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6화 〉윤예진 (66/120)



〈 66화 〉윤예진

오늘은 주위에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애초에 윤예진은 숨어서 미행하는 것보다 대놓고  옆에 있었기에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도 이상했다.

근데 오늘은 없는 것을보니 어디로 간 것 같았다.

“근데 윤예진이 갑자기 하랑을 나가는 일이 있던가?”

치료실에앉아 곰곰이 생각했다.

머리 속에 박힌 소설을 하나하나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유은설의 시점으로 이루어진 소설이라 모든 사건을 전부 다 알 수는 없지만, 무슨 일이 있다면 언급이 한 번 정도는 되니까.

지금 시간부터 페이지를 넘기듯 머릿속에서 소설을 읽었다.

“으음…”

그리고 머리에서 걸리는일이 하나 있었다.

“그게 오늘이라고?”

윤예진이 나가서 며칠 동안 돌아오지 않는 일이 있었다.

크게 뉴스도 났기에 유은설이 걱정한 적도있었다.

그게 오늘이라는 얘기는 없었지만, 혹시 모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었다.

윤예진이 하랑으로 돌아온 이후보여준 행보는 그렇게 좋지 않았으니까.
이 사건이 무슨 일인지 정확하게 모르지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은 확실했다.

휴대폰을 꺼내 저번에 받은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직 준비는 안 됐는데.성해포도 아직 오고 있는 중이고, 소피아는 아직 접선 중이야.]
“그게 아니고, 혹시 한 명 위치를 알 수 있을까요?”
[누구?]
“윤예진이라고, 한국 2위 길드장 딸인데…”
[…우리가 시키면 다 되는  알아?]
“한 번만 부탁할게요.”
[하아… 알겠어.]

그리고 치료실의 일이 끝날 때까지 문자가 없다가 내가 먼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알아차리지 못하면 이상한 것이었다.

[도심 한복판서 차량 폭발 사건 발생... 시민들 불안에 떨어.]

상세하게 들어가 보지 않아도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와 동시에 나의 휴대폰으로 위치가 하나 와 있었다.

사건을 보고 조사를 한 건지, 아니면 진작 알고 있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급하게 치료실을 정리하고 보내준 위치로 향했다.



**



“일어났네?”

윤예진은 낯선 곳에서 눈을 떴다.

사방면이 전부 막혀있었고, 주위를 자세히 둘러보니 컨테이너 안처럼 보였다.

“읍! 읍!”
“아… 상황 파악이 안 되지? 너희 부모님이 원한을 사서 지금 잡혀가는 거야.”

윤예진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의 부모님은 청렴결백하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부패한 정치인들처럼 뇌물을 받아먹지 않았고, 길드의 정진을 위해 온 힘을다 쏟아붓는 분이셨다.

“여기가 어디냐고? 지금 배 안이야. 한국 말고 일본으로 가는 거지.”
“なんだい?”

밖에서 들려온 일본어에 눈이 크게 뜨였다.

“팔려 가서는 뭐… 알아서되겠지. 중요한 거래 수단으로 사용되겠지.”

윤예진은 자신이 거래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말에 화가 났다.
그렇게 말하고, 밖에 나가 일본어로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부모님께 해가 된다는 사실에 당장이라도 죽고 싶었다.

그렇지만, 입안에 넣어진 솜과 밖에 붙여진 테이프 덕에 자살도 할 수가 없었다.

‘애초에 내가 혼자서 죽을 수는 있을까…’

손에 묶인 쇠사슬은 특수한 물품인지 아무리 힘을 줘도 끊어지지 않았다.

“윤예진님. 저희 큰일  것 같습니다.”

옆에서 들린 남자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정체를 확인했다.

조금 전까지 옆에서 운전하고 있었던 정은혁 비서였다.

같이 잡혀  것에 대해 윤예진은 침통하게만 여겼다.

자신이 조금만 더 빨리 행동했더라면 이렇게 잡히지도 않았을 텐데…

자신이 잘못해 비서도 잡혀 왔다고 생각했다.

“저는 상관도 없는지 입마개도  해놓더군요. 그래도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읍읍!”

왜 자신을 걱정해주냐고 말했다.

지금 위험한 것은 자신이 아니라 그였다.

윤예진은 거래 수단으로써 그때까지는 안전 할 수 있겠지만, 정은혁은 아니었다.

당장 죽여도 탈이 없는 몸이었다.

더군다나 남자가 잡힌다면 이런 상황에서 벌어질 일은 눈감고도 알 수 있었다.

“전 괜찮습니다. 최소한 죽이지는 않겠네요.”

그게 괜찮은 일이 아니었다.

풀려날 때까지 치욕적인 일의 연속이 될 것이다.

지금 당장 자신을 걱정해주는 정은혁도 이해가안 됐다.

보통적이라면 원망부터 해야 하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그것도 고립된 공간에서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정은혁은 자신의 걱정보다 자신을 먼저 생각하고 있었다.

“혹시 제가 틈을 봐서 다리를 풀어드리면 벗어나실 수 있을까요?”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는 들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자신을 믿는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각을 재고 있었다.

“일본인들 더럽게 말이 많아요. 뭐 우리야 돈만 주면 되니까 상관없는데.”

밖에 나갔던 사람이 들어오고, 천천히 정은혁에게로 다가갔다.

“얘는 상품도 아니니까 잠시 즐겨도 되겠지?”

그녀는 바지를 벗으며 천천히 정은혁의 입에 아랫도리를 갖다 댔다.

씻지도 않는지 깨끗하지 않은 모습을 보니 절로 헛구역질이 나왔다.

