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저승식당-1045화 (1,043/1,050)

외전 18화

2층에 올라온 강진이 건우를 내 려놓으려 하자, 최문우가 말했다.

“발 닦아야 합니다.”

건우를 다시 안아 든 최문우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혹시 화장실이?”

강진이 화장실 문을 열어주자 최문우가 건우를 안은 채 그 안 으로 들어갔다.

“이제 이거 벗자.”

끼잉!

싫다는 표시로 작게 울음을 토 하는 건우에게 최문우가 말했다.

“이제 벗어야 해. 너무 오래 쓰 면 너 토하잖아.”

뒤늦게 건우가 고개를 숙이자, 최문우가 VR 기기를 벗겨냈다.

스윽!

그러고는 최문우가 강진에게 말 했다.

“혹시 물티슈 있습니까?”

“저희는 그거 안 쓰는데. 혹시 건우 발 닦아주시려고 그러세 요?”

강진의 물음에 최문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차에 물티슈가 있는데 안 들고 와서요.”

“그럼 이걸로 하세요.”

강진이 수건을 내밀자, 최문우 가 건우의 발을 보며 말했다.

“얘 발이 좀 더러운데.”

최문우의 말에 강진이 수건으로 바닥을 슬쩍 닦고는 그것을 들어 보였다.

“자, 이것도 더럽네요.”

강진의 말에 최문우가 그를 보 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습니다.”

수건을 건네려던 강진은 아예 수건을 들고 건우에게 다가갔다.

“손 ”

강진의 말에 건우가 발을 들어 서 내밀었다. 그에 강진이 웃으 며 발을 닦아 주었다.

“착하네. 말도 잘 듣고.”

강진의 말에 최문우가 웃으며 말했다.

“이걸 해야 방에 들어간다는 걸 알거든요. 수정이가 잘 가르쳤어 요.”

말을 하며 최문우가 손을 내밀 었다.

“주시면 제가 하겠습니다.”

“아니에요. 제가 할게요.”

“그게 발바닥 젤리 같은 곳 안 쪽도 닦아야 하거든요. 강아지 발 안 닦아 보셨으면 잘 모르실 겁니다.”

“이것도 요령이 있나 보네요.”

“그럼요.”

웃으며 최문우가 손을 내밀자, 강진은 두말하지 않고 수건을 내 밀었다.

수건을 받은 최문우는 수건 한 쪽에 물을 묻혀 발바닥을 구석구

석 닦아주고는 마른 부분으로 물 기를 닦았다.

“이제 깨끗하네요.”

최문우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건우 안으로 들어와.”

강진의 말에 건우가 거실로 걸 음을 옮겼다.

잠시 두리번거리던 건우는 햇살 이 들어오는 곳에 몸을 눕혔다. 그러고는 크게 하품을 하고는 그 대로 발에 머리를 기댔다.

그런 건우의 모습에 최문우가 피식 웃었다.

“저놈이 누울 곳만 보이면 저렇 게 눕습니다.”

최문우의 말에 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식사를 좀 하시겠어요?”

강진의 말에 최문우가 힐끗 계 단이 있는 곳을 보고는 입맛을 다셨다.

“먹을 생각이 없었는데 밑에서 좋은 냄새가 나네요.”

“냄새만큼이나 맛도 좋을 거예 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음 식 가지고 올라올게요.”

“아닙니다. 그냥 밑에서 먹겠습 니다.”

혼자 내려가려는 강진을 제지한 최문우가 건우를 보았다.

“그러고 보면 건우는 VR을 보 고 난 후에 한참을 잡니다. 그 VR을 오래 보고 있으면 좀 어지 럽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건우는 VR을 하고 나면 피곤해합니다.”

이강혜가 한 말을 떠올리며 느 낀 점을 말하는 것에 강진이 고 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느낀 점들을 천천히 말 씀해 주시면 됩니다. 일단 내려 가시죠.”

“알겠습니다.”

어느새 잠든 건우를 뒤로하고 강진과 최문우는 계단을 내려왔 다.

강진과 최문우가 2층에 올라가

있던 동안, 1층 주방에서는 임수 정이 신기한 눈으로 배용수가 음 식을 만드는 것을 보고 있었다.

장갑을 낀 채 커다란 프라이팬 을 움직이며 음식을 만드는 배용 수의 모습을 지켜보던 임수정이 말했다.

“정말 대단하세요.”

“운암정이라고 아세요?”

“알아요. TV에서 봤어요.”

“제가 거기에서 일을 하던 숙수 입니다.”

싱긋 웃는 배용수의 모습에 임 수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대단하세요.”

“하하하! 아닙니다. 아! 음식 좀 드세요.”

