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22화
스윽! 스윽!
자신의 얼굴에 닿는 건우의 혀 에 임수정은 깜짝 놀랐다.
“건우야, 너……?”
건우는 다시 혀를 움직여 임수 정의 얼굴에 흐르는 피를 핥았 다.
할짝! 할짝!
건우는 자신이 피를 모두 핥아
서 안 아프게 해 주겠다는 듯 정 말 열심히 혀를 움직였다.
그런 건우를 멍하니 보던 임수 정이 손을 내밀었다.
“손!”
파앗!
임수정의 말에 건우가 번개처럼 앞발을 그녀의 손 위에 올려놓았 다. 마치 이게 세상에서 가장 중 요하다는 듯 말이다.
자신의 앞발이 임수정의 손에 닿자 만족스러운 듯 헥헥거리며
그녀를 보았다.
마치 자신을 어서 칭찬해 주지 않고 뭐 하냐는 듯 말이다.
그 모습에 임수정이 놀란 눈으 로 건우를 보았다.
“내가 보이는 거야?”
멍
건우가 대답하듯 짖자 임수정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내가 보이고 내가 하는 말이 들려?”
멍! 멍! 멍!
연신 짖은 건우가 소파에서 뛰 어내려서는 빙글빙글 돌았다.
멍! 멍! 멍!
그런 건우의 모습을 임수정이 놀란 눈으로 보았다. 그러다가 건우를 껴안았다.
“우리 건우, 엄마 너무 보고 싶 었지.”
임수정의 말에 건우가 그녀의 어깨에 자신의 머리를 기댔다. 그리고…….
푸르르! 푸르르!
마치 사람이 우는 것처럼 소리 를 내기 시작했다. 그런 건우의 등을 손으로 쓰다듬는 임수정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건우가 손에 잡혔다. 건우의 털 하나하나가 손에서 느껴지고 있 었다. 그리고 따스한 건우의 촉 감 도...
건우를 쓰다듬던 임수정은 고개 를 돌려 한쪽에 굴러가 있는 육 포를 보았다.
‘설마 저걸 먹으면 귀신을 보고 만질 수 있는 건가?’
임수정이 육포를 보고 있을 때, 건우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욕실을 향해 크게 짖 었다.
멍! 멍! 멍멍!
어서 나와 보라고, 여기 우리 엄마 와 있다고 외치는 듯 정말 크게 짖는 건우의 모습에 임수정 이 급히 말했다.
“건우야, 짖으면 안 돼. 쫓겨
나.”
멍! 멍!
임수정의 만류에도 건우는 재차 짖으며 급히 욕실을 향해 뛰어갔 다. 그러고는 발로 욕실 문을 긁 기 시작했다.
멍! 멍멍!
“야, 왜 그래! 금방 나갈게.”
샤워를 하고 있던 최문우는 건 우가 짖는 것에 연신 안에서 소 리를 질렀다.
아파트에서 개를 키우는 것 가 지고 남이 뭐라고 하지는 않지 만, 그래도 개가 이렇게 짖어 대 면 민원이 들어올 테니 말이다.
“너 안 그러다가 왜 이래? 그만 짖어.”
안에서 연신 들리는 최문우의 목소리에 임수정도 급히 건우에 게 다가갔다.
“건우야, 엄마 어디 안 가. 그만 짖어.”
멍! 멍!
그래도 연신 짖는 건우의 턱을 임수정이 가만히 쓸어 올렸다.
“진정해. 진정. 괜찮아. 괜찮아.”
같은 말을 두 번씩 해 주자, 그 제야 멈춰 선 건우가 그녀를 올 려다보았다. 그런 건우의 꼬리가 천천히 좌우로 흔들리더니 갑자 기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꼬리가 빠질 것처럼 좌우로 흔 드는 건우의 모습에 임수정이 웃 었다.
엄마 보니까 그렇게 좋아?”
멍!
크게 짖은 건우는 몇 바퀴를 같 은 자리에서 돌다가 거실 한쪽에 있는 자신의 침대로 뛰어 올라갔 다.
그러더니 침대 구석에 있는 자 기의 장난감을 물고는 다가왔다.
자신의 앞에 장난감을 내려놓고 웃으며 올려다보는 건우의 모습 에 미소 지은 임수정이 장난감을 주우려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은 장난감을
뚫고 지나갈 뿐이었다.
“건우야, 미안해. 이건 안 되나 봐.”
임수정의 말에 건우가 시무룩한 얼굴로 자신의 장난감을 발로 툭 툭 치다가 그녀를 보고는 바닥을 툭툭 발로 쳤다.
그 모습에 임수정이 웃으며 바 닥에 앉자, 건우가 그녀의 무릎 에 자신의 머리를 올려놓았다.
건우가 제일 좋아하는 자세가 바로 이것이었다. 임수정의 무릎
에 머리를 올려놓은 채 엎드려 있는 것 말이다.
