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1039화 (1,037/1,050)

외전 12화

냉장고 안에 들어 있던 엄마의 음식들을 떠올리던 신수조가 미 소를 지었다.

조용히 미소 짓는 신수조의 모 습에 강진이 물었다.

“어머니 보고 싶으세요?”

“늘 보고 싶죠.”

“하긴, 제가 바보 같은 질문을 했네요.”

당연한 질문을 했으니 말이다. 그에 신수조가 그를 보고는 웃었 다.

“너무 그렇게 안쓰럽게 보지 마 세요. 저 엄마 자주 봐요.”

“네?”

강진이 의아한 듯 보자, 신수조 가 웃으며 핸드폰을 꺼냈다.

“영상통화요.”

“아!”

강진이 보자 신수조가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엄마가 바빠서 자주 연결이 되 지는 않는데…… 그래도 얼굴 보 고 싶으면 영상통화 해요.”

“ 영상통화……

신수조의 말에 강진이 그녀의 주머니 쪽을 보았다.

“저승식당은 정말 저승과 가깝 네요.”

“우리 빼면 저승과 가장 가까운 건 저승에 사는 사람들 빼고는 없죠.”

웃으며 신수조가 냉장고를 툭툭 치고는 말했다.

“오랜만에 이 냉장고 보니 이 안에 엄마가 해 놓으셨던 음식 생각이 나네요. 엄마가 여기에는 제가 좋아하는 반찬하고 음식들 을 늘 채워 놓으셨거든요.”

김복래를 자주 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음식은 그리운 모양이었 다.

“음…… 그럼 어머니 손맛은 아 닐지 몰라도 신수조 씨 좋아하는 음식들 좀 해 드릴까요?”

“그거 좋네. 뭐 좋아하세요?”

배용수가 말을 하며 신수조를 보았다.

“신수조 씨 좋아하는 음식하고 밑반찬하고 쫘악 해서 친정 왔다 간 기분 내게 해 드릴게요.”

둘의 말에 신수조가 웃으며 강 진을 보았다.

“그냥 강진 씨가 해 줘요. 강진 씨가 하면 엄마 손맛하고 같으니 까.”

그러고는 신수조가 주위를 둘러

보다가 말했다.

“요리법 적힌 노트 어디에 있어 요?”

“ 아.”

강진은 싱크대 위에 있는 선반 을 열어서는 그 안에서 노트를 꺼냈다.

처음에는 그 노트를 보고 요리 를 했지만, 지금은 내용을 다 기 억하고 있어서 그것을 보고 요리 를 하고 있지 않았다.

강진이 요리 노트를 건네주자

신수조가 그것을 보다가 말했다.

“이거 엄마가 나한테 선물해 준 거예요.”

“어머니께서요?”

“이 노트 보고 요리를 하면, 이 노트를 쓴 분의 생각대로 음식을 할 수 있잖아요.”

“그거 정말 신기했어요.”

강진도 레시피를 보자마자 손이 저절로 움직이는 걸 느끼고 깜짝 놀랐었으니 말이다.

“엄마가 두치 오빠한테 부탁해 서 저승에서 구해 온 거예요.”

신수조가 노트를 쓰다듬으며 말 했다.

“엄마가 없을 때…… 우리 오빠 들하고 나, 엄마가 해 준 음식 먹고 싶으면 이거 보고 하라고 이렇게 만들어 주고 가신 거예 요.”

“그럼…… 이 책의 주인은 신수 조 씨군요. 죄송합니다. 저는 김 복래 여사님께서 음식 못하는 저 를 위해 남겨 주신 거라 생각을

했습니다.”

“정확히는 제가 강진 씨한테 전 해 준 거예요.”

“신수조 씨가요?”

“엄마가 나를 위해 남겨 줬고, 내가 강진 씨에게 준 거니까요.”

신수조가 웃으며 강진을 보았 다.

“엄마 음식 맛이 우리 식당에 계속 있었으면 했어요. 다른 분 들도 엄마 음식 맛을 볼 수 있게 요.”

신수조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노트 덕 많이 봤습니다. 감 사합니다.”

강진의 말에 신수조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신수조를 보며 강진이 물었다.

“그런데 저 하나 물어봐도 될까 요?”

“뭐예요?”

“김복래 여사님과 제가 먼 친척 이라고 하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남이나 마찬가지 아니겠습 니까.”

할아버지도 아니고 고조부 누나 의 자손이다.

즉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누나 의 손자였다. 그러니 남이나 마 찬가지 였다.

“그건 그렇죠.”

“그런데 왜 저에게 이 저승식당 을 맡기게 되신 겁니까? 멀어도 친척에게 맡기려고 했다면 신수 형제분들이 맡아도 될 것 같은

데?”

강진의 물음에 신수조가 웃으며 말했다.

