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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5화 〉중간 평가 (55/120)



〈 55화 〉중간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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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라는 지형을 특정하고 있다고 해도 원하는 사람을 찾는 건 여전히 힘들었다.

“벌써  시…”

약속까지 한 시간.

돌아다니면서 몇몇 생도들을 만났지만, 다들 눈먼 화살에 맞을 만큼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이미  정도의 생도는 탈락했고, 남은 생도들은 모두 일정 이상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혼자 돌아다니는 생도는 거의 없었고, 적어도 두 명 이상 팀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외각 드디어 내가 찾는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조금 가까이 다가가자  명 모두 무기를 들고 내 쪽을 쳐다봤다.
사람이 왔다는 것 정도는 둘 다 알아차린 것처럼 보였다.

누구냐고 묻지 않고 바로 검을 드는 것부터가 처음에 탈락한 애들과 달랐다.

“안녕.”

긴장해있는 둘에게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주위를 간략하게 정돈한걸 보니 여기서 잠을 청할 모양인 것 같았다.

둘의 차림을 보니 이미 수차례 전투를 겪은 것처럼 보였다.

나를 둘러보니 나도 그렇게 정상적이지는 않았다. 뒤를 훤히 내보이는 생도라고 해도, 하랑의 생도였고 간간히 공격에 스쳐 상처가 났다.

“한설화?”
“기다려.”

유은설은 나를 반겼고, 이하늘은 나를 경계했다.

아는 얼굴을 만났다고 긴장을 푼 유은설보다 이하늘이 조금 더 나았다.

“무슨 일이야?”

이하늘이가시 돋친 어투로 나에게 물었다.

“아니… 그냥 아는 얼굴 만나니까 반가워서.”
“혼자야? 혼자면 같이…”

유은설이 내가 혼자 나오는 것을 보고 말했다.
여기서 둘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한 명을 죽인다면 나머지 명이 나를 죽일 것이다.

“수상스러운데…”

이하늘이 나를 수상스럽게 여겼지만, 내가 원하는 목적은 달성했다. 둘의 위치가 여기라는 것만알고 있으면 됐다.

돌아가기 전 둘의상처를 치료해줬다.
내가 밤에 다가가도 긴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빠르게 고통 없이 죽는 것이 좋을 테니까.

“어?”

이하늘이 얼빠진 소리를 냈고, 나는 몸을 돌려 약속 장소로 향했다.




**




파도가 땅과 부딪혀 찰싹찰싹 소리를 내는 해안가에 두 명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사박사박 소리가 점점 다가오며 우리 둘은 한 장소에서 만날 수 있었다.

“죽였어?”
“하아… 그래. 됐지?”

윤예진은 남을 배신했다는 사실이 별로 좋지 않아 보였다.

내가 생각해도 그렇게 좋은 짓은 아니었다. 이제 남은 사람은  명이었다.

“아니. 마지막으로 한 번만 도와줘.”
“잠시만… 내가 오래 자리를 비우면 안 돼.”
“딱 한 시간이면 돼.”

숲까지 가는데 마라톤 하는 것처럼 달리면 한 시간 정도면 도착한다.
그 자리에서 윤예진도 죽을 것이기에 한 시간이면 충분했다.

“하아… 진짜 내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

 말에 웃으며 윤예진을 쳐다봤다.

“기다려. 불침번만 정하면 되니까.”

그녀의 뒤를 따라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향했다.

끝까지 들어가지 않고, 주위를 서성이며 그녀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10분이 지난 후 그녀가 모든 일을 끝냈는지 나에게로 왔다.

“뭐해야 하는데?”
“사람 좀 죽이자.”
“밤에?”
“밤이니까.”

그녀와 달리면서 얘기하기로 했다. 약간의 궁금증이 들었다

어떤 영향을 받은 건지는 몰라도 입안에 머금은 궁금증을 꼭 풀고 싶어졌다.

“너는  나를 믿는 거야?”

윤예진은 내 말에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왜 윤예진은 내 말을 이렇게까지 들어줄까?
그것도 자신의 평가가 달린  시험에서.

