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6화 〉중간 평가 (56/120)



〈 56화 〉중간 평가

주위를 돌아다니며, 빌런들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전투를 하는 생도와 빌런들이 보였다.

그리고 내가 잘못 생각했음을 깨달았다.

중앙부터 쳐들어온 것이 아닌, 한 명이 침투하고 나머지는 지금 올라와 외곽부터 공격이 시작되고 있었다.

생도와 빌런들의 싸움은 빌런들이 유리했다.
생도들은 뭉쳐있다고 해도, 결국 평가였기에 10명 이상이 뭉친 곳은 별로 없었다.

빌런들은 사람을 많이 죽여봤는지 거리낌이 없었다. 그에 반해 생도들은 살인의 경험이 없었다. 그저 자신의 목숨이 위험하니 싸우는 것뿐이었다.

멀리 떨어져 빌런들의 머리를 향해 조준했다. 멀리 있음에도 그들의 머리는 내 눈에 똑똑히 보였다.

하나를 쏘고, 빌런의 머리에 맞기  다시 하나를 쐈다.

어디서 날라온지 모르는 채로 두 명이 즉사하고, 생도들은 자기 앞의 사람이 죽는 것을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 손은 멈추는 일이 없었다. 화살이 넉넉한 것은 아니었기에 한 개로 한 명을 죽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빌런 무리의 대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내 위치를 특정하고 나에게로 달려왔다.
꽤 빠른 속도로 나에게 접근하는 것이 보였고, 지원 사격을 그만하고 뒤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녀는 미친것처럼 달려오며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검을  번 휘두를 때마다 나무가 개씩 베어나가고 있었다.

“어디냐!”

저것에 잡히면 무조건 죽는다.

반대로 말한다면, 잡히지만 않는다면 잡을 수 있었다. 그녀는 내 위치를 정확하게 특정해내지는 못했다.

그녀의 미간을 향해 화살을 쏘았다. 마력이 담겨있었음에도 한 손으로 쉽게 잡아 반으로 부러트렸다.

“거기구나?”

그렇게 말하고는 내가 있는 위치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바위에 등을 지고 서 있었다.
코뿔소처럼 돌진하는 그녀의 심장을 향해 화살을 조준했다.

뒤는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돌진하는 것이 그녀의 능력인 것 같았다.
그녀의 돌진 경로에 있는 나무는 부딪히자 힘도 없이 쓰러졌고, 도망갈  없을 정도의 속도로 나에게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활시위에서 손을 놓지는 않았다.

가까이 오자 그녀의 얼굴이 정확하게 보였다.
흉터를 치료할 수 있음에도 업적이라고 생각하는지 얼굴에 흉터가 많았고, 입은 웃고 있었다.

‘한 번.’

옷의 능력을 사용해 그녀의 뒤로 이동했고, 그녀는 바위에 박혀 들어갔다.

머리를 향해 지금까지 당겨왔던 활시위를 놓았다. 그녀의 머리에 그대로 날아가 바위와 함께 박혔다.

─콰지직

바위에 화살이 박혀 들어가는 소리인지, 그녀의 머리에 화살이 들어가는 소리인지 분간할  없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 명.”

그녀의 머리는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뭉개져 있었다. 그녀의 머리에서 화살을 뽑아 다시 화살통에 집어넣었다.

그러고 나서 처음에 다른 생도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들은 승리를 축하하는지 자리에 앉아서 쉬고 있었다. 물론, 주위 풍경은 그렇지 않았다. 피가 튀어있었고, 시체들이 탑처럼 쌓여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시체에 박혀있는 화살을 뽑았다.
지금까지 모아놓은 화살의 양이 부족했다. 다음 싸움까지 생각한다면, 조금  필요했다.

“히익!”

아… 생각해보니까 지금 이 모습은 몇 명에게 안 좋게 보일  있었다.

내가 화살을 뽑는 모습을보고 다들 일어나 나를 경계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섣부르게 나를 공격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 화살… 당신 거에요?”

이 무리를 만든 사람처럼 보이는 여자가 나한테 말을 걸었다.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뒤에 있는 화살통을 나에게 던져줬다.

나를 뭘 믿고 주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화살통을 주워 중앙으로 향했다.



**



중앙에는 옷을 작동시키게 해주는 코어가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코어를 다시 재가동시킨다면 아무도 죽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원작에서도 등장인물들이 재가동시키려고 중앙으로 오는 장면이 있었다.
물론, 이번에는 내가 모두 탈락시켰기에 그런 장면은 없을 예정이었다.

