 현관 서랍에 넣어 두는데 꼭 데리고 나가려고 하면 안 보이더라고.”

“그런 경우 있죠. 늘 놓아두던 물건 쓰려고 하면 안 보이는 거 요.”

“내 말이 그 말이야. 평소에는 보이다가 내가 찾으면 안 보여.”

목줄이 잘 채워졌는지 확인을 한 황민성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카스한테 네가 차는 목 줄이니 네가 가지고 있으라고 했 어.”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 었다.

“자기 목줄을 자기가 챙겼다가 자기가 가져오는 거네요.”

“우리 카스만 그런 줄 알았는데 다른 집 똑똑한 개들도 자기 목 줄은 자기가 챙기더라.”

“그래요?”

“TV 보니까 주인이 산책 가자 하면 알아서 목줄 물고 오는 애 들도 있더라고.”

황민성은 목줄 끝에 있는 손잡 이를 잡고는 조순례에게 말했다.

“장인어른 모셔 올게요.”

“그래.”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그럼 저도 같이 가서 모셔 올 게요.”

“그렇게 해. 아!’’

말을 하던 조순례가 강상식을 보았다.

“그럼 상식이도 같이 다녀와.”

“저도요?”

“남자들끼리 맥주라도 한 잔 마 시고 와. 그 사이 우리 여자들은

여자들끼리 이야기하고 있을게.”

“여자들끼리…… 저희 흉이라도 보시게요?”

강상식이 웃으며 하는 말에 조 순례가 웃었다.

“흉잡힐 일을 한 게야?”

“그럴 리가요.”

“그럼 흉을 볼 일도 없겠지.”

조순례의 말에 강상식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담소들 나누

세요.”

그러고는 강상식이 의자에서 일 어났다.

“자, 그럼 우리 남자들끼리 가 시죠.”

“그러자.”

황민성이 웃으며 배용수를 보았 다.

‘같이 가자.’

황민성의 시선에 배용수가 웃으 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들끼리만 있는 곳에 제가 있을 수는 없죠.”

그러고는 배용수가 강진에게 다 가가자 정주현이 아쉽다는 듯 그 들을 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나도 같이 가고 싶구먼.”

남자들만의 자리에 자기도 같이 있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럴 수 없었다. 정주현은 조순례의 수호령이라 멀리 갈 수가 없으니 말이다.

“여자들끼리 이야기한다니 어르 신도 같이 있으세요.”

“여자들끼리 이야기하는데 내가 C X.. ”

—r=

말을 하던 정주현이 문득 배용 수를 보았다. 그러고는 웃었다.

“하! 자네가 나한테 농을 하는 구먼.”

정주현의 말에 배용수가 웃었 다.

“같이 귀신으로 지내는데 농 정 도는 괜찮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그래. 같은 귀신끼리 이런 농담 정도는 괜찮겠지. 하 하하!”

정주현은 정말 기분 좋게 웃었 다. 살아서든 죽어서든 자신에게 이런 농을 하는 이를 본 적이 없 었던 것이다.

“그럼 다녀올게요. 카스야, 가 자.”

멍!

황민성과 카스가 앞장서서 걸음 을 옮기자, 강진과 강상식 그리

고 배용수가 그 뒤를 따라 걸음 을 옮겼다.

김성수의 집은 황민성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였다.

김성수가 일부러 멀지 않은 곳 에 집을 구했으니 말이다.

“애들은 잘 지내죠?”

애들이라는 말에 황민성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버님이 좋은 것들 많이 먹여 서 살이 많이 쪘어. 특히 카프리 녀석은 살이 잡힐 정도야.”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애들 이름은 들을 때마다 재밌 네요.”

강아지들 이름이 모두 맥주 이 름을 따라 지어졌으니 말이다.

“그래서 애들 부를 때마다 한잔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황민성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시원하게 맥주 한 잔씩 할까?”

“아침부터요?”

“미국에서는 낮에도 맥주 파티 하는 걸. 간단하게 맥주에 오징 어나 하나 구워서 먹자.”

“어머니께서 남자들끼리 한잔하 라고 했으니 그것도 괜찮겠네 요.”

강상식이 웃으며 찬성을 하자, 황민성이 웃으며 카스를 두들겼 다.

“애들한테 우리 간다고 이야기

해라.”

황민성의 말에 카스가 크게 짖 었다.

멍!

그러자 대답이라도 하듯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멍! 멍!

그 소리에 카스가 황민성을 보 았다. 전달했다는 듯 말이다.

그 모습에 강상식이 웃었다.

“이렇게 하면 저쪽에서 알아 요?”

“알지. 저렇게 짖고 나면 장인 어른 집에 우리 가족이 가니까.”

그러고는 황민성이 김성수 집이 있는 곳을 보며 말했다.

“아마 지금쯤 아버님도 우리 오 는 거 알고 대문으로 나오실 거 야.”

그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 명이라도 하듯 대문이 열리더니 김성수가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

다.

멍! 멍!

그리고 김성수의 옆으로 하이 트, 오비, 카프리가 줄줄이 나와 서는 카스에게 달려왔다.

그 모습에 김성수가 작게 헛기 침을 했다.

“험!”