배용수는 자신이 만들어 놓은 음식들을 그릇에 담아 놓았다.

“강진이가 만든 것에 비하면 조 금 맛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맛있 게 먹을 수 있을 겁니다.”

“강진 씨가 요리를 정말 잘하시 나 봐요. 운암정 요리사였던 선

생님보다 음식을 더 잘하시면 요.”

임수정의 말에 배용수가 손을 저었다.

“그건 아닙니다. 정식으로 음식 을 배운 저를 어찌 강진이가 따 라잡을 수 있겠어요. 사람이 먹 는 음식은 당연히 제가 만든 음 식이 더 맛있습니다.”

물론 강진이 레시피 노트를 보 고 배운 몇 가지 음식들은 다르 다. 그중에는 배용수가 만든 것 보다 맛있는 것도 있었다.

물론 그것도 개개인마다 갈리기 는 하겠지만 말이다.

배용수의 말에 임수정이 의아한 듯 말했다.

“사람이 먹는 음식요?”

“여기가 저승식당이라 귀신들에 게 음식을 줍니다.”

“이야기 들었어요.”

“하지만 여기는 일반 사람을 위 한 식당이기도 해요.”

임수정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가

게를 둘러보자, 배용수가 말을 이었다.

“사람 손님이 드시는 음식은 제 가 강진이보다 낫고, 귀신이 먹 는 음식은 강진이가 낫다는 거예 요.”

“스킬이 다른 건가요?”

“스킬이라기보다는 손맛이 다른 거죠.”

배용수가 웃으며 손바닥을 보였 다.

“저승식당 사장의 손은 귀신에

게 최고의 MSG이거든요.”

“MSG 요?”

“귀신에게는 저승식당 사장 손 이 엄마 손맛인 거죠.”

“아……

엄마 손맛이라는 말에 임수정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 하 나로 무슨 의미인지 바로 알아들 은 것이다.

“드셔 보세요.”

배용수가 음식을 가리키자, 임

수정이 음식을 보았다.

방금 만든 따뜻한 계란말이와 소시지볶음이 었다.

오늘 아이들과 함께하는 행사에 낼 음식으로 배용수는 이 두 가 지를 선택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고기반찬을 하나 할까 했는데, 삼겹살은 오 혁이 직접 굽는다고 했으니 고기 반찬은 따로 하지 않았다.

게다가 출장 뷔페도 온다고 했 고 말이다. 대신 애들이 좋아할

만한 계란말이와 소시지볶음을 만든 것이다.

“맛있어 보여요.”

“실제로도 맛있습니다.”

배용수가 웃으며 말했다.

“혹시 따로 드시고 싶은 거 있 으세요?”

“저는 이거면 될 것 같아요.”

임수정의 말에 이혜미가 급히 말했다.

“여기서는 예의 같은 거 차리지

말아요.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바 로 말씀하세요.”

“맞습니다. 그리고 남편분이 가 기 전에 드셔야 하니 빨리 말씀 하셔야 해요. 그래야 빨리 만들 죠.”

배용수의 말에 임수정이 말했 다.

“그럼…… 저 비빔국수 먹고 싶 어요. 이 김치하고 깍두기 넣어 서 매콤하게요.”

임수정이 김치와 깍두기를 보며

말했다.

“김치하고 깍두기가 정말 맛있 어 보여요.”

“맛이 있습니다. 아! 겉절이나 생김치 좋아하시면 그것도 만들 어 드릴 수 있어요.”

“생 김치요?”

“금방 만들 수 있는데 어떻게, 해 드릴까요?”

“물어 뭐해요. 이미 침 삼키고 있는데.”

이혜미의 말에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말이 너무 많았네요. 일단 식 사하고 계세요. 제가 맛있게 해 드릴게요.”

배용수는 냄비에 뜨거운 물을 받고는 그것을 불에 올렸다. 그 모습을 본 임수정이 음식을 보 자, 이혜미가 웃으며 숟가락과 젓가락을 가리켰다.

“드세요.”

“감사합니다.”

임수정이 침을 삼키고는 수저를 들었다.

화아악!

불투명한 수저를 손에 든 임수 정이 밥을 크게 떴다. 아침에 지 은 밥이라 따스한 김이 후욱 올 라오는 것에 임수정이 침을 꼴깍 삼키고는 그 위에 김치를 올려 입에 넣었다.

그 순간, 임수정의 눈이 크게 떠졌다.

“어머!”

깜짝 놀라는 임수정의 모습에 이혜미가 웃었다.

“너무 맛있죠?”

“네.”

임수정이 놀란 눈으로 밥을 보 았다.

“제삿밥하고는 정말 맛이 달라 요.”

