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17화
화아악!
임수정이 앞에 모습을 드러내 자, 최문우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멍하니 VR을 통해 보이는 그녀를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기대를 하기는 했지만…… 그냥 내 수정 이였다.
그래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멍하니 보고 있고, 멍하니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그런 최문우의 모습에 임수정이 미소를 지었다.
“오늘 뭐 했어?”
자신에게 말을 거는 임수정에게 최문우는 아무 대답도 못 한 채 그저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목소리였다. 자신에게 말을 걸어 주는 그녀의 목소리였 다.
그래서 눈물이 흘렀다.
“왜 말이 없어?”
다시 자신에게 말을 걸어 주는 아내를 보며 최문우가 입을 열었 다.
“나…… 다시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라 생각 못 했 어.”
“무슨 바보 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
임수정이 웃으며 다가왔다. 그 모습에 최문우가 눈물을 흘리며 손을 내밀었다.
스윽!
임수정은 그의 손에 자신의 손 을 올렸다.
자신의 손 위로 겹쳐진 임수정 의 손을 본 최문우가 미소를 지 었다. 손은 만져지지 않았지만 손의 모양이…… 아내의 것이었 다.
주르륵! 주르륵!
그의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최문우는 잠시간 아내의
손을 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 다.
“당신 손은 여전히 예쁘네.”
“당신 술 먹었어? 갑자기 왜 그 런 말을 해?”
임수정이 웃으며 하는 말에 최 문우가 울면서 웃었다. 말투가 살아 있을 때 임수정의 말투였 다.
“그런데 당신 울어?”
임수정의 말에 최문우가 미소를 지었다.
“안 울어.”
“그런데 목소리가 왜 이렇게 떨 려?”
“당신 봐서 좋아서……
“피이.”
임수정이 웃는 것을 보며 최문 우는 미소를 지었다.
웃는 그의 얼굴은 눈물로 흠뻑 젖어있었다.
눈물을 흘리며 웃고 있던 최문 우가 문득 옆을 보았다. 옆에선
건우가 낑낑대며 그를 올려다보 고 있었다.
최문우가 혼잣말을 하면서 울고 있으니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울지 마, 주인아……
마치 자신에게 이렇게 말을 하 는 듯한 건우의 모습에 최문우가 건우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끼이 잉!
이건 좀 아니지 않느냐는 듯 작 게 울음을 토한 건우였지만, 피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냥 작게 울음을 토하고는 그 의 어깨에 자신의 머리를 기댈 뿐이었다.
“그날 우리 남편 정말 많이 울
었어요.”
이야기를 하던 임수정이 웃었 다.
“그런데 인공지능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왜요?”
“오빠가 말을 하면 그 말에 맞 게 답을 하더라고요.”
임수정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도 몇 번 VR을 해 봐서 그것이 어떤 말인지 알 고 있었다.
“그게 VR을 하는 분들의 데이
터를 기반으로 상황에 맞는 대답 을 인공지능이 한다고 하더라고 요.”
VR 의 인공지능은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모은다. 일반 유저들의 것은 모으지 않고, 최문우처럼 캐릭터를 만든 이들에게 사전에 허락을 받고 데이터를 모으는 것 이다.
그런 데이터들이 많아져야 인공 지능이 더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구나. 어쨌든 대단한 것
같아요.”
임수정의 말에 이혜미가 그녀를 보다가 강진을 향해 고개를 돌렸 다.
“강진 씨.”
이혜미의 말에 강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거짓말을 한 번 더 해야 겠네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지 바로 알고 답을 하는 강진의 모습에 이혜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고맙기는요. 저는 음식 장사를 하는 사람인 걸요. 그리고 어떻 게 보면 이건 제가 호객 행위를 하는 거죠.”
그러고는 강진이 최문우에게 다 가갔다. 임수정과 이야기를 하느 라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 강진을 보던 이혜미가 임 수정에게 말했다.
“수정 씨는 어떤 음식 좋아해 요?”
“저요?”
“강진 씨가 오늘 맛있는 음식 해 줄 거예요.”
“저한테 요?”
“식당이 가까워요. 저희 가게 가서 식사하세요.”
