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6화 〉실습 훈련 (16/120)



〈 16화 〉실습 훈련

엘프에는 두 종류가 있다.

던전 속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괴수 엘프와 차원을 넘어서 온 엘프.

둘의 차이점이라곤 언어의유무이다.

공통점이라곤 남자는 죽이지 않고 강간한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 눈앞에 달려오는 엘프는 차원을 넘어서 온 것이다.

‘아마도 이유는 나 때문이겠지.’

일단 교관이 오기 전에 엘프를 숨겨놔야 했다.

어쨌든 나중에 도움이 되는 존재 중 하나였다.

가면을 쓰고 바로 능력을 발동했다.

“तू कुठे आहेस?”

갑작스럽게 사라진 나를 찾으며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목 뒤를 치면 기절하던데 진짜인가?’

조심스럽게 움직여 엘프의 목 뒤를 세게 쳤다.

“케엑!”

기절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매우 아파 보였다.

‘기절할 때까지 머리 세게 치면 되겠지.’

어쨌든 엘프를 살리기 위해서니까 이해해주지 않을까?
생각이 끝남과 동시에 들고 있던 활로 엘프의 머리를 내려쳤다.

활은 많이 단단했다.
괴수의 공격에도  번 버틸  있을 정도니 단단함은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한 세 번 정도 맞고 나자 엘프는 거품을 물며 쓰러졌다.

“역시 현실과 티비는 많이 다르네. 뒷목만 쳐도 한 번에 쓰러지던데.”

옷을 찢어 손과 발을 묶어놓고 입도 묶은 다음에 풀숲 속으로 던졌다.
그런 다음에 나뭇잎으로 잘 덮어놨다.

정신을 차릴 때까지는 누가 있는지 확인도 불가능할 것이다.

감각에 무언가가 걸리자 가면을 벗고 비명의 주인을 찾았다.

“흐악- 살려줘-”

엘프의 화살이 허벅지와여러 곳에 박혀있었다.
한 발이었다면 대응했겠지만,단번에 여러 곳에 박힌 것을 보면 그녀도 많이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얼굴을 보니 윤예진이었고, 상황을 보니 잠시 산책 같은 것을 하러 나온 것처럼 보였다.

“괜찮아?”

감각에 걸린 것은 아마 교관일것이 분명했다.
그녀의 관심을 떼놓기 위해 윤예진을 업고 우리 팀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꾸준히 능력을 사용해 허벅지와 다른 상처 부위를 치료했다.

“누구…?”

간신히패닉상태에서 빠져나왔는지 나의 정체를 물었다.

“괜찮아?”
“엘프… 엘프 있어.”

그녀의 입을 막아야 했기에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첫 번째 방법으로는 엘프가 아니라 고블린이라고 하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으로는 그녀와 입을 맞춰 조용히 하는 것이다.

두 가지 방법 중에서 심히 고민하고 있었다.

첫 번째가 가장 낫지만, 그녀를 설득하는 것이 성공할까.

‘교관이 나한테 붙어있을까?’

교관이 있다는 가정을 빼놓을 수 없기에 급하게 그녀에게 귓속말했다.
업고 있어서 이상한 자세가 되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윤예진.”
“어…”
“혹시 나랑  맞춰주면  될까?”
“입…?”

하아-

그녀의 놀란 얼굴을 보니 내가 잘못 말했나 보다.

“엘프  봤다고 해주면  되냐고.”
“아…근데 말하는 게 낫지 않아?”
“구해줬는데 부탁 한 개만 들어줘.”
“생각이 있는 거지?”
“응.”

그녀의 화살은 아직 몸에 박혀있었지만, 정신을 거의  차린  같았다.

“그나저나 우리 어디로 가는 거야?”
“내 팀이 있는 곳.”
“아… 그냥 우리 팀이 있는 곳으로 가면 안 될까?”
“몸 치료하고 가야지.”
“윽…”

내가 말하자 상처 부위를 의식한  같았다.
의식하기 전까지는 별로 아프지 않았던  같다.

