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9화 〉엘프 (19/120)



〈 19화 〉엘프

“그런 사람이 우리를 왜 만나?”
“만나  리가 없지.”
“나도 못 만나줘. 그건 내 예상 범위 이상이야.”

윤예진이 아무리 길드장의 딸이라도 그것은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우리가 만나러 가야지.”
“만나 줄 리가 없다며.”

“मला मदत करा!”

“쟤 입  막았어?”
“아 맞다.”

시끄럽게 떠드는 엘프의 입을 막고 둘은 얘기를 계속했다.

“일단 가자.”
“쟤는 어떡하고.”

윤예진은 엘프를 데리고 다닌다면 바로 죽어도  말이 없었다.

한설화는 밖에 사 온 듯 캐릭터 베개를 사 왔다.

“잠시만 그거.”

그런 다음에 솜을 모두 다 빼놓은 다음에  안에 엘프를 넣었다.

“이러면 되지 않을까?”
“그거는 누가 들고?”

윤예진은 불안함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안 돼!”
“내가 들 건데?”

남자 캐릭터가 새겨져 있는 베개를 한설화가 들겠다는 소리에 안도의 한숨을 크게 쉬었다.

‘저런 죽어도  들어.’

“그럼 내가 해줄건 뭔데?”
“그 사람이 묵고 있는 숙소만 알아줘.”
“그… 정도는.”

윤예진은밖으로 나가 전화를 걸었다.
자신을 평소에 챙겨주던 비서님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예. 전화 받았습니다.”
“정은혁 비서님 저에요. 윤예진.”
“아… 윤예진 님이군요. 그나저나 어쩐 일로…?”

정은혁 비서의 말에 의문이 피어올랐다.
하랑에 있어야 할 그녀가 전화를 왜 했는지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혹시 소피아 헌터 어디서 묵는지 알고 계세요?”
“음… 그건 갑자기  물으시는지?”
“하하… 그냥 궁금해서요. 유명하잖아요. 소피아!”

그녀가 생각하기에도 변변찮은 변명이었다.
침이 삼켜지는 소리가 들리고 정은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의심스럽지만, 알려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곧이어 문자로 주소가 하나 도착했다.

방으로 다시 들어가자 한설화가 윤예진을 쳐다보고 있었다.

“유명하잖아요! 소피아!”
“그만!”

자신이 했던 말을 따라 하며 놀리는 것이 분명했다.

“대단하다. 왜 알려준 걸까.”
“몰라…”
“그럼 가볼까요?”

**

조심스럽게 왔던 처음과는 달리 택시를 탔다.

그녀가 방에 나가서 했던 말이 너무 웃겨 똑같이 따라 했었다.
실수했다고 생각했지만, 꽤 반응이 좋았다.

그녀의 얼굴을 살피니 그렇게 화가 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아예 감정이 죽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나도외출증을 이렇게 쉽게 받을 줄은 몰랐다.
다행히도 교관도 놀러 갈 생각에 기뻐하고 있었다.

아마 전에 말했던 썸타던 남자를 만나러 가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칭찬을 하며 될 거라고 해줬더니 금방 기분이 좋아지며 외출증을 줬다.

그녀가 나의 귀로 말을 했다.

“근데 걔  죽어?”

생각해보니  엘프 생이  질기다.
지금 베개 속에 엘프가 있었다.

 겉에는 솜을 넣어 꽤 숨이 막힐 수도 있었다.

“몰라!”
“진짜로 미친놈.”

무언가 죽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다고 해야 할까?
애초에 꾸준히 힐을 넣고 있으니 안심해도 되지 않을까?

“허허… 거기 학생은 취향이  독특하네.”

택시 앞에 앉아있는 아줌마가 나한테 말을 걸었다.

“네.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예요.”
“어이구… 우리 아이도 그런 거 좋아하는데.”

이상하게도 아예 안 만날 사람을 상대로 말은 잘 한다.
부끄럼이 없어진다고 해야 할까?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때가 있었다.

옆을 바라보니 윤예진이 나를 미친놈처럼 보고 있었다.

“이 친구가 조금 특이해서 밖에도 이런 걸 가지고 다녀요.”
“어이구 그래? 조금 심하긴하네.”

윤예진은 이때다 싶어 나를같이 까고 있었다.

상관없었다.
지금은 무언가 자신감이 잔뜩 차올랐다.

뇌에서 무언가가 심하게 분비되어 주위를 신경 쓰지 못하는 것 같았다.

“도착했다! 돈은 누가 낼 거니?”