중앙은 지금까지 지형들의 끝이 모여있었다.
어느 경계부터는 풀도 없이 돌이 깔린 평지가 펼쳐졌다.
평지의 중심에는 커다란 구멍이 있었고,  주위에 앉아있는 사람이 한  보였다. 멀리 떨어져 있기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원래 여기서 등장인물들은 힘을 합쳐 코어를 재가동시키는 데 성공한다. 그런 상태에서 중앙으로 모여든 빌런들에게 둘러싸여 위기에 처한다.

내가 중앙에서 빌런들이 습격을 시작한다고 착각한 것도 이 장면 때문이었다. 빌런들이 중앙에 몰려있어 합류가 빨랐다고 생각했다.

‘바보같이.’

그럼에도 꽤 괜찮은 그림이 그려졌다.

활을 들어 그녀 왼쪽의 돌을 향해 조준했다.

‘코어에 앉아있는 사람을 발견했다.멀리서 봐도 그녀의 강함은 지금까지 만나왔던 빌런들과는 궤를 달리했다. 가까이 다가가면서 그녀의 왼쪽에 이상하게 튀어나온 장치를 발견할  있었다.’

그녀가 중간에 자리를 옮기지 않는 이상 내가 조준하고 있는 자리가 맞았다.

활의 등을 이루는 나무에서 가지들이 뻗어 나오며 땅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한 가닥이었지만, 나중에는 여러 가닥이 땅으로 향했다.

손잡이에서도 가지가 뻗어 나오며 내 손을 묶었다.

기회는 한 번이었다. 지금 앉아있는 그녀가 방심할 때 장치를 부셔야 했다.
방심하지 않는 상태에서 내 화살을 허용할 리는 없었다.

더 이상 줄기의 움직임이 없고, 나는 마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가면의 능력을 사용해 활의 모습을 숨겼고, 천천히 속으로 30초를 세기 시작했다.

22초.

활에 마력이 형상화되며, 평소보다 몸집을 키운 모습이었다.

활은 파란빛을 띠며 활끝이 길게 자라 있었다.

10초.

마력이 심하게 뭉쳐있는 것을 눈치챈 여자가 자리에 앉아서 내 옆을 향해 공격했다.

번개가 내리치듯 강한 빛이 내 옆을 스치듯 지나갔다.
죽는  알았지만, 정확히 옆의 나무가 맞고 쓰러졌다.

그녀는 그러면서도 의심이 되는지 내 쪽을 계속해서 쳐다보고 있었다.

5초.

활시위를 놓았다.

더 이상 기다릴 여유는 없었다.

활시위를 놓자마자 화살을  개 더 꺼내 그녀에게로 쏘았다.

처음 화살을 보자마자 그녀는 화살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에서 뻗어져 나온 푸른색의 전기는 화살의 이동을 방해하고 있었다.

뒤를 이어 따라간 화살이 그녀의 몸과 머리 하나씩 날아갔다.

그녀는 남은 한 손으로 머리를 막았고, 처음 화살을 막고 있는 손으로 뒤이어 날아오는 화살을 막았다.

그녀의 방해가 없어지자 처음 날린 화살은 막힘없이 장치를 향해 날아갔고, 화살이 박히자 굉음과 함께 먼지 바람이 일어났다.

먼지 바람이 개인 후 중앙에서는 아무 빛도 내지 않던 코어가 환하게 푸른 빛을 내고 있었다.

그곳에는  사람이 서 있었다. 그녀는 나의 눈을 정확하게 쳐다봤다. 그리고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시야에서 사라짐과 동시에 나는 뒤를 향해 발차기했다.

아무도 없어야 정상이었지만, 내 발에는 살을 차는 느낌이 들었다.

뒤를 돌아보니 아까까지 서 있던 여자가 쓰러져있었다.

“신기하네… 어떻게  거지?”

그녀는 아프지도 않은지 배를 털고 있었다.

“너구나? 우리 애 죽인 게.”
“우리 애?”
“소희 말이야. 앞으로 써먹어야 할 곳이 많은데.”

사람을 도구처럼 취급하는 그녀의 말에 약간 얼굴이 찌푸려졌다.
가면을 쓰고 있어서 티는 안 나지만, 그녀는 내 기색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

“애초부터 그런 애였어.”
“우리가 대화할 사이는 아니지 않나?”
“그러면 어떡하겠어. 죽일 수도 없고.”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가슴을 가리켰다.

정확히는 내 옷을 가리키는 거겠지.
이미 코어가 재작동하는 시점에서 나는 죽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넌 데려가야지, 내 위상이 서지 않겠어?”
“그런가?”

그녀의 말을 경시할 수는 없었다. 원래 여기서 이하늘이 그녀에게 납치당한다.
코어를 재작동시켰음에도 그녀의 능력을 이용해 기절시키고, 후퇴한다.

지금 거리를 천천히 벌리고 있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그녀에게 잡히기 전에 혼자 가슴에 화살을 박아넣는 것이 맞았다.

