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1028화 (외전 1화) (1,026/1,050)

외전 1화

왁자지껄한 식당 안에서 강진은 빠르게 음식을 서빙하고 있었다.

맛깔스럽게 윤기가 흐르는 쪽갈 비 김치찜을 강진이 식탁에 올렸 다.

“쪽갈비 김치찜 나왔습니다.”

“맛있겠다.”

“보이는 것처럼 맛있습니다. 맛 있게 드세요.”

강진의 말에 손님이 웃으며 고 개를 끄덕였다.

오늘 점심 메뉴는 쪽갈비 김치 찜이었다. 추운 겨울인 만큼 따 뜻하게 식사하라고 좀 얼큰하게 만들었다.

쪽갈비에 김치를 올려서 고기를 쭈욱 뜯어 먹는 손님들을 볼 때, 손님들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꽃 피어나다 재밌더라.”

“어제…… 하아…… 나 울었잖 아.”

“너도 울었냐? 나도 울었다.”

“검둥이…… 어쩌면 좋아.”

사람들이 꽃 피어나다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으며 강진이 TV를 보았다.

꺼져 있는 검은 액정을 보던 강 진은 어제 본 꽃 피어나다를 떠 올렸다.

왜구에게 잡혀간 김소희를 검둥 이가 구하는 게 어제 회차의 주 된 내용이었다.

그리고…….

김소희를 도주시킨 검둥이는 왜 구들을 막으며 장렬하게 전사했 다.

‘어제 참 슬펐지.’

검둥이 역의 문지혁이 웃으면서 죽는 장면과 복실이가 하늘을 보 며 그를 걱정하던 모습은 정말 마음을 울렸다.

그리고 그 장면에서 드라마를 보던 김소희도 한숨을 크게 뱉었 다.

검둥이라는 캐릭터가 가상 인물

이기는 하지만, 드라마와 소설을 보면서 감정 이입이 많이 됐으니 말이다.

게다가 실제로 왜란 당시 김소 희는 왜구들에게 잡혀갔었다. 그 리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많은 동지들이 희생됐었다.

그래서 김소희도 검둥이가 죽는 장면에서 많이 가슴 아파했었다. 그때 죽은 동지들을 떠올리며 말 이다.

“사장님, 꽃 피어나다 인기 많 아서 기분 좋겠어요.”

손님 한 명이 하는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정말 재밌지 않습니까?”

강진의 말에 손님 몇이 끄덕였다.

“요즘 꽃 피어나다 보는 삽니다.”

“그러게 말이야. 요즘 한 게 없어.”

강진이 그리고 고개를 재미로 이거만

손님들의 말에 강진이 식탁 위 에 세워져 있는 책을 가리키며

말했다.

“책 판매도 잘 된대요.”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에 궁금 해서 검색해 보니 베스트셀러가 됐더라고요.”

손님이 식탁에 있는 책을 보며 웃자 강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에 황민 성이 꽃 피어나다가 베스트셀러 가 됐다는 이야기를 해 주고 갔 었다.

드라마 나오기 전에는 책이 정

말 안 팔렸는데, 방영 시작 이후 로 인기가 좋아서 책을 증쇄까지 했다고 한다.

요즘 출판 시장이 안 좋아서 초 판도 다 소화 안 되는 것을 생각 하면 참 대단한 일이었다.

“어쨌든 축하해요. 사장님이 책 그렇게 홍보를 했는데 잘 되니 좋네요. 아! 나도 책 한 권 샀어 요.”

“감사합니다. 제가 따로 드릴 수 있는 건 없는데, 반찬이라도 더 드릴까요?”

“그럼 좋죠. 분홍 소시지가 맛 이 좋네요.”

손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분 홍 소시지와 계란말이를 담아 가 져다주었다.

“잘 먹겠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웃으며 답한 강진은 다른 손님 들의 음식을 살폈다.

자기 테이블에 강진이 가까이 올 때면, 손님들은 꽃 피어나다 이야기를 했다.

대부분 손님들이 단골이다 보니 책을 거의 반년 넘게 식당에서 봤다.

식당에서 그렇게 보던 책이 드 라마화되고 재미까지 있으니 자 연스럽게 그쪽으로 말을 하게 된 것이다.

강진이 손님들과 간단하게 이야 기를 나눌 때, 가게 문이 열리며 박혜원이 매니저와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

“혜원아.’’

강진의 부름에 박혜원이 웃으며 다가왔다.

“오빠, 저 밥 먹으러 왔어요.”

“그래. 잘 왔네. 나는 하도 안 와서 여기 잊어먹은 줄 알았어.”

“그럴 리가요.”

웃으며 박혜원이 빈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런데 점심이 왜 이리 늦어?”

“여기야 점심시간에 딱 맞춰 오 면 손님들이 많아서 기다려야 하

잖아요. 그래서 아예 늦게 왔어 요.”

“잘 했네. 그런데 오늘 학교 안 갔어?”

평일 점심인데 서울에 있으니 말이다.

“저 광고 찍고 왔답니다.”