“생각해보면 저번에 네가 내 목숨도 구해주기도 했고… 그리고 내 말이 맞다면 네가 여러  내 목숨을 구해준 거잖아?”
“또 내가 모르는 소리.”

윤예진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얼굴이 빨개지지는 않았을까. 그녀에게 직접 들으니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녀의 말을 들으니 어쩌면 나는 인정받고 싶어 하던 게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면을 쓰고 남들을 구하지만, 한 명에게는 들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아예 없을까?

흔히 말하는 회귀자가 자신의 회귀 사실을 고백하는 것처럼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욕구가 생긴  아닐까?

무의식적으로 나의 정체를 들키고 싶어서 윤예진한테 노출한 게 아닐까?
그만큼 나는 윤예진에게는 많은 정보를 주고 있었다.

내가 왜 이럴까 싶을 정도의 행동도 여러 번 했었다.

달리며 혼자 숨어서 잠을 청하고 있는 생도 몇몇을 죽였다.
그녀의 권총 소리가 많이 눈에 띄었지만, 나와서 전투를 거는 사람은 없었다.

“이제부터 조용히 하자.”
“응? 갑자기?”
“내가 말하는 사람이 이 앞에 있어. 내가 앞에 나가서 시선을 끌테니까 넌 뒤에서 자고 있는 사람을 죽여줘.”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둘이라며, 그냥 한  죽이고 들어가면 되는 거 아닌가?”

이하늘이라면 그럴  있었다. 유은설이라면  모르겠다. 그렇기에 이런 계획을 취하는 것이다.

유은설의 성취가 소설과는 달랐다. 두 명을 상대해도 이기지 못할 수도 있었다.

유은설이 이렇게까지 급격하게 생도의 수준을 뛰어넘는 것에는 이유가 필요 없었다.

‘주인공이니까.’

주인공은 다른 사람을 초월한 실력을가지고 있는 게 정상이니까.

‘근데 나도 그렇네?’

물론 조건부 한정이지만, 그랬다.

이제는 잡생각을 지우고 그녀와 합을 맞춰 나서기로 했다.

내가 몇 발자국을 내딛지 않았음에도 나에게 시선을 던지는 사람이 있었다.

─사박

풀을 밟는 소리가 한 번 들리고 내 목에 쇠가 닿는 느낌이 났다.

“한설화?”

대단하네.
갑작스럽게 들이 밀어진 칼의 감촉을 느끼며 감탄했다.

“하하… 내가 잘 곳이 없어서.”

지금 시간은 자정을 약간 넘긴 시간이었다.

이하늘은 잠을 자고 있는 것 같았다.
변변찮은 변명을 내뱉으며 그녀에게 방심을 유도했다.

“그래? 그러면 들어와.”
“괜찮겠어?”
“하늘이도 괜찮다고 했어. 나중에 오면 받아주라고.”
“그러면…”

안으로 안내해주려는 건지 뒤를 돌아 등을 훤히 드러냈다.

그리고 나는 화살을 하나 꺼내 그녀의 등에 그대로 박아 넣었다.

“악!”

형체는 사라지지 않았다. 등에 화살은 꽂혀있었지만, 얕게 박힌 것인지 즉사라고 판정이 나지 않았다.

─탕!

그와 동시에 총이 발사되는 소리가 하나 들렸다.

“미안.”

뒤로 발을 딛으며 그녀에게 화살을 쐈다.

이번에는 정확하게 활시위에 걸어 쏘았기에 속도가 전보다 빨랐다.

그녀는 등에 화살을 달고 있음에도 내 화살을 가볍게 막았다.

유은설도 이제 상황을 알아차렸는지 나에게 쇄도했다.

시간을 끌면 내 승리와 다름없었다. 상처를 입어 움직임은 점점 둔해지고 있었고, 나에게는 지원을 올 원군이 있었으니까.

“갑자기 왜 그런 거야?”
“갑자기라니. 원래부터 그럴 생각이었어.”
“좋은 평가가 필요했던 거야?”
“그런 셈이지.”

그녀와 도주극을 벌이는 사이 윤예진이 도착해 그녀에게 총을 쐈다.

 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고, 나는 다시 등을 노려 화살을 쏘았다.

