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화 〉동아리 (13/120)



〈 13화 〉동아리

생태 탐사동아리의 인원은 상당히 많았다.

교관 한둘이 동행한다고 해서 전부 통솔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길드의 도움도 받는다.

“우리 동아리는 개인 활동도 어느 정도 허용해준다.”

개인활동 시간이 있을 만큼 빡빡하게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위험한 일이 있으면 바로 교관을 부르도록.”

오늘이 첫날이다 보니 교관은 유의사항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이제는 너무 많이 들어 몇몇 애들은 표정에서 지루함이 보였다.

“그럼 출발한다.”

**






“이제부터는 길드의 지도하에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교관의 말이 끝나고 다른 사람들이 나타났다.

“반가워.”

교관은 기본적으로 격식체를 사용했다면, 길드원들은 말을 편하게 했다.

자신들이 선배라는 자각이 우리를 밑의 존재로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불편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생도의 대부분은 길드에 들어가길 바라는 입장에서 선배의 조언은 피가 되고, 살이 되기 때문이다.

“주의해야 할 점들은 모두 들었을 거라 믿을게. 개인 활동 시간  때까지 우리 뒤만 따라다니면 돼.”

이계형 던전은 설화형과 방식이 달랐다.

탐지할 수 없는 설화형과는 달리 탐지할 수 있었다.
세간에는 마력석으로 인해 특정한 마나 파장이 퍼진다고 알려져 있다.
그 파장을 찾아내 던전을 찾는 것이다.

“괴수들은 모두정리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여러  수색까지 마쳤으니 괴수를 만날 일은 없을 거야.”

물론 지상 위에 있는 괴수는 존재하지않는다.

단지, 숨어있는 괴수가 나올 뿐이었다.

이번에는 누구도 죽지 않는다.
괴수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생도들의 수준에서 죽지 않을  있다.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이갑자기 닥쳐지면 사람은 당황한다.
근육이 긴장해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

유은설과 이하늘은 생태 탐사 도중 괴수를 만난다.

그 둘이라면 충분히 대처할  있다. 하지만, 이하늘이 갑작스러운 만남에 넘어지게 되고, 유은설은 싸우게 된다.

 싸움에서 유은설은 크게 다친다.

이런 자잘한 사건도 막는 것이 나을 것이다.

“자 그러면 지금부터 알아서 던전 탐사해. 위험하면 각자 지급한 무전기로 우리 부르고.”

그들은 이미 이 던전에 괴수가 없다고 장담한 상태다.
긴장이 풀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당장 가서 그들에게 ‘아직 괴수가 남아있어요.’라고 하면 미친놈 취급받을 것이 분명했다.
오히려 자기들을  믿냐면서 화를 낼 수도 있었다.

나는 그들과 조금 멀어진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로 미리 가려고 했다.

“설화야 같이 다닐까?”

내 옆에 다가온 사람만 아니었다면.

“응?”

사실 김세연은 모두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계획을 방해하기 위해서 이렇게까지 붙어 다니는  아닐까?

“너 같이 다닐 애 있어?”
“없···어.”
“그래? 그러면 같이 다니자.”

어떤 말을 해야 그녀가 포기할까.
왜 그녀가 나한테 이렇게 붙는 걸까.

도저히 알 수가 없어 머리가 복잡해졌다.

내 눈 멀리에서는 유은설과 이하늘이 이미 멀어지고 있었다.

둘은 친밀한 사이인 만큼 대부분의 생활을 같이 보낸다.

아마도 지금은 친구 이상, 연인 미만 정도의 사이일 것이다.

“그거는 좀 힘들 같은데··· 이런 날에는 혼자 다니는 게 어때?”
“혼자 다니면 위험할 수도 있잖아.”
“저기 길드원분들께서도 눈 크게 뜨고 지켜보고 계시는걸.”

내가 말하고도 웃기기만 했다.
그들은 그냥 앉아서 떠들고 있었고, 생도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김세연은 나한테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고개를돌려 그녀의 눈을 피했다.

“너가 말하고도···”
“응···”

그녀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인정했다.

“그래. 그러면 혼자 가.”
“진짜?”
“혼자 다니고 싶다며.”

그녀의 말에 희망을 가지고 더 깊숙이 들어갔다.