손가락 두 개를 펼치며 씨익 웃 는 박혜원의 모습에 강진이 웃었 다.

“광고를 찍었어?”

강진의 말에 박혜원의 옆에 있 던 매니저가 웃으며 말했다.

“요즘 혜원이 인기가 좋아요. 벌써 네 편이나 찍었어요.”

“그래요?”

“다음 작품도 이미 잡혔어요.”

“다음 작품도요?”

“고등학생 역할인데 학원물이에 요.”

매니저의 말에 강진이 의아한 얼굴로 박혜원을 보았다.

“초등학생이 고등학생 역할을 해요?”

“혜원이가 키도 크고 해서 교복 입혀 놓으면 고등학생으로도 충 분히 보여요.”

말을 하던 매니저가 박혜원을 보았다.

“우리 혜원이 정말 잘 될 거예 요.”

“예쁘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 다.”

강진의 말에 매니저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더 감 사하죠. 이렇게 착하고 똑 부러 지는 연기자를 저희에게 소개해 주셨으니까요.”

“그럼 서로 감사하게 생각하는 걸로 하고 앞으로 혜원이 잘 부 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매니저의 말에 박혜원이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저 광고 뭐 찍었는지

안 궁금하세요?”

“뭐 찍었는데?”

“즉석식품 광고요.”

“즉석식품?”

“요즘 산에서 물만 부으면 화아 악! 하면서 음식 따뜻하게 해 주 는 제품들 있잖아요.”

“가열 팩 있는 거?”

“맞아요. 그런 거 들어있는 제 품들요. 그거 찍었어요.”

“좋았겠네.”

“찍는 것도 좋았고, 음식 맛도 좋더라고요. 아! 저희 좀 받아 왔거든요. 오빠 좀 드릴게요.”

“그럼 좋지.”

강진이 웃으며 박혜원을 보다가 말했다.

“근데 그 광고 찍으면서 밥 먹 었을 텐데 점심 먹을 거야?”

“당연히 먹어야죠. 등산 같은 거 할 때 간단하게 먹으라고 만 든 제품인데 오빠 음식하고 비교 가 되나요.”

“그렇게 말해 주니 좋네. 음식 뭐로 줄까?”

“오늘 메뉴가 쪽갈비 김치찜이 잖아요. 그럼 당연히 그걸로 먹 어야죠.”

“오케이! 잠시 기다리고 있어.”

“네.”

박혜원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 진이 주방에 들어가 배용수를 보 았다.

배용수는 홀에 앉아 있는 박혜 원을 보며 웃고 있었다.

“광고도 찍고. 혜원이가 연예인 이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인이라도 미리 받아 놔야 하 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야겠다. 그리고 저기 좀 말려라.”

말을 하며 배용수가 홀을 가리 키자, 강진이 홀을 보았다. 식사 하던 손님 몇이 박혜원에게 슬며 시 다가가 말을 걸고 있었다.

“혹시 꽃 피어나다 김소희 아역 아닌가요?’’

손님들이 박혜원을 알아본 것이 다.

“안녕하세요.”

박혜원이 방긋 웃으며 인사를 하자, 손님들이 웃으며 말했다.

“팬이에요. 사진 한 장 찍어 도……

손님들의 말에 강진이 홀로 나 섰다. 식당에서 연예인 보면 사 진 한 장 찍고 싶고 사인도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이해는 되지 만…….

식당은 편하게 밥을 먹는 곳이 어야 했다. 이런 소란이 생기면 박혜원이 불편할 수 있고 조용히 식사하고 싶은 다른 손님들도 불 편해할 수 있었다.

강진은 손님들에게 다가가며 말 했다.

“죄송한데 다른 손님들도 계셔 서요.”

“아!”

강진의 말에 사진을 찍으려고 일어났던 손님들이 다른 자리에 있는 이들을 보고는 고개를 숙였 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연예 인을 처음 봐서요.”

사과를 하며 손님들이 자리에 앉으려 하자, 박혜원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다른 손님들 방해 안 되 시게 가게 밖에서 사진 찍어 드 릴게요.”

박혜원은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가게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사진 찍으실 분 어서 나오세 요. 빨리 찍고 저도 식사하게요.”

박혜원의 말에 손님들이 자신을 일제히 보자, 강진이 웃었다.

“제 관리 구역은 가게 안까지니 밖에서는 괜찮습니다.”

강진의 말에 사진을 찍어 달라 던 손님들이 슬며시 가게 밖으로 나가자, 식사하던 다른 손님들도 슬며시 가게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에 강진이 웃었다.

‘혜원이 인기가 많네.’

한편으론 손님들에게 고마웠다. 그저 반갑고 좋아서 사진을 찍으 려고 했지만, 자신의 말에 바로 사과하고 자리에 다시 앉았으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하지 마시라고 좋게 이야기해도 간혹 당사자가 괜찮다는데 당신이 무슨 상관이 냐고 화를 내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 *  *

“아! 잘 먹었다.”

쪽갈비찜을 리필까지 해서 먹은 박혜원이 입을 티슈로 닦자, 강 진이 웃으며 매실차를 가지고 나 왔다.

