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1040화 (1,038/1,050)

외전 13화

아침 일찍 일어난 강진은 배용 수가 차려 준 아침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냉장고 못 바꿔서 서운해서 어 쩌냐?”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입맛을 다시며 주방 쪽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십 년 전에 여기 왔으면 나보 다 저 냉장고가 저승식당 고참이

잖아.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내보 낼 수 있겠어?”

조금은 아쉬운 눈으로 주방을 보던 배용수가 피식 웃으며 말했 다.

“그리고 냉매 채우니 멀쩡하게 돌아가더라. 그냥 좀 더 쓰다가 정말 이제 안 되겠다 싶을 때…… 그때 바꾸자.”

“그래. 그때는 내가 정말 최신 형인 거로 사 줄게.”

강진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때는 정말 좋은 거로 사 줘라. 나도 좋은 냉장고 한번 써 보자.”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먹을 때, 가게 문이 흔들리며 풍경이 딸랑 거렸다.

“강진아!”

가게 밖에서 들리는 오혁의 목 소리에 강진이 의아한 듯 문을 보다가 서둘러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귀신들은 들고 있

던 핸드폰과 태블릿들을 내려놓 았다.

가게 문을 열자 앞에는 오혁이 이강혜와 함께 서 있었다.

“형, 누나.”

강진이 친근하게 부르자, 이강 혜가 웃으며 말했다.

“바쁜데 우리가 방해한 건 아니 지?”

“아침부터 바쁠 일이 있나요? 저 아침 먹고 있었어요. 아! 두 분 식사 안 하셨으면 같이 하실

래요?”

“그럼 먹을까?”

이강혜의 말에 강진은 두 사람 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한 걸음 뒤 로 물러섰다.

“앉아 계시면 밥 가져갈게요.”

“그래. 고마워.”

가게 안으로 들어온 오혁은 의 자를 빼서 이강혜를 앉게 하고는 자신도 그 옆에 앉았다. 그러고 는 가게를 둘러보다가 말했다.

“평소 이 시간에 밥을 먹어?”

“두 분 제 단톡 있으시죠?”

“그렇지.”

“그거 올리고 나서 바로 밥 먹 어요.”

밥과 국을 퍼서 홀로 나오던 강 진이 물었다.

“그런데 아직 아침 안 드셨어 요?”

강진의 말에 오혁이 국과 밥을 이강혜의 앞에 놓아주며 말했다.

“우리는 아침에 공원 산책하고 나서 간단하게 밥 먹어.”

“그럼 배 안 고프세요?”

“배는 고픈데 아침 산책하고 먹 는 거라 입맛은 더 좋지.”

웃으며 오혁이 찌개를 보았다.

“아침부터 거하게 먹네.”

오늘 아침 메뉴는 부대찌개와 밑반찬, 그리고 고등어구이였다. 아침에 먹기에는 좀 과한 음식이 었다.

“아침에 점심 메뉴를 찍어서 올 리거든요. 그래서 그래요.”

“그럼 사진에 올라온 음식들이 다 네가 아침에 먹는 음식인 거 네?”

“그렇죠.”

자리에 앉은 강진이 밥을 먹으 며 물었다.

“그런데 아침에 어떻게 오신 거 예요?”

“아! 네 푸드 트럭 오늘 형이 좀 쓰자.”

푸드 트럭이라는 말에 강진이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푸드 트럭요?”

갑자기 왜 이런 말을 하나 싶어 보자, 이강혜가 웃으며 말했다.

“오늘 이슬 후원회에서 후원하 는 아이들 소풍 가거든.”

이슬 후원회는 오혁의 아버지인 L 그룹 회장, 오택문이 만든 봉 사 단체였다.

봉사도 하고 후원도 하는 곳인 데 오택문이 오혁에게 이사를 맡

겨서 지금은 오혁이 운영을 하고 있었다.

“아! 그래서 푸드 트럭 가지고 음식 해 주려고요?”

"응."

흐.

오혁의 말에 강진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

“형 음식 해 본 적 있으세요?”

“그럼. 해 봤지.”

“해 보셨어요?”

“강혜하고 신혼일 때 내가 아침

차리고 했어.”

“그거야 이 인분 정도고요. 후 원회에 몇 사람이나 올지 몰라도 소풍이라고 표현하는 거 보면 많 이 올 것 같은데…… 그렇게 많 은 양 해 본 적 있으세요?”

“그렇지는 않은데 삼겹살 정도 굽는 데에 딱히 스킬이 필요한 건 아니잖아.”

“삼겹살이야 그렇죠. 그런데 애 들한테 삼겹살만 먹일 수는 없잖 아요.”

“당연하지. 삼겹살은 나하고 강 혜가 해서 애들 줄 거고, 다른 음식들은 출장 업체에서 준비해 서 가지고 올 거야.”

오혁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 덕였다.

