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0화 〉미로형 던전 (40/120)



〈 40화 〉미로형 던전

유은설은 나를 심하게 의심하지 않았다.

‘나를 믿는 걸까.’

나였다면 달랐을 텐데, 그녀와 나의 다른 행동을 보니 마음이 착잡했다.

‘나였다면 어디 갔다왔냐면서 집요하게 물었을 텐데.’

나는 친구라는 것에 상당히 집착한다.
그렇기에 친구를 만들고 싶어 하지 않았다.

모순된 말이지만, 잘 들어보면맞는 말이기도 했다.

의지할 사람 없이 길바닥에 혼자 놓여있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이 저 멀리 자신한테 다가오고 있는 사람이 보이기 시작하면 어떨까.

당연히 길바닥에 놓여있는 사람은 다가오는 사람을 기다릴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친구는 그랬다.

나는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을 한사코 기다릴 것이다.
한 발자국 내딛지도 않으며,  사람을 기다리기만 할 것이다.

 사람이 지쳐 쉬면, 나는 빨리 오라고 소리칠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 사람이 나를 향해 와서 구해주는 것이니까.

그러다 보면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은 지쳐 떠나게 된다.

대부분 그런 식으로 떠나갔다.
그런 다음에는 아예 뒤조차 돌아보지도 않았다.
누가 나한테 오던 나한테까지 올 수 없을 테니까.

나의 모든 것을 이해한다고 한 사람도 포기했다.

그렇기에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내가 유은설을 정확히 바라보게 된다면 힘들 테니까.

그녀가 포기해도 상처받지 않게 하려고 등을 돌렸다.

침대에 누워 오늘 얻었던 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

[천근 활]
[유물][신화]

─마력 활
•활이 마력을 머금을  크기가 커지고, 화살의 위력이 증가한다.

─신단수의 가호
•발과 땅이 닿아있을 때, 모든 능력치가 증가한다.

─아공간
•10초간의 정신집중 후 활을 아공간에 넣을 수 있다.
•10초간의 정신집중 후 활을 아공간에서 꺼낼  있다.

─저격 자세
•신단수가 가지를 뻗어 바닥에 연결해 바닥과 활을 연결한다. 가지가 사용자의 손을 묶어 움직일  없지만, 마력을 사용한 양에 따라 위력이 대폭 증가한다.

===

===

[해와 달의 조각이 담긴 반지]
[유물][민담]

─두 번째 해와 달
•기묘한 기운을 담고 있다.

===



활의 능력 대부분은 알고 있었다.

소설 속에서도 능력에 대해 전부 나왔기에 헷갈리지 않게 사용할 수 있었다.

“기묘한 기운이라…”

애매하게 표기가 반지에 대해서는 알 도리가 없었다.

특히, 민담 등급의 경우에는 더욱 그랬다.

전설 등급이라면, 대부분의 시민이 알고 있는 설화일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민담이라면 얘기가달라진다.

정말 극소수만이 이야기의 명맥을 이어오며,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일단 반지를 차고 다니기로 결정했다.
차고 다녀서 나쁠 것은 없었다.

‘언젠가는  곳이 있겠지.’

유물 판정을 받은 것을 봐서는 어딘가에 쓸모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정신을 집중하자 활이 손에 잡혔다.

아무리 봐도 신기한 능력이었다.

이 능력이 없었다면, 활을 얻지 않을 수도 있었다.

유은설과 만났을 때도 아공간 능력이 없었다면, 크게 당황했을 것이다.

다시 활을 집어넣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한 시간 정도 몸을 뒤척거린 뒤 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잠자리에  수 있었다.

**


아침에 교실에 들어가고 나를 걱정해 준 사람은  명이었다.

나에게 가장 먼저 인사를 건넨 사람은 김세연이었다.

‘설화야 어제 무슨 일 있었어?’

평소에는 이름을 부르며 반겨주었겠지만, 오늘은 나를 먼저 걱정해주었다.

저번 일이 있고 나서부터 다시 표정을 잘 지을수 있었다.