김성수의 기침에 달려가던 셋이 급히 멈추고는 다시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왜 저래요?”

강진의 물음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목줄을 안 했잖아.”

“아하! 목줄을 안 했다고 다시 들어가는 거예요?”

강상식이 기특한 듯 웃으며 하 는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 다.

“목줄은 상식 아니겠냐.”

“하긴, 그게 맞죠.”

“저 녀석들 거의 사람하고 지능 이 비슷해.”

“저승 음식이 참 대단하기는 대 단하네요. 그거 먹었다고 저렇게 똑똑해지는 걸 보면요.”

“그러게 말이다.”

이야기를 나누며 김성수에게 다 가간 일행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 다.

“아버님, 저희 왔습니다.”

“어르신, 추석 잘 보내세요.”

“추석 잘 보내세요.”

세 남자의 인사를 받던 김성수 가 그 뒤를 보다가 말했다.

“자네들만 온 겐가?”

투회와 딸이 오지 않아서 아쉬 운 듯했다. 그 모습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아버님 모시고 집에 다시 갈 건데 애들 힘들 것 같아서요.”

“점심때쯤 가려고 했는데 뭘 이 리 일찍 왔나?”

“어머니께서 아버님 적적하실 거라고, 남자들끼리 가서 말상대 좀 하라고 하셔서요.”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남자들끼리 맥주 한 잔 어떠세요. 집에 맥주 있으시죠?”

강진의 말에 김성수가 그를 보 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문 안으 로 들어갔다.

“들어들 오게.”

김성수가 몸을 돌리자 그 발치

에 있던 세 마리 개들이 급히 그 뒤를 쫓으며 카스를 보았다.

마치 ‘형, 빨리 와’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개들을 보며 강진이 말했 다.

“애들이 적응을 잘 하나 보네 요.”

“적응을 잘 하더군. 특히 이 녀 석..”

김성수가 자신의 발치에서 걷는 셋째 카프리의 머리를 손으로 쓰

다듬다가 손을 모았다.

그러자 머리 뒤로 살로 된 혹이 주욱 생겨났다.

“이렇게 되어 버렸어.”

“애들 살찌면 몸에 안 좋을 텐 데……

사람도 그렇지만 비만은 만성질 환의 시작이었다. 게다가 개들은 살이 찌면 관절에 아주 안 좋은 영향이 가니 몸무게 관리를 해 줘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의사도 그렇게 말을 하더라고.

그런데 이 녀석 먹을 것을 어찌 나 좋아하는지.”

“그래서, 건강이 나쁘대요?”

“그렇지는 않은가 보더라고. 살 이 찐 거에 비하면 아주 건강하 다 했으니. 뼈나 관절에도 아무 이상이 없고.”

김성수의 말에 강진이 웃었다.

‘살이 좀 찌기는 했어도 저승 음식을 먹어서 건강은 아주 좋은 가 보네.’

생각해 보면 돼랑이 식구들 모

두 다 크고 뚱뚱하다. 다른 멧돼 지들을 본 적은 없지만, 아마 돼 랑이 가족들이 더 뚱뚱하고 클 것 같았다.

그렇게 뚱뚱해도 잘 달리는 거 보면 저승 음식 먹은 애들의 건 강은 확실히 좋은 듯했다.

그런 생각을 하던 강진이 카프 리 목살을 잡아 보았다. 두툼하 게 잡히는 목살을 본 강진이 피 식 웃으며 말했다.

“건강에 나쁘지는 않다고 해도 너 여기 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

써 이렇게 살이 찌냐.”

멍!

살쪄도 괜찮다는 듯 크게 짖는 카프리를 보던 강진이 하이트를 보았다.

카스를 만나기 전만 해도 여기 대장이었던 하이트에게 강진이 말했다.

“너희 막내 살 좀 빼게 해. 살 찌면 안 좋다.”

강진의 말에 하이트가 카프리를 보다가 김성수를 보았다.

카프리와 김성수를 번갈아보는 것에 강진이 무슨 의미인가 싶을 때, 황민성이 살며시 속삭였다.

“아버님이 카프리한테 먹을 걸 자주 줘.”

“ 자주요?”

“애들이 먹을 거 달라고 졸졸 따라다니다가 하나 받아먹곤 좋 다고 꼬리 흔드는데, 그거 보는 거 즐거워하셔.”

그러고는 황민성이 살며시 김성 수에게 말했다.

“아버님, 애들 간식 하나만 주 시겠어요? 저도 애들 오랜만에 하나 주고 싶네요.”

황민성의 말에 김성수가 그를 보다가 주머니에서 마른 황태가 들어 있는 봉지를 꺼내 주고는 걸음을 옮겼다.

그에 황민성이 웃으며 봉지를 살짝 들어 보였다.

“이렇게 늘 간식을 주머니에 넣 고 다니시면서 하나씩..

말을 하던 황민성은 어느새 자

신의 무릎에 다리를 올리고 서 있는 카프리를 보고는 피식 웃었 다.

마른 황태를 조금 뜯어 입에 넣 어주자, 카프리가 그것을 받아먹 고는 꼬리를 흔들었다.

“이렇게 좋아하니 아버님이 계 속 주시는 거야.”

황민성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 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맛있게 먹 는 모습은 보기가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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