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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화 〉새로운 무기 (39/120)



〈 39화 〉새로운 무기

해가 바다에 떨어지고 나서, 주위에 누구도 소리치지 않았다.

신하들은 소별왕의 눈치를 보느라, 소별왕은 해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잠시 할 말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대단하구나!”

소별왕은 입을 벌리며 나를 칭찬했다.

“네가 아니었으면 언니한테부탁해야 했을 것이다.”

그녀가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고개를 숙이고 칭찬을 받는 수밖에 없었다.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됐다. 일어서거라.”

소별왕은 나를 일으키고 외쳤다.

“이름이 무엇이냐.”
“설화라고 하옵니다.”
“예쁜 이름이구나.”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신하들을 보며 크게 외쳤다.

“보았느냐!  남자가 해를 떨어뜨렸다! 지금당장 온 사람들에게 해를 떨어뜨렸다고 전해라! 오늘 밤에 달도떨어뜨릴 것이다!”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이렇게 남의 공을 그대로 치하할 사람이 아니었다.
남의 공은 자신의 공이었고, 자신의 공도 자신의 공이었다.

이렇게 선한 사람이었다면, 원래 들어올 여자를 배신해 죽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나를 데리고 가마에 태웠다.

“설화, 너는 심상치 않구나. 혹시 나와 혼인할 생각이 있나?”

그녀는 나와 단둘이 있자 그런 말을 했다.

그리고 그녀의 꿍꿍이를 알아차릴  있었다.

나와 혼인을 해 그녀의 부족한 능력을 나로 채우려는 것이었다.

본래의 들어왔던 여자는 혼인도 불가능하니 죽인 것이었고, 나는 남자니 그녀의 수족으로 부릴 생각인  같았다.

“하지만 저 같은 한낱 인간이 어찌 폐하와혼인할  있겠습니까.”
“그것은 걱정하지 말거라. 내가 다 처리할 것이다.”

고개를 들어 그녀의 눈을 쳐다보니 내 얼굴을 향한 것이 아닌 가슴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숨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사람이 왕이라니.’

실제 설화에서 무능력하다고 들었지만, 색까지 탐할 줄은 몰랐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혼인은 달까지 떨어뜨린 다음에 얘기하도록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흠… 그렇구나. 그대의 말이 맞다.”

소별왕은 내 말을 듣기는 했다.
이것이 어떤 방식으로 흘러갈지는 나도 예상하지 못했다.



**

밤이되자 다시 그 많은 신하를 이끌고 밖으로 나왔다.

대체 왜 이런 인력 낭비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주위에 백성들도 나와 우리를 반겼다.

“소별왕 폐하 만세!”

아마 해를 떨군 것에 대해 좋은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았다.

“폐하, 폐하의 업적을  세상에서 칭송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신하의 말을 듣고, 기분이 좋은지 입꼬리가 올라가고 있었다.

‘그렇게 좋은가.’

아마 대별왕에게 평생을 졌던 것을 생각하며, 자신을 올려치고 있을것이다.

빨리 활을 받고 떠나던가 해야겠다.

다시 절벽에 도착했다.

남은 천근살은 하나뿐이었다.

천근 살을 받고, 활시위에 걸었다.

처음 해를 쏠 때와는 다르게 활에도 신경을 집중했다.

화살에만 마력을 불어넣지 않고, 활에도마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아침보다 더 많은 마력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화살에 적게 들어갔음에도, 아침보다 빠르고 강하게 나아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바닷가의 찬 바람이 나의 볼을 스치고 지나갔고, 주위에 소별왕의 숨소리와 신하 한 명이 추운지 발을 구르는 소리가  귀에 들리기 시작했다.

 몸에서는 마력이 계속해서 빠져나와 활과 화살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파도와 바위가 부딪히는 소리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고, 내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눈을 감고, 검은 어둠이 나를 맞이했다.