“큰오빠는 식당 일보다는 변호 사 일을 좋아하고, 둘째 오빠는 전국 돌면서 좋은 식재 찾고 그 걸 식당에 연결해 주는 걸 좋아 해요. 좋은 식재를 좋은 가격에 사서 좋은 식당에 납품하는 것이 좋대요.”

“생각 좋으시네요.”

“우리 오빠 중에 둘째 오빠가

가장 착해요.”

“그럼 셋째 분은?”

“셋째 오빠는 그냥 술을 좋아해 요. 그것 때문에 엄마한테도 많 이 혼났는데…… 결국은 술 파는 쪽으로 가더라고요.”

웃으며 신수조가 식당을 보았 다.

“그리고 엄마는 우리가 여기에 있는 거 안 좋아했어요.”

“그러셨어요?”

신수조가 미안한 얼굴로 강진을 보았다.

“저승식당이 의미도 있고 일할 맛도 나지만…… 가끔은 힘든 일 도 생기잖아요. 엄마는 그런 일 저희가 하지 않기를 바라셨어 요.”

신수조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자신도 결 혼을 하고 애를 낳는다면…….

‘내 아이한테는 이 일을 넘기고 싶지 않으니까.’

저승식당은 정말 보람된 일이었 다. 하지만…… 그만큼 마음이 힘든 일이었다.

한이 없으면 귀신이 되지 않는 만큼, 다들 안타까운 이야기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그들과 지내다 보면 그 사연들 을 알게 되고…… 그게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김복래는 자식들에게 저 승식당을 맡기지 않았다.

그 마음을 알기에 신수조는 강

진에게 미안했다. 엄마가 자신들 에게 맡기기 힘든 짐을 강진에게 맡겼으니 말이다.

신수조의 사과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생각 하지 마세요. 저는 저승식당 맡아서 참 좋습니다.”

“그래요?”

“그럼요. 저승식당을 맡게 되어 서 이렇게 좋은 친구들이 생겼잖 아요.”

강진이 웃으며 배용수와 주방에

모여 있는 직원들을 보았다. 그 에 신수조가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생각해 주셔서 고마워 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입니다.”

그러고는 강진이 물었다.

“그런데 왜 저에게 한끼식당을 맡기셨는지는 못 들었는데요.”

강진이 재차 묻자 신수조가 고 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엄마가 강진 씨를 보셨어요.”

“저를요?”

“강진 씨 편의점에서 아르바이 트를 했었죠?”

“그야 자주 했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언제 했냐 고 물으면 답할 수 없다. 할 아 르바이트가 없을 때 자주 하던 것이 편의점 아르바이트이니 말 이다.

“강진 씨 일하던 편의점 앞에 엄마가 앉아 계셨대요.”

* *  *

편의점에서 생수를 한 병 고른 김복래가 카운터로 향했다. 장사 가 잘 되는 곳인지, 아니면 손님 이 몰리는 시간인지 카운터에는 손님들이 줄을 서서 계산을 기다 리고 있었다.

“사천오백 원입니다. 감사합니 다.”

젊은 남자 직원은 친절한 미소

를 지은 채 손님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며 계산을 해 주었다.

그 모습을 볼 때, 김복래 옆에 있는 젊은 여자 귀신이 말했다.

“언니, 직원이 참 싹싹하네.”

여자 귀신의 말에 김복래가 고 개를 끄덕였다.

여자 귀신은 이십 대 초반 정도 로 보이는 아가씨라 김복래에게 언니라고 부를 나이로는 안 보였 다.

하지만 귀신은 나이를 먹지 않

으니…… 생긴 것으로 나이를 평 가할 수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 여자 귀신은 김복래와 이십 대를 같이 보낸, 정말 오래된 귀신이었다.

“그러게. 사람을 참 편하게 해 주는 표정이네.”

김복래는 여자 귀신과 작게 이 야기를 나누며 카운터에 생수를 내려놓았다.

“어서 오세요. 생수 육백 원입 니다.”

직원의 말에 김복래가 웃으며 천 원을 꺼내 내밀었다.

“천 원 받았습니다.”

공손히 고개를 숙여 천 원을 받 은 직원이 사백 원을 거슬러 주 고는 재차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고마워요.”

김복래가 웃으며 돈을 받곤 편 의점을 나왔다. 편의점을 나와 앞에 놓인 간이 의자에 앉은 김 복래가 자신의 다리를 주물렀다.

“언니도 나이 많이 먹었네. 옛 날에는 시장에서 식재들 바리바 리 들고 한참을 걸어도 힘들다는 소리 한 번 안 했는데.”

“그럼. 나이 많이 먹었지. 벌써 내 나이가 팔십이 넘어.”

“세상에…… 우리 언니 정말 나 이 많이 먹었다. 정말 오랜 시간 이 지났네.”

여자 귀신의 말에 김복래가 웃 으며 그녀를 보았다.

“네가 나 걱정된다고 옆에 남은

것도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구 나.”

“그렇네.”

