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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7화 〉기말 평가 (77/120)



〈 77화 〉기말 평가

“오늘 들어가는 던전은 약간 다르다. 한 방에 죽어 우리가 목숨을 구해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만두고 싶은 사람은 거수하도록.”

교관은 던전에 들어가기전 경고를 하며, 생도들을 겁주기 시작했다.

웃음기 하나 없는 진지한 얼굴로 말하고 있기에 생도들도 모두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면서도 손을 드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이미 주위 사람의 죽음을 경험한 사람도 있었고, 죽을 뻔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 온 이상 발을 뺄 수 없는 상황이었고, 다들 이 정도는 알고 들어온 것이었다.

“…없는 것으로 알겠다. 모두 던전에 들어갈 준비를 하도록.”

교관의 말에서 정보를 알아낸 생도가 몇몇  빠르게 주위 사람에게 알리고 있었다.

“이번 던전은 레이드 형식, 아니면  덩치의 괴수가 여러 마리 나오는 던전일거야. 조심해.”

윤예진은 나한테 와서 던전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다시 팀으로 돌아갔다.

“조심해야겠다. 만약 전자면 다 같이 협동하는 것이 낫겠네.”

유은설은 윤예진의 말을 듣고 계획을 수정하고 있었고, 이하늘과 김세연은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윤예진이  팀을 바라보니 김종현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째려본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서로 눈이 마주치자 김종현이  모양으로 한 글자씩 말했다.

‘조심해.’

‘걱정은 아닐 테고, 죽이려고 한다는 걸까.’

“나도 도와줄게.”

그의 말을 무시하고, 짐 정리하는 것을 도우러 갔다.

“밧줄… 이거 필요할까?”
“혹시 모르니까 챙기자.”

이하늘과 김세연은 가져온 짐을 풀어놓고 하나하나 짐을 줄이고 있었다.

아직 던전의형태가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챙겨야 하는 물품 중 하나였다.

가방 맨 밑에 식량을 꾹꾹 눌러 담았고,  위에 생존용품들을 챙겨 넣었다.

밧줄부터 불을 지필 수 있는도구, 침낭,랜턴까지.

“됐다.  챙겼다.”

여러 명이 가져온 짐을 한 가방에 쑤셔 넣자, 엄청난 부피의 짐이 완성되었다.

“내가 들게.”

어차피 내 위치는 제일 후방이었기에 내가 드는 것이 맞았다.

다들 동의하며 나에게 짐을 넘겨주었다.

애초에 이 정도는 이제 가뿐히 들을 수 있었다.

다른 팀들도 준비를 마쳤는지 큰 가방을 들고 게이트 앞으로 모였다.

이번에 들어가는 게이트는 평소보다 커다랬다.

원래 들어가는 게이트의 두 배 정도 돼 보이는 크기에 분위기가 압도될 수밖에 없었다.

“입장!”

교관이 소리치자 1팀부터 빠르게 달려 들어갔고, 곧 우리 차례가 오고 게이트의 안을 볼 수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바위산이었고, 주위를 둘러보자 앞에 팀이 가지고 들어간 짐들이 구석에 내팽개쳐져 있었다.

어떤 것은 아래가 터져 짐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하나는 날아가면서 짐을 쏟았는지 경로에 짐이 줄줄이 늘어져 있었다.

─캬아아아악!

나도 그들과 똑같이 짐을 던지며 전투에 참여했다.

앞에 보이는 괴수의 덩치는 아파트 정도의 크기였다.

몸이 온통 돌로 쌓여있어 평범한 공격은 통하지 않았고, 그 틈 사이사이로 공격해야 정타로 들어갔다.

“설화야, 나 올라탈 테니까. 떨어지면 잡아줘.”
“응.”

유은설은 장난스럽게 말하고 괴수에게로 달려갔다.

글로만 봤고, 말로만 들었던 환경에 들어오자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괴수의 거대한 꼬리가 바닥을 휩쓸었고, 다들 폴짝 뛰어 피하거나, 미처 피하지 못한 사람은 그 꼬리에 휩쓸려 벽에 박혔다.

입에서 피를 토했지만, 죽지는 않은 것처럼 보였다.

제 위치로 돌아온 꼬리를 밟고 올라가는 사람이 몇몇 보였다.

이하늘과 유은설, 그 뒤를 따르는 사람 중 내가 아는 사람은 윤예진과 김종현이 끝이었다.

나는 그냥 하는  없이 그들이 올라가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어차피 활을 쏴봐야 흠집도 나지 않을 것이고, 치유에 사용되는 마력이 아까웠다.

