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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7화 〉중간 평가 (57/120)



〈 57화 〉중간 평가

“도망가야 하는 것 같은데.”

가장 먼저 이성적인 판단을 내린 것은 윤예진이었다.
그녀라도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녀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을 앞에 두고 너무 태평한 거 아니야?”

그녀가  있는 땅에서 약간의 모래바람이 일어나고, 나는 뒤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밀쳐서 넘어트린 뒤 모습을 보인 그녀를 쳐다봤다.

“흐음… 너 아니었으면 잡혔을 것 같은데. 역시 아쉬워.”

그녀의 말에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역시 윤예진이었다.
남자 두 명은 겁에 질린 표정을 짓고 있었고, 유은설과 김세연은 갑작스럽게 등장한 여자를 보고 있었다.

윤예진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이하늘과 김종현의 가슴에 총을 한 발씩 쏜 것이다.

권총 소리가 숲에 울려 퍼졌고, 둘은 곧 사라졌다.

“더 이상은 안 되지.”

윤예진이나머지 사람들도 쏠려는 찰나 그녀의 손에 전기가 쏘아지고, 갑작스러운 충격에 총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나머지 두 명도 정신을 차렸지만, 돌아갈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특히, 유은설은 더욱 그랬다.

“돌아가야 해. 우리 상대가 아니야.”
“나머지 둘은 생각이 조금 다른  같네.”

움직임은 아직 따라가지 못했다. 방금도 예상한 것뿐이었지 본 것이 아니었다.

─우득

다리가 꺾이는 소리가 나며 유은설이 무릎을 꿇었다.
그런 다음에 유은설의 관자놀이에 들이 밀어진 것은 그녀의 손이었다.

단순히 손이라고  수도 있겠지만, 능력의 시작이 그녀의 손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하면, 손에 들린 것은 전기충격기와 다름없었다.

“으음… 거기 가면 쓴 너는 알지? 지금 어떻게 되는지?”

김세연과 윤예진  다 어쩔 줄 모르고 나를 쳐다봤다.
갑작스러운 상황 전개에 놀란  같았다.

“얘 대신 너를 받고 싶은데…, 얘는 죽일 거고, 너는 살려줄 거야.”
“안 돼!”

그녀의 말에 부정한 것은 손에 잡혀있는 유은설이었다.

“하아…”

한숨을 내쉬고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 윤예진한테 넣었다.

윤예진은 갑작스러운 내 손에 놀라 내용물을 꺼내 보려고 했지만, 내가 손을 잡으며꺼내지 말라고 경고했다.

최악의 수까지 생각한 것은 잘한 짓이었다.

정신을 집중해 활을 집어넣었다.

“활은 좀 좋은 건가 봐?”

사라지는것을 보고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주위에 우리만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빌런들이 언제 모였는지 우리 주위를 포위하고 있었다.

“날 버리고 도망쳐.”

유은설은 아까부터 저런 얘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유은설에게 다가갔고, 다음 행동을 하기로 했다.

말은 나만 가면 된다고 했지만, 빌런들이 그렇게 착할 리가 없었다.
당장 내가 기절하자마자 셋은 돌아가야 했다.

윤예진은 여전히 눈치가 빨랐다. 그녀의 눈은 떨어진 총으로 향해있었다.
윤예진의 그런 점이 좋았다. 다음 내가 할 행동에 적당히 눈치 있게 행동해주면 좋을 텐데.

나는 달려가며 화살통에서 화살을 꺼내 유은설의 몸에 박아 넣었다.

내 화살을 보고 급하게 몸을 돌렸지만, 내 화살은 유은설의 갈비뼈에 정확하게 박혔다.
그녀의 형체가 사라지고, 여자는 웃으며 내 몸에 전격을 쏘며 기절시켰다.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내 의지에 반하는 기절은 별로 좋지 않다.

마지막 시야에는 윤예진이 총을 줍고, 김세연한테 쏜 뒤, 김세연도 화살을 윤예진한테 쏘는 장면이 보였다.




**





“일어났어? 가면은벗겨보니까 꽤 반반하네.”

손으로 주위를 더듬더듬 짚었다. 내 손에 가장 먼저 잡힌 것은 내 얼굴에 쓰여 있어야 할 가면이었다.

가면은 인벤토리 속으로 보내놨다. 다른 사람이 가지고 가면 큰일이었다.