“그 나불대는 입을 내 여기로 막아버리고 싶기도 하고.”

자신의 아랫도리를가리키며 말하는 모습이 천박해 보였다.

“더럽네.”
“곧,  아래에서 깔리게  건데?”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앞으로 쇄도했다.
전기처럼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했다.

“지금 어딜 보고 있는 거야? 방금은 우연이었나?”

바로 귀 옆에서 들려오는 말에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앞이야.”
“친절하네? 자신의 위치도 알려주고.”

한 번이면 된다.

그녀를 죽여야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나중에 살아 돌아온 그녀는 악마와 계약한 상태였고, 진행에 큰 걸림돌이 된다. 그 전에 죽여놓을 수 있다면 죽이는 게 좋았다.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전처럼 활시위를 당기고 집중했다.

“포기하는 거야?”

뭐가 그리도 신난 지 나한테 말을 거는 걸까.

그러면서도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다시 내 뒤였다.

숨을  번 쉬고 감각에 온몸을 맡겼다.
내 뒤에서 그녀의 옷이 스치는 소리가 들리고, 능력을 이용해 뒤로 이동해 활시위를 놓았다.

저번과 같은 방법이었지만, 내가 쓸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이었다.

“음?”

그래도 그녀의 목소리는 뒤에서 들렸고, 활을 놓고 보관해놓았던 단검을 꺼내 뒤로 박아넣었다.

그 모든 것이 물 흐르듯 이어졌고, 그녀의 어깨에 단검을 박아넣는 데까지 성공했다.

뒷걸음질해 도망쳐도, 그녀는 따라올 생각도 없는 것처럼 웃기만 했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어깨에 박힌 단검을 뽑고, 나를 향해 던졌다.

빠른 속도는 아니었기에 고개를 움직여 피했다.

“재밌네. 재밌어.”

그녀의 모습에 섬뜩함을 느끼고  목에 화살을 들이밀었다.
목울대에 철의 서늘함이 느껴지고, 손이 덜덜 떨렸다.

“자살하게? 옷 믿고?”
“이제는 위험할 것 같아서.”
“어쩌니. 싸우느라 눈치 못 챈  같은데 여기 주위에 사람이 왔는데?”
“사람?”
“구하려는 거 아니었어?  가면 쟤네 죽는다.”

그녀의 협박에 잠시 주춤했지만, 내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애초에 사망자가 정도는 나올 수 있었다. 모두를 구한다는 마음은 없었다. 최대한구할 뿐이었지.

“안 믿는 것 같네. 5초만 기다려봐.”

5초라는 소리에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에 정확하게 보였다.

쟤네가 왜 저깄어?

유은설, 김세연, 윤예진, 이하늘, 김종현까지 모두  모여있었다.

“너라면 몰라도 쟤네는 확실히 죽는다.”

내가 보여준 순간 이동 덕분에 성급하게 돌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이 나머지 사람에게 박혀있었다.

   유은설이 우리를 발견하고 달려왔다.
다섯 명 모두 각자 무기를 꺼내고, 전투태세를 했다.

“설화는 어딨는 거지?”
“일단 앞에있는 사람부터 걱정해.”
“옷이 있는데 무슨 상관이야.”

처음은 유은설이었고, 다음은 김세연, 마지막은 윤예진이 말했다.

그들을 보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은 바라고 있었을 수도 있었다.
내가 등에 칼을 꽂았음에도 걱정해서 찾는 모습이었다.

아직까지 빌런을 상대하고 있어야  텐데, 여기까지 올  있는 것에는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 행동이 만들어낸 결과겠지.

평소보다 많은 생도가 있어 빠르게 빌런을 처리할 수 있었고, 코어가 재가동했기에 위험성이 사라졌기에 그들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은 이런 걸 바라고 있던 게 아닐까?

이기적이지만, 그런 사람들이 좋았다.
나머지 사람들은 자의적 행동이 아니라고 해도, 나를 찾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좋다는 사실을 감출 수 없었다.

유은설과 김세연의 그런 점이 좋았다.

“스스로 사지에 걸어와 놓고 웃고 떠들고 있네.그렇지?”

내 앞에 있는 여자가 말을 걸었다. 그들이  이상 말을 아끼기로 했다.

화살을 내려놓고 그들의 앞에 서 도망가라고 손을 흔들었다.

“됐어요. 저희  죽어요.”

유은설이 대답했다.
코트처럼 걸친 유물이 내 안에 옷을 가려주고 있었다.

‘그놈의 욕심.’

그녀의 성격이 오늘따라 미워 보이기만 했다.

나머지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처럼 보였다.
당장 앞의 사람을 죽일듯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것을 눈앞의 여자는 웃으며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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