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화 〉동아리
하랑과 길드는떼놓을 수 없는 관계다.
2학년 때부터 실습을 나가는 관계상 서로 상부상조하는 밀접한 관계를 이뤘다.
1학년 교육 과정에서 길드에 잘 보이기 위한 시연회도 있었고, 길드와 연계되는 동아리도 많았다.
동아리는 사람들을 많이 불러 모은다.
사람들은 수업이 끝나고 훈련만 하지 않는다. 새롭게 사귄 친구들과 놀기도 했다.
하지만 하랑 내부에서 놀 수 있는 공간은 많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동아리는 친구들과의 관계를 굳히기 위한 좋은 공간이었다.
“유물 탐구반이랑 생태 조사 동아리인가.”
하랑의 적응 기간이 끝나고 여러 동아리에서 부원들을 모집하고 있었다.
내가 가입해야 할 동아리는 두 가지밖에 없었다.
사건이 일어나는 동아리만 가입하면 됐다.
나머지 동아리는 나에게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가장 먼저 유물 탐구반으로 들어갔다.
인기 있는 동아리답게 꽤 많은 학생이 몰려있었다.
교관이 홍보한 동아리답게 많은 인원이 몰렸음에도 여유 있게 대처하고 있었다.
‘오늘이 실습에서 돌아온 날인가.’
처음 보는 사람들이 가입 신청서를 받고 있었다.
3학년은 생활 대부분을 길드에서 하지만, 2학년은 주기적으로 하랑으로 돌아온다.
“가입신청서는 왼편에 있고, 다 쓰셨으면 가져오세요!”
1학년은 지금 정신이 없을 테니, 2학년인 것 같았다.
사람 틈을 비집고 들어가 가입 신청서 한 부를 가지고 왔다.
어차피 작성하는 공간은 별로 없었기에 인적사항을 기록하고 제출했다.
“여기요.”
“감사합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 인사를 받고 다음 동아리로 향했다.
그들은 뭐라고 할 시간도 없이 바빠 보였기에 미사여구를 붙이긴 힘들었다.
유물 탐구도 인기 있는 동아리라면 생태 탐사는 그보다 더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유일하게 하랑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동아리였다.
길드와 긴밀한 협약 관계로 이루어져 있어 밖의 던전을 구경할 수 있었다.
물론 길드의 보호 아래 이루어진다.
선배가 졸업하면 길드에 동아리를 초대하고, 후배는 그것을 받는 형식이었다.
그런 선순환이 이루어져 지금까지 유지되었다.
생태 탐사동아리로 가는 길에 불편한 사람을 만났다.
“안녕.”
김세연은 어제 일이 기억도 나지 않는 듯 나에게 말을 걸었다.
“으···응.”
너무 살갑게 말을 걸어서 무시하기도 어려웠다.
“어디 가는 길이야?”
“······동아리.”
“어떤 거?”
“생태 탐사···”
“나도 그거 신청했는데 같이 다니면 되겠다.”
그녀가 나한테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하랑의 자퇴?
내가 죽는 것?
평소와 같이 말을 거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녀의 웃는 가면 뒤에는 어떤 얼굴이 숨어있을까.
“그러면 나는 가볼게.”
“응.”
사람의 심정은 알기 힘들었다.
그런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욕심이겠지.
그렇기에 김세연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힘들었다.
뒤에서 나를 한 번에 무너뜨리려 하는지 아니면, 그때의 일을 신경 쓰지 않는지 알 수 없었다.
단지, 그녀가 바로 뛰쳐나간 것을 생각하면 후자의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그녀도 겉으로 내색하지 않는 이상 나도 가면을 쓰고 그녀를 대할 의무가 있다.
김세연에 대해 생각하며 생태 탐사동아리에 도착했다.
생태 탐사동아리도 똑같이 사람이 많았지만, 인파를 뚫고 들어가 신청서를 냈다.
이제는 기다리기만 하면 됐다.
**
유물 탐구 동아리의 사람이 많은 이유는 한 가지였다.
‘혹시 자신도 설화형 던전에 들어갈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동아리로 모여들게 한 것이다.
설화형 던전은 유물과 관련된 이야기를 알고 있다면 한층 수월했다.
그렇기에 이 동아리가 인기가 많은 것이다.
유은설이 이 동아리에 온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그녀가 처음에 들어가서 다쳤던 던전은 사인참사검을 얻을 수 있는 던전이었다.
사인참사검은 많이 만들어졌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만들어지고 있으니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받은 사인검은 가장 처음 만들어진 사인검이었다.
사인검의 경우에는 유물로서 단 한 자루밖에 없다.
유은설이 가진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유물 판정을 받은사인검이다.
겪었던 일화는 왕자의 난이다.
그래서 중요함을 알고 있어 동아리를 신청한 것이었다.
또, 검의 봉인을 풀기 위해서라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녀의 사인검은 완전한 상태가 아니었다.
‘지금이면 아직 민담 급 정도이려나?’
오버 밸런스를 방지하기 위해서인지 검은 봉인되어 유은설에게로 전해진다.
“그래서 설화형 던전에 들어가면 초반 대처가 중요합니다.만약 알고 있는 유물이라면 훨씬 이야기가 편해지겠죠.”
동아리 첫날임에도 열정적으로 강의를 펼치고 있는 교관이 보였다.
“교관님 그래서 발뭉은 어떻게 된 건가요?”
아마 우리 반 말고도 발뭉으로 관심을 끌었을 것이다.
나도 궁금했다. 소설은 유은설의 시점으로 진행되기에 그녀의 동료가 어떤 시련을 겪었는지 자세히는 몰랐다.