나는 당연히 윤예진을 쳐다봤다.

“으득- 제가 낼게요.”
“그렇게  물면 안 좋은데…”

나는 깔깔대면서 밖으로 나갔다.

오늘따라 기분이 너무 좋았다.

‘조울증인가?’

상관없었다.
이런 기분을 겪어본 것은 오랜만이었기에 힘껏 즐기고 있었다.

“너 평소랑은 달라.”
“나도 알고 있어.”

우리의 앞에는 큰 호텔이 있었다.

“자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설명해봐.”
“몇 호라고?”
“1134호.”
“그럼 편하겠네.”

계획은 간단했다.
11층까지 올라간 뒤 문이 열릴 때 가면의 능력을 사용해 들어간다.

“여기 있어 봐. 금방 올게.”

그런 다음 당당하게 호텔에 들어갔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앞에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는 뒤로 돌아 나왔다.

“정말 금방 왔네?”

속에 가득 찼던 자신감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어쩌지…”
“푸흡… 자신감 있던 모습은 어디 가고?”
“모르겠어…”
“그래서 뭐가 문젠데.”
“11층까지 올라가야 해.”

우리 둘은 한참을 상의했다.

“결론은 내 돈을 사용하는 방법밖에 없는 거야?”
“나 같으면   써줬다.”
“미친놈아.”

돈도 많을 텐데, 치사하게 군다.
택시비도 그렇고, 그녀에 대한 평가가 약간 절하되었다.

‘원래 길드장딸이라면 이런 곳에서 돈 막 쓰고 그럴 수 있는  아닌가?’

“내가 부자도 아니고.”
“부자 아니야?”
“으득-”

그녀에게서 이를 가는 소리가 들리자 약간 거리를 뒀다.
곧이어 나한테 뭐라고 했다.

“치사하게.”
“그래 내가 낸다.”
“와아! 와아!”

내가 생각해도 오늘은 뭔가 텐션이 올라갔다.

지금 상황이 기쁜 걸까?
무엇이 나를 기쁘게 만든 걸까?

그런 건 생각나지 않고 그냥 미소만 지어졌다.

결국, 그녀가 돈을 내고 11층까지 올라갔다.

대충 들으니 50만 원 정도 했던 것 같다.
그녀에게는 별로 비싸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시발…”
“욕하지 마. 욕하면 못생겨진대.”
“닥쳐.”
“넵.”

방에 들어가고 나서 우리 셋은 상의를 시작했다.

“이제 어떡할 건데.”
“읍! 읍!”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나는 꺼내놨던 엘프를 다시 집어넣고 화장실로 갔다.
호실은 보았기에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몇십 분을 기다리고 문이 열리자 나는 가면을 착용하고 능력을   문으로 달려갔다.

“어? 뭐야 문이 왜 안 닫혀.”
“네?”

룸서비스를 받으려는 건지 음식을 받고 있었다.
문이 안 닫히는 것을보고 당황한  같았다.

내가 들어가고 나서 잘 닫히자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침대에 앉아있는 나를 발견했다.

“꺄아아악”

높은음의 비명이 들리고, 나는 조용히 하라고 표시해줬다.
그녀는 바로 전화기로 연결해 헌터를 불렀다.

“진정하시고 얘랑 대화 좀 해주세요.”

나는 베개 속에서 엘프를 꺼내 입을 풀었다.

“मला मदत करा”
“어…? 엘프가 여기 왜?”

소피아는 S급 헌터다.
하지만 무력은0에 수렴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단지 능력 하나만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능력도 후천적으로 생겨난 것이었다.
설화형 던전에 들어가 눈을 하나 바치고 지식의 샘물을 마신 뒤 능력이 바뀐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언어를 읽고 말할  있기에 특별 취급을 받고 있었다.

후에 나타나는 마법도 그녀의 덕이 컸다.

후에 이종족이 등장할 때도 그녀의 도움이 많았다.

둘은  이야기를 열심히 했다.

“너는 누구지?”
“엘프를 데려온 사람인데요.”
“그런 묻는  아니잖아.”

“소피아씨 무슨 일 있으십니까!”

밖에는 그녀가 부른 헌터가 찾아왔다.

“저분부터 돌려보내시는 게 어때요? 저도 무기 아무것도 없는데.”

가면의 성능에 대해서는 그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언어만 할  있다고 해서 S급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유물도 그녀는 알고 있을 것이다.