“그래…”

그녀는 다시 내 등에 등딱지처럼 붙었다.
나는 그녀를 업고 달려갔다.


**

“설화야!”

이제는 잠이 다 깼는지 김세연이 나를 찾았다.

“어디로 갔었어.”

아마 전에 한 말은 기억도 나지 않는  같다.
내가 사라진 것만발견한 모양이다.

“비명이 들려서 가본다고 했잖아.”
“으…응?”
“혹시 자면서 들어서 기억 못 한다고 하는 건 아니지?”
“어… 어. 기억하지.”

그냥 말 안  수도 있었을 텐데.
나도 졸았으면서 너무 내로남불이 심했다.

‘사과해야 할까?’

“근데 뒤에는 누구야?”
“아 맞다. 일단 빨리 들어가자.”

바깥에 나와 있던 김세연을 데리고 팀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김세연은 뒤에 업고 있는 얼굴을 봤는지 놀라며 나한테 물었다.

“윤예진?”
“들어가서 설명할게.”

나를 제외하고 유은설과 이하늘은 모두 깨어있었다.

“무슨 일인지 설명부터 하지?”
“그 전에 얘부터 치료하고.”
“어? 다쳤어?”

이하늘은 오자마자 나한테 까칠하게 대했다.
업혀있는 윤예진을 보여주며 바닥에 눕혔다.

“손이랑 발 잡아.”

다들 처음 하는 것이 아니듯 자연스럽게 손과 발을 잡고 입에는 천을 물렸다.

“세연아 너도 같이 능력 써줘. 그럼 뽑는다.”

윤예진의 허벅지에 박혀있는 화살을 세게 뽑았다.
큰 비명과 함께 몸부림을 쳤지만, 잡고 있는 사람들의 힘이 더 강했기에 큰 몸부림은 되지 않았다.

두 명분의 치유가 들어가자 금세 화살이 들어갔던 구멍은 메꿔졌다.

“다음은 진짜 참아.”

몸에 박혀있는 화살은 깊게 들어가 있음에도 피가 별로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빠르게 박혀 들어간 걸까. 그녀가 패닉 상태에  것도 이해가 갔다.

“세연아 너가 장기 치료할래?”

위치를 보면 장기가 안전할 수도 있겠지만, 그녀가 안을 맡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알겠어.”

“셋하고 뽑는다. 긴장해.”

윤예진한테 긴장하라고 말했다.

“그럼 셋!”

셋과 동시에 뽑았다. 이래야 안 아프다고 들었는데, 별로믿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상처 부위가 컸기에 접촉이고 뭐고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

십  정도가 지나고 상처는 깔끔히 없어졌다.

“흐읍- 흐읍-”
“잠시 눈 감고 있어.”

그녀의 눈을 감겨주고 우리는 4명이 둘러앉았다.

“그래서 이제는 설명해줄 수 있겠지?”

이하늘이 먼저 말했지만, 나머지 두 명의 눈빛도 똑같은 의미를 띄고 있었다.

“처음에는 비명이 들려 나갔지…”

그 뒤에 여러 이야기를 했다.
엘프를 만났다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아무 소리를 하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고블린을 의심할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거야.”
“그럼 얘는 어쩌게?”

윤예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녀를 데리고 온 것은 나였기에 나에게 물었다.

“얘네 팀이랑 일단 만나야 하지 않을까?”
“일단 해 뜨고 생각해보자.”

 때문에 일찍 일어났다는 소리에 약간 가슴이 찔렸다.

일단 원래대로 마지막 불침번은 유은설이 맡기로 했다.

나는 눕지 않고 주위에 앉았다.

애초에 한 번 깨면 다시 잠이 오지도 않고, 지금 머릿속에 생각이 너무 많았다.

엘프의 등장이 소설보다 너무 빨랐다.
그 엘프만 특별하다고 해도 무언가 문제가 생긴 것이 분명했다.

“아마  때문인가.”

이종족이 등장하게 된 계기는 마계형 게이트의 등장과 동시에 이루어진다.

마왕의 침입이 무언가 작용을 한 것이 분명했다.
자세히는 모르기에 정확한 답을 내놓을  없었다.

