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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화 〉엘프 (70/120)



〈 70화 〉엘프

“설화야… 저거 대단하다.”
“그러게.”

화염구가 명중한 벽을 바라보니 약간의 그을림이 생긴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을림은 곧 사라지고, 처음 상태의 벽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마법도 신기하지만, 벽도 신기하네.’

무슨 재질로 되어있는지 궁금했다.

“그러면 이제 직접 해보도록. 기본적인 마법을 사용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엘프는 무리했는지 숨을 헐떡이며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유은설은 방금 마법에서무언가를 깨달았는지 금세 눈을 감고 허공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가장 기초적인 마법진부터 시작해, 그 안에 새로운 마법진까지 그리고 있었다.

─피익…

불이 꺼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며 유은설이 그리는 마법진 전체가 사라졌다.

“내가 말한 건  어려운 과정이야. 그것보다 벌써 거기까지 따라 할 줄은 몰랐는데.”
“제 거에 무슨 문제가 있었나요?”
“가장 먼저. 마법진끼리는 서로 닿으면 안 돼. 닿게 되면 서로 거부반응을 일으켜 방금처럼 사라지게 돼.”
“아…”

유은설은 고개를 끄덕이며 엘프의 말에 집중했고, 나는 그냥 멍하니 둘의 장면을 보고 있었다.

“자… 그러면 너도 해야지?”

엘프는 뒤에 구경하듯  있는  옆으로 다가왔다.

“저는 그냥…”
“안 해?”
“…할게요.”

어차피 배워둬서 나쁠 건 없으니까.

그냥 구경만 할 생각이었지만, 엘프는 무슨 꿍꿍이인지 나에게 하라고 재촉했고, 들어줄 생각이었다.

방금 본 기초적인 마법진을 기억에 떠올리며, 몸에서 마력을 실처럼 뽑아내기 시작했다.

치유를 사용하는 것처럼.

마력의 실은 천천히 뻗어 나가 원을 그리고 있었다.

“읏!”

갑작스럽게 내 고간에 차가운 손길이 느껴졌다.

눈을 떠서 정체를 확인하니 엘프가 내 등 뒤에 찰싹 달라붙어  몸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한 손을 들어 그 손을 쳐내자 그리고 있던 원도 그에 반응하듯 찌그러졌다.

엘프는 내 귀에 속삭였다.

“크게 소리 내면 앞에 들킨다?”
“지금은…”
“언제든 몸을 대줘야지. 나도 최선을 다했으니까 보답을 받아야겠지.”

그러면서내 목덜미를 어루만지는 손길이 가슴으로 향했고, 고간에 있는 손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위아래로 왕복운동을 했다.

“집중해. 그래도 한 번 그렸던 것은 끝까지 그려야지.”
“하아…”
“지금 내가 어떤 기분인지 모르지? 나를 막대했던 남자를  마음대로  수 있다는 기분이.”
“닥쳐… 들리잖아.”
“안 들려. 쟤 지금 집중하고 있잖아.”

자꾸 귀에 속삭이는 엘프의 뜨거운 숨결 덕분에 몸이 간질거려 참을 수 없었다.

엘프의 손길은 더더욱 야하게 내 몸을 탐하기 시작했고, 그녀의 추잡한 말에 반말이 자동적으로 나왔다.

“푸흣. 처음 봤을 때 기세는 어디 간 걸까?”

─피익…

앞에 서있는 유은설의 마법진이 다시 소리를 내며 사라졌고, 그와 동시에 뒤를 돌아봤다.

“힉!”

깜짝 놀라며 이상한소리를 내뱉었지만, 어느새 엘프는 내 뒤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푸흐흐.. 설화 너 이게 뭐야. 막 삐뚤빼뚤하잖아. 그림은 진짜 못 그리는구나.”
“어? 어…”

유은설은 허공에 그려진 내 마법진을 보고 웃었다.

내가 보기에도 평범한 도형의 집합체라고 보기엔 힘들었다.

오각형이 그리려던 것이육각, 칠각을 넘어섰고, 원은 누군가가  곳을 발로 찬  찌그러져 있었다.

“어디 아파? 얼굴이 많이 빨개.”
“아… 괜찮아.”

유은설은 손을 내 얼굴에 올렸다.