그렇지만 전과는 달리 어둡지만은 않았다.
마력의 색인 옅은 푸른색이 내 눈을 밝혔다.

어느 순간부터 화살에 들어가는 마력이 적다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손에 오는 느낌은 전혀 적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숙련도가 오른 걸까.’

약간 오르고 나서 정체되던 숙련도가 오른 것은 좋은 소식이었다.

내가 눈을 뜨자 활은 몸집을키워 기존의 활보다 두 배는 커진 것처럼 보였다.
화살은 그에 맞춰 몸집을 키웠다.

마력은 유형화되어서  등이 길게 뻗어져 나갔고,  부분은 바닥과 닿아있었다.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소별왕이 놀라며 활을 쳐다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설명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조심스럽게 활시위를 놓았다.

굉음과 함께 화살이 달을 향해 날아갔다.

해는 반으로 갈라져서 바다에 떨어졌다면, 달은 말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서 바다를 향해 떨어졌다.

마치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처럼 달의 조각들이 바다를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예쁘다.’

태어나서 이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별똥별을 하나조차 보지 못했던 나에게 우수수 떨어지는 달의 조각은 생소하기만 했다.

“대단하구나.”

그런 나의 감흥을 깨부순 것은 옆에 서 있는 소별왕의 한 마디였다.

소별왕은 나를 데리고, 그녀의 궁전으로 향했다.

그 전에 신하에게 무언가 말하는 것을 보았다.
활을 받기 전에 죽지는 않을 것이다.

위기에 처하면, 돌아가는 것을 생각할 필요도 없이 모든 능력을 사용해 도망치는 것이 옳았다.
도망칠  있는 수단이 있기에 이렇게 여유로울 수 있는 것이었다.

궁전에 들어가고 나서 한 신하가 나를 안내했다.

“소별왕 폐하께서 설화님을 보좌하시라고 하셨습니다.”
“폐하께서는 앞으로 무엇을 하실 생각입니까?”
“죄송합니다. 폐하께서 비밀로 부치라하셨습니다.”

마음의준비를 단단히 하고, 그녀가 나를 부를 때까지 기다렸다.

그녀는 상석에 앉아 나를 맞이했고, 신하들은 그 아래에 있었다.

“짐은 설화의 공을 인정하여, 상을 내리기로 하였다.”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나는 그렇게 외치고 그녀의 상이 무엇인지 듣기로 했다.

신하들은 모두 알고 있고, 나만 모르는 눈치였다.

눈치가 있다면 활을 나에게 주지 않을까 생각 중이었다.

“짐이 그대에게 내릴 상은 천근 활이다.”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러고 나서 올라가 그녀의 손으로 활을 직접 받았다.
그리고 내려가려고 하는 찰나 그녀의 손이 내 어깨를 붙잡았다.

“그리고  가지가 더 있다.”

소별왕은 나에게 무언가를 더 주려고 했다.
무엇인지 감이 잡히지 않아 그대로 있었다.

“그대가 떨어뜨린 해와 달의 조각이다. 이것을 받고 짐과 혼인해주지 않겠나?”

그녀는 해와 달의 조각이 담겨있는 반지를 내밀었다.
아마 세공이 되어있는 것처럼 보였다.

 시대의 기술력으로 완성될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납득하기로 했다.

그 반지가 너무 탐이 났다.
저건 어떤 효과를 가지고 있을까 궁금했다.

그래서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활을 받자마자 밑에는 게이트가 열려 나를 반기고 있었다.

본래의 역사대로라면 축하하겠다며 연회를 연다.
그리고 그 연회에서 병사들을 불러모아 그녀를 찔러 죽이려고 한다.

그리고 그녀가 반지를 내 손에 끼워주자마자, 게이트를 향해 몸을 날렸다.

“어!”

신하들은 몸을 날리는 나를 보고 놀랐지만, 이미 상황은 늦었다.

게이트에 온몸이 들어가고 나자 내 몸은 아스팔트 위에 떨어졌다.

