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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8화 〉중간 평가 (58/120)



〈 58화 〉중간 평가

“몸 좀 그만 움직이지?”
“닥쳐…”

몸이 화끈거려 미칠 것만 같았다.
서지 않을 것만 같던 내 물건도 꼿꼿이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빨리  입으로 말해. 그러면 된다니까?”
“내가 말할 것 같아? 죽어도  말해.”

내가 그렇게 말하자 이번에는 팔을 걷어 주사기를 꺼내 주사를 놓았다.

“아까와는 다를 거야.”
“아까부터 자꾸 이상한 소리 하네. 버틸만 하다니까?”
“몸부터 가만히 두고 말해.”

그녀의 말은 빈말이 아닌 듯 아까와는 차원이 달랐다.

알약은 몸이 발정 나기 위한 간단한 약이었다면, 주사로 놓은 것은 배를 초월하는 것 같았다.
까딱하면 정신을 놓을 것 같았다.

“하아… 하아… 자기 힘으로  먹을 것 같으니까 이런 거나 쓰고. 쪽팔린 줄 알아.”
“힘으로 제압하면 재미가 없거든, 약으로 무너진 모습이 조금 더 보기 좋아.”
“미친년.”

“그나저나 너랑 할 사람 이름은 알아야겠지? 민시연이야 기억해.”
“이름도… 못생겼네.”

태연하게 말하려고 하지만, 그 사이에 섞여 나오는 신음은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방도가 없었다.
지금 정신을 잡는 것 만으로도 힘에 겨웠다.

끝까지 이름 한 번 나오지 않고, 악마 출현시켜주는 용도의 여자였다.
그렇기에 이름도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내 뒤로 와 목덜미를 쓰다듬고 있었다.
평소였다면 아무렇지 않았을 접촉이었지만, 지금은 온몸이 바짝 달아올라 자극이 남달랐다.

“기분 좋지?”
“흐으… 전혀.”
“말이랑 몸은 다른 것 같은데.”

야동에서나 나오는 말을 내가 듣게  줄은 몰랐다.
그렇지만, 약물의 힘은 대단한 것인지 정말로 내 물건은 터질 것같이 솟아올라 있었다.

“좋아?”

내 몸을 어루만지는 그녀의 손길이 하나하나 느껴졌다.

“좋은가 보네.”

입을 막았음에도 신음이 튀어나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이  물건에 닿자 마지막까지 잡고 있던 정신줄이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흐읏…”
“조루네… 한 번 손이 닿았다고 싸는 거야?”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했다. 마치 패닉에 빠진 상태 같았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상태.
그것이 지금 내 상태였다.

평소의 패닉 상태라면 집중된 일만이 생각났겠지만, 지금 내 생각에는 하나밖에 없었다.

섹스.

“하게 해줄까?”

나는 그녀의 말에  이상 거부하지 못했다. 마지막 자존심으로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음… 안되지. 내가 말하라고 했잖아.”

그녀의 말은 나에게 많은 심적 갈등을 일으켰다.

정말로 말을 해야 하는 건가?
아니 말하면 안 돼.

마치 창남같은 생각이 자꾸 떠올라 미칠 것만 같았다.
감정은 말하라고 시키고 있었고, 이성은 감정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나는 말할 수밖에 없었다.

“시연님 보지에 제 자지를 넣게 해주세요.”
“그렇지. 잘했어.”

내 의지가 아니었다.
약 때문에 어쩔  없는 것이었다.

 생각은 그렇게 말하고있었다.
타당한 이유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그녀는 내 바지를 벗기고 그 위에 올라탔다.

내 손은 여전히 기둥에 묶여있는 상태였기에 원하는 대로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보지에 넣자마자  의지와는 다르게 사정감이 올라왔다.

“말하는 것과는 달리 조루네.”

그녀는 키득키득 웃으며 계속해서 허리를 움직였다.
한 번 사정해도, 이상하게  물건은 늘어지지 않고 계속 서 있었다.

아마 약의 효과 때문이겠지.

“하앗, 너같이 도도한 애들 따먹는 게  삶의 낙이야.”
“제발 입 좀 닥쳐.”
“화나…? 내가 말했잖아. 내 아래에 깔리게  거라고.”
“입이 문제야. 하아…”

내  지치지도 않는지 계속해서 그녀의 자궁에 정액을 흩뿌리고 있었다.

