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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식당-1026화 (1,024/1,050)

1026화

“삼! 이! 일!”

“삼! 이! 일!”

“삼! 이! 일!”

일이라는 소리와 함께 강진이 잔을 높이 치켜들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강진의 외침에 귀신들도 잔을 들어 올렸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하하! 올해는 다들 승천들 하자고.”

“그렇게 하자고. 네 얼굴을 너 무 오래 봐서 속이 울렁거려.”

“누구는 아닌 줄 알아!”

귀신들이 웃으며 서로에게 덕담 을 가장한 악담을 하기 시작하 자, 강진이 웃으며 한쪽에서 조 용히 잔을 들고 있는 김소희를 보았다.

건배사에 동참하지는 않았지만,

그녀도 그녀만의 방법으로 새해 를 축하했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김소희에게 다가갔다.

“아가씨, 새해 복 많이 받으세 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들고 있 던 잔을 가볍게 내밀었다. 그에 강진이 그녀의 잔에 가볍게 잔을 부딪치고는 맥주를 마셨다.

꿀꺽! 꿀꺽!

그런 강진을 보던 김소희가 소

주를 마시고는 입을 열었다.

“서른두 살이 된 것을 축하하 네.”

“한 일도 없이 나이 한 살 더 먹은 것이 축하받을 일인지 모르 겠네요.”

“축하받을 일이지. 우리 때는 나이를 먹은 자에게 왕께서 음식 을 내어주고, 지방관이 직접 그 들을 대접하기도 했으니 말이네.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한 살 더 먹은 것이 딱히 좋은 일인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 도 축하를 해 주니 인사를 하고 는 자리에 앉았다.

“소희 아가씨도 한 살 더 드신 것 축하드……

말을 하던 강진이 입을 다물었 다. 어느새 그의 목 근처에 귀검 이 겨눠진 것이다.

“저기…… 이것 좀……

강진은 손가락으로 귀검을 밀어 내려다가 서슬 퍼런 검날에 슬며

시 손을 내렸다. 대신 젓가락을 집은 강진이 그것으로 슬며시 귀 검을 밀어내려 했다. 그런데…….

스륵!

쇠 젓가락을 가져다 댄 순간, 귀검의 날에 그대로 잘리더니 나 더니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모습에 강진이 침을 삼켰다.

‘손가락으로 안 밀기 다행이네.’

손가락으로 밀었으면 잘려 나간 건 젓가락이 아닐 테니 말이다.

강진이 침을 삼킬 때, 이혜미가 살며시 말했다.

“여자 나이는 말하는 거 아니에 요.”

“물론이죠. 지금은 제가 아주 큰 실수를 했습니다.”

강진이 급하게 말을 하자, 김소 희가 그를 보다가 고개를 저었 다. 그러자 귀검이 천천히 밑으 로 내려갔다.

스륵! 스륵! 스륵!

밑으로 내려간 귀검은 강진이

들고 있는 젓가락 근처에서 앞뒤 로 움직였다.

툭툭툭!

귀검이 살짝살짝 움직일 때마다 쇠 젓가락이 썰려 나갔다.

말 그대로 작게 썰려 나가는 젓 가락의 모습에 강진이 침을 삼켰 다.

손가락 바로 위까지 젓가락을 썰어 버린 귀검은 수직 상태로 탁자에 기대듯 내려섰다.

마치 쓸데없는 소리를 하면 다

음에 썰리는 것이 젓가락이 아니 라 다른 것일 수 있다는 듯 말이 다.

그런 귀검의 모습에 침을 삼킨 강진이 김소희를 보았다.

“제 마음은 아시죠?”

강진의 말에 그를 보던 김소희 가 고개를 젓고는 소주를 마셨 다.

“올해에는 좋은 일만 생기기를 바라네.”

“혹시 무신의 가호 그런 겁니

까?”

“맞네.”

“와! 진짜요?”

강진은 놀란 눈으로 김소희를 보다가 환하게 웃었다.

무신의 가호를 받으면 잔병치레 도 없고 건강하다. 게다가 좋은 일만 생기기를 바란다는 행운의 가호를 받았으니 더할 나위 없이 기쁜 것이다.

기뻐하는 강진과 달리 김소희는 약간 굳어진 얼굴로 슬며시 시선

을 돌렸다. 그 모습에 강진이 눈 을 찡그렸다.

“농이시군요.”

“험…… 자네가 이리 쉽게 믿을 줄 몰랐군.”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기분이 좋았다. 김소희가 자신에게 농을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아가씨께서 나에게 농을 하는 데 삼 년하고 넉 달 걸렸네.’

김소희가 농을 할 정도로 자신

을 편하고 가깝게 생각한다는 것 이 정말 좋은 강진이었다.

강진은 가게 안에 있는 귀신들 을 보다가 말했다.

“올해에는 많이들 오지 마세 요.”

“손님을 쫓아내는 겁니까?”

“마음 같아서는 여러분들 다 쫓 아내고 싶어요.”

