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9화 〉엘프 (69/120)



〈 69화 〉엘프

“무슨 이야기 했어?”

처음 들어왔던 것과는 달리 문을 향해 정상적으로 나가자 루시아가 나에게 물어왔다.

“지금은 누구 없어요?”
“응? 나밖에 없긴 하지? 묻고 싶은 게 많은데.”
“다른 데로 갈까요? 어디 조용하게 얘기할 곳이 필요한데.”
“그러면 내 방으로 가자. 이번에는 혼자 와서 비행기 시간까지 기다려야 하거든.”

저번에는 대충 계획을 이야기했을 뿐, 자세하게는 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정확한 계획을 설명해야 했다.

엘리베이터로  층 올라가지 않고, 멈춰선 다음에 그녀의 방으로 들어갔다.

루시아는 방에 들어가서 의자를 하나 빼고, 그녀는 침대에 걸터앉아 나에게 물었다.

“그러면 가장 먼저 묻고 싶은 것부터. 마법은 뭐야?”
“음… 곧 아실 건데, 말해드릴까요?”

소피아가 숨겨달라고 부탁했지만, 어차피 곧 세간에 공개될 내용이었다.

 앞에 앉아있는 사람은 유은설이 쓰는 장면을 보게 될 예정이었고.

“빨리, 능력이 아닌 다른 거야?”

그녀에게 마법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고, 흥미롭게 경청하더니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우리도 쓸 수 있는 거네?  쟤네만 독점하는 거야?”
“곧, 다 배울  있을 테니 너무 그러지 마세요.”
“그것보다 ‘곧’이라고?”
“유은설도 사용하니까… 아마 곧이겠죠.”

 뒤로 루시아는 엘프에 관해서도 물어왔고, 안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설명했다.

“잠시만… 내가 제대로 들었다면 몸을 대주고 배운다고?”
“네.”
“그럴 필요가 있나? 그냥 천천히 하면 되잖아. 굳이 목숨을 걸 필요도 없고, 굳이 마법을 사용할 필요도 없는데.”
“으음…”

짧게 설명할  있는 내용은 아닌  같아 천천히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일단, 저희는 누가 마인이 되는 줄 몰라요. 뭐… 의심 가는 사람은 있기는 하지만… 그 전에 죽여버리면  되니까 죽이지는 않을 거예요.”
“그거야  알고 있고…”

예언은 만능은 아니다. 얼굴을 확실하게 확인할  있다면, 조금  세세한 계획을  수 있겠지만, 처음 악마와 계약하는 마인의 얼굴을 정확하게 확인하지는 못했다.

의심 가는 사람이라면, 원래 소설에서도 악마와 계약하는 사람 몇몇이 있었다.

나는 천천히 그녀에게 설명했고, 마지막 설명을 끝내고 말했다.

“결국, 이 사건의 중요한 부분은 유은설의 깨달음이에요. 깨달음을 위해서 몇 가지 발판을 밟는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그러다가 유은설이 실패하면?”
“그러면… 그쪽이 해결해줘야겠죠.”

루시아의 말을 들으니 헛웃음이 피식 삐져나왔다.

생각해보니 그녀의 말이 맞았다. 유은설이 실패한다는 가정은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언제부터 사람을 믿었던 건지.’

방구석에 박혀있었던 나에게 묻고 싶었다.

사람을 믿을 수 있겠냐고.

그때라면 없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냥… 유은설이라면 가능할  같았다.

열심히 봐왔던 소설 속의 유은설이라면.

소설 속 유은설과지금의 유은설은 똑같지않았다.
오히려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나쁜 방향으로 갈 수도 있었다.

지금은 어느 쪽인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믿고 싶었다.

유은설도, 지금 앞에 앉아있는 루시아도.

리스크가 없기에 가능한 일이었지, 혼자였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면 믿을게요.”
“잠시만, 네가 부탁한  받아 가.”

그녀는 방 한구석에서 천을 하나 꺼내 들었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혔을 때 덮었다는 얘기도 있었고, 생전에 걸치고 다녔다고 전해지는 천.

성해포.

내 손을 잡고 그녀가 눈을 감았다. 갑작스러운 접촉에 놀라지 않고, 가만히 기다렸다.