 있을 마인과의 전투를 대비해 아껴놓는 것이 좋았다.

─키이이이익!

괴수의 머리에 올라탄 사람들이 돌 사이 갈라진 틈을 향해 무기를 찔러넣었고, 괴성을 지르며 누우려고 몸을 바닥으로 붙이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 위에 있는 사람 들은 중심을 잃고 떨어지기 시작했고, 땅에 닿기 전 중심을 잡아 다치지 않고 내려올 수 있었다.

누운 괴수는 몸을 굴릴 생각인지 동그랗게 말았고, 그 광경을 본 생도 한 명이 외쳤다.

“피해!”

거대한 덩치의 괴수가 데굴데굴 구르기만 해도 피해가 클 것이다.

날카로운 말과 함께 생도들은 괴수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바닥을 구르면서 흙먼지가 일어나고, 흙먼지가 걷히자 괴수가 몸을 드러냈다.

머리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다들 괴수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 괴수에게 공격하는 사람도 있었고, 다시 올라타 공격을 시도하는 사람도 있었다.

평온하게 지켜보는 입장에서 화려한 움직임을 보이는 생도들이 대단해 보였다.

‘곧 잡히려나.’

이미 루시아와 그녀의 동료들은 진입해 있을 것이다.

교관들이 지키고 있겠지만, 그들이 던전에 들어오는 방법은 많으니까.

끝끝내 멀리서 쏘아진 화살과 가까이서 꽂히는 공격에 버티지 못하고, 큰 덩치가 바닥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키이익…

“잡았다!”

마지막 일격을 찔러넣은 당사자가 크게 외쳤고.

─쿵

괴수는 바닥에  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괜찮아?”

내 앞에 괴수가 떨어지자 나한테 달려온 사람은 유은설도, 김세연도 아닌 윤예진이었다.

‘이것 때문이구나.’

자신의 팀이 아니라 나부터 찾는 윤예진을 보고 딱 느낌이 왔다.

“다들 수고했다. 열린 게이트로 탈출하면 된다.”

교관은 괴수의 몸 위에 서서 생도들에게 말했다.

들어온 입구 주위에서 다시 게이트가 열렸지만, 바로 나가는 생도는 없었다.

다들 지쳤는지 그대로 바닥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어디 다친 건 아니지?”
“하아…”

여기까지 온 이상 어쩔 수 없는 거겠지.

마인의 등장은 어떤 전조도 없다.

그저 가만히 있는 사람이 마인으로 돌변해 공격할 수도 있고, 집안에 박혀있는 사람이 마인이 될 가능성도 있었다.

지금 멍하니 서 우리를 바라보는 김종현도 똑같을 것이다.

그의 시선은 점점 하늘로 올라가더니 갑자기 아무 미동도 없던 입꼬리가 올라갔다.

“죽인다!”

다 놀랄 만큼 커다란 소리로 김종현이 외쳤다.

그 소리와 동시에 창이 빨간 색의 불꽃에 휩싸였고, 늑대 한 마리가 나타나 그와 가장 가까이 있던 생도를 물어뜯었다.

물어뜯긴 생도의 몸에서 검은 안개가 뿜어져 나왔고, 급속도로 확산된 안개는 모두의 시야를 가렸다.

“내 뒤에 있어.”

윤예진의 목소리가 주위에서 들렸지만, 무시하고 마지막으로 봤던 장소로 향했다.

─챙!

“모두도망쳐!”

안개 속에서 유은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와 동시에 많은 수의 발소리가 들렸다.

“믿을 수 있겠어?”
“사람들은 모두 너를 싫어해.”

이상한 소리가 들렸지만, 환청이 아니었다.

‘아마 안개의 효과겠지.’

내 문제로 들린 환청이라기엔 디테일이 부족했다.

루시아가 준 안경을 착용하자 안개 속이 훤히 보였다.

“싫어.내가 죽인 게 아니야…”
“미안해. 미안해.”

귀를 막고 무릎을 꿇은 생도가 몇몇 보였다.

안개를 깊게 흡입해서 환각과 환청 속에 갇힌 것처럼 보였다.

유은설과 김종현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도중 환각과 환청이 시작되었다.

땅이 뒤틀렸고, 환청은 내 문제도 더해져 심해졌다.

“목숨을 살리는 유물인데  따위를 살리려고 쓰겠어?”

“윤예진 때문에  사건이 일어난 건데 그냥 윤예진만 죽이자.”

