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3화 〉하랑 방어전 (83/120)



〈 83화 〉하랑 방어전

더 이상 내가  일은 없었다.

활을 쏠 필요도 없었고, 그저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봤다.

단발성의 마법이 아닌 지속 해서 유성이 내려와 바닥으로 꽂혔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도 사람한테 피해를 주지 않았다.

유성은 정확히 괴수한테만 피해를 입혔다.

예전에 봤던 하얀색의 밋밋한 물체가 아닌 빨간 불꽃을 휘감고 있는 유성이었다.

높은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음에도, 유성의 속도는 화살처럼 빨랐다.

“지킬  있지?”

주위에  일이 없어진 생도들을 보고 말했다.

그들은 앞에 있는 괴수가 유성 한 방을 맞고 전멸하자 제자리에 주저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유은설을 쳐다봤다.

생도들도 유은설이 전투 도중 마법을 사용한 것을 봤기에 그녀가 하늘 위에 마법을 사용 중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유은설은 무방비하게 가만히 서 있었기에 지킬 사람이 필요했다.

주위에 루시아의 길드원도 있을 거니까 안전은 확보되었다고 봐도 무난했다.

‘다음 싸움을 준비해야지.’

괴수랑 빌런들이 들어왔지만, 아직 이 습격을 주도한 당사자가 오지 않았다.

게이트 폭주를 하기 위해 마기를 사용했을 테고, 지금쯤이면 회복해서 하랑으로 다가오고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김종현을 막을 사람들을 모집해야 했다.




**


내가 김세연에게 가장 늦게 간 이유는 간단했다.

그녀가 가장 안전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여긴가…”

반파되어있는 건물 앞에 서서 내 방을 찾았다.

‘내 방에는 무슨 일로 있었던 거지.’

김세연의 위치는 남자 기숙사.

내 방은 아직 무사하니  방 안에 김세연이 있을 것이다.

천천히 건물을 타고 올라가서 내 방문을 발로 차 부쉈다.

그리고  안에서 마주할 수 있었다.

“설…화?”
“왜 여깄어.”

건물이 부서지면서 잔해들이 내 방에 고스란히 쌓여있었다.

동일하게 그녀의 머리에도 하얀색의 가루들이 묻어있었다.

가루를 털어주며,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가자.”
“진짜야? 살아있었어?”
“응. 잡혀갔는데 방금 살아나올 수 있었어. 나 말고도 다른 애들도 있었는데, 같이 빠져나올 수 있었어.”

다른 생도들에게 미안하긴 하지만, 나도 돌아올 자리를 마련해야 했다.

그래서 계획한 것이 다른 생도들도 같이 납치하고, 지금 이 시기에 풀어주는 것이다.

아마 지금쯤이면 그들도 정신을 차리고 빠져나와있을 것이다.

“미안해… 지켜주지 못해서.”

내 얼굴을 어루만지며 얘기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내가… 조금 더 움직였어야 했는데….”

그녀가 말하는 동안 내가 내민 손은 허공을 맴돌고 있었다.

‘내려야 하나. 어떡해야하지.’

김세연은 나를 껴안고 있었고, 나도 그녀를 같이 껴안아야 하나 손이 움직였다.

창문에서는 몇 초마다 반짝이는 무언가가 내려오고 있었고, 그 빛은 방을 밝혔다.

“다행이야… 정말로.”

“근데 내 방에서 뭐 하고 있었어?”

그것보다 어떻게 들어온 거지?

아무리 경보가 울렸다고 해도 기숙사에 잠금장치는 풀리지 않을 텐데.

“응? 아…”
“그것보다 빨리 나가자.”

머뭇거리는 김세연의 손을 잡고 밖으로 끌고 나갔다.

밖에 나가자 지금까지 살아있는 생도들이 보였고, 교관들은 아직까지 빌런들을 잡고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이제 유성은 하랑 내부가 아닌 바깥에만 떨어졌다.

‘안에 있는 괴수는 다 해치웠고, 밖에만 남은 건가.’

그리고 천천히 검은 연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밖을감싸고 있었다면, 이제는 하랑 내부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앉아있는 윤예진에게 다가갔다.

“다 처리된 거야?”

김세연을 붙잡고 있는 손 말고 반대 손으로 윤예진을 잡고, 이끌었다.

“네가  여기 있어.”

김세연이 윤예진을 보고 신경질을 냈다.

“둘 다 전투 준비해.”
“응?”

김세연과 윤예진은  말에 놀란 듯 쳐다봤다.

그 둘을 잡고, 검은 연기가 다가오는 길목으로 향했다.

검은 연기는 점점 다가오며 마법진을 먹어 치우고 있었고, 유성이 낙하하는 시간은 점점 느려지고 있었다.

내가 둘을 데려온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유일하게 힘이 남은 것은 김세연뿐이었고, 윤예진은 김종현과 마지막 인사를 하라고 데려왔다.

김종현이 마인이라고 해도 결국 둘은 십 이상을 알아  사이니까.

작별 인사를 할 시간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달려가며 성해포를 김세연에게 양도했고, 내 팔에서 풀어 그녀에게 줬다.

달리는 중이라 집중이 잘  돼 시간이 걸렸지만, 도착하기 전에 김세연에게 양도할 수 있었다.

“왜…?”
“지금 마력이 없어. 설명 읽으면 알겠지만, 성해포에다 치유능력을 사용하면 되고.”

당연한 말이겠지만, 이렇게 세 명이서 김종현을 죽이지 못한다.

성해포를 사용해 전진을 막는 것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그것만으로 살상은 불가능했다.

“상대는 누군데?”
“온다.”

정확히 중간 지점에서 그와 만났다.

윤예진도. 김세연도 놀란 눈치였다.

김종현은 우리를 보자마자 마기를 쏘아 공격했고.