가슴에 무언가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고, 그것이 곧 성해포를 받았다는 것임을 알 있었다.

==

[성해포]
[유물][전설]

─치유 증폭

• 치유 능력의 효과가 20% 증가합니다.

==

단 한 줄뿐인 설명이었지만, 하나밖에 없는 능력은 좋다고 말할 수 있었다.

퍼센트로 증가하는 유물은 희귀했다. 이것만으로도 대부분 유물을압도하는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전설 등급임을 보고, 루시아에게 의문을 제기했다.

“쓰면서도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았어요?”
“응? 뭐가?”
“고작 전설 등급에 효과도 별로 없잖아요.”

성해포는 본래 신화등급이었다.

능력을 개방하는데  까다로운 조건이 붙어있을 뿐. 소설 속에서 사용하다 우연이 겹쳐 능력을 개방할 수 있었다.

“맞는 말이긴 하네.  그렇다해도 이미 정해진걸 바꿀 수는 없잖아.”

그녀의 말에 나는 다시 성해포를 곱게 개어 그녀에게 건넸다.

“여기요.”
“왜 다시 주는 거야?”
“저 죽을 것 같을 때 이걸 덮어주세요.”
“그러면 상처가 낫는 거야?”
“아니요. 그냥… 나중에 보여드릴게요.”

능력의 개방 조건은 사용자가 죽음에 달하는 상처를 입었을 때 이것을 두르면 된다.

딱 마침 타이밍이 맞았기에 달라고 요청한 것이었다. 적당히 때가 되면 김세연한테 넘길 유물이기도 했고.

“그러면 잘 부탁해요.”

계획도 다 설명했기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다. 루시아에게 손을 흔들며 문을 열고 나갔다.




**



[한국 2위 길드, 미리내. 일본 이카루 길드에 소송.]

며칠이지나고, 뉴스에 한 줄이 보도되었다.

“혹시 폭발 사건과 관련 있는 거 아니야?”
“아무 상관도 없다가, 갑자기 온갖 트집을 잡아내고…, 갑자기 이럴 리가 없긴 하지.”

눈을 감고 자리에 앉아있으면 많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한 사람의 인생,  사람의 관계, 사회적 이슈.

내가 알지 못했던 정보들이 속속히 귀로 들어오고 있었다.

확실히 부자연스러운 행동이기는 했다.

그때 봤던 일본인의 뒤를 조사해 배후자를 안 걸까?

그렇다면 윤예진은 저 일을 처리하고, 하랑으로 복귀할 예정인 걸까.

그녀의 행방은 아직도 알려지지 않았다.

유일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멀리 앉아있는 김종현밖에 없지 않을까.

그는 길드 일로 생각이 많은지 창밖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고 있었다.

“뭔가 평화로운데…”

그러고 나서 무언가 빈 느낌이 들어 뒤를 쳐다보니 김세연이세상 편안하게 잠을 자고 있었다.

“자고 있었구나.”

그것보다 너무 늦는데…

소피아와 얘기를 하고 온 지 3일 정도가 지났지만, 아무 연락도 없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급한 것은 없지만, 마음을 놓고 있는 것도 문제였다.

문자를할까 말까 고민하던 중 교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은설,한설화 잠깐 오도록.”

교관이  앞에서 우리를 불렀고, 떠들고 있던 생도들은 모두 나와 유은설에게 시선이 집중되었다.

빠르게 문 밖으로 나가 교관을 쫓아갔고, 뒤늦게 문에서 나온 유은설이 뒤를 밟았다.

“무슨 일이지?”
“그러게.”

유은설이 나에게 물어왔지만,모르는 척을 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교관은 자신이 있는 곳으로 우리를 데리고 들어가 자리에 앉아 얘기했다.

“너희한테  집어 제안이 들어왔다.”
“제안이요?”

유은설이 되물었고, 나는 조용히 있었다.

교관의 ‘콕’이라는 말은 약간 부정적으로 들리기까지 했다.

‘너희가 뭔데 이런 제안을 받아?’ 이런 느낌이었다.

“정부에서 공문이 내려왔는데, 다른 나라와 협약해서 프로젝트를 하나 시작했다.  프로젝트의  참가자가 너희 둘이  예정이고. 싫으면 거부해도 된다.”
“어… 프로젝트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을까요?”
“기밀이다. 확정 짓고 알려주도록.”

