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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화 〉실습 훈련 (9/120)



〈 9화 〉실습 훈련

‘괜찮을까?’

김세연은 한설화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녀는 앞에 앉아있는 한설화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가 그를 만난 것은 우연이었다.
훈련이 끝나고 돌아가던  숲이 있다기에 구경하러 갔다.
하랑에 온 지 며칠이  되었기에 주위 시설들이 궁금하기만 했다.

외부만 구경하려고 마음먹었지만, 안에서 들리는 소리에 혹해 들어갔다.
들어갈수록 크게 들리는 소리에 겁을 먹었지만, 들어온 김에 정체를 확인하고 싶었다.

정오에 다다르는 시간임에도 숲에서 무언가 소리가 들리는 것은 이상했었다.
깊이 들어가자 올려다본 나무에는 화살이 꽂혀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었다.

등 뒤에 매고 있는 활을 꺼내야 했음에도 몸이 굳어 움직이지 못했다.
가장 먼저 움직인것은 그녀의 입이었다.

컴컴한 어둠 속에서 들린 남자의 목소리는 흥분과 기대보다는 공포와 두려움이 먼저였다.
남자의 목소리가 자신의 이름을 불렀을 때는 식은땀이 흘러 손끝 하나도 움직이지 못했다.

김세연이 지금 생각하기에는 웃긴 일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발소리가 크게 다가올수록 몸은 점점 말을 듣지 않기 시작했다.

그녀가 얼굴을 확인하자 모든 긴장이 풀리며 안심할  있었다.

‘정말 예뻤는데.’

그의 외모는 상상 이상이었다.
예전에 봤을 때보다 더 예뻐진 듯 보였다.

긴장이 풀리자 마음 놓고 주위를 구경할 수 있었다.
한설화였다는 것 하나만으로 그녀는 주위 풍경을 다시금 해석할 수 있었다.

섬뜩하기만 했던 화살들의 화살촉들이 조명역할을 하며 빛을 내고 있었고, 그 빛은 둘 사이를 비췄다.

달빛을 받아서 원래부터 하얬던 한설화의 피부는 창백하다 할 정도로 밝았다.
그럼에도 그 창백함이 전혀 괴상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분위기에 맞아 보였다.

길게 호선을 그리며 내려간 눈꼬리는 사람을 홀리게 했다.

‘거기서 대체 왜 그런 말을 해서.’

그녀는 그때 자신의 입에서 나온 말을 후회하고 있었다.
수업을 듣고 있는 그의  모습은 그때의 모습과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하아-”

그녀는 그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눈에 훤히 보였다.
이상한 사람으로 바라볼까 두려웠지만, 눈치가 없는 것인지 자신을 배려해준 것인지 좋게 넘어갔다.

숲에서의 둘의 만남은 동화 속 남주인공과 여주인공 같았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둘만이 마주 보고 있었다.
달빛은 조명을 맡았고, 텅 빈 공터는 무대를 맡았다.

하지만, 김세연이 생각하기에 한설화의 상태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자정까지 연습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어디가 잘못된 사람이었다.

대부분 생도들은 자정 전에 단련실을 나가는 것이 일상화되어있다.
하랑의 수업은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좋았다.
그런 것을 컨디션 조절을 하지 못해 듣지 못한다면 손해가 극심했다.

잠을 몇 시간  잔다는 말에 걱정이 먼저 들었다.
한설화는 자신의 몸을 혹사시키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런 방법은 좋지 않았다.
가끔 쉬어가는 시간도 있는 것이 좋았다.

그런 한설화를 김세연은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그녀가 착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사람을 버려둘 수는 없었다.

‘다시 생각해도 잘한 일이었어.’

기어코 자리에 앉아 기숙사로 보냈다.
남자 혼자서 어두운 숲속에 두고 오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었다.

자신 말고 다른 사람이 왔으면 그를 힘으로 눕히고 강간했어도 증거가 없었다.
그는 전투능력이 없으니 그럴 가능성도 있었다.

꿀꺽-

그의 얼굴을 보고 있던 시선은 자연스럽게 밑으로 내려갔다.
한 번 의식하기 시작하자 끝없이 그녀의 시선은 한설화의 몸을 탐했다.

어느새 수업이 끝나고, 한설화에게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걸까 고민도 해봤지만 금세 포기했다.

그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교관과 거의 동시에 밖으로 나갔다.
누구 하나그를 붙잡지 못하고 쳐다볼 뿐이었다.

자신보다 많은 사람이 그에게 말을 걸고 싶어 할 것이다.
대부분 눈치만 보다가 입맛을 다시기만 했다.

“너는 저런 애가 좋냐?”

옆에서 이유진이 김세연에게 말을 걸었다.