강진의 말에 귀신들이 피식 웃 으며 술잔을 들었다.

강진이 자신들을 위해서 이렇게 말하는 것임을 다들 알고 있었 다. 여기를 다시 오지 않는다는 건 승천을 했다는 것이니 말이 다.

귀신들을 보던 강진은 배용수가 한쪽에서 혼자 키득거리며 웃는 것을 보고는 물었다.

“뭘 그렇게 웃어?”

“응? 아! 이것 봐.”

배용수가 웃으며 태블릿을 내밀 자 강진이 그것을 보았다.

태블릿에는 투희가 웃으며 꽃을 들고 있는 사진이 있었다. 그리 고 그 밑에…….

〈용수 삼촌! 새해 복 많이 받으 세요.〉

글자가 하트 문양으로 새겨지며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 다.

이거 뭐야?”

“형이 톡으로 보내줬어.”

“ 나는?”

“핸드폰 봐봐.”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주머니를 뒤졌다. 그렇게 을 꺼내 보고는 웃었다.

“나도 왔다.”

강진의 톡으로 온 것은 케이크를 앞에 두고 있는 었다.

자신의

핸드폰

투희가 사진이

케이크를 먹지는 못하겠지만,

귀여운 아이 둘이 예쁜 케이크를 앞에 두고 있으니 무척 귀여웠 다.

〈강진 삼촌! 새해 복 많이 받으 세요.〉

“와 귀여워!”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그 사진 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말이야. 정말 귀엽다.

이런 사진 좀 많이 보내지.”

말을 하던 배용수가 이혜미와 강선영을 보았다.

“두 분은 뭐 온 것 없어요?”

“저희도 왔네요.”

이혜미와 강선영이 자신들의 태 블릿과 핸드폰을 꺼내 보여주자 강진이 웃으며 그 사진을 보았 다.

“가져오게나.”

사진을 구경하던 중, 김소희의

나직한 목소리에 강진이 웃으며 태블릿과 핸드폰을 들고 그녀의 탁자에 다가갔다.

“여기 있습니다.”

강진이 식탁에 핸드폰과 태블릿 을 놓자, 김소희가 사진을 보다 가 미소를 지었다.

“요 며칠 사진을 찍더니, 이걸 하려고 했던 거였군.”

김소희가 사진을 보다가 웃었 다.

“사진으로 보니 더 귀엽군.”

“그렇게 말씀하셔도 직접 보면 실물이 낫다 하실 거잖아요.”

“그 말이 맞네. 애들은 언제, 어 느 때 봐도 예쁘고 귀엽지.”

김소희가 미소를 지으며 사진을 보다가 말했다.

“나도 이런 물건 하나 있었으면 좋겠군.”

“ 핸드폰요?”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 이 말했다.

“가지고 다니시려면 저승 핸드 폰을 하나 개통해서 쓰시죠.”

“저승 핸드폰?”

“그 강두치 씨도 핸드폰 들고 다니시잖아요.”

“그렇지.”

“그리고 저도 강두치 씨하고 통 화가 되는 것을 보면 이승 저승 다 되는 것 같은데.”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핸드폰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강두치, 강두치, 강두치.”

강두치의 이름을 세 번 부르자 잠시 후 가게 문이 열렸다.

“누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 오.”

강두치가 웃으며 들어오자 김소 희가 그를 보았다.

“너도 새해 복 많이 받거라.”

“아이고! 우리 누님이 새해 덕 담을 해 주려고 이리 다 불러 주 시고. 올해는 정말 좋은 일이 많 이 생길 것 같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좋아하는 강두치 에게 김소희가 핸드폰을 스윽 밀 었다.

“핸드폰이 한 대 필요하네.”

“ 핸드폰요?”

“저승에서 사용하는 것처럼 사 람들한테는 안 보이는 걸로 말이 네.”

김소희의 말에 강두치가 핸드폰 을 보다가 말했다.

“핸드폰으로 뭐 하시려고요?”

“그것까지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건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누님이 필요하다고 하시면 바로 대령해 야죠. 이거 때문에 저 부르신 거 예요?”

강두치의 말에 그를 보던 김소 희가 입을 열었다.

“새해 복 많이 받게나.”

대답 대신 새해 인사를 다시 한 번 하는 김소희를 보며 작게 웃 은 강두치가 말했다.

“들고 다니실 거지요?”

“그렇네.”

“그리고 이승에서 쓸 거니 이승 과 저승 둘 다 개통이 되는 걸로 써야겠네요.”

“저승에 통화할 일은 없으니 괜 찮네.”

“저승에서만 되는 거나 두 세상 에서 되는 것이나 금액은 차이가 안 나니 양쪽으로 되는 걸로 하 세요. 그리고 가끔 저한테 전화 도 좀 해 주시고요.”

강두치가 웃으며 핸드폰을 꺼내 더니 몇 번 터치를 하고는 말을 이었다.