“이거 한잔해.”

“감사합니다.”

박혜원이 웃으며 차를 받자 강

진이 말했다.

“사진 찍어 달라는 분들이 많 아?”

“왜요?”

“아까 사람들 대응하는 게 익숙 해 보여서.”

강진의 말에 박혜원이 웃으며 말했다.

“꽃 피어나다가 인기가 많아요. 그래서 저 알아보는 분들도 많 고…… 아까처럼 사진 찍어 달라 는 분들도 많아요.”

“그럼 귀찮지는 않아?”

방금처럼 식사를 하러 온 곳에 서 갑자기 사진 찍어 달라고 하 면 귀찮고 불편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강진의 말에 박혜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귀찮죠.”

“귀찮아하는 것처럼은 안 보이 던데?”

사진 찍어 달라고 하니 환하게 웃으며 먼저 일어나기까지 했으

니 말이다.

강진의 물음에 매니저가 웃으며 말했다.

“혜원이가 완전 여우예요.”

매니저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혜원이가 여우기는 하지.’

황민성에게 출연료 협상까지 하 던 아이이니 말이다.

박혜원이 웃으며 말했다.

“저 드라마 찍고 광고도 찍고

돈도 벌어요.”

드라마 찍고 광고 찍고 돈을 버 는 것이 당연했다. 일을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 돈으로 우리 할아버 지 핸드폰도 새 걸로 바꿔 주 고…… 아! 할아버지한테 돈도 줬어요.”

“네가 돈을 줬어?”

“네!”

환하게 웃는 박혜원을 보고 강 진이 웃으며 말했다.

“네가 돈을 줬어도 할아버지가 그 돈을 어떻게 쓰시겠어. 아마 너를 위해서 잘 저금하고 계실 거야.”

“좀 쓰시라고 해도 그렇게 하셨 더라고요.”

박혜원이 웃으며 가게에 있는 빈자리들을 보았다. 자신에게 사 인이나 사진을 요청했던 손님들 이 있던 자리를 보던 박혜원이 웃었다.

“제가 이렇게 할아버지한테 효 도하고 핸드폰도 사 줄 수 있는

건 사람들이 저를 좋아해서 그런 거잖아요.”

“그렇지.”

“그럼 저도 그 사랑에 보답을 해야죠.”

박혜원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돈 버는 데에 귀찮은 게 어디 있어요. 제가 좀 귀찮아 도 웃어주고 사진 한 장 찍어주 고 사인 한 장 해 주면 그분들도 저를 더 좋아해 주실 테고…… 그럼 저는 더 돈을 잘 벌고 우리

할아버지한테 좋은 거 많이 해 드릴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사진이나 사인 해 달라고 오시는 분들 거절 안 해요. 최대한 친절 하게 웃으면서 인사하고 사진도 찍고 사인도 해 드려요. 그분들 이 있어서 제가 효도할 수 있으 니까요.”

박혜원의 말에 매니저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연예인은 사람들의 사랑 을 먹고 사는 직업이야. 앞으로 도 힘들고 지쳐도 그런 팬분들

마음 생각해서 최대한 친절하게 대해 드려. 그럼 그게 다 너에 대한 사랑으로 돌아올 거야.”

“네, 언니.”

박혜원이 웃으며 매실차를 마시 자, 매니저가 시간을 보고는 말 했다.

“먹었으면 일어나자, 우리 다음 스케줄 늦겠다.”

매니저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스케줄이 더 있어요?”

“학교 최대한 안 빠지게 하려고 하루에 스케줄 모아서 하거든 요.”

“하루에 다 몰아서 하면 힘들지 않겠어요?”

“혜원이가 그렇게 해 달라고 해 서요.”

매니저의 말에 강진이 박혜원을 보았다. 그 시선에 박혜원이 웃 으며 말했다.

“소속사 언니들 하는 말이, 연 예인은 기복이 심하대요.”

“그건 그렇지.”

“그래서 제 본업인 공부부터 열 심히 하면서 연예 쪽 일을 하려 고요. 그래서 이쪽 일은 하루로 다 몰아서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했어요.”

박혜원의 말에 강진이 피식 웃 었다.

“그래. 잘 했네. 연예인도 서신 대 나오면 똑똑한 연예인으로 유 명해지더라.”

“그러려고요.”

박혜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저는 스케줄 하러 갈게 요.”

“그래. 유명해져도 자주 와야 해.”

“그럼요. 제가 유명해지면 스타 의 맛집 같은 거로 소개도 해 드 릴게요.”

박혜원이 가게를 나서자, 강진 이 웃으며 그녀를 배웅해 주었 다.

박혜원의 차가 멀어지자, 배용 수가 웃으며 강진의 옆에 다가왔 다.

“혜원이는 정말 성공하겠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하늘을 보았다.

“이 모습까지 보고 가셨으면 더 좋았을 텐데……

드라마 방영과 함께 승천한 박 혜원 어머니를 떠올리던 강진은 배용수와 함께 가게 안으로 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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