그런 건우의 모습에 임수정이 웃으며 그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 었다.
헥 헥 헥 J
그 손길이 기분 좋은 듯 건우가 혀를 내밀며 헥헥거렸다.
그렇게 잠시간 건우를 쓰다듬던 임수정은 고개를 돌려 바닥에 떨 어져 있는 육포를 보다가 다시 건우를 보았다.
“건우야, 간식 좀 가져와 봐.”
임수정이 육포를 가리키자, 건 우가 일어나서는 육포를 물고 다 가왔다.
그러곤 툭! 하고 육포를 바닥에 내려놓은 건우가 임수정을 빤히 보았다.
임수정은 육포를 보다가 슬며시 손가락으로 그것을 밀어 보았다.
스르륵!
“어‘?”
육포가 밀려나자, 임수정의 얼 굴에 의아함과 놀람이 어렸다.
임수정은 다시 육포를 밀어 보 다가 조심스럽게 손에 쥐었다.
스윽!
자신의 손에 육포가 잡히는 것 에 어리둥절해진 임수정은 식탁 위에 놓인 육포 봉투를 보았다.
“설마 이것도 저승에서 온 물건 인가?”
한끼식당에서 음식을 직접 만들 때, 저승에서 가지고 왔다는 비
닐장갑을 꼈었다.
“아! 집에 가면 깜짝 놀랄 일이 있을 거라는 게 바로 이것 때문 이었구나.”
건우가 자신을 보고 목소리를 들을 때 깜짝 놀랐으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임수정이 육 포 봉투를 볼 때, 임수정의 손에 뭔가가 닿았다.
툭!
육포를 쥐고 있던 손에 건우의 코가 닿은 것이었다.
헥 헥 헥}
자신을 보며 뭔가를 바라는 듯 한 건우를 보던 임수정이 웃었 다.
“던져 주라고?”
멍!
작게 짖으며 꼬리를 흔드는 건 우를 보던 임수정이 육포를 던져 주었다.
휙!
그러자 건우가 후다닥 뛰어가
육포를 물고는 돌아왔다.
그리고…….
툭!
다시 자신의 손에 육포를 올려 주는 것에 임수정이 웃으며 그것 을 다시 던졌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고 있을 때, 화장실 문이 열리며 최문우 가 나왔다.
“야! 왜 이렇게 시끄럽게 해. 우리 쫓겨난다고.”
최문우의 외침에 건우가 그를 향해 짖었다.
멍! 멍!
그에 최문우가 눈을 찡그렸다.
평소 안 짖다가도 이렇게 한 번 짖으면 경비실에서 전화가 오니 말이다.
건우를 살짝 혼내려던 최문우는 건우의 표정을 보고 갸웃했다.
건우가 정말 기분이 좋을 때나 짓는 표정을 한 채 자신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왜 그래?”
멍!
“크게 짖지는 말고.”
최문우의 말에 건우가 임수정을 보며 작게 짖었다.
멍!
마치 엄마 왔는데 왜 아는 척을 안 하냐고 묻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최문우는 임수정을 볼 수 가 없었다.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최문우는 건우가 짖는 곳을 보 며 말했다.
“뭐 있어?”
최문우는 건우 주변의 바닥을 살폈다. 혹시 바닥에 뭐라도 떨 어졌나 싶어서 말이다.
하지만 바닥에는 떨어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에 의아해하 던 최문우가 건우를 보았다.
건우는 바닥에 육포를 내려놓은 채 이쪽을 보고 있었다.
“육포가 맛이 없어?”
멍!
작게 짖은 건우가 육포를 발로 밀었다.
“먹기 싫어?”
최문우가 육포를 손으로 집으려 하자, 건우가 급히 육포를 발로 눌렀다.
그 모습에 최문우가 고개를 젓 고는 말했다.
“어쨌든 조용히 해야 해.”
그러고는 최문우가 안방으로 들
어가려 하자, 건우가 급히 안방 입구를 막았다.
멍!!
조금 크게 짖은 건우가 임수정 이 있는 곳을 보았다. 바닥에 앉 아있던 그녀의 얼굴엔 망설임이 어려 있었다.
잠시 망설이던 임수정이 한숨을 쉬며 건우를 보았다.
“건우야, 이리 와. 아빠 자야 지.”
멍.
건우가 답을 하며 다시 최문우 를 보았다.
왜 엄마가 있는데 알아보지를 못하냐는 듯 말이다. 그런 건우 를 보며 최문우가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고는 안방으로 들어 갔다.
“아빠 잘게.”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 최문 우의 모습에 건우가 뒷발로 서서 는 문을 긁으려 했다.
“건우야, 그만해.”
문을 긁으려던 건우가 발을 내 리자, 임수정이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건우가 다가와서는 앞발 을 올렸다.