“단검부터 신기했는데, 그게 능력인가 봐?”
“정말 말이 많네. 나한테 칼 맞은  뭐가 자랑이라고.”
“그래… 그래야지. 여기에 있다고 갑자기 조신해지면 너랑 맞지 않지.”
“뭐래.”

긴장을 안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여기가 어딘지 알고 있었다. 소설 속에서도 이하늘을 찾으러 온 장소였기에 종이에 적힌 것도  장소였다.
윤예진이라면 교관들을 데리고 이곳으로   있을 것이다.

“그래도  정도라면 지금 특권을 받고 있는 거야. 지금 주위 소리  들려?”

멍청하게 잡혀 온 애들이 또 있는지 비명과 신음이 섞여 나오고 있었다.

기둥에 묶여 아무것도  수 없는 상황임에도 하나 알  있었다.
죽일 생각은 없다는 것을.

그렇지만 자극하지 않는 것이 좋겠지.
조금만 자극하면 죽일 수도 있으니까.

“내가 말했잖아. 내 아래에서 깔릴 거라고.”
“지금 이 상황에서 서긴 하겠어?”

폐공장 같은 곳에서 묶인 상태에서 몸이 반응한다면, 마조나 다름없었다.
지금 상태에서는 여자 알몸을 봐도 서지 않을 것이다.

“알고 있어. 걱정하지 말라고 했잖아.”

그녀는 손으로 내 볼을 잡고 입을 벌려 알약을 하나 넣었다.

뱉으려고 했지만, 강제로 삼키게 해 어쩔 수 없이 삼킬 수밖에 없었다.

“뭘 먹인 거야.”
“뻔하지 않겠어? 이제는 여자 없이 살 수 없는 몸으로 만들어주는 거지.”
“지랄.”





**




유은설은  천막 안에서 눈을 떴다.

일으켜 주위를 돌아보니 자신과 함께 갔던 5명 모두 치료를 받는 중이었다.

“다섯 명…?”
“일어났네.”

그녀에게 말을 건넨 사람은 윤예진이었다.

이미 상처 대부분이 치료되었기에 거동은 자유로웠다.

“왜? 왜 다섯 명이야?”
“무슨 소리야. 다섯 명이 함께 갔잖아.”
“거기 한  더 있었잖아!”

평소 그녀답지 않게 큰소리로 외쳤다. 가만히 있던 세 명도 모두 놀라 그녀를 쳐다봤다.

이하늘과 김종현은 지금 무슨 상황인 줄 모르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남아있었던 것은 여자 세 명뿐이었다.

“너 때문이잖아.”

윤예진은 거리낌 없이 말했다.

유은설이 생각하기에도 마지막 상황은 자신이 자초해서 저지른 일이었다.
끝까지 도망치지 않고 싸우려고 한 자신 덕분에 그 상황까지 간 것이다.

“그래서? 살아있지?”
“몰라. 죽었을 수도 있지.”
“무책임하게 말하지 말고.”
“닥쳐. 너 때문이잖아. 나도 혼란스러우니까 말하지 마.”

윤예진도 평소처럼 유은설을 대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윤예진은 그 남자의 정체를 한설화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고 한설화는 복귀하지 않았다.

그 말고도 여러 사람이 실종되고, 죽었지만 윤예진의 직감은 자기 생각이 맞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럴 리가 없어.”
“염치가 있어야지.”

윤예진은 부정하는 말만 내뱉고 있는 유은설에게 좋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마지막에 넘긴 건 뭐야? 빨리 말해.”

유은설은 가면남이 윤예진에게 넘긴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그것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돌파구라고 믿고 싶었다.

“못 줘.”

윤예진은 쪽지의 내용을 알고 있었기에 유은설에게 줄 수 없었다.
단순히 위치가 적힌 쪽지였지만, 가면남이 자신에게 넘긴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했다.

‘아마 이성적인 판단을 하라고 준 거겠지.’

말이 맞는다면, 지금 섬을 수색하고 있는 교관들이 오고 다 같이 출발하는 것이 맞는 일이었다.
윤예진의 말이라면, 힘이 아예 없지는 않았고, 마지막 모습을 보고 온 것도 그녀였기에 말의 신빙성이 있었다.

그렇기에 더욱 유은설에게 쪽지를 넘길 수 없었다.
도망가라는 부탁마저 제대로 못 들어준 마당에 유은설이 돌진하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내놔.”
“앉아!”

유은설이 윤예진한테 달려가고 소리를 크게 외친 것은 이하늘이었다.