“그러실 거예요. 저승식당 음식 은 귀신이 먹기에 정말 맛이 좋 거든요.”

말을 하던 이혜미가 조금은 안 쓰러운 눈으로 임수정을 보았다.

‘하지만 가장 맛있는 건 현신해 서 먹는 건데…… 수정 씨는 어 렵 겠죠.’

남편의 옆에 있는 수호령으로선 밤 11시에 가게에 오기는 힘드니 말이다.

연신 고개를 끄덕인 임수정이 다시 밥을 떠서는 김치를 올리려 하자, 이혜미가 말했다.

김치 안 자르고 통으로 드릴까

요?”

김치를 맛있게 먹으니 통으로 주려는 것이다.

“아니요. 저는 이것도 좋아요.”

“이것도 좋으면 안 자른 것도 좋다는 거겠네요.”

이혜미가 웃으며 비닐장갑을 끼 고는 냉장고에서 김치를 한 포기 꺼내 대가리만 잘라 놓았다.

“따뜻한 쌀밥에는 역시 김치를 쭈욱 찢어 올려서 먹어야죠.”

김치를 한 가닥 크게 찢어 내밀 자, 임수정이 웃으며 밥이 담긴 수저를 내밀었다.

그에 이혜미가 김치를 올려주자 임수정이 그것을 입에 넣고는 말 했다.

“근데…… 어떻게 김치를 집으 세요?”

말을 하며 임수정이 김치를 손 으로 잡아들었다. 그러자 이혜미 처럼 김치가 들리는 것이 아니라 불투명한 김치가 들렸다.

하지만 이혜미는 김치를 들고, 배용수도 프라이팬으로 음식을 만드니 신기하고…… 자신도 그 렇게 할 수 있으면 배우고 싶었 다.

“저희가 쓰는 건 저승에서 가져 온 물건들이거든요. 그래서 이 비닐장갑을 끼면 물건을 집거나 할 수 있어요.”

이혜미가 비닐장갑을 낀 손을 들어 보이며 하는 말에 임수정이 신기한 듯 말했다.

“그거 참 신기하네요.”

“그렇죠.”

“저는 사랑과 귀신처럼…… 귀 신도 배우면 다들 물건을 집을 수 있을 줄 알았어요.”

“물건을 잡을 수 있는 귀신분들 이 있기는 한데, 일반 귀신들은 그렇게 할 수 없어요.”

“그런 귀신들이 있어요?”

“혹시 처녀나 총각귀신 본 적 있으세요?”

“본 적 있어요. 되게 무섭던데 요.”

그들을 생각하니 겁이 나는 듯 살짝 몸까지 떠는 임수정을 보며 이혜미가 말했다.

“그분들은 물건을 쥐고, 영화에 서 나오는 귀신들처럼 이런저런 재주들을 할 수 있어요. 물론 우 리 같이 평범한 귀신들은 할 수 없지만요.”

“아…… 그렇군요.”

“그래도 부러워하지는 마세요. 그만큼 한이 깊어서 귀신의 힘이 강하다는 거니까요.”

그러고는 이혜미가 웃으며 음식 을 가리켰다.

“드세요.”

이혜미의 말에 임수정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밥을 뜨고는 김치를 올렸다. 그 모습에 이혜미가 말 했다.

“다른 반찬도 좀 드셔 보세요.”

“김치가 너무 맛있어서 다른 반 찬을 생각 못 했네요.”

그러고는 임수정이 깍두기를 집 어 밥에 올리는 것에 이혜미가

웃었다.

‘하긴, 김치 같은 것이 먹고 싶 겠지.’

귀신은 제삿밥을 먹어도 좀 간 이 심심하게 느껴진다. 아주 매 운 음식을 먹어도 좀 싱거운 느 낌 이 랄까?

그런 상황에서 맛있고 칼칼한 김치를 먹으니 다른 반찬에 눈이 가지 않는 것이다.

마치 한 달 동안 라면 안 먹다 가 매운 라면을 먹었을 때의 그

런 타격감이라고 할까?

그런 생각을 하며 임수정을 볼 때, 강진이 최문우와 함께 홀로 나왔다.

“여기 앉아 계시면 음식 가지고 나올게요.”

“감사합니다.”

최문우는 가게를 둘러보다가 식 탁에 있는 ‘꽃 피어나다’를 집어 들더니 그것을 펼쳤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은 주방에 들어와 임수정을 보며 말했다.

“음식 좀 드셨어요?”

강진의 말에 임수정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정말 맛있어요.”

“맛있게 드세요. 아! 그리고 문 우 씨한테 해 주던 맛있는 음식 같은 거 있을까요?”

말을 하며 강진은 비닐장갑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에 임수정 의 얼굴에 의아함이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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