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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2화 〉2부 (92/120)



〈 92화 〉2부

외국에 가기 위한 시험은 예상보다 일찍 시작되었다.

수업이 시작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외국에서 교관이 파견 나왔다.

하랑에서는 대대적으로 시험에 응시할 사람들을 모집했고, 다들 예진이와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응시했다.

물론, 유은설과 나도 시험에 참석했다.

시험을 보지 않고 합격한다면, 합격한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참석하라고 교관이 말했다.

물론, 시험에 떨어져도 외국으로 나가는 것은 확정이라고 얘기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특히, 유은설은 더 그렇고, 나도 떨어질 생각은 없었다.

교관의 지시에 생도들은 각자 자리를 잡았고, 주위를 둘러보며 예진이를 찾았다.

예진이와 눈이 마주치자 서로 눈웃음을 지었다.

“첫 번째 시험이다. 마력으로 이 모형을 똑같이 만들면 통과다!”

내가 아는 사람이 올까 싶었지만,  사람은 아예 모르는 사람이었다.

물론, 미리 통지를 받았는지 나와 유은설에게 한 번씩 눈길을 향했다.

그녀가 가리킨 모습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저번에 예진이가 준 꽃보다 훨씬 쉬운 모형이었다.

새장처럼 생겼지만, 중간중간 이상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다.

그런 문양까지 체크해 금방 구현해내고, 교관을 부르자 고개를 끄덕였다.

집중을 풀자 하늘로 흩어졌고,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씩 성공하기 시작했다.

예진이를 찾아 머리를 돌리다가 다시 눈이 마주쳤다.

나보다 빠르게 끝낸 건지, 그녀의 눈은 나를 향해 있었다.

탈락한 사람이 있다면 자리가 비었을 텐데, 빈자리는 보이지 않았다.

한 명도 탈락하지 않은 것은 의외였는지, 교관의 두 눈동자가 약간 흔들렸다.

“…  번째 시험이다. 내가 마력으로 그리는 것을 똑같이 그리는 사람은 통과다.”

교관은 그렇게 말하고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생도들은 그 마법진을 보고 유은설을 찾았다.

유은설이 시전한 마법진과 비슷한모양이었으니까. 당연했다. 그녀는 수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고 귀가 빨개졌다.

그렇지만,  번 본 것과 실제로 해보는 것은 천지 차이였다.

교관은 마법을 시전하기 어렵게 꼬았고, 똑같이 따라 하다가 실패한 생도는 탈락해 밖으로 나갔다.

나와 유은설은 손쉽게 통과했고, 나는 예진이를 쳐다봤다.

예진이의 마력은 천천히 움직였지만, 그려지는 것은 누구보다 정확했다.

‘잘한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자신감이 붙었는지 속도를 높여 마법을 완성해나갔다.

결국, 실패 없이 성공했고, 그녀는 짧게 주먹을 쥐었다.

당장이라도 가서 축하해주고 싶을만큼 귀여웠고.

‘예쁘다.’

1차 시험은 전부 성공했지만, 이번 시험에는 집중력이 흔들려 탈락한 사람이많았다.

하지만, 아직 많은 사람이 시험장에 남아있었다. 교관은 소수만 끌고 가야 되는지 남은 인원수를 보고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긴장감 속에서 교관이 말을 꺼냈다.

“……  번째 시험이다.”

교관은 아무 말 없이 똑같이 마법을 시전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빈 곳에 마법진이 들어간다는 점이었다.

‘이건 좀 힘들 것 같은데.’

나랑 유은설은 해본 적이 있었지만, 다른 생도들은당연히 처음 해보는 것이었다.

처음이라면 당연히 실수할 수밖에없는 구조기도 했고.

걱정되는 눈빛으로 예진이를 쳐다봤지만, 그녀는 걱정 말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교관의 눈은 바쁘게 움직였고, 성공이 아니라, 진행 과정을 보는 것 같았다.

유은설과 나는 이미 예외인  우리 둘에게는 눈길을 하나 주지 않았다.

예전에 했던 것처럼 천천히 정신을 집중해 마법진을 만들어냈고, 주위를 살피자 몇몇은 이미 실패했는지 앞에 마법진이 안보였다.

유은설은 나보다 빨리 완성했는지 숨을 내뱉으며 쉬고 있었다.

예진이는 이번에도 신중하게 하려는지 남들보다 더 느리게 그려지고 있었다.

‘할  있어.’

속으로 응원을 보냈지만, 결국 예진이의 마법진은 피익소리를 내며 흩어졌다.

“아…”

나도 모르게 아쉬움을 드러냈고, 예진이가 끝나자 교관은 몇몇 생도에게 다가가서 탈락했다고 알려줬다.

예진이도 잔뜩 긴장하며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녀에게 교관은 다가가지 않았다.

결국, 외국으로 갈 사람들이 전부 정해졌고, 예진이에게 달려갔다.