“발뭉에 대한 설화를 안다면 얘기가 쉬워지겠죠. 모르는 사람도 있을 테니간단하게 설명하겠습니다.”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이런 소리였다.
니벨룽족을 몰살시키고 지크프리트가 얻은 검이었다. 그 후 지크프리트가 하겐에게 배신을 당해 뺏기고, 하겐은 지크프리트의 아내였던 크림힐트에게 죽는다. 그 후 힐데브란트에게 크림힐트가 죽는다.
“그러면 왜 위험 판정을 내린 거죠? 여러 이야기가 있지 않나요? 하겐에게 찔리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고, 크림힐트가 하겐을 죽이는 장면일 수도 있고, 힐데브란트가 크림힐트를 죽일 때일 수도 있잖아요.”
“음··· 옳은 말이긴 합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정보를 숨기고 있습니다. 물론 암암리에는 정보가 모두 퍼졌죠. 독일의 하급 헌터가 들어간 뒤 설화를 포기하고 바로 복귀했습니다.”
“아······”
“생존한 헌터의 증언을 토대로 독일 정부는 위험 판정을 내린 것이죠. 정확한 내용은 듣지 못했지만, 두 가지로 추측됩니다. 니벨룽족을 몰살시켜 얻거나, 크림힐트를 죽이려는 힐데브란트를 죽이거나.”
학생과 교관의 토론이 이어졌지만, 승자는 교관이었다.
확실한 증거를 가진 교관은 자신만만했다.
유물은 국가에 귀속되는경우가 많았다.
물론 얻은 사람에 한해서 소유권을 인정해준다. 그 후 소유자가 죽으면 국가로 반환된다.
겉으로 티가 나지 않는 경우는 신고하지 않고,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경우 해외로 팔 수도 있었기에 가치가 조금 더 올라갈 수 있었다.
겉으로 티가 나지 않는 경우의 대표적인 예는 유은설의 사인참사검이다.
봉인되어서 검신에 새겨진 한자와 별자리가 모두 사라져 사인검이라고 보는 사람이 없었다.
물론, 국가가 제한만 하는 것은 아니다. 소유자에게 많은 편의를 봐준다.
유물은 기존에 가져온 소유자만이 사용할 수 있다.
‘강제로 뺏는 것이 있기는 했던 것 같은데.’
그렇다고 유물은 일회용이 아니었다. ‘기증’이라는 방식으로 다른 사람에게 소유권을 양도할 수 있었다.
국가에 신고한 유물이라면 국가의 주관하에 기증이 이루어진다.
박물관에 있는 유물들은 주인이 직접 기증하거나, 기증할 새도 없이 주인이 죽는 경우에 박물관으로 향했다.
대부분은 보관되어있지만, 간혹가다 유물이 자신의 주인을 새로 선택하는 경우도 있긴 했다.
“독일이 정보를 숨긴 이유는 간단하죠. 모두 아실 거라 믿습니다.”
“그래도 설명해주세요!”
“하하··· 그러면···”
어릴 때부터 봐왔다면 모를 수 없는 정보를 설명해달라는 생도에게로 여러 개의 원망이 담긴 눈초리가 향했다.
소설에서도 있던 내용이어서 나도 기억하고 있었다.
유물은 각자 설화에 해당하는 지역에만 나왔다.
발뭉의 경우에는 네덜란드 사람이었던 지크프리트의 애검이지만, 마지막 소유자는 독일의 힐데브란트였다.
그렇기에 독일에서 발뭉의 설화형 던전이 열리는 것이다.
예외에 속하는 것은 전국에 퍼져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 북유럽 신화밖에 없다.
그렇기에 자기 국가에 나오는 유물의 반출은 나라의 큰 손해로 이루어졌다.
“우리나라 것도 소개해주세요!”
“우리나라에도 많은 설화가 있습니다. 신화 급 아이템도 하나 정도 나와줘야 될 텐데, 아직 발견된 것이 하나도 없죠.”
“사인참사검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방금 말은 유은설이었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의문을 풀기 위해 질문한 것이었다.
교관이 열심히 설명한 후 유은설은 한 가지 더 질문했다.
“그러면 혹시 유물이 봉인되는 경우도 있나요?”
“특정 조건에서 발현되는 유물이 있지만, 특별하게 봉인된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습니다.”
“그렇군요···”
여기서 마땅한 대답을 듣지 못한 유은설은 검의 봉인을 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어차피 정상적으로 흘러간다면 검의 모든 봉인을 풀 것이기에 걱정은 되지 않았다.
“한국에서 신화 급 유물로 판단되는 장비는 여러 가지 것이 있습니다. 사진검 혹은 사인검, 그리고 천근활 등 여러 개가 있죠. 물론 전설급일수도 있습니다. 유물의 등급 판단은 저희가 하는 게 아니니까요.”
교관은 그 후로 한국에서 나올 수 있는 유물에 관해 설명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알고 있었기에 무시했다.
지루하기만 했다. 서서히 눈이 감기며 팔짱을 낀 상태로 고개를 숙였다.
**
눈을 감고 일어나자 교관의 말이 끝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조각이 별이 되었다는 소리도 있는데,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이것으로 오늘 활동은 끝마치도록 하죠.”
지루했던 시간이 끝나고 치료실로 향했다.
치료실 의자에 앉으며 오늘 했던 활동에 대해 생각했다.
“그냥 나가지 말까?”
사건이 있는 날까지 시간이 꽤 있을 텐데, 그것이 정확히 언제인지를 몰랐다.
“유물이 들어오는 날이 언제일까.”
유물이 들어오면 사건이 시작된다. 그렇기에 지루한 수업을 들으러 동아리를 들어야 했다.
“으··· 가기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