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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화 〉유은설 (31/120)



〈 31화 〉유은설

“가면남!”

“응? 일어났네?”

유은설은 눈을 뜨자마자 가면남을 찾았다.

“윽… 네가 왜 여기에 있어?”
“갑자기 쓰러져서 업혀 오는데 네가 알겠지.”
“아… 맞다.”

유은설은 지금 병원의 침대에 누워있었다.
하얀 침대와 하얀 천장은 지금 있는 곳이 병원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나저나 어떻게 된 거야?”

유은설을 옆에서 간호하고 있던 이하늘은 상황을 물었다.

“일어나자마자 외친 가면남은  뭐고,”
“음…”

유은설은 던전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생각하며, 이하늘에게 간략하게 얘기했다.

갑작스럽게 던전에 들어가게 된 일, 속에서 새로운 괴수를 만난 일, 저번에 만난 가면남을 만난 일을 전부 말하고 나자 이하늘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잠시만 던전 속의 던전이라고?거기다가   남자가 있었다고?”
“응.”

던전 속의 던전이라는 것은 처음 발견된 일이었다.
이하늘이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남자는 언제 들어왔는데?”
“나도 몰라. 어느 순간에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났어.”
“정체는?”
“말도  하던데 어떻게 알겠어.”

유은설은 그 남자에 대해 생각했다.
가면을 써서 형체는 뚜렷하게 보이지도 않고, 말을 하지도 않아서 정체를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가지 증거가 있다면 그가 쓴 활이 생도용 활이었다는 것이다.

저번에는 거리가 멀어 알아보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정확하게 봤다.

“나를 업고  사람이 누군데?”
“응? 한설화가 업고오던데?”
“한설화?”
“네가 쓰러져있는 걸 발견했다던데.”

유은설은 말을 멈추고 잠시 생각했다.

자신이 쓰러져있는 것을 발견한 다음에 바로 업고 왔다면, 한설화가 가면남일 가능성은 몇이나 될까.
한설화가 그렇다면 가면과 옷은 어디에다 두고 다니는 걸까.

당장 한설화라고 확정을 짓고 싶지만,가면과 옷의 행방은 불분명했다.
특히, 가면의 경우에는 유물로 신고도 되지 않았다고 저번 실습을 맡은 길드에서 들었다.

‘한설화의 능력이 두 개라고?’

하나는 치유 능력이고, 나머지 하나는 아공간이라고 하면 충분히 이해가 가능했다.
하지만, 아공간은 발견될 수밖에 없는 능력 중 하나였다.

아공간을 사용할 때마다 마력의 잔향이 남아 능력을 측정할 때 보일 수밖에 없었다.
능력이 두 개라 아예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가정해도, 저번 실습 때 남을 수밖에 없었다.

길드가 그런 간단한 측정을 안 해본 것은 아닐 것이다.

“금방 길드가 온다는데?”
“근데, 지금 며칠이야?”

유은설은 저번과 달리 몸이 심하게 찌뿌둥한 것을 보면 하루 이상 누워있다고 생각했다.
생태 탐사를 하러 던전에 들어갈 때가 오후였음에도 창밖은해가  있었으니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너 삼 일정도 누워있었어.”
“어…? 3일?”
“마력 탈진 현상이래. 네가 쓰러진 것도 그것 때문이라던데?”
“아…”

유은설은 마력 탈진에 대해 알고 있었다.
각성자라면 알고 있어야  기초 상식이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도 평소보다 마력을 쥐어짜 사용하기도 했다.

‘세 번 정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한 번이었네.’

“말하는  들어보면 살아 돌아온 게 기적이긴 하네.”
“그렇지.”

유은설은 가면남이 아니면 꼼짝없이 그 자리에서 죽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검이 새로운 능력을 개방한 것도 한몫했다. 운이 아니었다면 죽었다고 봐도 무난했다.

“어? 검?”
“아 맞다.   여기.”

유은설은 이하늘이 가리키는 곳에 검을 발견했다.
싸울  없어졌던7수의 별자리가 다시 생기며 능력을 각성했다.
하지만, 지금 다시 보니 별자리는 눈을 뜨고 찾아봐도 찾을  없었다.

“이 검 뭔데? 저번부터 자꾸 챙기고 다니는 게.”
“아…”

유은설은 검에 손을 갖다 대며 검의 상태를 알았다.
별자리가 사라졌을 뿐이지 능력은 그대로였기에그녀는 안심할 수 있었다.

“뭐냐니까?”
“있어. 그런 게.”
“갑자기 검에 손을 갖다 대더니 미친 소리를 하고 있네.”
“넌 말 좀 예쁘게 해라. 남자가 그게 뭐냐?”
“어? 그거 성차별적 발언이다?”