우리 둘은 내쫓기듯 방에서 빠져나왔고, 앞에 서서 이야기했다.

“무슨 프로젝트이길래, 우리 둘을 지명했을까?”

그녀는 게슴츠레 눈을 치켜뜨며, 의심하고 있다는 티를 팍팍 내고 있었다.

“일단 해보는  좋지 않을까? 그래도 불법은 아닐 거잖아.”
“너무 수상해. 특히, 설화 너를 지명할 이유가 없잖아.”

유은설의 의심은 타당했고, 준비해둔 변명을 말하며 그녀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우리 둘이 던전을 갔다 와서 그런  아닐까? 평소에 보지 못했던 던전이었잖아.”
“그것도… 그렇네.”
“너무 정부를 못 믿는 거 아니야? 혹시 몰라. 네가 얻었던 걸 조금 더 잘 사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솔직히 정부를 못 미더웠다. 예전 세상이던, 지금이던,  현대 사회에 이상한 사람이 한두 명씩은 껴있기 마련이다.

윤예진의 할머니 사건도 있었기에 나도 정부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성급하게 선택하는 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고…”
“응. 그래도 최대한 빨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다른 사람한테도 제안이 들어올 수도 있잖아…”
“그래.”

유은설의 마음은 아마 가고 싶다는 쪽에속할 것이다.

아마 그녀의 연습이 생각대로 잘 풀리지 않고 있을 것이고, 그것을 풀 해답을  프로젝트에서 찾고 싶어  것이다.

소설에서도 마법을 잘 사용하지 못했다.

처음은 예외라고 해도, 나중에 가도 크게 발전이 없자 마법 학교에 가기까지 손을 놓고, 검술에 신경을 쓰며 시간을 보냈다.

다음날 유은설이 나에게 다가와 하겠다고 말했고, 우리 둘은 교관에게로 향했다.



**


애초에 나는 마법에 대해 무지했다.

사용하는 것도 한 번밖에  봤고, 그냥 엘프가 잘 가르치는지 보러 온 것이다.

약속된 장소로 향하자 큰 연습장이 우리를 반겼다.

벽은 특수 물질로 되어있는지 평범한 금속과는 달라 보였고, 내부는 운동장 몇 개를 붙여놓은 크기였다.

“안녕하세요.”

유은설은 들어가자마자 인사를 했고, 고개를 들어 교관의 얼굴을 확인했다.

귀를마법으로 숨긴 건지, 유물로 숨긴 건지 잘 모르겠지만, 뾰족했던 귀는 형체를 감추고 사라져있었다.

“반가워.”

말을 하면서 나에게 꽂힌 눈길을 슬쩍 피했다.

그녀는 사담 없이 바로 수업을 시작했고,  영양가있는 수업이 이어졌다.

“평범한 마법진은 이렇게 원 안에 문양을 그리는 것으로   있지.”

유은설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집중해서 듣고 있었다.

“그러면 이 마법진 속  공간 안에 무언가를 넣으면 안 되는 걸까?”
“빈 공간이요?”
“문양을 그리다 보면 필연적으로 공간이 생길 수밖에 없지. 그러면 이 공간에 새로운 마법진을 그리는 거야.”

유은설은 무언가를 깨달은 듯 탄성을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활용하면…”

엘프는 그렇게 말하고, 마력으로 마법진을 하나하나 그리기 시작했다.

가장 바깥쪽에는 원을, 안에는육각형이.

점점 도형을 그리며 안을 채웠고, 가장 중앙에는 불꽃 문양이 새겨졌다.

여기까지 기본적인 화염 마법이었다. 나도 본 적이 있었고, 유은설도 시전한 적이 있었다.

그다음에는 빈 공간에 다시 똑같은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작은 공간에 천천히 여러 개의 마법진이 새겨지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공간이 모두 채워지자 푸른색이 번쩍 빛나며 화염구가 나가 벽에 명중했다.

─콰아아앙!

굉음이 울리며 한 눈으로 봐도 파괴력을 알 수 있었다.

“와…”

유은설은 감탄성을 내뱉었다. 유은설이 썼던 화염구와 크기도, 열기도 궤를 달리하는 마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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