‘조금이라도 직접 해서 애들 먹 이고 싶은가 보구나.’

오혁의 재산이면 삼겹살도 출장 업체에게 구워서 가지고 오라고 하거나 즉석에서 크게 바비큐를 하게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아이들에게 음식을 해 주고 싶어서 푸드 트 럭을 빌리려 하는 것이다.

“그럼 그렇게 하세요. 밥 먹고 제가 푸드 트럭 사용하는 거 알 려 드릴게요.”

“오케이! 고마워.”

“아! 그리고 일일 보험도 가입 하셔야 해요.”

“당연하지.”

기분 좋게 웃는 오혁을 강진이 보다가 말했다.

“몸이 정말 많이 좋아지신 것 같아요.”

강진의 말에 오혁이 웃으며 소 매를 걷어 팔을 드러냈다. 그리 고 힘을 주자 팔에 단단한 근육 이 올라왔다.

“예전에 비하면 아직 부족하지 만 한 팔십 퍼센트까지는 회복이 됐지.”

오혁의 말에 이강혜가 웃었다.

“이제 운동 적당히 해. 지금이 딱 좋아.”

“그래‘?”

“그리고 이제 단백질 좀 그만 먹어.”

“단백질 먹으면 몸에 좋아.”

“좋은 걸 누가 몰라. 그래도 너 무 많이 먹잖아.”

“알았어. 당신이 조금만 먹으라 고 하니 조금만 먹을게.”

“안 먹는다는 말은 안 하네?”

“근육 조금만 더 붙이고.”

웃으며 오혁이 부대찌개에 밥을

말아 먹자, 이강혜가 작게 고개 를 젓고는 밥을 먹으며 강진을 보았다.

“요즘 장사는 어때?”

“가게야 늘 잘 되죠.”

“다행이네.”

“단골 점심 장사라 불경기 그런 걸 안 타요.”

대답을 하던 강진이 물었다.

“오늘 푸드 트럭 빌리려고 일찍 오신 거예요?”

w o ”

흐.

“그거면 공원에서 만나서 말씀 하셔도 됐는데. 혹시 오늘 공원 안 가세요?”

“안 가기는. 가야지.”

미소를 지으며 멍하니 허공을 보던 오혁이 슬쩍 눈가를 닦았 다.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오혁의 모습에 강진이 그를 보다가 티슈 를 꺼내 내밀었다.

그에 오혁이 웃으며 티슈로 눈

가를 닦고는 말했다.

“나는 공원에 갈 때마다 참 세 상 좋아졌구나, 하고 생각해.”

오혁의 말에 강진이 작게 고개 를 끄덕였다. 오혁이 공원을 떠 올리며 눈물을 흘린 이유가 짐작 되었다.

사실 강진도 가끔 공원에서 눈 물을 흘릴 때가 있었으니 말이 다.

“그 좋은 세상으로 가는 발걸음 에 형이 한 걸음 보탠 셈이죠.”

“무슨. 내가 한 것이 뭐가 있 나…… 우리 강혜가 좋게 한 거 지.”

“맞아요. 강혜 누나는 정말 대 단해요.”

두 사람의 말에 이강혜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민망하게 사람 앞에 두고 무슨 소리들을 하는 거예요.”

이강혜가 민망해하는 것에 강진 과 오혁이 웃으며 그녀를 보았 다.

“왜요. 정말 좋은 일 하신 거잖 아요.”

오혁의 말에 이강혜가 한숨을 쉬고는 밥을 먹기 시작했다.

“밥이나 빨리 먹어요. 밥 먹고 후원회 소풍 가려면 시간 없어 요.”

“시간 없기는. 여기서 거기까 지……

오혁이 말을 하는 것에 이강혜 가 그를 스윽 보았다. 그 시선에 오혁이 두말하지 않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웃던 강진도 서 둘러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럼 어디 나도 일 좀 해 볼 까?”

밥을 먹던 강진은 배용수가 일 어나는 것에 그를 보았다.

‘일? 무슨 일?’

강진이 눈빛으로 묻자, 배용수 가 웃으며 말했다.

“삼겹살만 먹을 수 있냐? 쌈장

도 좀 만들고, 애들 좋아할 음식

도 좀 만들어야지.”

배용수의 말에 작게 끄덕였다. 업체에서 어련히 할 것이다.

강진이 고개를 음식이야 출장 맛있는 걸 준비

하지만 맛있는 많을수록 좋은 법이다.

것이야 많으면

‘수고해라.’

강진의 눈짓에 배용수가 주방으 로 들어가다가 여자 귀신들을 보 았다.

“혹시 두 분 중에 한 분 혁이 형 따라가실 분 있으세요?”

“혁 씨요?”

이혜미가 의아한 듯 배용수를 보았다. 왜 자기들이 오혁을 따 라가나 하는 눈빛이었다.

그 시선에 배용수가 웃으며 말 했다.

“후원받는 아이들이면, 옆에 수 호령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요.”