유은설은 검에 대해 어떡해 해야 할지 고민 중이었다.
정부에 신고를 해야 할지, 아니면 원래대로 계속 숨길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처음은 그냥 숨길 생각이었다.
당장 이 검을 가지고 가봤자, 사인검이라고 인정해줄 사람은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강도, 능력 둘 중 어느 하나도 뛰어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근데 지금은 달랐다. 검에 능력이 생겼고, 신고한다면 충분히 인증받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아직 모든 것이 해방된 게 아니야.’

검에 새겨진 별자리 28수 중 단 7수만이 나왔을 뿐이었다.
나머지 21수를 개방한다면 무슨 능력이 나올지 궁금해졌다.

‘그때까지만 숨기자. 능력도, 유물도.’

그녀는 숨기자고 마음을 먹었다.

“가면남은 누굴까.”

이하늘이 물어봤다.
유은설도 자신이 위험할 때마다 도와주는 그 남자에 대해 알고 싶었다.

“그러게 말이야. 사정이 있는 걸까.”
“저번에 길드에서 연락 온 거는 없어?”
“연락은 왔는데, 찾을 수 없을  같데. 가면에 투명 능력이 달려있는  같다고 연락은 줬는데.”
“근데  남자 너 위험할 때만 등장하잖아. 혹시 지금도 보고 있는 거 아니야?”

유은설은 이하늘의 말에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에이… 설마.”

유은설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주위를 신경 쓰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자신이 들어오고 나서 몇  있다가 닫힌 게이트를 들어 올  있을 리가 없었다.

‘어? 생각해보니 게이트는 금방 닫혔는데, 언제 들어왔지?’

유은설은 거기까지 생각하고, 눈앞에 사라지거나 나타나는 능력을 가진 사람임을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그런 능력이 있으면  보이는 것은 일도 아니겠네.’

“남자가 쫓아다니면서 호위라니, 유은설 많이 호강하네.”
“뭐래.”

노크 소리가 들리고, 길드원들이 들어왔다.
생태 탐사에 들어가기 전에 마주쳤던 사람들이기에 얼굴은 알고 있었다.

“상황 설명 좀 해주시겠습니까?”

전과는 달리 정중한 말투로 유은설에게 상황 설명을 부탁했다.
유은설은 흔쾌히 수락했고, 이하늘은 그들에게 인사를 하고 잠시 나갔다.

유은설은 그들에게 이하늘에게 했던 말과 같은 말을 했다.
단지 조금 더 자세하게 괴수의 생김새를 설명했다.

“던전 속의 던전이라니…”
“게이트가 나타나기 전에 온몸의 소름이 돋으며 공포감이 들었어요.”
“더군다나 새로운 괴수라니,  건은 말하시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유은설은 그들의 정중한 요청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이하늘한테 말했다고 얘기하자 그들이 알겠다고 한 뒤 밖으로 나갔다.

그들이 나가고 이하늘이 다시 들어왔다.

“꽤 심각한 상황인가 보네.”
“그런 경우는 상상도 못 했으니까.”
“너는 다니는 곳마다 사건을 몰고 다니네?”
“그런가?”

유은설은 슬슬 몸을 일으켜 나갈 준비를 했다.
정말로 사흘동안 누워있었다면, 해야  일이 많을 것이다.

‘한설화한테도 고맙다고 말해야겠다.’

**



나는 지금 하랑의 벽에 서 있었다.

결계로 보호되는 하랑은 쉽게 넘어 다닐 수 없다.
침입이나 탈출이 쉬운 일이 아닌 이유가 결계 때문이었다.

감시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었지만, 결계가 울리지 않는 이상 확인을 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 사는 곳은 모두 똑같으니까.

애초에 지금 옷과 가면을 입고 있어서 식별도 힘들 것이다.

시간은 많지 않았다.
오늘도 교관에게 가야 하기 때문이다.

옷의 능력을 사용해 벽을 넘었지만, 딱히 달리진 점은 없었다.
이렇게 유물을 사용하는 것에는 매우 취약하다.

그들도 약점을 알고 있었지만, 고치지 않았다.
문제점이 문제를 일으켰을 때 고치는 방식은 이 세상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니까 한 번 크게 뚫리고 나서 고치지.”

나는 벽을 벗어나 카메라의 범위에 벗어날 때쯤 가면과 옷을 넣어놓고 병원으로 향했다.

유은설이 있었던 병원으로 향해 그곳에 직원을 만났다.
다행히도 그때와 똑같은 간호사가 카운터를 맡고 있었다.

몇 달이 지났음에도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나를 욕하겠다 싶은 사람의 얼굴은 매일 같이 나를 찾아와 괴롭힌다.
그것이 몇 번 반복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얼굴을 외우는 것이 익숙해졌다.

“안녕하세요.”
“네. 무슨 일이세요?”
“혹시, 2월에 온 유은설이라는 사람의 병원비를 알고 싶은데.”

그는 몇 번의키보드를 두드린 후 정보를 알아냈는지 말했다.