웃으며 대응하자 그녀도 이내 안심하고 평소대로 할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다음 나를 걱정한 사람은 만나기 싫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나를 밖으로 불러내어 얘기했다.

아마 어제 조퇴한 건도 있으니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다.

“몸은 괜찮아?”
“네.”

이미경 교관은 나를 걱정해주는 척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그런 모습에 토가 쏠려 나올 것 같았지만, 참을 수 있었다.

방금 김세연과는 달리 음습하게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느껴졌다.

“아프지 마.”
“네.”

그녀가 담담하게 말했다.

표정의 변화는 하나도 없었다. 비싼 도구가 부러지면아까워하는 것과 똑같은 반응이었다.

그녀에게 나는 비싼 가방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망가지면 며칠 정도는 슬퍼할 수 있겠지만, 그뿐이었다.

며칠 슬퍼한 뒤, 새로운 가방을 마련할 것이다.

그 가방을 사는 것이 아까워 걱정하는 것뿐이었다.

‘역겨워.’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쩌면 그녀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 나와서일까.
저번과 같은 감상은 느껴지지 않았다.

“됐으면 들어가.”

그녀의 말에 다시 교실에 들어갔다.

들어가자 문 옆에 서 있던 사람이 말을 걸었다.

“무슨 일 없었지?”
“응.”

유은설이었다.
아마 교관과 나 둘이서 같이 나간 것을 보고 걱정한 것 같았다.

“괜찮아?”
“걱정하지 마.”

그녀는 팔짱을 끼고 있던 손을 풀어 내 머리를 향해 다가왔다.

손이 오는 중에 허공에서 멈춰 섰다.

아마 그녀가 생각하기에 내 몸에 손대는 것은 이른 것 같았다.
나는 별로 상관 쓰지 않았지만, 그녀에게는 다른 의미인  같았다.

“괜찮아.”
“아니야.”

내가 괜찮다고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부정의 말뿐이었다.

어색한기류가 흐르며 잠시 말이 멈추었다.
내가 무슨 말이라도 해서 이 기류를풀려고 하는 찰나 핸드폰의알림이 울리며 문자가 왔다.

알림 소리는 한둘이 아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같은 반의 학생들이 모두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한결 마음을 가라앉힐  있었다.

알지 못한다는 뜻은 안전하다는 뜻과 똑같았다.

“설화야, 실습이래.”
“그렇네.”

유은설이 옆에서 말을 걸었다.

다른 생도들도 실습에 관한 이야기로 이야기의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유은설은 실습 자체가 즐거워 보였다.
그녀의 성격 자체가 그런 것이었기에 뒤에서 응원만 했다.

이기지 못할 적을 만나도 끝내 이기고 만다.
그녀의 그런 면이 좋았다.

‘소설에서 봤을 때는 주인공이라 가능하겠지.’

이렇게 생각한 적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  눈 앞에 펼쳐진 것은 현실이었다.

그녀는 어떤 일이 있어도 딛고 일어나리라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내가  일은 유은설이 건너갈 다리에 판자를 하나 더 넣을 뿐이었다.

그것도 마지막 판자를 넣어 결국은 해피 엔딩에 다다르게 하기 위해서였다.

앞에서 이야기 하는 유은설의 얼굴이보였다.

어느새  앞에서 이야기하던 것을 마치고, 이하늘에게 다가가서 말하고 있었다.

신이 나며 이하늘에게 말하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같은 놈보다는 이하늘의 옆이 더욱 어울렸다.

유은설도 그 사실을 언젠가 깨달을 것이다.
쓰레기 같은 나를 버리고 그에게로 다가갈 것이다.

나보다 훨씬좋은 남자가 옆에 붙어있다는 것을 깨달아줬으면 좋을 텐데.

그녀의 둔함이오늘따라 미워 보였다.


**

눈앞에 게이트가 있었다.

그리고 주위에는 같은 반 생도들이 몰려있었다.

“설화야 너는 시작하면 뒤에 딱 붙어있어.”

유은설이 말했다.
이하늘과 김세연도 그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하늘은 유은설에게 리더를 양보했다.