큰 상처 덕분에 전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유은설은 둘의 협공을 당해내지 못했다.

“믿었는데…”
“그럼 믿지 말지.”

쓰러져있는 그녀에게 마지막 화살을 쏘았다. 형체가 사라지고, 이 주위에는 나와 윤예진만이 남아있었다.

“왜 그런 말을 한 거야?”

윤예진은  뒤에 숨어있었는지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굳이, 그런 말을 해야 하나? 그건 그렇고 왜 그렇게 죽이려는 거야? 정말로 평가를 좋게 받기 위해서?”

윤예진은 그렇게 투덜거리면서, 몸을 돌려 돌아가려고 했다.

“잠시만… 지금 한 시간 지났잖아.”

그녀는 이제야 시계를 본 건지 나한테 항의하고 있었다.

그리고 윤예진이 늦은 것에 불평하며 뒤를 돌아갈 준비를 했다.

“근데 왜 저렇게 사람을 믿는 거지? 이런 시험에서?”

윤예진은 그렇게 말하고 대답을 들으려고 나를 쳐다봤다.

“잠시만!”

활시위를 당기고 기다리고 있었기에 그녀가 놀라 외쳤지만, 내 손은 망설임 없이 시위를 놓았다.

 발자국도 되지 않는 거리였기에 그녀가 움직인다고 해도 정확하게 가슴을 맞출  있었다.
이 정도 거리는 나라도 맞출 수 있었다.

짧은 비명을 남기고 그녀의 형체도 유은설이 사라진 것처럼 사라졌다.

내가 원하는 장면의 절반까지 왔다.

살려야 하는 사람은 모두 죽였고, 방심하는 생도도 모두 죽였다.
지금까지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어이없게 죽지는 않을 것이다.

소설 속에서 빌런이 쳐들어오는 시간을 새벽이라고 표시했다.

정확하게 시계를 볼 시간도 없었겠지.
처음에는 아무도 모르게 진입한다. 그들의 목표는 기대주들이 죽는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자신들의 입지를 넓히기 위해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테고.

지금 시간이면 슬슬 들어오고 있으려나.

들어오면서 생도를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
죽이는 것이 목표이기에 옷이 작동하고 있을 때는 죽일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의 최우선 목표는 중앙에 있는 코어였다.

시작할 때 코어의작동을 중지시키는 장치를 부수는 방법도 생각했었지만, 그럴 자신은 없었다.

모든 빌런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그 장치만을 부술 자신이 없었다.

그렇기에 이런 방법을 취한 것이다.

잠시 눈을 붙일까도 생각했지만, 빌런들이 올 시간이 언제인지를 정확하게 몰랐다.
중앙으로 가볼까도 생각했지만, 별로 좋은 생각같지는 않아 보였다.

자지는 않고 나무에 기대 쉬기로 했다. 조금씩 마력을 사용했기에 충전해야 하는 시간도 가져야 했고.

마지막에 윤예진이 말한 말이 생각났다.

‘굳이, 그런 말을 해야 하나?’

그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 대체 내가 무엇을 원하기에 그런 말을 했던 걸까.

유은설에게 악감정이 있던 걸까. 근데, 그런 말을 해서 나에게 이득이 뭐가 있다고.

유은설이 나를 이제 싫어할까? 마지막까지 나를 이해해주려는 그녀의 모습이 사라질까?

“이기적이네, 나.”

그런 말까지 하고 이런 걱정을 하는  자체가 모순이었다.

예상했었던 문제였다. 결국,  혼자 숨기고 한다면 다른 사람이 보기에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을 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게 좋은 짓으로 보인다면 좋겠지만, 안 좋은 행동으로 보일 확률이  높았다.

‘익숙해져야지.’

지금까지 너무 편하게만 살아왔다. 이해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결국, 결말만 좋으면 되니까.

─지지직

주위에서 기계가 이상한 소리를 내는 듯했다.

옷에서도 이상한 소리가 나더니, 제 기능을 멈춘 것처럼 보였다.

“드디어 왔네.”

몸을 일으켜, 엉덩이를 털고 활과 옷, 가면을 꺼냈다.

어떻게든 사람들을 구한다.
그게 나의 존재 가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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