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8화 〉엘프 (68/120)



〈 68화 〉엘프

“방금 무슨 소리야?”
“딸꾹질 소리 같은데?”

나와 멀리 있는 사람은 알아 차라지 못해 주위를 두리번거렸고,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고개를 숙여 시선을 피했지만,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많이 놀랐어?”

김세연의 말에 고개를양옆으로 도리도리 돌리며 부정했다.

정말로 나도 모르게 나온 것이기에 이 상황이 부끄럽게만 느껴졌다.

계속 눈이 감기던 것도 번쩍 뜨여 피곤함이 모두 날아갔다.

“근데 분명히 윤예진이 실종되었다는 건 새벽에 발표했던 것 같은데…”

김세연의 말에 심장이 쿵 바닥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실수했다는 것을 깨닫는 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제는 횡설수설하며 변명을 해야 될 때였다.

“그때까지는 그냥 생각이 많아서…”
“요즘 윤예진이랑 붙어 다니던데…”
“으…응?”
“혹시, 그년한테 협박이라도 받는 거야?”
“아! 아니!”

하도 살벌하게 말해서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다.

관심이 사라졌던 눈빛들이 다시 나에게로 되돌아왔다.

쥐구멍! 내가 들어가야 할 구멍이 필요했다.

지금 땅바닥이라도 뚫고 들어가고 싶었다.

“그냥 다가오면 말해. 너도 상처 많이 받았잖아.”
“으…응.”

당장 앞에 김세연이 더 무서워 고개를 끄덕였다.

김세연과의 대화는 교관이 들어오자 끝났고, 교관은 윤예진에 대해 얘기했다.

윤예진은 당분간 안정을 위해 하랑으로 돌아오지 않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안정?’

윤예진이 안정이라는 단어를 취할 상황인가곰곰이 기억을 돌려봐도, 기억에 걸리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윤예진의 사정을 정확하게 몰랐고, 내가 갈 때까지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기에 입을 꾹 다물었다.

윤예진에게 따로 문자를 날릴까 생각해봤지만,  마지막 행동 때문에 문자  것을 다시 지우고 핸드폰을 껐다.

끄자마자 다시 핸드폰의 화면이 밝게 빛나며 문자 메시지가 하나  있었다.

[소피아가  번 보자는데, 날짜랑 위치 보내줄게.]

루시아가 소피아에게 정확하게 전했는지 그녀가 나를 만나러 오겠다고 했다.

공식 일정이 아니라 혼자서 들어오는 것 같았다.

저번처럼 공식적으로 들어온다면 문자가 아니라 뉴스부터 떴을 테니까.

이제 소피아를 상대로 원하는 것만 얻어내면 됐다.




**


호텔에서 만나자고 했지만, 내가 이런 상황에서 뭘 말할수 있을 리가 없었다.

호텔은 저번을 제외하고 처음이었기에 당장 카운터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기도 겁났다.

‘그래… 나는 나만의 방법으로 들어가야지.’

여기서 능력을 사용하는 것이 옳지는 않았지만, 나에게는 남은 방법이라곤 이것뿐이었다.

밖에서 소피아가 있는 층을 바라보니 층수를  수 있었다.
다행히도 소피아가 있는 건물은 6층이었고, 한 번의 이동으로 닿을 수 있는 거리였다.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골목길에서 장비를 장착하고, 투명화와 함께 난간으로 이동했다.

“왜거기서 나오는 거야?”

내가 창문을 열고 등장하자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던 루시아가 말을 했다.

“하하…”
“그냥 카운터에 말하면 입장시켜줄 텐데.”

 말에 ‘카운터에 말할 자신이 없어서요.’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냥어색한 웃음을 내뱉으며 상황을 넘기고 싶었다.

“오랜만이네요. 그래서 왜 부르셨나요?”

소피아는 자리에 앉아 약간 짜증 보이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마법에 대해서 물어보려고요.”
“잠시만! 그건 또!”
“마법은 또 뭐야.”

소피아가 언성을 높이며 반응했고, 루시아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나에게 물어왔다.

“잠시 나가 있으세요.”
“으음…  나가 있어 줄게.”

소피아는 루시아를 쓰레기 치우듯이 내보내고, 나와 마주 앉았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 사람한테 그런 걸 말하는 거죠?”
“네? 말하면  되나요?”
“하아… 정말로…”

그녀의 반응에 왜 안 되지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알게 될 정보였고, 그녀는 절대 배신하지 않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한 명이 알게 된다고 해서 그렇게 커다란 문제도 아니었고.

어차피 계획의 끝을 알게 된다면 모두가 알 수밖에 없었다.

“엘프도, 마법도 지금은 국가기밀이에요. 당신은 이미 알고 있었으니 예외라고 치더라도.”
“아…”

지금은 공동의 적을 상대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국가끼리 서로 견제하고 성장하는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런 싸움에서 정보는 곧 힘이었다.

나는 그런 정보를 아무 제한 없이 풀어낸 머저리가 된 것이고.

“죄송해요. 그런 줄은 몰라서…”
“됐어요. 어차피 저 사람 국가에게 뭐 받을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
“음? 그래요?”

내가 모르는 소리가 나와 물어봤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것보다 부르신이유는? 제가 조금 바빠서, 엘프를 데려온 일만 아니었어도 반응도 안 했을 거에요.”
“아… 혹시 도와주실  있나 해서.”
“마법이요?”
“누구 한 명을 가르쳐주실  있나 해서요. 소피아님이 지금 제일 잘 아시는 것 아닌가요?”