“유은설 이 년 때문에 네가 엘프한테 그런 짓을 당한거잖아 분하지 않아?”

─탁!

환각 때문에 발을 헛디뎌 땅을 세게 디뎠다.

‘닥쳐.’

환청들을 무시하고, 가면을 착용했다.

가면을 쓰자 들렸던 환청과 환각이 말끔히 사라지고 유은설과 김종현만이 보였다.

이정도 가벼운 환청으로 무릎 꿇는다면 섭섭하겠지.

들은지가 몇 년인데.

“후읍… 후…”

숨을 크게 들이쉬고 활을 꺼내 김종현에게로 겨눴다.

빨간 불은 어느새 검은색으로 바뀌었고, 늑대와 같이 유은설을 압박하고 있었다.

유은설도 안개의 영향에서 벗어날  없는지 전투에 온전히 집중하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김종현에게 겨눈 활을 늑대에게로 겨눠 활 시위를 놓아 쏘았다.

─끼익! 끼잉!

재빨리 몸을 움직여 몸통을 꿰뚫지는 못했지만, 늑대의 뒷 다리를 맞출  있었다.

“누구냐!”

김종현이 날아온 화살을 보고 외쳤다.

다시 화살을 하나 꺼내 이번에는 그의 정수리를 향해 쐈다.

 빠른 속도였음에도 창의 금속 부분으로 내 화살을 튕겨냈다.

“거기냐!”

창을  찌르자 내가 있는 곳으로 화염이 발사되었다.

“누구?”

옷을 통해 유은설의 옆으로 이동해 그녀를 잠시 옆으로 밀어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로 전투에 참여해봤자 다칠 뿐이었다.

“어?”
“한설화…”

김종현은  정체를 꿰뚫어봤는지 단숨에 나를 알아봤다.

내 이름을 불렀음에도 유은설은 들리는 소리 때문에 귀를 막고 있어 듣지 못했다.

“죽어.”

나를 향해창을 뻗었고, 가볍게 피해그의 미간에 화살을 하나 더 쏘았다.

─푸욱

정확히 미간에 들어가 그의 얼굴이 뒤로 밀려났지만, 금방 머리를 드는 것을 보니 깊은 상처를 주지 못한 것 같다.

“죽어. 네가 뭔데.”

평점심을 잃은건지 마구잡이로 창을 찔러오고 있었다.

눈  창을 쉽게 피해 그의 얼굴과 몸에 쏘고 있었지만, 처음 말고는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검은 색의 불꽃이 그의 몸에 둘러져 화살을 막고 있었기에 화살은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챙!

그의 창을 막고 나타난 사람은 유은설이었다.

“괜찮아?”

내가 말했음에도 내 목소리가 아니었다.

음성 변조기의 성능에 나도 놀라웠다.

진작에 사용할걸.

“괜찮아졌어요. 이제 엄호만 해주세요. 제가 처리할게요.”

그녀의 검은 검은 색의 불꽃과 상반된 푸른 색의 마력이 둘러져있었다.

사인검이 있었더라면 여기서 끝낼 수도 있었을텐데.

유은설이 들고있는 생도용 검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마인을 잡지 못한다.

“큭… 죽어. 제발. 너만 없으면.”
“아까부터 뭐라는거야. 자꾸.”

다리의 상처를 회복한 늑대도 복귀했고, 늑대만 견제할 생각으로 활만 툭툭 쏘았다.

타이밍이 언제인지 재고있었지만, 별다른 상황이 나오지 않았다.

김종현과 계약한 악마는 소설과 달랐기에 능력도 알 수 없었다.

유은설과 김종현의 싸움에 눈을 두어 상황을 확인했다.

“귀찮은 년. 너부터 죽인다.”

김종현의 말하는 방식이 일차원적으로 줄어들었지만, 전투 방식은 예전처럼 돌아갔다.

화려한 기술로 유은설을 압도하고 있었지만, 별다른 치명상을 내지는 못했다.

─크앙!

나한테 입을 열어 물어뜯으려는 늑대를 피하고, 그녀의 전투에집중했다.

늑대는 어느새 유은설의 뒤에 가 있었고, 하나 깨달을  있었다.
그와 동시에 늑대와 김종현의 위치가 바뀌었고.

나는 옷의 능력을 사용해 유은설의 뒤로 이동했다.

앞에 슬로우모션처럼 김종현의 창은 나에게 들이밀어지고 있었다.

‘결국은 내 실수 때문이네.’

별로 억울하지도 않은 죽음이라 다행이야.

“죽어!”

─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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