“임신… 하면 안 되는 데에….”
“걱정하지 말고 싸질러.”
“……”
“하아… 하앙, 하악! 나도 이제 것 같아 조금만 더.”

그녀는 이제 내 상태는 신경도 쓰지 않는지 허리를 흔들어대고 있었다.

허리가 빠질 것만 같고, 내 물건은 한계인지 이제는 아파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런 아픔까지 쾌감으로 느껴지는 내가 너무 싫은 것이다.
마치 섹스에 미친 놈처럼 약간씩 허리를 흔들어대는 내가 너무 싫었다.

그렇지만 본능이 나한테 그러라고 외치고 있었다.

이게 몇 시간이나계속될지 모르겠다.
그저 본능에내 몸을 맡기는 것이 방법인 걸까.

**

정신을 놓고 몇 시간이 지났는지 확인도 안 될 때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었다.
내 허리는 빠진 듯  이상 움직이지 않았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아씨 한창 즐기고 있는데. 누구야.”
“밖에서 한 년이 뭐라 말하고 있는데요?”
“알아서 처리해. 그 정도도 내가 해야 해?”
“그게 대장이가져간 사람을 찾는 것 같아서…”
“아.. 그래? 그러면 내가 나갈게.”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나에게 다가왔다.

“조금만 기다려 재밌는 거 보여줄 테니까. 표정 풀린 것봐. 침 질질 흘리고, 처음이랑은 달라서 좋네.”

그녀는 내 입에 입을 맞추고 문을 열고 다른 곳으로 갔다.

약이 점점 풀리고, 정상적인 사고를  수 있을 때쯤 방금 한 얘기에 대해 생각했다.

나를 찾는다고?

황급히 가면을 착용했다. 어차피 자동적으로 얼굴에 착용 되기에 손을 쓸 필요도 없었다.

인벤에 남아있는 건 활뿐이어서 손에 밧줄을 끊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단검이라면 가능했을 텐데.

그리고  그녀가 들어오고, 한 명이 질질 끌려왔다.
나는 적어도 윤예진은 아니라고 빌고 싶었다.
혼자서 오는 그런 바보짓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녀라면 이성적인 생각을 할 것이라 생각했음에도, 무책임하게 돌진했다면 희망은 없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목덜미가 잡혀 끌려오는 사람은 유은설이었다.

“음? 가면은 언제 썼데? 신기하긴 하네. 그거. 재밌긴 하겠다.”

그녀는 내 가면을 따로 벗기려고 시도하지 않았다.

“얘가 그렇게 너를 찾더라고.”
“놓아줘…”

피투성이가 된 얼굴에 유은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말하면서.”

민시연은 그렇게 말하고 유은설의 머리를 축구공 차듯 세게 한  찼다.

유은설은 힘도 없이 벽으로 박혔고, 아픈지 신음을 내고 있었다.

“웃기지 않아? 저런 실력으로 구하러 왔다는 게.”

재밌다는 듯 웃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한 대 치고 있었다.
유은설이 왔다는 얘기는 곧 윤예진이 도착한다는 얘기와 다름없었다.
그때까지 최대한 죽이지 않게 해야 했다.

벽에 박힌 유은설의 눈과 정확히 마주쳤다.
그녀는 입 모양으로 똑똑히 말하고 있었다.

‘죄송해요.’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도 없었고, 왜 말하는지도 이해가 안 갔다.
그녀의 얼굴은 정상이 아니었다. 옷과 몸도 마찬가지였다.
어딘가 불에 탄 듯 그을린 흔적이 남아있었고, 몸은 화상을 입은 것처럼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냥 같이 왔으면 됐을 걸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그녀가 이해가 안 갔다. 내 생각에서는 이해가 갈 리가 없었다.

실리만을 추구하는 것은 언제나 옳다고 볼 수 없었다.
감정에 이끌려 행동을 하는 것도 어느 때는 옳을 수도 있었다.

유은설은 그만큼 감정에 많이 휩쓸리지만, 그것이 옳지 않다고는  수 없었다.
나와는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이었다.