소피아가 지금 전 세계에서 마법을 제일 잘 알 것이다.

이미 마법서의 해독은 끝났을 것이고, 능력과 연관해서 연구하고 있을 테니까.

“아쉬운 말이지만, 조금 힘들 것 같네요. 제가 본국을 오래 떠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서.”
“그러면…! 직접 저희가 가면…”
“제가 할 일이 많아서.”
“아앗...”

여기서 주저하면 됐다. 마지막에 감정에 호소하든, 무엇을 하든 그녀의 마음을 돌려야 했다.

“근데 엘프는 왜 기밀인가요? 지금은 중요한 것도 없을 텐데.”
“으음… 생각해보니 다른 방법이 하나 더 있겠네요. 근데 그쪽이 허락을 안 할 거예요.”
“뭔가요?”

지금은 있는 방법 없는 방법을 모두 끌어모아야 했다.

당장 사건이 한 학기 앞으로 당겨진 만큼 모든 것을 내줄 수도 있었다.

“당신이 말한 엘프. 기밀로  이유가 저랑 같이 다니다 보니 그런 거에요.”

그녀의 뒤에 이어진 말은 내가 예상한 범위를 넘어섰다.

나는 적당히 엘프의 생김새 때문에그런  알고 있었다.

“제 마법을 그대로 베껴서 사용하더군요. 그다음에는 활용도 하더니 이제는 저보다  뛰어난 마법을 구사해요.”
“으음…”

엘프는 소피아보다 뛰어난 마법사가 되어있었고, 그럼에도 내보이지 않는 이유는 통제가  되기 때문이라고 얘기했다.

“그런데 그 엘프가 꾸준히 원하던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당신이에요.”
“저요?”
“정확히는 당신의 몸이죠. 당신을  때까지 아무 것도 안 할 거라면서 말도 안 듣고… 저희가 막으니까 더욱 부정적으로 나오더군요.”

엘프가  몸을 원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지금쯤이면 아마나를 잊고 편하게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가 말한 이유가 그거에요. 어떤 남자가 몸을 팔고 그러겠어요.”
“할게요. 대신 부탁을 조금만  들어주세요.”
“네?”

어차피 굴려질 대로 굴려진 내 몸이었기에 별로 상관하지 않았다.

나에게 성관계는 그렇게 커다란 문제도 아니었고, 정조를 지키려고 노력도 하지 않았다.

당장 누가 나를 강간한다고 해도 그냥 조용히 당할 것이다.

애초에 나를 강간할 사람이 있기는 할까.

교관이나 빌런같은 경우가 특수한 경우였지 평범한 사람이라면 나 말고 다른 사람과 하고 싶을 것이다.

“조금  자신의 몸을 소중하게 여길 생각을 하세요. 어차피 곧 있으면 마법을 따로 배우는 곳도 열릴 거에요.”

소피아는 방금까지와 달리 나를 설득하고 있었다.

물론, 그녀의 말대로 기다리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끝은 죽음뿐일 것이다.

나에게 남아있는 시간은 너무 적었다.

“혹시 엘프를 불러주실 수 있나요? 얘기 좀 해봐야 할 것 같네요.”
“하아… 정말요?”
“네. 나중에 저기 밖에 나가 있는 사람 통해서 알려주세요.”
“그럴 필요 없어요. 한국 온다니까 따라왔으니까.”

그녀는 핸드폰을  번 만지더니 곧바로 문이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허튼소리 하지 말고, 일단 최대한 조용히 있으세요.”

소피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는 문을 열러 갔다.

문을 열자마자 모자를 깊게 눌러쓴 엘프가 나에게로 달려왔다.

“섹스!”

섹스를 외치면서…

“사라하!”

그런 엘프를 저지한 것은 옆에 있는 소피아였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엘프의 이름은 사라하인  같았다.

되게 예쁜 이름이네.

그리고 놀란 점이 있다면 엘프가 한국어를 했다는 것이다.

아직 정체 모를 언어를 내뱉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 내가 바보였던 걸까.

“나한테 부탁할 게 있다면서.”

사라하는 소피아의 말에 나의 앞에 차분히 앉아 나를 응시했다.

“가장 먼저 한국어를 배웠으니까 충분히 의사소통은 될 거예요. 당신 때문에 한국어를 배웠으니까.”
“으음…”

나 때문에 한국어를 배웠다는 말에 무언가 기분이 이상했다.

“뭐든 들어줄게.대신 대가는 네 몸.”
“사라하!”
“이런 것도  돼? 그럼 나 안 해.”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온 사라하였다.

“무엇이든 이요?”
“그래 무엇이든.”

뾰족하게 서 있는 귀가 위아래로 움직였고, 입에서는 혀가 튀어나와 그녀의 입술을  쓸고 다시 들어갔다.

“그러면 마법  알려주세요.”
“그거야 쉽네. 당장 알려줄까? 끝나고 여기서 한  하고.”
“저 말고요. 제가 원하는 사람이 한  있어요.”
“여자야?”
“으음… 네.”

엘프는 씨익 웃더니 말했다.

“그것도 재밌겠네.”

이해가 안 갔지만, 대충 알아듣는 척을 하고, 소피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도와주실 거죠?”
“하아…”
“어쨌든 하랑에서 나와야 해서 한  정도는 빼줄 수 있죠?”
“그래요. 뭐  정도면. 사라하한테도 받을 것도 있고.”

마지막 약속까지 받아놓고, 이제 나갈 준비를 했다.

“다음 주에 봐. 아랫도리  간수하고 오고.”

마지막까지 웃고 있는 엘프를 보니 약간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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