“좋긴 뭘 좋아.”
“수업시간 내내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이제는 내빼시겠다?”
“······”
“쟤는 눈치도 없냐. 뒤에서 쳐다보는데  번을 안 돌아보더라.”

주위의 시선이 느껴지면 한 번쯤은 돌아볼 법도 한데, 그는 시선을 돌리는 일이 없었다.
마치 어딘가 넋을 놓은 것처럼 칠판만을 쳐다볼 뿐이었다.

“난 포기. 저런 애는 사귀면 귀찮을 것 같아.”
“누가 사귀어준대?”

둘은 큭큭 소리를 내며 웃었지만, 그것이 일상이었다.
예쁜 남자가 있으면 한 번쯤은 사귀는 상상을 하는 것은 당연했다.

“내일은 수업이 없고 실습 훈련이 있다. 공지가 따로 발송될 거니 공지를 보고 이동하도록.”

이미경 교관이 문을 열고 들어와서 공지에 대해 간략하게 말했다.

“드디어 던전에 들어가는 건가?”
“좀 떨리네.”
“그래도 뭔가 기대되지 않아?”

교관의 말은 여러 반응을 일으켰다.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고, 들어간다는 사실에 흥분하는 사람도 있었다.

“김세연, 걱정되냐?”

김세연이 걱정하는 표정을 짓자 옆에서 이유진이 물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평범한 표정이었어도 친구인 이유진이 봤을 때는 달랐다.

“으···응?”
“뭐야 실습 때문에 걱정하는 것 아니야?”
“아니. 맞아.”

김세연은 자신이 들어가는  걱정이 되지 않았다.
그녀의 실력은 부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생도들보다 뛰어난 편에 속했다.

김세연이 걱정하는 것은 한설화였다.

치유 능력밖에 없는 한설화가 던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더군다나 그는 학교를나온 것이 아니었다.
기본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상태라 가정한다면 살아남을 확률은 더욱 떨어졌다.

김세연은 한설화를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한설화가 약하다고 해도 각성자였다. 치유 능력까지 있어 웬만해서 하위 던전에서는 죽을 확률이 없었다.

그만큼 어젯밤 그의 모습은 김세연에게 깊게 각인되었다.
지켜줘야 될 사람, 보듬어줘야 할 사람.

김세연에게 한설화는 지켜줘야 할 대상이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한설화는 무언가 결여된 사람처럼 보였고, 그것은 김세연에게 있어 걱정을 증폭시켰다.


**

실습 훈련 날이 밝았다.

A반 학생 모두 던전으로 들어갈 준비를 했고, 흥분과 걱정을 동시에 품고 있었다.

“팀을 지금 이 자리에서 짜라고 하면 분명히 싸움이 일어날 것이다. 그래서 교관이 임의로 팀을 뽑아왔다.”

한숨을 쉬는 소리와 다행이라는 소리가 섞여 나왔다.

김세연은 전자에 속했다.
그녀는 한설화를 자신의 팀에넣으려고 했다.

자신이 직접 봐주면 훨씬 안전하리라 생각했다.

전날에 생각한 방법이 그것뿐이었다.

“각자에게 팀을 보내주겠다. 확인하고 얘기 나누도록. 던전에는1시간의 여유 시간 후 진입한다.”

김세연은 급히 자신의 핸드폰으로 온 문자를 봤다.

한설화와 안된 것은 아쉽지만, 기왕이면 친한 사람과 같은 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어색한 사람과 팀이 되면 합이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7팀: 김세연, 이하늘, 유은설, 한설화.]

“으음···”
“김세연 너 몇 팀이냐?”
“나 7팀.”

옆에 다가온 이유진의 표정을 보니 조가 꽤 잘 짜인 것 같았다.

교관은 팀의 균형을 중시한  같았다.

김세연과 이하늘은 상위권이라면, 유은설과 한설화는 하위권이었다.
특히, 유은설은 능력 하나 변변찮은 하위권이었기에 별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김세연이 생각하기에 이 팀은 최고였다.
한설화랑 같은 팀이라니 그녀의 원래 계획대로 성공했다.

“공지할것이 하나 더 있다. 아직 전투에 미숙한 생도는 상의를 통해 이번 실습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번 실습은 평가에 반영되지 않을 예정이니 걱정하지 말도록.”

김세연은 교관이 누구를 겨냥한 말인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전투에 미숙한 사람은 한 명뿐이 없었다.

“그러면 명인 조가 생길 것이다.  조는 교관이 따라다니며 안전을 확인할 것이니 걱정하지 마라.”

교관은 세 명의 걱정을 한 번에 없앴다.
평가에 반영되지 않고, 확실하게 안전이 보장된 사냥이었기에 불만 없이 받아들였다.