“수고했어!”
“마지막은 정말 심장 쫄렸다니까.”

그녀도 많이 힘들었는지 내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머리를 쓰다듬고 싶었지만, 별로 좋은 행동은 아닌 것처럼 보여 올라가던 손을 슬그머니 다시 내렸다.

“오늘은 뭐해?”
“응? 오늘 약속 있는데.”
“누구랑?”
“유은설.”

유은설이랑은 이야기를 나눌 것이 많았다.

특히, 마법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야했고.

그녀는 외국에서 있었던 일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 보였다.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며 이번에는  이야기하자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저번에는 예진이가 나가지 말라고 해서  나갔지만, 어쨌든 한 번은 나가야 했다.

“…나가지 말까?”

예진이의 표정이 찡그려지는 것이 보여서 말했다.

“아니야. 대신 오늘은 끝나고, 내 방으로 와.”

그러고 나서 머리를 들어, 내 귀에 속삭였다.

“몰래 올 수 있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왜 몰래 오라고 한 거지?’

의문이 생겼지만, 지금 말고 나중에 물어보기로 마음먹었다.




**


“왔어?”

유은설은 미리 앉아 음료를 시켜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그녀는 본론을 꺼냈다.

“나 어떡하지?”
“뭐가?”
“마법… 썼잖아.”

아…

생각해보니 마법을 사용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음에도, 대규모로 마법을 사용해버렸다.

아마 생도들은 전부 봤을 것이고, 교관들도 다들 알고 있었다.

마법의 존재가 아직까지 안 퍼진 것에 대해서 신기하긴 했다.

‘소피아가 막은 건가?’

저번에 봤을 때는 학교 일 때문에 바빠 보였는데, 이제는 일이  풀렸으니 가능성이없지 않았다.

“상관없지 않을까? 비밀이 목숨보다 중요한 건 아니잖아.”
“그렇겠지?”
“외국에서는 못 봤어?”
“누구?”

아…

유은설은 소피아에 대해서 아직 모르겠구나.

애초에 그녀를 보기는 했으려나.

“아니야. 그것보다 외국은 어땠어?”

그녀는 단번에 책상을 치고 일어나 나에게 얼굴을 내밀었다.

깜짝 놀라 뒤로 얼굴을  뺐다.

“대단했어!”

악심은 없어 보였고, 정말 흥분해서 말한  같았다.

“그래?”

흥분했던 감정을 가라앉히고, 자리에 다시 앉아 이야기했다.

그녀는 외국의 던전도 들어가 봤다고 말했다. 그리고 생도들과 대련도 했는데, 센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너보다 세?”

아마 그럴 정도의 사람은 없을 텐데.

“한 명 있더라고.”
“한 명?”
“그 성검을 가진 애랑 붙어봤는데 졌어. 아! 물론 마법 썼으면 이겼겠지.”
“아…”

카야.

이런 이름이었다.

엑스칼리버를 뽑은 사람이었다.

생각해보니 그 학교에 가서도 사건이 많은데…

벌써 머리가 아파왔다.

유은설과 관련된 사건은 거의 정리되었다고 하지만,조연들을 위한사건은 아직 많이 남아있었으니까.

이번 마법 학교에서도 사건들이 충분히 많이 일어날 것이고.

“대단하더라고!”

성검은 초창기부터 거의 완성형이니까.

아마 성능만 따지자면 유은설의 검보다 좋을 것이다.

유은설은 그렇게 앉아서 몇 시간 동안 이야기를 줄줄 풀어나갔다.

가끔 아는 이름이 들리면 ‘음… 누구구나’ 하면서 들었다.

등장인물들의 성장 속도도 알  있었고. 유은설이 지루하지 않게 말한 덕분에 재미있게 들었다.

“대부분은 다시 만나지 않을까?”
“그렇겠지. 네가 말할 정도라면 재능 없는 애는 아닐 테니까.”
“이번에는 마법까지 쓰면서 다시 붙어봐야겠다.”

어느새 처음의 고민은 날려버린 것인지 대련 때문에 잔뜩 흥분한  같다.

“나중에 내가 소개해줄게.”
“응.”

유은설과 카페를 나오면서 서로 헤어졌다.

헤어짐과 동시에 여자 기숙사로 다시 발을 돌렸다.

예진이가 왜 몰래 들어오라는 것인지 몰라도, 인벤토리에서 옷을 입어 그녀의 방으로 순간이동했다.

‘어두운데?’

불이 하나도 안 켜져있었지만, 주위 물건들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머리를 돌려 주위를 살펴봐도 사람의 형체는 보이지 않았다.

“너무 빨리 왔나?”

말을 하자 누가 나를 뒤에서 끌어당겼다.

“어?”

그리고 단숨에 누군지 알아볼 수 있었다.

“놀랐어?”

윤예진이 나를 덮치는 형태가 되었고.

그녀의 머리카락이 내가 누운 침대와 만났고, 입술은  입술과 맞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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