몸을 날리며 가면을 착용하였기에 능력을 발동하고 주위의 상황을 살폈다.

주위는 경계선이 둘려 있었다.
아마 A급 헌터라면 내가 그녀를 밀고 게이트에 들어간 것을 확인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경계선이 둘려 있는 것이 분명했다.

가볍게 경계선을 넘어 달려가기 시작했다.
속으로 20초쯤 세었을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평범한 시민은 아니었고, 기자처럼 보였다.

‘10초 이내에 일반인과 섞여 들어가야 해.’

지금 여기서 능력이 풀리게 되면, 그날로 세계의 유명인사가 되어있을 것이다.

손에 들고 있는 활도 포함해서 한 말이었다.

기자들이 몰려있지 않은 쪽의 경계선을 넘어서 시민들이 보이는 곳으로 달려갔다.

‘3초’

그리고 1초쯤 남았을 때 골목에 들어가 가면을 벗고, 시민들 사이에 섞여 들어갔다.

‘다행이다.’

누구도 나의 등장을 의심하게 여기지 않았다.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 기자들이 모여있는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기자들이 몰려있는 덕에 들키지 않고 하랑으로 향할  있었다.



**



“설화야 어디 갔다 왔어?”

내가 하랑에 들어가고 나서 기숙사로 가는  만난 것은유은설이었다.

지금 시간이  늦은 시간이었다.

치료실 교관님께는 아파서 못 갈 것 같다고 전했기에 상관없었다.
나를 매일같이 숲으로 불러내던 이미경 교관도 내 상태를 알고 있었다.

애초에 수업시간 중간에 나갈 수 있게 해준 것도 그녀가 허락해준 것이었다.

해가 지고, 달이  시간이어서 그녀가 훈련이 끝나고 돌아다니는 도중이었던 것 같다.

“응? 아… 잠깐 바람 좀 쐬러.”
“너…”

그녀는 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녀의 표정에 침을 꿀꺽 삼켰다.

‘뭐지. 밖에 나갔다가 온걸 들킨 걸까.’

“아프다며. 걱정되게 어디 있다가  거야. 전화해도 받지도 않고.”
“아…”

그녀는 천천히 다가와 내 이마에 손을 올렸다.

“열은 없네.”
“그냥 자느라 전화를 못 받았어.”
“일어났으면 빨리 전화를 줬어야지.”
“미안…”

그녀의 추궁에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그녀는 나를 볼 때면 똑같은 말을 했다.

“그 말은 더 이상 안 하기로 했잖아.”
“그렇지만.”
“됐어. 안 좋은 얘기 하지 말자.”
“너도...! 아니야…”

그녀도 이제 지쳤는지 나에게 훈계를 그만뒀다.

“갑자기 사라지니까 걱정했잖아.”
“그건 그럴 사정이 있었어.”
“말해주기엔 힘든 거지?”

‘그럴’이라고 말했음에도 그녀는 이해하며 나를 보내줬다.

언젠가는 말할 기회가 올까.
그녀의 앞에서 당당히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고백할 수 있는 순간이  수 있을까.

아무리 상상해봐도 그 상황은 생생히 상상되지 않았다.
내가 그녀의 앞에 당당히 설 수 있을까.

아마 그 전에 죽을 수도 있는 세상에서 그녀의 옆에 온전히 서 있겠다는 것은 욕심일까.

던전 밖으로 나오고나서  번도 보지 않은 핸드폰에는 여러 개의 부재중 전화가 찍혀있었다.

대부분은 유은설과 김세연의 전화였다.

“김세연…”

유은설은 김세연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세연도 유은설과 같은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을까.
그것이 궁금했다.

그녀의 존재가 나에게 벽을 하나  세우게 할지, 아니면 벽에 들어온 또 다른 사람이 될지 아직 명확하지 못했다.

내 생각은 전자라고 소리쳤지만, 원하는 것은 후자가  컸다.

그렇게 나는 기숙사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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