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화 〉2부. 마법학교
“예진아?”
그녀가 내 입에서 입술을 떼고 난 뒤 말을 꺼낼 수 있었다.
“싫어?”
“아니… 그건 아닌데.”
“근데 왜?”
“놀라서…”
어둠 속에서 튀어나와 내 입술을덮쳐 깜짝 놀랐다.
하지만그녀는 어둠 속에서 싱긋 웃고 있었다.
“원한다며.”
예진이는 그렇게 말하고, 나와 맞닿았던 입술을 한 번 혀로 훑었다.
‘또…’
“사랑해.”
지체없이 입으로 튀어나왔다.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감정을 그대로 입 밖으로 내뱉었다.
“나도.”
그녀의 말은 내 안에 있는 무언가를 채워주는 느낌을 주었다.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그 좋다는 감정은 바로 앞의 예진이에게 향했다.
다시 입술을 맞추었고, 그녀가 천천히 내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차갑고 부드러운 손이었지만, 나에게는 어느 것보다 따뜻했다.
“우리 곧 나가잖아.”
예진이의 말대로 곧 한국이 아니라 외국으로 나가게 될것이다.
“그 전에 같이 있을 시간이 적을 것 같아서.”
“응…”
내 옷 안에 들어 있는 손은 천천히 옷을 끌어 올려 벗겼고, 나도 그녀의 옷을 벗겼다.
우리는 그 어느때보다 오래 입을 맞추고 있었고, 곧 그녀의 혀가 입으로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에 느꼈던 것과는 달리 불쾌하다는 기분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더 적극적이었다.
그녀의 혀를 휘감으며 오랫동안 사랑을 확인했다.
물론, 우리의 손은 분주하게 서로의 옷을 벗겼다.
숨은 막혔지만, 오히려 코로 뜨거운 숨을 교환했고, 입을 떼자 서로의 눈을 마주 볼 수 있었다.
“푸하…”
“사랑해.”
“나도… 사랑해.”
사랑.
덧없는 감정이라고 생각할 때의 내가 미웠다.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변하게 이렇게 될 것이었는데.
사실은 예진이었기에 다행이었다.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
그런 면에서 나는 축복받은 사람이었다.
내가 몸을 돌려 위에서 덮치고 있는 예진이를 침대에 눕혔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그녀의 초점이 흔들렸지만, 금방 상황을 파악하고 나를 쳐다봤다.
“해도… 돼?”
이미 우리의 모습은 어느새 옷 하나 입지 않은 날것의 모습이었다.
서로 가쁜 숨을 내뱉으며 쳐다보고 있었고, 예진이는 내 질문이 싫었는지 미간이 찌푸려지는 것이 보였다.
약간의 움직임이었지만, 내 눈에는 정확히 보였다.
‘내가 잘못했나?’
생각해보니 저런말을 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들었던 것 같다.
예진이가 싫어하면 어떡하지?
“설화야…”
“으… 응?”
불안했다.
내가 이 상황을 망친 것이 아닐까.
심장이 그 어느 때보다 두근거렸다.
“너 지금 진짜 야해 보여.”
“시… 싫어?”
“아니.”
예진이는 그렇게 말하고, 다리로 내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러고 나서 힘을 불어넣으며 내 허리를 그녀의 사타구니 쪽으로 밀었다.
“윽-”
“괜찮아?”
그녀는 신음이 아닌 아픔을 호소했고, 나는 걱정돼서 그녀를 쳐다봤다.
그리고 밑에를 쳐다보자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 피.”
다급하게 허리를 빼려고 해도 그녀가 내 허리를 붙잡고 있어 움직이지 못했다.
“처음인데… 싫어?”
“아니… 그게 아니라… 아프지 않아?”
“아파.”
“그러면…”
“근데 좋아.빨리 들어와 줘.”
예진이는 그렇게 말하고, 허리를 빼려던 나를 다시 잡아당겼다.
“읏…”
그녀의 뜻을 알고, 나는 허리를 천천히 움직였다.
“흐읏… 설화야 너도 좋아? 하아…”
“응…”
그녀가 아파하지 않게 천천히 허리를 흔들고 있었지만, 밑에서 흘러내려 오는 피 때문에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
‘아픈 것 아닌가? 해도 되는 건가?’
온갖 물음들이 내 머릿속을 헤집고 있었고, 밑에서 신음을 내뱉고 있는 예진이와 내 걱정은 상반된 모습이었다.
이미 그녀의 볼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눈은 아픔을 호소하는 눈빛이 아니라 반달처럼 휘어져서쾌락을 탐하고 있었다.
─쪽
내가 생각하는 사이 그녀가 내 볼에 뽀뽀를 해왔고.
“무슨 생각해.”
“아… 아니야.”
“다른 여자 생각해?”
“아니?!”
그녀의 말에 놀라서 언성이 높아졌다.
그녀는 내가 생각하느라 힘이 빠진 틈을 이용해 몸을 뒤집어 내 위에 올라탔다.
침대 시트는 빨갛게 물들어있었지만, 예진이는 그 혈흔을 아예 신경 쓰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그녀에게온 신경을 집중했다.