“근데 왜 따라와?”
“나도 그쪽으로 가려는 것뿐인데.”
“그래? 그러면 난 반대로 갈게.”
“갑자기 반대로도 가고 싶네.”

나를 엿먹이려는 수작인 것 같다.
혼자 다니라고 하면서 내 뒤만을 졸졸 따라다닌다.

갑자기 가던 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그녀도 오른쪽으로 왔고, 왼쪽으로 가면 왼쪽으로 왔다.

“나 따라오는 거야?”
“아니? 그냥 가고 싶은 데로 가는 건데.”

김세연의 말이 끝나고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그녀도 나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고, 그녀는 나보다 빨랐다.

하루에 한 번밖에 쓰지 못하는 거지만, 지금 쓰지 않으면 쓸 타이밍이 없었다.

주위에 나무가 많은 숲이기에 내가 몸을 숨길 곳은 많았다.

아직 그녀가 나를 따라잡기전에 급하게 몸을 꺾은 뒤 상태창을 열어 가면을 가면의 능력을 발동시켰다.

 몸이 투명해지기 시작하며 그녀가 옆에서 바로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가 맞는데?”

‘30초뿐이다.’

투명은소리까지 없애주는 것이 아니다.
숨을 크게 참고 발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이상하다? 어디로 갔지?”

그녀는 내 뒤를 쫓고 있는 것이 맞았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나를죽이려고 한 걸까.
두려움에 몸이 부르르 떨렸지만, 티를 내지 않았다.

지금은 30초 이내에 그녀가  자리를 떠나는 것이 중요했다.

“한설화!”

‘제발. 제발.’

어느새 마음속으로 새던 시간은 10초밖에 남지 않았다.
그녀는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마치 살인마가 죽일 사람을 찾듯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얘는 저번에도 그렇고. 어디로  거야.”

그렇게 말하고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갔다.

여전히 나무 뒤에 숨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투명했던 몸이 정상적으로 보이기 시작하며 능력이 끝났다.

그렇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가 멀어졌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태에서 발 소리를 내는 것은 죽음과 다름없는 소리였다.

당장 내 옆에서 그녀의 얼굴이 튀어나와 말할 수도 있었다.

‘여기 있었네?’

생각만 해도 심장의 박동이 빨라졌다.

그녀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기 시작하자 긴장은 점점 풀렸다.
그제야 안심할수 있었다.

휴우-

가면을  상태로 내가 알고 있던 장소로 향했다.

‘늦었다.’

유은설과 이하늘이 도착하기 전에 괴수를 해치울 생각이었다.

“우리 너무 깊게 들어가는 것 아니야?”
“괜찮다니까. 오히려 깊게 들어갈수록 재밌는 것이 있을 수 있잖아.”

유은설은 걱정하지만, 이하늘은 그녀를 데리고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나뭇가지 위에 몸을 차분히 올린 뒤 상황을 구경하고 있었다.

미리 숲에서 훈련해서 이 정도는 충분히 버틸  있었다.

“봐봐. 너 이 식물  적 있어?”

이하늘은 신나서주위를 구경하고 있었다.

이제 몇 걸음 남지 않았다.

조금 있으면 이하늘의 앞에 숨어있던 괴수들이 나올 것이다.

대체 왜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이상했지만,그런 의문은 지금에 와서는 쓸모없었다.

“꺄아아악!”

남자가 비명을 지르는 것은 별로 좋지 않은 광경이었다.

이하늘은 갑작스럽게 등장한 괴수에 도망치지 못하고 그 자리에 넘어졌다.
유은설은 가지고 있던 검을 꺼내 괴수에게 맞섰다.

“일어설 수 있겠어?”
“윽-”

이하늘은 다리를 부여잡고 일어나지 못했다.
멀리서 구경하면 희극이라고 했던가?

그렇게 희극은 아닌 것 같았다. 누가 봐도 위험해 보이는 광경에 조금  다가갔다.

여기서 나오는 괴수는 오크였다.

C급 헌터가 1대1로 상대할  있을 정도였지만, 현재의 생도는 그렇지못한다.

이하늘과 유은설이 같이 대응한다면 버틸 수 있겠지만, 이하늘은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저 길드원이 오기를 기다려야 할 뿐이었다.

“유은설!”
“올 때까지는 버틸 있지 않을까?”

 사건에 개입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단지 유은설의 평가를 높이기 위한 장치였다.