윤예진은 헛구역질을 참아가며 생각했다.

정은혁이 말한 틈이 지금을 뜻하는 것이었다.
상대가 무방비한 상태로 그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잘 빨아. 잘못하면 쟤 어디 잘린다. 물건이라고 해도 죽이지만 않으면 되거든.”

정은혁과 눈을   마주치고 서로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그녀의 손에 들린 것은 아무도 없었지만, 능력이 있다면 자신이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정은혁의 입에 다가갔고, 정은혁은 어느 정도 거리가 되자 힘껏 그녀의 중요한 부위를 물었다.

“윽!  씨발!”

그와 동시에 자신의 발로 몸을 던져 발에 묶여있는 테이프를 이빨로 물어뜯었다.

방금까지는 힘을 줘도 뜯어지지 않던 것이 약간 찢어지자 힘으로 끊을 수 있었다.

다리가 풀리자 일어서서 자신이 앉아있던 의자를 벗고 있는 그녀에게 세게 내리쳤다.

“내가 물건이라고  죽일 것 같지? 손이 묶여있는데 어떻게 하게?”

내려치는 의자를 쉽게 부수며, 그녀의 뒤에 있는 칼을 들었다.

쇠사슬은 아직 끊어지지않았지만,그녀는 뒤에 있는 팔을 앞으로 돌렸다.

─으득

어깨에서 뼈가 맞물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

“무기도 없는 게!”

윤예진은 팔을 앞으로 향하고 능력을 사용해 총을 소환했다.

금속 재질의 총이 아니었고, 마력으로 이루어진 총이었다.

─탕!

마력으로 만들어진 탄환이 그녀의 머리를 뚫고 지나갔다.

윤예진의 팔에는 의자의 잔해물과 쇠사슬이 달려있었고, 제대로  전투를 하기 힘들었다.

“윤예진님이라도 도망치세요. 같이 다닐 수는 없지 않습니까.”

바닥에 쓰러진 정은혁이 나가라고 말했지만, 윤예진은 총을 들고 입구를 바라봤다.

당장자신은 잡혀도 죽지 않을 것이고, 정은혁은 죽을 수도 있기에 할  있는 행동이었다.
애초에 지금 그를 버리고 나갈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컨테이너로 들려오는 수많은 발걸음 소리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何事か!”

컨테이너의 문이 열리자마자 총을 쐈지만, 죽은 것은 단 몇 명뿐이었다.

그녀에게 다가오는 일본인이 있었다.

‘오판이었네.’

일본인의 실력을대충이나마 가늠하고,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둘이 무슨짓을 하든 앞에 서있는 사람은 못 이겼을 것이다.

순식간에 뒤로 접근한 일본인이 그녀의 목을 내리쳐 기절시켰다.



**



윤예진이 눈을 뜨자마자 볼 수 있는 것은 옷이 전부 찢긴 정은혁이었다.

얼굴은 전의 깔끔함을 찾아볼  없을 정도로 뭉개져 있었고, 온 몸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あほらしいね, 脱出できると思った?”

윤예진의 입에 물려있던 솜과 테이프는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아마일본인이 앞에 있다면 자살도   없으리라 생각한 것 같았다.

“뭐라는 거야… 개 같게.”

지금 상황은 암울했다.

자신이 무엇을 할 수도없었고, 앞에서 정은혁이 강간당하는 것을 두고 봐야 했다.

자신의 무기력함을 깊게 체감하고 있었다.

“진짜로… 진짜로…”

하필이면, 윤예진의 생각에 떠오른것은 한설화였다.

자신이 그렇게 말렸지만, 자꾸 밖으로 나가던  사람이었다.

“도와준다며…”

마지막에 한설화와 말했던 것이 생각났다.

자신이 위험에 처하면 도우러 와준다는 말이.

윤예진은 자신이 이런 상황에 처했음에도 오지 않는 한설화를 원망하고 있었다.

한설화에게 아무 잘못이 없지만, 지금 원망할 사람은 그밖에 없었다.

“유은설은 잘만 도와주더니…”
“どういうことだ.”
“아까부터 자꾸 쫑알쫑알 시끄러워. 어차피 못 죽이잖아.”

모든 것이 다 원망스러웠다.

“너도  뿐이었던 거야? 그냥 다른 사람들이랑 다를 것이 없었네.”

자신에 찬 듯이 입만 나불대는 것들과 다를 알았다.

정말로 행동에 옮기고 실천할 수 있는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애초에 자신이 이런 곳에 오는 줄 어떻게 알고 도와주겠는가.

윤예진은 자신이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소리에 웃음만이 나왔다.

“하하하하.”

애초에 한설화가 온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당장 앞에 서 있는 일본인은 A급인 것 같았다.

한설화가 와도 앞에 있는 정은혁과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일본인에게 패해 강간이나 당하지 않을까.

─콰앙!

“爆発音?”

갑작스럽게 들린 폭발 소리에 일본인과윤예진둘 다 밖을 쳐다봤다.

일본인은 상황을 살피러 밖으로 나갔고. 컨테이너에는 윤예진과 정은혁만이 남았다.

“무슨 소리지? 누가 온 건가?”

자신의 부모님이 보낸 사람일수도 있었다.

희망을 가져도 되는 걸까.

“으아악!”

밖에서 들리는 비명에 윤예진은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제대로 된 사람들만 왔다면, 충분히 탈출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이  명 내려앉았다.

윤예진도 알고 있는 옷. 알고 있는 가면이었다.

“미안. 늦었지?”
“늦었어… 너무 늦었다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