“흣… 하앗… 좋아.”
“사랑… 사랑한다고 말해줘.”
애정을 갈구했고.
“사랑해. 흐읏… 설화야, 좋아해.”
그녀는 나에게 사랑을 답해줬다.
“하아… 예진아 나도 사랑해.”
“흐응…! 읏… 읏! 갓… 가앗..!”
예진이는 그렇게 말하고, 내 위에 철퍼덕 쓰러졌고. 그 상태에서 나는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따뜻했다.
섹스란 것이 전혀 불쾌하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섹스는 전혀 기억에 남지도 않았고, 사랑이 없는 섹스는 불쾌하게만 여겨졌다.
예진이는 쓰러진 상태에서 몇 번 허리를 더 흔들었다.
“하아… 나도 쌀 것 같아.”
“싸.”
예진이가 그렇게 말하자, 내 것에서 정액이 쏟아져 그녀의 안에 뿜어냈다.
“어?”
일단 분위기를 타서 되었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콘돔은…?”
“피임약 먹었어. 뭐가 걱정이야.”
“다행이다…”
“그런 게 걱정이었어?”
“응…”
“아까까지는 신나게 허리 흔들더니.”
“읏…”
그녀는 피식 웃으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느새 굴러 내 옆에 편안히 자리 잡고있는 그녀를 바라만 봐도 좋았다.
“사랑해. 정말로. 놓지 않을게.”
“나야말로, 설화야, 넌 내 거야.”
“맞아… 난 네 거야. 그러니까…”
“그러니까?”
“버리지 말아줘…”
무서웠다.
예진이가 갑자기 문을 박차고 나가는 환각이 내 눈을 어지럽혔다.
그렇지만, 내 손에 맞닿은 촉감은 내 정신을 붙잡고 있었다.
그녀를 더욱 꽉 껴안았다.
놓치기 싫었다.
그녀가처음이었고, 잃기 싫었다.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단지, 이제는 목숨을 잃기가 두려워졌다.
전처럼 누구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을 할 수가 있을까.
‘할 수 없겠지…?’
예진이가 눈앞에 있음에도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너무 끔찍했다.
예진이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걸 수 있어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라면…
그거는 잘 모르겠다.
“무슨 생각해?”
“응? 아무것도 아니야.”
“설화야, 너는 다른생각할 때 다 티가 나.”
“그래?”
“응. 눈이 왼쪽 위로 올라가거든.”
이것은 처음 안 소리였다.
나 자신을 바라본 적이 없으니 당연한 걸까.
“한 번 더 할까?”
예진이는 방금 한 것이 아쉬운지 나에게 물었다.
“네가 좋다면, 나는 언제나 상관없어.”
그녀는 다시 한번 내 위에 올라탔다.
전처럼 콘돔은 없이.
불안했지만, 그녀를 믿고 있었기에 별로 상관없었다.
“흐읏… 하아…”
그녀는 전보다 더 능숙하게 허리를 흔들고있었다.
“좋아?”
“응… 좋아. 설화야 정말 좋아.”
좋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내 안의 무언가가 가득 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것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도 있는지 몰라도,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사랑한다고 말해줘.”
그 어느 때보다 세게.
나를 놓치지 않을 정도로.
내가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하앗… 사랑해.”
그녀의 말 한 번에 정신적 쾌감에 미칠 것 같았다.
머릿속에 전기가 찌릿찌릿 흐르는 느낌이 들었고, 정신은 어디론가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
환각이고, 환청이고 무엇도 나를 방해하지 않았다.
“사랑해.”
“나도…”
“헥… 설화야 갈 것 같아?”
“흐으… 응…”
“같이…같이 가자. 흐읏…!”
그녀는 다시 한번 내 몸에 물을 내뿜으며 쓰러졌고, 나도 그녀의 안에 정액을 내뿜었다.
그런 하나하나 너무 좋았다.
내 위에 쓰러진 예진이를 옆에 눕혀놓고, 천천히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미 자고 있었기에 그녀의 눈이 떠지는 않았다.
“사랑해.”
그녀가 깨어 있을 때, 말하지 못했던 것을 전부 토해냈다.
그녀를 꽉 안은 상태로 놓지 않았고.
나는 기계적으로 똑같은 말을 말했다.
“사랑해.”
**
예진이와 늘 똑같은 하루를 보냈다.
외국으로 나갈 때까지 나는 밤마다 그녀의 방으로 몰래 들어갔고, 늘 정을 나누었다.
예진이가 섹스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섹스는 애정의 확인이었다.
오히려 그녀가 갑자기 섹스를 거부한다면, 불안해 미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녀는 첫날에 갑자기 잠든 것에 대해 부끄러워했지만, 그런 점마저 귀여웠다.
“또 무슨 생각해.”
예진이는 내 앞으로 다가왔다.
─쪽
그리고 볼에 키스를 한 번 했다.
나도 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그녀의 볼에 키스를 한 번 했다.
출국 전이라 교관들은 이미 주위에 없었고, 생도들의 눈에 띄지 않은 자리였기에마음대로 스킨쉽을 할 수 있었다.
“사랑해.”
지금 이 삶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