“그 저승식당요?”
“네.”
귀신에게 밥을 준다는 말에 호
기심이 들었던 임수정은 이내 고 개를 저었다.
“하지만 저는 오빠가 안 가면 못 가는데……
수호령이라 최문우와 거리를 둘 수 없는 임수정이 걱정스럽게 말 하자 이혜미가 웃으며 말했다.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에 게는 프로 거짓말쟁이가 있거든 요.”
“프로 거짓말쟁이요?”
임수정이 의아한 듯 보자, 이혜
미가 웃었다.
“오세요.”
이혜미는 임수정을 데리고 강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에 임 수정이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강 진에게 다가갔다.
최문우와 이야기를 하던 이강혜 는 강진이 다가오자 말했다.
“이걸 문우 씨가 직접 만들었 대.”
“그래요?”
강진이 최문우를 보자, 그가 웃 으며 말했다.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닙니다.”
“아니, 정말 대단한 것 같은데 요?”
강진의 말에 최문우가 고개를 저었다.
“정말로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닙 니다. 그냥 아이들용 헬멧에 있 는 고무 밴드 연결한 수준입니 다.”
“그래도요.”
웃으며 강진이 최문우를 보았 다.
“혹시 식사하셨어요?”
“ 밥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초 면에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저희 가게에서 식사라도 하시죠. 제가 음식점을 하거든요. 나름 맛집으 로 주위에 소문이 많이 난 집입 니다.”
갑작스러운 식사 초대에 최문우
가 당황스러운 눈으로 그를 보았 다.
그런 최문우의 모습에 이강혜가 웃으며 말했다.
“강진아, 문우 씨도 출근하셔야 지.”
출근이라는 말에 강진은 아차 싶었다.
이제 8시 조금 넘었으니 대부분 의 직장인들은 출근 준비를 할 시간이었다. 이강혜는 일찍 나와 서 애들 밥 주고 바로 회사로 출
근하기에 시간이 있는 것이고 말 이다.
이강혜의 말에 최문우가 말했 다.
“저 야근 근무하고 와서 출근은 괜찮습니다.”
“야근 근무요?”
“제가 소방서에서 일하거든요.”
말을 한 최문우가 웃었다.
“제가 별 이야기를 다 하네요.”
직업까지 밝힌 것이 무안한 모
양이었다. 그에 이강혜가 웃으며 말했다.
“저도 L 전자 다닌다고 말한 걸 요. 그리고 강진이도 식당 한다 고 했으니 괜찮아요.”
“그것도 그러네요.”
최문우의 말에 강진이 다시 말 했다.
“그럼 저희 가게 가서 식사하시 죠. 식사 든든하게 하고 자면 잠 도 잘 올 겁니다.”
강진의 말에 최문우가 웃으며
말했다.
“저 아침에 밥 먹고 왔습니다.”
최문우의 말에 이강혜가 잠시 강진을 보았다. 그러고는 최문우 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저기, 저희 제품 어떠세요?”
이강혜의 말에 최문우가 미소를 지었다.
“저에게 최고의 제품입니다.”
“그럼 조금 시간을 내어 주세 요. 저희 제품 사용하시는 분에
게 이런저런 실제 사용 경험담 들으면 나중에 문우 씨처럼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려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그래 요.”
“ 도움요?”
“실제 사용하다가 느낌 점 들…… 그러니까 수정 씨를 볼 때 뭔가 좀 어색하다 하는 것들 요. 그런 부분들을 들으면 저희 가 보완할 부분이 뭔지 알 수 있 거든요.”
“아……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 를 끄덕이던 최문우가 말했다.
“그런데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저는 그냥 좋습니다.”
“그럼 그 좋은 점을 이야기해 주셔도 돼요. 뭐든지 문우 씨가 하는 말은 앞으로 저희 제품에 도움이 될 거예요. 그리고 그 도 움은 앞으로 문우 씨처럼 보고 싶은 분들이 있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이강혜의 말에 최문우가 잠시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다면…… 알겠습니다.”
자기와 같은 처지를 가진 사람 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말에 최문 우는 승낙을 했다.
그에 이강혜가 고개를 끄덕이고 는 강진을 보았다.