그에 임수정이 웃으며 머리를 긁어주고는 바닥에 놓인 육포를 집어 들었다.
“오빠 눈에는 이게 그냥 허공에 떠 있는 걸로 보이겠지.”
임수정이 아까 망설인 것은 이 것이었다.
육포를 들어서 영화 ‘사랑과 귀
신’에 나오는 장면을 재현할까?
그럼 최문우가 자신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텐데…….
하지만 그녀는 그럴 수가 없었 다. 자신이 귀신으로 옆에 있다 는 것을 알면 최문우에게 상처가 될 것 같았다.
게다가 귀신은 언젠가는 사라지 는 존재다. 자신이 또 사라져서 최문우가 또 상처받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하아!”
작게 한숨을 쉬며 육포를 만지 작거리는 임수정에게 건우가 꼬 리를 흔들며 다가왔다.
그러고는 그녀의 얼굴에 자신의 머리를 가져가 비벼댔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기분 풀라는 듯 말이다.
그런 건우의 모습에 임수정이 웃으며 머리를 껴안았다.
“오빠는 나를 못 보지만, 그래 도 네가 나를 보니까 엄마는 괜 찮아.”
임수정의 말에 건우가 혀를 내 밀어 그녀의 얼굴을 핥았다.
할짝! 할짝!
그런 건우의 모습에 임수정이 웃으며 그 머리를 쓰다듬었다.
눈을 뜬 최문우는 코끝을 스치 는 육포 냄새에 옆을 보았다. 자 신의 베개 옆에 육포가 놓여있었
다.
그 육포를 보던 최문우가 한숨 을 쉬고는 그것을 들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얘가 왜 이러지?”
최문우는 들고 있던 육포를 반 대쪽 손바닥에 툭툭 쳤다.
얼마 전 한끼식당에서 강아지 간식을 받았다.
평소에는 하나를 주면 순식간에 뚝딱 먹어 버렸는데 이 육포 간 식은 조금씩 아껴 먹었다.
게다가 퇴근하고 집에 와 보면 육포에 먼지가 잔뜩 묻어 있었는 데, 먹기보다는 장난을 치는 것 같았다.
그래서 혹시 이 육포를 싫어하 나 싶어서 다른 간식을 주고 이 건 따로 놨는데 퇴근해서 보면 늘 이 육포를 가지고 있었다.
간식이 먹고 싶어도 간식 통에 는 손을 대지 않고 주는 것만 먹 던 녀석인데 말이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는 건우가 자신한테 이 육포를 주고 가고는
했다.
TV를 보고 있으면 슬며시 이 육포를 물고 와 자신의 근처에 놓았다. 마치 자신에게도 먹어 보라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개가 먹는 간식을 자신 이 먹을 수 없어 다시 돌려주고 는 했는데, 이제는 자신이 자고 있으면 입가에 이걸 올려놓고 가 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자다가 놀라서 일 어나기를 반복하자, 이제는 베개 옆에 두고 갔다.
마치 좋은 거 나눠 주려는 것처 럼 말이다.
“고맙기는 한데……
먹는 것을 좋아하는 건우가 자 신에게 먹을 것을 주려고 하니 고맙기는 했지만,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최문우는 난감했다.
게다가 새 걸 줘도 개 간식이라 먹지 않을 판인데, 건우가 자신 에게 주려고 가져올 때는 입으로 물고 오다 보니 침도 묻고 축축 하기까지 했다.
한숨을 쉰 최문우는 육포를 들 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건우야.”
거실로 나온 최문우는 소파에 누워 있는 건우를 볼 수 있었다. 그런 건우에게 최문우가 육포를 들어 보였다.
“너 아빠가 이거 먹었으면 좋겠 어?”
최문우의 말에 건우가 짖었다.
멍! 멍!
연신 짖은 건우가 소파 한쪽을 보았다. 그 모습에 최문우가 재 차 한숨을 쉬고는 들고 있던 육 포를 건우에게 던져 주었다.
휙! 덥석!
날아오는 육포를 입으로 받은 건우가 그것을 옆에 뱉어 놓고는 최문우를 보았다.
기대감에 찬 건우의 시선에 작 게 고개를 저은 최문우가 간식이 들어 있는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건우의 간식들이
이것저것 잔뜩 들어 있었다. 사 람 먹을 것은 없어도 건우 간식 은 잊지 않고 쟁여 두고 있었다.
그중 몇 개 남지 않은 육포를 꺼낸 최문우가 냄새를 맡아보고 는 건우를 보았다.
“그럼 맛만 본다.”
말을 한 최문우가 인상을 찌푸 린 채 육포를 조금 입에 넣고는 뜯었다.
생각보다 겉은 딱딱했고, 반대 로 속은 쫄깃했다.
‘괜찮은데.’
개 간식이라는 것을 모르고 먹 는다면 최고급 수제 육포라는 생 각을 하며 최문우가 고개를 끄덕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