가설은  가지였다.

첫 번째로는 내가 전이되면서 마왕과 똑같은 작용을 했다.
 번째로는 교관이 먼저 발견을 해 소설 속에서 등장하기 전에 해치웠다.

‘두 번째는 기각.’

 던전에서 윤예진이 다쳤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었다.

“확실하네.”

엘프의 등장이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지는 잘 모르겠다.

‘다음은 엘프의 처우인가.’

어찌 되었든 지구로 넘어온 이종족들은 마왕의 침입에 함께 대항한다.
공통된 적을 둔 입장에서 싸울 형편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엘프를 살려둔 것이다.

“한설화 너  자?”

뒤에서 유은설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 오늘 쟤 구하느라 힘도 많이 썼을 텐데 눈 좀 붙이지?”
“괜찮아.”

몸이 힘든 것은 늘 그랬기에 상관없었다.
가장 커다란 과제인 엘프가 최우선이었다.

“그러다 아침에 빌빌 되면 어떡하게.”
“안 그럴 거야.”
“그래…”

“피곤하면 너나 자. 내가 주위 살필 테니까.”
“됐어.”

그녀는 내 반대편으로 가다가 뒤를 돌아보고 말했다.

“다음 시험에서는 내가 이길 거니까 공부 좀 해.”

아마 그녀가 이길 확률이 높았다.
나는 예전의 유은설을 베끼는 것뿐이고, 지금의 유은설은 조금 더 성장할 계기가 있기 때문이다.

“응.”

웃으면서 답했다.

**



나무에 기대서 생각하던 중 아침이 밝고 모두 깨워 간단하게 아침을 먹으려고 했다.

2명 분량을 4명 분량으로 나누고 해서 양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저기…”

윤예진도 깨어났는지 말을 꺼냈다.

꼬르륵-

아마 우리 말고 제대로 챙겨온 팀이 없다 보니 그녀도 배가 고픈 모양이었다.

“내꺼 먹어.”

나한테 나눠진 분량을 그녀에게로 줬다.
나의 행동을 보고 소리친 사람은 당연하게도 이하늘이었다.

“한설화!”
“왜.”
“너는 어떡할 건데.”
“안 먹으면 되지.”
“하아…”

친절하게 말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
남자의 외모로 여자처럼 틱틱대는 것이 별로 보기 싫었다.

특히 내가 하는 행동마다 뭐라 하는 사람에게 친절하게 대해줄의향은 없었다.

처음부터 나를 싫어하는 것처럼 행동하는데 그런 사람은 변화할 생각이 없었다.

대부분 그랬다. 처음부터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잘해줘도 돌아오는 것은 뒷담화 뿐이었다.
알고 있기에 이하늘에게 다른 사람 대하듯 대하기가 어려웠다.

“이거 먹어도 돼?”

우리가 싸우는 것을 보고 윤예진은 눈치를 보고 있었다.

“먹어도 돼.”

내가 말하자 얼굴을 박고 밥을 먹었다.
이하늘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처럼 쳐다보고 있었다.

“잘 먹었다.”
“이제 돌아가지?”
“하하… 돌아가기 전에 제안 하나만 해도 될까?”
“뭔데.”
“같이 힘을 합쳐서 주둔지를 공격하는 게 어때.”

원래 소설에서도 협동하자는 제안을 한 것은 윤예진의 몫이었다.
그렇기에 그녀가 원래 상처를 입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이하늘은 곰곰이 생각했다.

“너희는어떻게 생각해?”

이하늘 혼자서 정하지 못할 것 같으니 우리에게도 의견을 물어봤다.
나는 말할 것도 없이 찬성했다.

“우리 팀 혼자서 없애지 못할 거야.”
“음… 나도 찬성.”

김세연도 나를 따라 찬성을 외쳤고,마지막으로 유은설만이 남았다.

“우리 식량은?”
“그건 보장해줄게. 우리는 손도 대지 않기로.”
“확신할 수 있어?”
“응.”
“그러면 나도 찬성.”