“저희들이 사용하는 걸로 하나 드릴게요. 그게 이승에서도 쓸 수 있고 사람들 눈에도 안 보이 거든요.”

“사진이 잘 나오는 걸로 하게.”

“사진 찍으시게요?”

강두치의 말에 김소희가 슬며시 핸드폰을 터치해 투희 사진을 띄 웠다.

“귀엽지 않나?”

“아주 귀엽네요.”

투희는 토실토실 살이 올라서 무척 귀여웠다. 보기만 해도 부 드러움이 느껴지는 볼살은 만지 면 찹쌀떡처럼 쫀득쫀득할 것 같 았다.

“그렇지. 이 사진 좀 보게.”

김소희가 손가락으로 핸드폰 앨 범을 넘기며 아이들 사진을 보여 주었다.

그에 강두치가 웃으며 아이들이

귀엽다는 이야기를 연신 했다.

김소희가 투희를 사랑하는 것을 잘 알기에 그녀의 기분을 맞춰주 는 것이다. 물론 투희가 정말 귀 여운 것도 사실이었지만 말이다.

강두치의 말에 김소희의 미소가 짙어졌다. 투희가 귀엽고 예쁘다 고 하니 자신의 자식이 예쁘다는 말을 듣는 것처럼 기분이 무척 좋았다.

그런 김소희의 모습에 강두치가 웃을 때, 가게 문이 열렸다. 문 너머에서 JS 금융 직원이 작은

상자를 들고는 들어왔다.

“어서 와.”

강두치가 손을 내밀자 직원이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헬 애플 JS-600)

“이건?”

“이번에 제가 약정이 끝나서 핸 드폰을 새로 하려고 공기계를 하 나 샀는데 그거 가져왔습니다.”

강두치가 웃으며 상자를 받아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

“미국에서 핸드폰으로 유명한 회사 사장이 저승에 있는데, 그 사람이 저승에서 만든 ‘헬 애플’ 에서 나온 최신 폰입니다.”

“그 미국에 있는 그 핸드폰 회 사요?”

“맞아요. 그래서 이게 정말 인 기가 많아요. 저도 이거 두 달 전에 사전예약해서 겨우 받았는 데……

말을 하던 강두치가 김소희를 보았다.

“우리 누님이 필요하다니 제가 눈물을 머금고 드리겠습니다.”

강두치가 핸드폰을 내밀자, 김 소희가 그것을 받아 만지작거리 다 말했다.

“사진은 잘 찍히겠지?”

김소희의 말에 강두치가 웃으며 말했다.

“이거 광고가 검수림을 지나는 죄인들을 찍은 건데, 거기 보면

검 잎에 맺힌 핏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려가는 것까지 또렷하게 찍히더군요. 화질 죽여요.”

강두치의 말을 듣던 김소희가 슬며시 전원 버튼을 눌렀다.

띠리링!

그러자 작은 소리와 함께 화면 에 사람 얼굴 모양을 한 사과가 나타났다.

곧이어 그 사과의 한쪽이 사람 이 베어 문 것처럼 떨어져 나가 며 그 밑에 헬 애플이라는 글자

가 떠올랐다.

“으! 악취미네요.”

강진이 인상을 찌푸리는 것에 강두치가 웃으며 말했다.

“저승이 이승하고 많이 닮아서 미적인 것도 따지기는 하는데, 이런 쪽으로는 좀 고지식하거든 요.”

강두치가 웃으며 자신의 핸드폰 에 번호를 찍더니 그것을 강진에 게 보여주었다.

“이게 누님 번호입니다.”

강진은 화면에 떠 있는 번호를 자신의 핸드폰에 입력한 뒤, 바 로 전화를 걸었다.

띵…… 띠링…… 띵…….

마치 공포 영화에 나올 듯한 벨 소리에 강진이 굳은 얼굴로 핸드 폰을 보자, 강두치가 웃으며 말 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런 쪽으로 는 고지식하거든요.”

더는 벨 소리를 듣기 싫었던 강 진이 전화를 급히 끊고는 김소희

를 보았다.

“제 번호입니다.”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핸드폰을 보다가 번호를 입력하기 시작했 다.

〈황민성〉

자신의 번호가 아닌 황민성의 번호를 먼저 입력하는 것에 강진 이 웃었다.

그 사이, 김소희를 보고 있던 강두치가 말했다.

“핸드폰 한 번 줘 보세요.”

김소희가 핸드폰을 건네자 강두 치가 그것을 받아 번호를 눌렀 다.

“이상하게 저장하지 말고 이름 만 적거라.”

김소희의 말에 강두치가 웃으며 핸드폰의 통화 버튼을 누르고는 그녀의 앞에 놓았다.

‘응? 화상 통화를 누르셨네?’

화면에 김소희가 떠 있고 다른 화면은 아직 연결 중인 것을 보 며 강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가씨와 화상 통화를 할 만한 사람이……

[여보세요.]

음성과 함께 화면에 밝은 갈색 으로 머리와 눈썹을 염색한 동그 란 얼굴의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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