“죄송합니다. 당사자가 아니면 말해드리기 힘들어서요.”
“아…”

그는 내 얼굴을 유심히 보더니 손뼉을 쳤다.
나는 박수 소리에 깜짝 놀라 그를 쳐다봤다.

“아! 그때  환자분 업어오신 분 아니세요?”

그는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좋은 일이라고 해야 할지, 나쁜 일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쩌면 이 일을 토대로 병원비를들을 수 있지 않을까?

“네 맞아요. 그래서 혹시 병원비가...”
“제가 직접 연락 드려볼까요?”
“아! 아니요!”

그가 연락한다는 소리에 겁에 질려 대답했다.

“그분도 연락을 기다리시는 것 같은데.”
“아니요. 연락하지 말아 주세요. 부탁이에요.”
“흠… 그러시면 이름이랑 연락처 적어주시면 병원비 알려드릴게요.”

그의 말에 고민하다가 결국 연락처와 이름을 적고 병원비를 들었다.
병원비는 그렇게 크게 나오지 않았다. 의료보험이 적용되니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나는 그에 맞는 선물을 고르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어쩌면 무단 외출이라고 볼  있었다. 학교를 다닐 때도 무단 외출은 해본 적이 없기에 감회가 새로웠다.

물론, 좋은 의미는 아니다.
주위에서 욕을 하고 있는  같았다.

쟤는 뭔데 생도가 나오냐는 소리와 생도가 저러면 안 된다고 하는 소리가 섞여 생각나기 시작했다.
전화기를 들고 있는 사람은 하랑에 전화하는 것만 같았고, 나를 쳐다보는 사람은 모두 나를 욕하고 있었다.

모두 감안하고 나온 것이었다.
실제로 내 생각대로 행동하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생도복은 벗어놓고 왔고, 평상복이라 누구도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하랑의 생도 사진을 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었다.

나는 장신구 점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들어가기 전 생각이 났다.

여기서의 여자는 무엇을 좋아할까?
예전의 남자라면 무엇을 좋아할까?

내가 좋아하는 선물은 게임 선물이랑 문화상품권 선물밖에 없었다.
대부분 남자도 좋아하는 것이었다.
친구들의 생일이면 그냥 밥을 사주곤 했지, 어떤 물건을 사주지는 않았다.

‘뭘 사줘야 할까.’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보인것은 시계점이었다.

‘생각해보니 남자가 시계 같은 거 자주차고 다니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내 발걸음은 시계점으로 향했다.

그리고 들어오자마자 후회했다.
딱 봐도 비싸 보이는 시계가 수두룩했다.

처음 보는 가게면 당연히 소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무슨 말을 해도 조심스럽게 했기에 가격에 대한 것도 신중히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어서 오세요. 구경하시다가 편히 물어보세요.”
“아… 네.”

나이 들어 보이는 여성이 나에게 말했다.
그녀의 모습은 이 가게가 고급 시계점이라는 것을 대변하는  같았다.

아무것도 안 사고 나가는 것은 한 적이 없었다.

가게에 들어왔다면 무엇이라도 사야 했다.
그것이 가게에 일하는 직원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몇몇은 그냥 들어왔다가 나가는 것을 편히 했지만, 나는 달랐다.
아무것도 안 사고 나간다면 뭐라고 생각할까?

그런 생각이  뇌를 잠식했다.

“저기 이건 얼마예요?”

나는 돌아다니던  최대한 싸 보이는 시계를 골랐다.

그것도 여기 중에 최대한 싸다는 것이었지, 외견은 전혀 싸구려같이 보이지 않았다.

검은색의 가죽 줄과 금색의 시계 테는 평범하지 않아 보였다.
속에는 검은색의 배경과 알 수 없는 원  개가 있었고 그 안에 침도 놓여있었다.

‘시계인데 시와 분만 표시하는 거 아닌가?’

알 수 없었지만, 이것이 가장 만만해 보였다.

“이거는 190만 원입니다.”

네?
나는 잠시 말이 나오지 않아 그대로 쳐다봤다.

그녀는 나에게 눈길을 보냈다.
아무 생각이 없는 시선일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는다르게 해석됐다.

‘안 살 거야? 그러면  불렀어?’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손에 들려있는 봉투에 있는 돈은 딱 200만 원이었다.
시계를 충분히  수 있었다.

“그…거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그녀는 그제야 웃으며 나에게 대응했다.
나는 그녀가 손을 내밀자 부들부들 떨며 돈을 내밀었다.

단숨에 이런 돈을 써본 적이 없기에 손이 떨리는 것은 어쩔  없었다.

“여자친구분 선물이에요?”
“네.”

그녀가 뭐라 했지만,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면 안녕히 가세요.”
“네.”

내가 언제 이렇게 통이 커졌을까.
단숨에 수중에 있던 돈이 너덜너덜해졌다.

“하하..”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지출이었다.

웃으며 하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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