방금까지 뒤에서 그런 짓을 했다는 것에 얼굴의 열이 줄어들기는커녕 더욱더 부끄럽게만 느껴졌다.

“자! 그러면 다시 하자!”

엘프는 다시 할 생각인지유은설을 앞에 데려다 놓고 다시내 뒤로 왔다.

“그렇게 놀랐어? 그럴거면 당당하게 공개하지? 거래했다고.”
“시끄러워… 말이 많아.”
“몸 대준다는 말에 조금 실망했는데… 고민도 없이 수락하기에 걸레인 줄 알았잖아.”

엘프는 한국어를  잘했다.

나도 놀랄 만큼 그냥 단순히 단어를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속의 뜻까지 알고 있었다.

음담패설을 하기 위해 그런 쪽의 단어만을 배웠는지, 그녀의 입에서나오는 말은 천박하기 그지없었다.

“남자가 자지  놀리면, 죽을 수도 있다잖아. 이런 반응이면 동정일까?”
“하아…”

바지의 가운데 부분은 어느새 불룩 튀어나왔다.

이 상황에서 서지 않는다면, 그것은 약을 먹고 있는 상태였지,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하고 싶어? 그렇게 야하게 물건을 세우면 하고 싶다는 뜻으로밖에 안 보이잖아.”
“닥쳐. 거래만 아니었으면 만나지도 않았을 거니까.”
“그래. 그래야지. 여기서 네가 그렇다고 하면 별로 재미없잖아.”
“하아… 자꾸 뭐래.”

귀에서 속삭이는 엘프의 숨결은 점점 더 뜨겁게만 느껴졌다.

처음에는 불쾌했지만, 지금은 몸을 달아오르게 만든다고 해야 할까.

점점 몸은 움츠러들며 뒤에 있는 그녀에게안기는 형태가 되었다.

─피익…

유은설은 이번에도 실패했는지 마법진이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다시 뒤돌아보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나는 급하게 외쳤다.

“뒤돌아보지 마!”
“어? 응? 무슨 일 있어?”

유은설이 뒤를 돌아본다면 당장 쳐다보는 것은 무엇이 될까.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도 지금  바지가  것이다.

빳빳하게 고개를 들고 존재감을 내보이는 물건을 보며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할까.

‘변태’
‘걸레’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렇기에 급하게 외쳐서라도 그녀의 움직임을 막아야 했다.

유은설은 내 말을 듣고 뒤를 돌아보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이 상태로 더 하자는 거야?”
“닥쳐. 위험하잖아.”

엘프의 손을 다 내리치고, 천천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슬픈 생각… 슬픈 생각을 하자.’

“설화야 무슨 일 있어? 갑자기 왜 그래?”
“으응? 아니 이번에도 잘 안 돼서…”
“괜찮아. 이번에는 안 웃을게.”
“그래도 안 돼. 조금만 기다려.”

속으로는 애국가를, 생각으로는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를.

너무 슬픈생각을  까닭일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방울 떨어졌다.

이미 발기는 풀려 바지는 원상태로 돌아갔고, 눈물은 멈추지 않고 흘렀다.

“무슨  있어?”

언제 나에게 다가온 건지 유은설은 내 눈물을 닦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라 부끄럽기만 했다.

“뭐… 잘 못  수도 있지. 나도 그럴 때가 있었는데…”

유은설은 혼자서 오해하고, 자기 멋대로 추억여행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냥 부끄러워서 고개를 푹 숙였다.

유은설은 예전 일을 꺼내며 자신이 약할 때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고개를 들어 살펴보니 엘프가 벽에 기대어 한쪽 입꼬리만 들어 올려 비웃고 있었다.

길고 길었던 유은설의 이야기가 끝날 기미가 보였다.

“그러니까 너무 자책하지 마.”
“으…응.”

유은설을 나를 일으켜 세우고, 엘프의 시선을 보더니 방금까지 했던 이야기를 전부 떠올린 것 같았다.

나라면 몰라도, 오늘 처음 본 사람 앞에서 이야기를 주절주절 떠든 것이니까.

“오늘은… 이걸로 끝인가요?”
“응. 근데 남자애는 남아.”
“설화요?”
“결국,완성을 못 했잖아. 조금 더 하다 가야지.”
“아! 그러면 저도 같이…”

엘프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고, 나는 유은설에게 말했다.