“문우 씨 가게로 모셔.”
“어…… 네.”
강진은 이강혜가 자신을 도와준 것에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 다. 어쩐지 뭔가를 알고 자신을 도와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 강진의 시선에 이강혜가 웃으며 작게 말했다.
“내가 핸드폰으로 질문할 것 보 낼 테니까 그거 물어보고.”
“누나는요?”
“아직 여기 애들 밥 다 못 줬잖 아. 밥 주고 갈게.”
“알았어요.”
대답한 강진이 최문우를 보았 다.
“가시죠.”
“알겠습니다. 건우야, 가자.”
최문우의 말에 건우가 그를 보 았다. 그러고는 허공을 한 번 보 았다.
아마도 허공에 있을 임수정의 VR을 보는 모양이었다.
“가는 길에도 너 수정이 보게 해 줄 테니까 가자.”
최문우의 말에 건우가 몸을 돌 려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에 강진이 걸음을 옮기자, 최 문우와 건우가 그의 뒤를 따라갔 다.
강진이 최문우와 함께 걸어가는 것을 보던 오혁이 물었다.
“그런데 왜 그런 거야?”
“뭐가?”
“문우 씨 강진이 가게로 가게 하려고 설문 조사 말한 거 아니 야?”
“설문 조사도 필요하잖아.”
핑계이기도 했지만, L 전자는 VR 기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 기 위해 사용자들에게 설문 조사 를 받고 있기는 했다.
VR은 어디까지나 가상세계이기 에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고, 그것을 계속 보완해 가는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다.
이강혜 또한 걸어가는 강진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강진이가 문우 씨 가게
로 데려가고 싶어 하잖아.”
“그래서 갈 핑계 만들어 준 거 야?”
오혁의 물음에 이강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 자고 있을 때…… 나 정 말 많이 힘들었거든.”
갑작스러운 이강혜의 말에 오혁 이 그녀를 보았다.
“미안해.”
오혁의 사과에 이강혜가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이 아니야.”
이강혜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 며 말했다.
“강진이 만나고 많이 위안이 됐 어.”
“그래?”
“강진이하고 이야기를 하면 편 안해졌어. 그리고……
이강혜는 고개를 돌려 오혁을 보았다.
“어쩐지 오빠가 깨어난 것이 강 진이 덕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래?”
재차 고개를 끄덕인 이강혜는 강진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그래서 강진이가 문우 씨를 자 신의 가게로 데려가고 싶어 하는 것도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 생 각해.”
“무슨 이유?”
“글쎄.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문우 씨에게는 좋은 일이겠지.”
이강혜의 말에 오혁이 그녀를 보다가 강진이 가는 곳을 보았 다.
‘하긴, 강진이한테는 뭔가 그런 것이 있지.’
강진과 이야기를 하고 같이 있 으면 마음이 편했다. 뭔가 위안 이 되는 느낌마저 들곤 했다.
‘문우 씨도 위안이 되고 힐링이 됐으면 좋겠네.’
* * *
딸랑!
풍경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문 을 연 강진이 가게 안으로 들어 갔다. 그에 최문우가 그 뒤를 따 라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멈췄다.
“왜 그러세요?”
“음식점인데 우리 건우 들어가 는 건 좀……
최문우가 건우의 머리를 쓰다듬 으며 하는 말에 강진이 고개를 숙였다.
헥 헥 헥}
건우는 침을 흘리며 위를 살짝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 였다. 시각이 불편한 손님을 돕 는 개라면 괜찮겠지만, 확실히 건우는 식당에 들이는 것이 좀 그랬다.
하지만 건우를 밖에 두는 것도 영 아닌 것 같았다. 그에 강진이 웃으며 건우를 안아들었다.
멍!
그런 강진의 행동에 건우가 작 게 울음을 토하며 최문우를 보았 다.
“ 괜찮아.”
최문우의 말에 건우가 더 이상 짖지 않자, 강진이 웃으며 말했 다.
“일 층은 식당이지만, 이 층은 집이거든요. 이 층에서 이야기하 시죠.”
최문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 은 그를 데리고 2층으로 올라갔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