여자 귀신은 지나간 세월을 떠 올리며 작게 미소를 짓다가 무릎 을 쭈그리고는 김복래의 다리를 주물렀다.

여자 귀신이 다리를 주물러 주 는 것에 김복래가 미소를 지었 다.

“너무 시원하다.”

김복래의 말에 여자 귀신이 그

녀를 올려다보았다.

“언니, 그동안 참 고생했어.”

여자 귀신의 애잔한 얼굴에 김 복래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고생은 무슨…… 나는 할 만했 어.”

“그랬어?”

“그럼. 이 일 하면서 좋은 사람 도 많이 만났고 너도 만났잖아. 나는 다시 태어나도 저승식당 하 고 싶어.”

“피이! 그런 사람이 예전에 호 가 식당 맡겠다고 했을 때 말렸 어?”

여자 귀신의 말에 김복래가 미 소를 지었다.

“호가 장남이라 책임감이 강해 서 그래. 그리고 호는 공부를 잘 하잖아. 식당 주인보다는 변호사 가 더 좋지.”

“언니도 식당 주인보다는 변호 사 아들이 더 마음에 드나 보 네.”

“나는 엄마 아니니?”

식당 주인과 변호사 아들...

보통 엄마들이라면 아들이 변호 사가 되기를 바랄 것이다. 그리 고 김복래도 자식 일에 있어서는 보통 엄마였다.

김복래는 웃으며 하늘을 보았 다. 파란 하늘을 지그시 보던 김 복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식당 일은 내가 하는 일이니 장남인 자기가 잇고 싶은 거지, 호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야. 그 리고 호가 식당을 하면 손님들이

어디 음식 하나 제대로 주문하겠 니?”

김복래의 말에 여자 귀신이 웃 었다.

“하긴, 그건 그렇다.”

신수호가 식당 일을 하면 사람 손님이든 귀신 손님이든 편하게 음식을 주문하지는 못할 것이다.

웃으며 여자 귀신이 김복래의 다리를 주무를 때, 그녀는 한곳 을 보고 있었다.

편의점 입구 앞에 서 있는 한

꼬마가 기웃거리며 가게 안을 보 고 있었다.

‘아까도 저기에 있던데……

왜 아이가 편의점 앞을 기웃거 리나 싶어 의아하던 찰나, 편의 점 문이 열리며 직원이 밖으로 나왔다.

“형!”

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 자, 직원이 들고 나온 봉지를 내 밀었다.

“가져가서 바로 먹어야 해.”

“고맙습니다.”

“고맙기는. 폐기하는 것 주는 건데. 형이 미안하다.”

“형도 먹는 거잖아요.”

아이의 말에 직원이 웃으며 고 개를 끄덕였다.

“맞아. 형도 이거 한 이틀 지난 것도 먹어 봤는데 아무 이상 없 더라.”

어깨를 으쓱인 직원이 아이에게 말했다.

“아! 그리고 안에 이번에 신상 으로 나온 샌드위치 넣었거든? 그거 맛있으니 내일 먹어.”

직원의 말에 아이가 봉지를 열 어 안을 보고는 급히 말했다.

“이거 유통기한 내일까지인데 요.”

“그러니까 내일 먹어.”

“이거 형이 산 거 아니에요?”

“일 플러스 일이야. 형이 먹고 싶어서 하나 사고 남은 거 주는 거야.”

직원의 말에 아이가 그를 보다 가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다음 주가 방학 끝이지?”

“네.”

“다행이다. 그럼 이제 학교에서 밥 먹을 수 있겠네.”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직원 이 웃으며 말했다.

“자, 동생들 배고프겠다. 어서 가.”

“감사합니다.”

아이가 고개를 숙이고는 서둘러 뛰어가자, 직원이 그 모습을 보 다가 몸을 돌렸다.

그러다가 자신을 보고 있는 김 복래를 발견하고는 작게 고개를 숙인 뒤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 다.

“그 직원이 바로 강진 씨였어

요.”

“아…… 그러셨군요.”

생각을 해 보니 그런 일이 있었 다.

“배고픈 사람에게 음식을 챙겨 주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을 가진 강진 씨가 우리 식당을 맡 아 줬으면 하셨어요. 그래서 큰 오빠가 강진 씨에 대해 조사해 보고는 찾아간 거예요.”

“그럼 저와 먼 친척이라는 건?”

“그건 사실이에요. 찾아보니 먼 친척이더라고요.”

말을 하던 신수조가 강진을 보

았다.

“강진 씨한테 큰 짐을 맡기는 것 같아서 어머니가 정말 많이 미안해하셨어요.”

신수조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다음에 여사님하고 통화하실 때 전해 주세요.”

강진이 웃으며 식당을 보았다.

“저 이강진은 저승식당 맡게 돼 서 정말 행복하고 뿌듯하다고요. 오히려 제가 여사님한테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요.”

강진의 말에 신수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꼭 그렇게 전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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