“죄송해요. 제가 잘못 불렀나 봐요.”
“혹시 협박받고 계신 건 아니죠?”
“그렇다면 제가 문을 열고 도와달라고 했겠죠.”
“넵. 그럼 물러가겠습니다.”

헌터를 물리고 자리에 앉았다.
조금 더 엘프와 이야기 후에 천천히 나를 올려다봤다.
꽤 진지한 얼굴이었다. 말투도 방금과는 달랐다.

“이거 보통 일이아니네요.”
“그렇죠? 그래서 그런데 옆에 있는 제 친구도 데려와도 될까요?”
“확실히 믿을 만 한가요?”

나는 윤예진에 대해서 생각했다.
믿을  한가?

그녀라면 충분히 믿을 만하다고생각했다.

소설 속 등장한 주연들은 모두 선한 성품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라면  일을 충분히 들을 자격이 있었다.

“네.”
“엘프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거죠?”
“네.”
“그럼 데려오세요.”

나는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

“어디를 갔다가 온 거야!”
“따라와.”
“어디 가는 건데? 베개는 어디에다 두고 왔고?”

그녀를 데리고 소피아를 만나러 갔다.

“어… 어… 소피아?”
“네 맞아요. 일단 들어오세요.”

그녀가 들어오고 나서 본격적으로 얘기하기 시작했다.

“우선, 이 엘프는 보통적인 던전에서 만나는 엘프가 아니에요.”

나는 알고 있었고, 윤예진은 짐작하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브헤임에서 온 공주라고 합니다. 믿을 만한지는 모르겠지만요.”
“어… 어…”

윤예진은 공주라는 소리에 말을 어버버거렸다.
아마도 우리가 지금까지  행동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일국의 공주에게 온갖 짓을 다 했으니 맞을 것이다.

“당신에게는 처음 보자마자 쏜 것을 사과한다고 합니다. 자신도 정신이 어지러워 어쩔 수 없었다고 하네요.”
“네… 이해할게요.”
“그리고 당신은 무슨 짓을 한 거죠?”
“하하…”

기절 3번, 음식 주지 않은 것, 쓰레기통에 넣어놓은 것, 베개에 넣은 것.
심한  같기는 해서 웃기밖에 하지 못했다.

“엘프가 말 안 한 것 같은데, 쟤 처음에  강간하려고 했어요.”

나의 말에 그녀는 엘프를 노려보고 뭐라 말했다.
당연히 알아듣지는 못했다.

“일국의 공주로 살아가다 세상에 나온 것이 처음이라고 하네요. 자신 말고는 돌아다니면서  강… 크흠.”

대충 이해가 갔다.

“다른 엘프들은 다 하는데 자기는 성관계하지 못해서 저를 보고 눈이 멀었다는 거죠?”
“그렇다고 하네요.”

윤예진은 놀란 듯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마 그런일이 있었는지는 정확하게 몰랐을 것이다.

“진짜야?”
“그럼 가짜겠어?”
“그러면…”
“그냥 쟤가 미친년처럼 달려들어서 패서 기절시켰지.”
“아하...”

“크흠!”

소피아가 우리를 보고 주의를 줬다.

“그래서 저한테 무엇을 원하시는 거죠?”
“엘프  지켜주세요. 기왕이면 이종족이 있다는 것도 알려졌으면 좋겠지만, 욕심이겠죠?”
“그렇죠. 지금은 파장이 클 테니.”

아까부터 엘프가 중얼거리고 있었기에 슬쩍 물어봤다.

“쟤는 뭐라고 하는 거예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볼이 빨개져 듣고 있는 것을 보면 정상적인 얘기는 아닌 것 같다.

“그냥 들려주세요.”
“들어서 좋을 건 아닙니다.”
“괜찮아요.”
“제가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했던 짓을 전부 용서해줄테니 섹스  번만 하자.’랍니다.”

그녀의 얘기를 듣고 윤예진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소피아가 내 이야기를 듣고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괜찮아요. 별로 불쾌하지도 않고요.”
“잠시만 너 그러면!”

옆에서 윤예진이 뭐라고 하기에 그녀를 쳐다봤다.

“몸은 안 대줘.”
“그…”

끝까지 하지 않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면 얘 부탁해도 되는 거죠?”
“네. 제가 잘 맡고 있겠습니다. 말이 통하는 지적 생명체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니까요.”

그 말을끝으로 우리둘은 밖으로 나갔다.

“너는 애가 좀 부끄러워 라도 해라.”
“뭐 어때. 할 것도 아닌데. 빨리 돌아가자.”

우리 둘은 밤이 다가오기 전에 빠르게 하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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