“먼저 가. 나는 조금더 하다가 갈게. 같이 있으면… 집중이   것 같아.”
“그… 그래?”
“응.”

엘프는 흡족하며 웃음을 보였고, 유은설의 등을 떠밀며 밖으로 내보냈다.

“눈치는 있네? 그러면 따라 들어와.”

엘프는 그렇게 말하고, 더 안으로 들어가 방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마치 준비되어있다는 듯 침대가 놓여있었다.

방에 들어서니 향긋한 냄새와 함께 눈에 들어온 것은 콘돔이 여러 개가 들어 있는 박스였다.

“빨리들어와. 딱 봐도 밖에서 기다릴 것 같잖아.”

내가 방에 들어가자 바람이 불며 문이 스스로 닫혔다.

정말 쓸모없는 곳에 고효율의 마법이었다.

“내 앞에 무릎 꿇어.”
“그냥 평범하게 하지…”
“대가는 받아야지. 지금은 네 몸이 내 거잖아.”
“걸레 같은 년.”

얼마나 몸을 굴리고 다녔을지. 자기 세상이라도 되는 것마냥 날뛰고 다녔을 것을 생각하면 토가 쏠렸다.

그냥 구해주지 말고 죽였어야 됐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일국의 공주라는 년이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걸레라니, 말이 심한데?”
“푸흡… 그렇게 섹스를 하고 싶었으니까 열심히 몸을 굴려댔을 거 아니야.”
“내가 그렇게 몸을 굴려댔을 것 같아?”
“처음 해석하자마자 나온 말이 ‘섹스’면서.”
“그것보다 언제까지 반말할 거야? 내가 너보다 몇십 살은 더 먹은  같은데.”
“사람한테나 존칭을 쓰지. 너한테는 쓰기도 아까워.”

처음부터 존칭은 쓰지도 않았다. 이제 와서 존칭을 쓴다면 그것도 이상한 것이었다.

유은설이랑 같이 있을 때나 존칭을 쓰지, 둘이 있을 때는 쓰지 않을 예정이었고.

“지금 누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 것 같은데. 부탁한  너 아니야?”
“치사하게…”
“빨리 말해봐. ‘제 걸레 같은 자지를 따먹어주세요.’라고.”
“그냥 하지?”
“존칭.”

“빨리… 섹스나 하죠…”
“뭐  정도면 만족할게, 다음에는 조금 더 나를 만족시켜주길 바래.”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옷을 벗으며침대에 누웠다.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얼음이 된 것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뭐해?”

여기의 여자들은 기본적으로 여성 상위 자세를 기본으로 했다.

그렇지만 지금 앞에 있는 엘프는 마치…

내가 위에서 해달라는 자세와 똑같았다.

“네가  위에서 허리 흔드는 게 조금  지켜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그럼 그렇지..

콘돔을 하나 뜯고, 그녀의 위에 올라가서 천천히 구멍을 찾았다.

“빨리 넣어!”

엘프가 다리로 나를끌어당겨 갑작스럽게 내 생식기가 그녀의 구멍으로 쑥 들어갔다.

“흐읏!”

그녀의 격한 반응에 나도 모르게 허리를 뒤로 뺐지만, 다리는 나를 놔줄 생각을 하지 않고 끌어당기고 있었다.

결국, 그녀의 힘으로 왕복 운동이 시작되었고, 그녀의 신음은 점점 격해져만 갔다.

“하아.. 흐읏! 하아… 하아…”

마치 처음 하는 것같이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약간 머금어있었다.

“이런 거 지금까지 못 해봤어. 하아! 너무 좋아. 흐읏.. 인생의 절반 손해 봤어.”
“어?”

그녀의 말은 마치 처음이라는 것과 똑같은 말이었다.

내가 당황하자 그녀는 아무렇지 않듯 다시 다리의 힘을 이용해 나를 끌어당겼다.

“사랑한다고 말해줘.  이름을 부르면서.”

애정을 갈구하는엘프의 모습은 나에게 인지 부조화를 일으켰다.

내가 상상하는 그녀의 모습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치한, 그 이상이하도 아니었을 텐데.

그녀의 처음이라는 고백은 나의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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