어떤 것이든 득과 실, 원하는 것이 뭔지 생각하는 나와는 달리, 그녀의 호의에는 대가가 없었다.
득과 실을 따지고 들어가지 않고, 자신의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 그녀의 특징이었다.

시험장에서 나를 찾으러  것도 그런 이유에서겠지.

‘미안해요.’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가 없었다.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 제대로 하지 못한 나의 책임이었다.

변수를 생각하지 못한 나의 책임이었다.

나비의 날갯짓처럼 작은 변화가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를 유발시킬 수도 있었다.
그 유명한 나비효과였다.

나비마저도 그런데, 사람이 한  움직이는 것에는 얼마나 많은 변화가 생길까.

내 걸음 하나하나가 모든 일에 원인이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런 형식이었다.

“그러면 이제 다시 시작해야지?”

민시연은 유은설을 그렇게 박아넣고 나에게 다가왔다.

“그나저나 이 손에 달려있는 반지는 뭘까. 쟤랑 맞춘 거야?”

내 손에는 반지가 하나 끼워져있었다. 아무 효과도 없었고, 유은설이 사준것도 아니었다.

민시연은 그런 반지를 내 손에서 빼내 유은설에 앞에 다가가 떨궜다.
그러고 나서 발로 짓밟아 반지를 부쉈다.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니었기에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았지만, 유은설은 반응이 과했다.

“얘 우는데?”

유은설이 준 것도 아닌데 왜 우는 거지?
내가  놀랐다.

‘미안해요.’

민시연의 다리 사이로 보이는 그녀의 입은 상황을 설명해줬다.
내 물건이 부서진 것에 대해 사과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부서지고 이상함이 감지되었다.
가만히 있는 그녀의 검이 반지의 내용물과 공명하기 시작했다.

유은설도, 나도, 민시연도 아무것도 몰라 당황해 그것을 쳐다봤다.

그리고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개입함으로써 생긴 변수.

천근 활뿐만 아니라 받은 반지.

변수는 늘 나한테만 나쁘게 흘러가지는 않는다.
유은설, 김세연이 그 예였다.

“하하하하.”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반지에서 나온 조각 두 개가 칼에 합쳐졌고, 사인검에는 별자리가 모두 밝게 빛나고 있었다.

왜 그녀의 검이 봉인되어서 나오겠는가.
당연히 후반에도 쓰일 수 있게 사기로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사인검의 별자리가 모두 빛난다는 얘기는 봉인이 모두 해제되었다는 것을 뜻했다.

유은설은 자연스럽게 사인검을 집어 들었고, 이제까지 입었던 상처들을 모두 회복했다.

“뭐야!”

민시연이 당황해서 유은설에게 돌진했지만, 택도 없었다.

방어막이 처진  그녀에게 접근조차 불가능했다.
공격은 먹히지도 않았다.

뭐 저런 사기적인 성능의 검이 있나 싶었지만, 그런가 싶다 했다.

우연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죽어! 죽으라고!”

그녀는 가까이서 공격도 해보고 원거리에서 자신의 능력을사용해보지만 유은설에게는 닿지도 않았다.

도망가려 하지만, 유은설이 한 박자  빨랐다.

사인검이  네 개의 검으로 나누어지며, 각자 다른 색을 띠고 있었다.

전에 봤던 푸른색, 이번에 새로 보는 빨간색, 갈색, 흰색.

각기  개의 검이 민시연에게 달려들어 그녀의 몸을 베어내기 시작했다.

“허억…허억…”

이미 몸은 상처투성이였고, 검은유은설에게로 모여들었다.
하나로 합쳐지며, 평소보다 더 몸집을 불려 거대한 검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유은설이 발을 한 번 크게 내디뎠다.

─쿵

지진이 난 듯 건물 자체가 흔들렸다.

그리고 검은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내려갔다.

민시연은 멀리 있었지만, 걱정은 하지 않았다.

마치 건물을 베어내듯 칼질에 말 그대로 현재 있는 방이 검로를 따라 갈라졌다.

밖에 들리는 비명은 민시연 하나를 벤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죽였다는 소리와 같았다.

그리고 유은설은 힘을 다 사용한 듯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대단하네.”

그녀 혼자서 해낸 일이었다.

나는 옷의 능력을 사용해 쓰러진 그녀에게로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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