“아……

“저희 음식들 좀 싸서 보낼 테 니 두 분 중 한 분이 가셔서 거 기 수호령 분들한테 음식 드시라 고 좀 해 주세요.”

배용수의 말에 여자 귀신들이 감동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

이슬 후원회에서 후원하는 아이 들이 다 불우한 상황이 아닐 수 도 있다.

그저 조금 남보다 가진 것이 없 어서 조금 더 가진 후원회에서 후원을 받는 아이들일 수도 있었 다.

그런 아이들 주변엔 아이가 걱 정되어서 저승으로 가지 못한 수 호령이 있을 수 있었다.

부모님이 있을 수도 있고, 아니 면 먼저 간 가족일 수도 있었다. 귀신은 어디에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음식을 먹으라 고 안내를 해 줄 직원이 필요했 다.

“저는 점심에 음식 만들어야 해 서 갈 수가 없네요.”

배용수의 말에 이혜미가 강선영

을 보았다.

“언니, 어떻게 하실래요?”

“글쎄……

말을 하던 강선영이 무슨 생각 이 났는지 이혜미를 보았다.

“네가 가.”

“제가 가요?”

“근데 너 혼자 가지는 말고, 호 철 씨 불러서 같이 가.”

“ 오빠를요?”

“소풍이면 경치 좋은 곳이나 놀

기 좋은 곳에 갈 거 아니겠어? 그러니 둘이 가서 귀신들 식사하 는 것 챙겨 주고 데이트도 해. 우리만 가는 게 아니니까 음식 정리나 그런 건 너나 호철 씨가 할 필요 없을 테니 놀 시간도 많 올 거야.”

강진과 함께 가면 그릇 정리나 이런저런 일을 도와야겠지만, 오 혁을 따라가는 것이면 이혜미가 할 일은 거의 없었다.

그저 귀신들에게 ‘이거 드세요.’ 라고 하면 끝이었다.

강선영의 말에 강진이 생각을 해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 있네요. 호철 형 불러서 같이 가세요.’

강진이 눈빛으로 말을 하자, 이 혜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럴게요. 이따가 강진 씨가 오빠 불러 주세요.”

이혜미는 주방으로 들어가며 배 용수에게 말했다.

“그럼 저희 도시락도 싸 줘요.”

“피크닉 도시락이라…… 좋네 요. 어떻게, 양식으로 아니면 한 식으로?”

“그냥 예쁘게 해 줘요.”

“알았습니다. 그럼 제가 피크닉 도시락도 잘 싸 줄게요.”

이혜미와 이야기하던 배용수는 주방에서 홀을 향해 고개를 내밀 었다.

“형하고 누나한테는 네가 잘 설 명해 놔라. 피크닉 도시락은 딱 이 인분만 만들 거니까.”

“조금 많이 만드시지 그래요? 아이들도 먹게요.”

“애들 먹을 걸 따로 만들 겁니 다. 대신 두 분이 먹을 건 딱 이 인분만…… 그래야 조금 더 특별 하죠.”

“고마워요. 근데 강진 씨가 어 떻게 설명을 할지 걱정이네요.”

음식 2인분만 따로 만들어서 보 내는 것이다. 그것도 강진이는 없고....

“괜찮아요. 저놈 거짓말 참 잘

해요.”

“그야 다 우리 귀신들 때문이잖 아요.”

“그러니까요. 이번에도 좋은 거 짓말로 두 분이 피크닉 기분 낼 수 있게 도시락을 가지고 가게 할 거예요.”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이혜미에게 괜찮다는 신호를 보 냈다.

거짓말을 잘해서가 아니라…… 이번 미션이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이다.

‘누나하고 같이 간다고 했으니 두 분 기분 내라고 만들었다고 하면 되는 거니까.’

두 사람이 먹기 전에 이혜미와 최호철이 음식을 집어 가면 되는 일이었다.

강진이 그런 생각을 할 때, 주 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소리가 들 려왔다.

타타탓! 타탓!

칼질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에

오혁이 주방을 보았다.

“용수 씨 주방에 있어?”

“네.”

“그런데 왜 너 혼자 밥 먹고 있 었어? 그릇 하나만 있던데?”

오혁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 했다.

“용수는 음식 하면서 먹어서 배 부르다고 안 먹었어요.”

“그래도 같이 먹지……. 용수 씨 아직도 인사하기 불편한가?”

오혁이 작게 묻는 것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조금요.”

“흠…… 불편해하니 인사하자고 하기도 그렇고. 네가 잘 말해서 언제 자리 한 번 만들어 줘. 아! 혹시 용수 씨가 아직도 불편하다 고 하면 강요는 하지 말고.”

자신이 모르는 사정이 있어서 사람을 안 만나려고 할 수 있으 니 말이다.

자신은 좋은 의도로 인사를 하

려 하지만, 상대는 그것이 불편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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