유은설과 윤예진의 대화가 끝나고, 이하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나는 팀으로 복귀할게.”
“위험하니까 같이 가.”

나는 그녀와 같이 갈 생각이었다.
할 얘기도 있고, 할 일도 있었다.

“혼자서 가라고 해. 우리는 준비하자.”
“내가 정확한 계획을 듣고 올게.”
“음… 그럴 거면 내가…”

이하늘이 대신 가겠다고 하자 나는 손을 흔들며 거부했다.

“팀의 리더는 남아서 지휘를 해야지. 내가 갔다가 올게.”
“그래…”

김세연도 나를 붙잡았지만 금방 놔줬다.

윤예진도 나와 할 말이 있는지 흔쾌히 수락했다.

더 이상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떨어지자 그녀가 먼저 말을 했다.

“어제 무슨 일이야?”
“엘프는 맞는데, 너가 아는 엘프는 아니야.”
“그게 무슨 소린데.”
“잠깐만.”

그녀와 만났던 곳에 도착하고 나는 엘프를 숨겨뒀던 풀숲으로 향했다.

“읍!! 읍!!”

 묶여있었지만, 새롭게 가져온 밧줄로 더 꽉 묶었다.

“얘야? 날 쏜 년이?”
“죽이지 말고.”

나는 활을 높게 치켜들었다.
엘프의 눈에는 두려움이 서렸지만, 무시하고 다시 힘껏 내리쳤다.

 번의 내리침 후에 다시 행동이 조용해졌다.

“안… 죽인다며.”
“안 죽었어.”

능력을 사용해 피가 흘러내리는 머리를 치료했다.

윤예진은 나를 이상한 놈으로 보고 있었다.

“그래서 설명해줄  있어?”
“……”

잠시 고민했다.
그녀라면 믿을 수 있을까?

결론은 쉽게 나왔다. 내 성격을 생각하자면 간단하게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나중에 말할 수 있을까.”

그녀는  말에 잠시 얼굴을 굳히더니 끄덕였다.

“근데 도와줄 수 있어?”
“뭘?”
“엘프를 데리고 나가야 해.”
“미쳤어?!”

그녀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이유는…   알려줄 거지?”
“응.”
“에휴- 어떻게 도와주면 되는데?”
“그냥 주둔지 무너트리고나갈 때 나도 나왔다고만말해주면 돼.”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응.”

보통 괴수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게이트를 통과하지 못한다.

특별한 상황이란 던전 내부의 마나 농도가 급증해 던전이 폭주하는 경우뿐이다.

묶여있는 엘프는 괴수가 아니라 당연하게도 통과할 수 있다.

처음 생각한 방법은하루가 지나기 전에 가면을 사용해 엘프를 데려다 놓은 뒤, 하루가 지난 후 들어오는 방법이다.

나갈 수 있는 게이트는 당연히 교관들이 지키고 있었다.
중간에 나가는 생도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기에 감시가 살벌하다.

모든 이계형 던전이이런 것은 아니다.
하랑에는 안전한 던전만 오기에 들어왔던 게이트가 닫히지 않는 던전이 올 뿐이었다.

보통의 던전이라면 들어옴과 동시에 게이트가 닫히고, 괴수를 다 잡아야 열린다.

그런 의미에서 주둔지를 초토화하고  같이 게이트를 나갈 때가 제일 감시가 약한 순간이다.

그 순간을 이용해 능력을 사용해 게이트를 통과한다.
밖에서 엘프를 숨겨 놓은 뒤 팀에 합류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있었다는 증언을 위한 사람이 필요했다.

‘그냥 말하고 데리고 나갈까?’

머리가 아팠지만, 지금상황에서는 엘프를 숨겨야만 했다.

“그래. 해줄게.”
“고마워.”

그녀의 친절함에 고마움을 표했다.

“넌 웃음이 너무 헤퍼.”
“난 원래 그래.”
“그러면 여자들이 오해한다고.”
“내 맘이지.”
“그래라.”

오해하라고 하는 것이기에상관이 없었다.
나를 좋게 생각해준다면 생각하는 효과대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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