─팡!

김세연은 그와 동시에 성해포에 힘을 실어 마기를 막아냈다.

“그렇게만 하면 돼.”

김세연에게 충고했고.

“죽지 않았어…?”

김종현은 내가 멀쩡한 것을 보고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김종현?”

윤예진은 김종현의 얼굴을 확인하고 물었다.

“무슨 일이 있던 거야. 정말로 왜 그렇게 된 건데.”
“한설화… 죽어.”
“정말이었던 거야…?”

끊임없이 창을 내질러 마기를 쏘았지만,김세연은 오는 족족 마기를 쳐냈다.

“믿지 않았는데. 네가 누군가에게 조종을 받아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어.”

김종현은 윤예진의 말도 듣지 않고 나를 향해 창을 찔렀다.

김세연은 김종현을 죽이겠다는 마음으로 모든 마력으로 사용해 김종현을 짓눌렀고, 김종현은 순백의 마나를 감당하지 못하고 점점 뒤로 후퇴하고 있었다.

“이제 보니 아닌 것 같네. 그래도… 믿고 있었는데.”
“이건 내 의지야. 윤예진 네가 자초한 거라고!”

윤예진은 대답 대신 총을 들어 방아쇠를 당겼다.

─탕!

마력도 들어있지 않은 탄환이라 창에 막혔지만, 그것이무슨 뜻인지  수 있었다.

“윽…”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들어 유은설의 위치를 확인했다.

“견제만해.”

김세연에게 말하지만, 그녀는 듣지 못한  계속해서 김종현을 몰아붙였다.

아마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김종현은 지금 뒷걸음질 치며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까.

그녀가 오해할 만도 했다.

윤예진한테 다가가 속삭였다.

“도망가.”
“갑자기?”
“빨리.”
“이기고 있잖아. 우리가 도와주면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그녀도 많이 쉬었기에 마력이 약간이라도 남아있었다.

 말은 듣지 않고 총을 들어 김종현에게 겨눴다.

“으윽…”

김종현은 엎드린 상태로 신음을 내고 있었지만, 김세연의 공격이 먹히지 않았다.

김세연도 그 사실을 깨닫고 공격을 그만두었다.

마인은 저렇게 약하지 않다. 지금 전조로 본다면 곧 나올 때가 됐을 텐데.

“으아악!”

시작됐다.

“천천히 앞을 보면서 도망치자. 버티기만 하면 돼.”

살살 뒷걸음을 쳤고, 김종현은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이제는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

전에 봤던 늑대가 그의 옆에 나타났고, 등에는 한 쌍의 날개가 만개했다.

그의 몸을 검은 불꽃이 휘감았고, 등 뒤에는 알 수 없는 마법진이 그려졌다.

머리는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찢겨있었고, 창을 들어 우리에게 쇄도했다.

김세연이 능력을 사용해 맞서보지만, 전처럼 큰 효과는 없었다.

잠시 주춤할 뿐이었고, 다시 늑대를 타고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달려!”

이제는 막을 수 없었다.

김종현은 주위 지형지물들을  부수면서 달려왔다.

“저거 막을 수는 있어?”

윤예진이 내게 소리쳤다.

방금과는 완전히 다른 목소리였고, 김종현을 상대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 반파되어있는 건물이라고 하지만, 그의 창이 번 휩쓸자 건물이 눈 녹듯 부서졌다.
그리고 우리가 달리고 있는 방향에서 누가 뛰어오는 것을 볼  있었다.

“설화!?”

그녀는 내 얼굴을 보고 놀라며 소리쳤고.

윤예진과 김세연은 다가오는 유은설을 보고 손짓을 하며 도망가라고 수신호를 보냈다.

그들의 바람과는 달리 유은설은 칼을 들어 김종현을 쳐다봤다.

이제는 김종현이라 부르기에도 뭐한 무언가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는 도망  가.”
“너 마력도 없잖아!”

윤예진이 외쳤지만, 유은설은 도망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유은설과 만나는 지점에서 도망가는 것을멈추고 김종현을 응시했다.

“이 뒤로 가면 애들이 많아.”
“그러면 같이 싸우면 되지.”
“혼자서도 가능해.”
“또 고집부리지 말고. 빨리 도망가서 교관들도 불러모으면 처리할 수 있잖아.”

속사포로 말을 뱉어가면서 윤예진과 유은설은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타닥 타닥

늑대를 타고 다가오는 김종현은 유은설에게 창을 찔렀고, 유은설의 검에는 짙은 푸른색의 마력이둘러지며 창을 막았다.

─깡!

“죽인다…”

여기까지 온 이상 내가  일은 다 했다고  수 있었다.

이제는 지켜보기만 하면 됐다.

유은설이 검을 사선으로 베었고, 김종현의 몸을 뒤덮고 있는 불꽃은 잠시 꺼졌고, 살이 베였다.

급하게 마기를 둘러 몸을 보호했고, 유은설은 검은 마기를베지 못하자 잠시 당황한 모습이 보였다.

“후우…”

날숨을   쉬자 검에 한자와 별자리들이 빛났다.

손잡이 윗부분에 박혀있는 해와 달의 조각들도 밝게 빛났고, 검신에 손잡이 부분부터 천천히 빛이 나기 시작했다.

사악한 기운을 끊고 재앙을 막는 도구.

사인참사검.

“이제는…”

그녀는 내려오는 창을 가볍게 피하고, 칼을 머리 위로 올려 세로로 크게 배었다.

갈라지지 않을  같던 마기가 갈라지고. 그의 몸을 두르고 있던 불꽃은 전부 꺼졌다.

─빠직!

그녀의 검로는 아름다웠고, 올곧았다. 그녀의 검이  땅바닥에 닿자 김종현의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

“후회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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