유은설이 자신보다 강한 것을 알고는 리더 자리를 맡을  없다며, 모든 권한을 그녀에게 위임했다.

김세연과 나는 별다른 의견이 없었기에 그의 말에 동의했다.
이하늘도 그렇게 권력욕이 없었고, 동의하기를 원하는 눈치였다.

유은설은 부담스럽다면서 거부했지만, 이하늘의 맹렬한 요구에 결국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교관은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돌아다니면서 팀에게 무언가를 나눠주는 것을 알았기에 당황하지 않았다.
유은설이 교관을 노려보자 나는 그녀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툭툭쳤다.

유은설이 놀라서 나를 쳐다보자, 그저 웃어 보였다.
유은설은 의미를 알겠다는 듯 눈빛을 풀었다.

“던전에 들어가기 전, 이 끈을 모두 묶고 들어가면 된다.”
“끈이요?”

이하늘이 끈을 받고교관에게 물어봤다.

끈은 사람의 몸이 들어갈 정도의 구멍이 4개가  있었다.
그리고 그 구멍이전부 연결되어 있었다.

“이번 던전은 미로형 던전이다. 들어가게 되면 각자 떨어질 수도있다. 끈을 묶고 들어가면 전부 다 같은 곳에서 나올 것이니 안심하면 된다.”
“아…”

우리는 모두 교관의 말에 끄덕였다.

미로형 던전이라면 어려울 것도 없었다.
그저 까다로울 뿐이었다.

미로형 던전은 결국 하나의 탈출구로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 끝에는 괴수 한 마리가 서 있다.

 괴수가 지키고 있는 돌을 부수면 탈출용 게이트가 열린다.

미로 중간중간 만나는 괴수의 힘은 평소와 똑같은 수준이지만, 돌을 지키고 있는 괴수는 달랐다.
예전에 설명했던 능력이 향상된 괴수가 확정적으로 등장한다.

그 괴수를 잡는 것이 이번 평가의 핵심이 될  같았다.

우리는 끈으로 몸을 묶었다.

“다들 잘 묶었지? 꽉 묶어.”

유은설은 맨 앞에 서 있었다.
김세연이 뒤를 돌아  끈이 잘 묶여있는지 확인했다.

“잘 묶였어.”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김세연은 나를 많이 걱정하고 있는  같았다.

그녀가 걱정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괜찮아.”

그녀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안심시켰다.
무엇을 걱정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녀가 생각하는 만큼 약하지도 않았다.

아마, 유물을 모두 낀다면 전부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저격에 한해 약한 교관도 죽일 수 있을 만큼 강해졌다고 볼  있었다.

물론 들키지 않는다는 가정이 성립해야만 했다.
상급 헌터의 인지 범위는 넓기에 저격 범위를 늘릴수록 살상력이 약해질 것이므로 아직 암살은 힘들었다.

“그럼 들어간다.”
“가자.”

유은설이 앞에서 외치고, 이하늘이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들어갔다.

이질감이 들며 도착한 곳은 어두운 방이었다.

빛이라고는 벽에 붙어있는 횃불이 전부였다.
그것만으로는  넓은 복도를 전부 밝히지 못했다.

주위를 둘러보며 상황 파악을 하기 시작했다.

뒤는 막혀있었고, 오직 앞만 뚫려있기에 앞으로만가면 됐다.

미로가 어떤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앞으로 향하기로 했다.

“일단 앞으로 갈까?”

그리고 말하자마자 깨달을 수 있었다.

“어?”

내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고, 줄은 끊어져 있었다.

다른 말로말하자면, 던전에 이상이 생겼고 나는 혼자 남았다는 뜻이 된 것이다.

그리고 나를 반겨준 것은 수많은 발소리였다.

사람의 발소리가 아니라, 짐승이 달려오는 듯한 발소리에 활을 꺼내고 가면과 옷을 착용했다.

─타닥
─탁

하나가 아니라 듣기만 해도 열 마리는 넘어 보였다.

어둠 속에서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괴수 뒤로 여러 마리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아… 이건 아니지.”

뒤는 막혔고, 앞은 괴수가 달려오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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