‘유은설이 이렇게 강했다고?’를 위한 사건이었다. 사건에서 무언가 성장을 한다면 내가 개입할 이유는 없었다.

“업고 도망갈 수는 없겠지?”

몸집은 커도 속도는 그들과 비슷할 것이 분명했다.
업는다면 따라잡힐 것이 분명하기에 유은설이 검을 꺼내는 판단은 옳았다.

“나 버리고 도망가.”

이하늘이 생각하는 유은설이라면 몇 초 버티지 못하고 죽을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렇기에 그가 저런 말을 하는 것이다. 그의 감동적인 말에 눈물 질질 짜며 이 상황을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오크의 배틀 액스와 유은설의 검이 부딪혔다.
지금은 버티겠지만, 점점 힘이 부족해지며 밀리기 시작한다.

‘지금 하면 되겠네.’

나는 등에 메고 있는 활을 꺼내 오크를 향해 겨눴다.
유은설에게 맞추는 병신같은 짓은 하지 않았다.

화살에는 마력을 넣었고, 화살촉에는 푸른 일렁임이 일어났다.

시위를 놓자 화살은 내 손을 떠났다.
나뭇잎을 가르며 정확히 오크의 미간에 박혔다.

“크아아아악!”
“어?”

갑작스럽게 날아온 화살에 유은설과 이하늘은 뒤를 돌아봤다.
오크는 아직 죽지 않았다. 화살 한 방에 죽으면 괴수가 아니었다.

빠르게 화살을 하나  걸어 쏘았다.

미간에 박힌 것과는 다르게 남은 하나는 눈에 박혔다.

이번에는 아픔이 심한지 괴성도 외치지 않았다.
이런 기회를 놓칠 유은설이 아니었다.

단번에 가슴을 힘껏 베었다.

화살을 두  정도 얼굴에 더 박자 오크는 쓰러졌다.

“살았다!”
“근데 화살을 쏜 건 누구지?”

이하늘은 좋아했지만, 유은설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내가 그녀를 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같았다.

“거기 누구야!”

나를  것 같았다.
그렇게  거리도 아니었기에알아보지 못하는 것이 이상했다.
가면을 쓰고 있기에 내 정체를 알아볼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그녀가 정확하게 보기 전에 돌아서서 도망쳤다.

이하늘을 챙겨야 하기에 유은설은 추격하지 않았다.

돌아가서 급하게 김세연을 찾았다.
그녀가 유일하게 내 알리바이를 입증할  있는 존재였다.

다행히도 그녀는 처음 장소에 앉아있었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사람은 많았기에 그녀가 나를 해할 일은 없을 것이다.

길드원들은 유은설에게로 달려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내부로 진입하면서 만나는 생도에게 복귀하라고 했는지 웅성거림은 커지기만 했다.

“왜 갑자기 복귀하라고 한 거지?”
“바보냐? 방금 무기 들고 가는 거 못 봤어?”
“설마···”

“어떻게 누구 다치는 거 아니야?”
“누구 하나 다치면 안 되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착한 사람들만 있었다.

사람이 다치는 것을 걱정하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뒤에서 무슨 얘기를 하든 앞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설화야!”

김세연은 나를 보고 뛰어왔다.

“으···응.”

꿇릴 것은 없었다.
그녀가 나를 죽일 수는 없을 것이다.

내 뒤를 쫓을 때의 일을 생각하자 자연스럽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걱정했잖아. 갑자기 사라져서.”

그녀의 얼굴은 무섭기만 했다.
나를 죽이지 못해서 아쉬운 얼굴처럼 보였다.

아니 정말로 그녀가 나를 걱정하는 걸까?

죽인다는 건 내 망상이 아닐까?

그렇다고 생각해도 내 뒤를쫓는 것은 정상적인 행동이 아니었다.

“저번에도 그렇고.”

저번?
저번은 언제지?

‘저번에도 이런 상황이 있었던가?’

곰곰이 생각해봐도 없었던 것 같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가 나를 스토킹했던 걸까?

망상 버튼이 자극을 받은 듯 끊임없이 신호를 보냈다.

망상인  같지만 그녀의 말은 꺼림칙했다.

“너가 다친 건 아니지?”
“응.”

내 망상이었던 걸까.
모르겠다. 이제는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망상과 현실의 분간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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