“하늘아?”
“저게 무엇이든 간에 쟤가 알아서 잘 해결하겠지. 마지막까지 있던 건 쟤니까.”
“그렇지만… 잠시만 생각할 시간을 줘.”

유은설은 그렇게 말하고 밖으로 나갔다.
밖은 정상적인 풍경이 아니었다.

죽은 사람의 시체가 널려있었고, 교관들은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맞는걸까.”

유은설이 그렇게까지 집착하는 이유가 있었다.

유은설은 처음부터 고아가 아니었다. 부모님이 감당하지 못해 버린 아기도 아니었다. 오히려 처음에는충분히 애정을 받았다고 할 수 있었다.

유은설의 가장 처음 기억은 7살 때였다. 유치원을 다닐 나이에 부모님은 손을 잡고 얘기했다.

‘은설아, 엄마아빠 갔다 올게. 집에서 잘 기다릴 수 있지?’
‘응!  이제 어린이 아니니까!’
‘그래. 그렇지.’

엄마가 자신을 들고 웃으며 얼굴에 비비는 것까지 아직 생생했다.

유은설의 처음 기억은 트라우마처럼 그녀의 뇌리에 박혀있었다.
그렇게 말한 부모님은 결국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사고는 갑작스러웠다. 갑작스럽지않은 사고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어린 나이의 유은설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세상에 혼자 남았고, 그럴  다가온 것이 이하늘이었다.

그런 유은설에게 이하늘은 의지할 대상이었다.
더 이상 의지할 사람이 없는 유은설에게 이하늘은 선망의 대상이었으며, 존경의 대상이었다.
그의 부모님은 자신을 딸처럼 대해주었고, 신세를 지는 날이 많았다.

그렇기에 유은설에게 친구는 각별한 단어였다.

무엇 하나라도 잘못되면 같이 헤쳐나가고 싶었고, 힘든 일이 있으면 주위에서 북돋아 주고 싶었다.
이하늘은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이었다. 어떤 일을 하던 뛰어나게 했고, 학교에서는 자신보다 성적도 월등히 좋았다.

만약 그녀에게 특별한 던전이 없었다면, 아마 좌절하고 있는 것은 그녀였을 것이다.
그리고 하랑에 와서 유은설에게 특별한 친구가 생겼다.

힘들어 보임에도 티를 내지 않고, 매사에 열심히 임했다.

그런 한설화에게 다가갔다. 그가 밀어내도 자신이 다가갔다.

유은설이 힘들 때의 친구가 어느 역할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자신이 한설화에게 이하늘 같은 친구가 되고 싶었다.

그렇기에 그가 하는 일에 조언을 주고, 여러 가지 도움을 주고 싶었다.

실습할 때마다 위험한 상황에서 자신을 도와준사람이 있었다.

한설화와는 다른 사람이었다. 자신이 위험할 때마다 도와준 그에게 갚지 못할 빚이 생겼다.

“그런데.”

그런데 자신이 그 남자를 사지로 내몰았다.
그것도 자신의 욕심 때문에.

유은설은 그런 생각에 휩싸여있었다.

자신이 죽였다는 자괴감이 발끝부터 올라오고 있었다.

당장 윤예진한테 떼를 쓰는 것도 잘못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성적이지 않다는 것도.

“그런데 어떻게 안 그러겠냐고.”

마지막 부모님의 모습과 그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부모님은 그저 밖으로 나가서 사고를 당한 것이지만, 그는 자신을 살리고 잡혔다.

“구해야 해.”

살려준다는 것을 똑똑히 들었다.
자신이 빨리 간다면 목숨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윤예진이천막에서 나오고 유은설은 그런 그녀를 덮쳤다.
그런 다음에 주머니를 뒤져 종이를 얻었다.

“읍읍!”
“이건… 위치?”

주소가 적힌 종이를 보고, 유은설은 거리낄 것이 없었다.
빌런들을 상대하느라 무뎌진 생도용 검을 내버려 두고 자신의 사인검을 꺼내 적힌 곳으로 갔다.

“기다려! 미친 거야? 혼자 가는 게?”
“너라면 자신을 구해준 사람을 내버려 두는 게 가능해?”
“그래도 그건 아니야. 이성적으로 생각해.”
“네가 있으니까. 상관없어. 내가 죽더라도 구해내는 게 맞아. 뒤따라와.”
“야!”

뒤에서 윤예진이 불렀지만, 유은설이 뒤를 돌아보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먼 거리가 아니기에 유은설은 그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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