나머지 생도들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김세연은 주위를 둘러보며 유은설과 이하늘을 찾았다.
둘은 붙어있어 찾기 쉬웠기에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안녕. 내가 김세연이야.”
“반가워. 그나저나 나머지  명은···”

인사를 건네자 이하늘이 인사를 받아주며 한설화를 찾았다.

김세연은 뒤에서 느껴진 갑작스러운 인기척에 돌아봤다.
언제 자신의 뒤로  것인지 한설화가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안녕···”

이하늘이 한설화에게 물었다.
유은설에게 들었는지 그가 교관이 말한 사람인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너지? 이번에 빠지는 게.”
“미안···”
“화내려는 건 아니고, 다음에는 참여할 수 있지?”
“응··· 아마도···”

일단 세 명이 함께 들어가도, 한설화를 포함한 4명이 사용하는 진형을 구성했다.

“둘은 어쨌거나 힐러니까. 뒤로 빠지고, 우리 둘이 선두를 맡으면 되겠네.”

일단 팀에 두 명의 힐러가 있다는 것은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상처를 입어도 바로 회복된다는 점에서 죽음이 크게 와닿지 않았다.

“내가 첫 번째로 선두를 설게.”

팀의 지휘는 자연스럽게 이하늘로 결정되었다.
김세연은 그런 자리를 원하지도 않고, 유은설과 한설화도 마찬가지였다.

“김세연 힐은대부분 나에게 집중하고, 은설이 너는 옆에서 날라오는 것만 견제해줘.”

넷은 모여서 수신호를 짜기 시작했다.
던전에서 말을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소리를  듣는 괴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자신들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모두 집합! 1팀부터 천천히 진입한다.”

교관의 말이 들리고 던전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

7팀은 들어가자마자 주위 환경부터 확인했다.
주위 환경을 확인하고 이하늘이 두 마디를 내뱉었다.

“숲이다.”
“늑대 아니면 고블린.”

높은 등급에서는 더 많은 종류의 괴수들이 있지만, 하위 등급에서는  괴수가 대표적이었다.

“뭐가 됐든. 시작은 김세연이 하는 거로.”

일단 괴수를 찾아야 했기에 일자로 줄을 지어 숲을 헤쳐나갔다.

곧이어 괴수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세 명은 모두 어떤 괴수인지 알았다.

‘고블린’

정찰은 김세연의 담당이었다.
능력으로 인해 시야가 좋은 김세연이 먼저 앞으로 나가 괴수의 숫자를 확인하고 수신호를 보냈다.

‘4마리’

이하늘은 그런 김세연의 신호를 받고 나머지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1마리는 활로, 내가 2마리.’

김세연과 유은설은 고개를 끄덕였다.

김세연은 활에 화살을 걸고 시위를 당겼다.

시위를 놓자 화살이 날아가며 정확히 고블린의 머리를 꿰뚫었다.

옆에 서 있던 고블린들은 괴성을 지르며 화살이 날아온 곳으로 달려왔다.

이하늘은 둘을 맡았고, 유은설은  마리를 맡았다.
김세연의 능력은 이하늘한테로 향했고, 활은 유은설 앞에 있는 고블린으로 향했다.

김세연은 당연히 유은설이 고전하리라 생각했지만, 금세 한 마리를 베어 넘기고 이하늘에게로 합류했다.

‘쟤가 저 정도라고?’

그녀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나머지 두 마리에게로 향했다.

수적 싸움으로도 유리해지자 싸움은 금세 정리가 되었다.

“일단 복귀하자.”

교관이 말한 목표는 한 무리를 해치우는 것이었다.
그들의 상태를 보면 아직 힘이 남아있었지만, 무리는 하지 않았다.

교관의 말대로라면 주위에 그녀가 감시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들이 복귀하자 밖에서 다친 사람들을 치유하고 있는 한설화가 보였다.

“쟤는 왜 저기서 저러고 있냐.”

김세연은 어이가 없어 생각을 말로 내뱉었다.

“쟤 치료실에서 일하잖아. 그냥 가만히 있기 뭐해서 도와주고 있는 것 같은데?”

김세연도 의무실에서 일하는 남자가 있다고는 들었었다.

단련실에서 얘기가 나왔기에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관심이 없었다.
치료실을 갈 필요도 없었고, 가야 할 정도의 부상이라면 치료실이 아닌 병원으로 실려 가야 할 것이다.

‘한설화가 치료실에서 일한다고?’

한설화가 일한다는 말에 흥미가 생겼다.

‘나중에 한 번 찾아가야 봐야지.’

김세연은 한설화의 옆으로 다가갔다.

자신도 치유 능력이 있기에 그를 도와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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