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5화 〉2부. 마법학교
교관은 인적 드문 곳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공항에서의 습격 때문인지 교관의 관심은 주위에 의심스러운 것을 찾는데 바빴다.
생도들은 의아해하고 있었지만, 누구도 어디로 가냐고 묻지 않았다.
애초에 하랑도 인적이 적은 곳에 세워졌기에, 지금 가는 곳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어차피 조금 오래 걷는다고 해서 힘든 것도 아니라 묵묵히 교관의 뒤를 밟았다.
하지만, 점점 가면 갈수록 의심은 더해져 갔다.
하랑도 번화가에서 멀리 있을 뿐, 아예 산속에 지어지지는 않았다.
그에 비해 우리는 지금 산을 타고 있으니 의문이 들 만도 했다.
“설화야, 우리 어디로 가는지 알아?”
“음… 나도 모르지.”
예진이도 불안한지 나한테 물어왔다.
실제로 인공적인 건물은 하나도 보이고 있지 않으니까.
‘거의 도착한 것 같은데.’
나무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는 곳에서 마력을 길게 뽑아 앞으로 내보냈다.
그렇게 실처럼 가늘게 나아가던 마력은 어느 순간 무언가와 부딪혔고, 내 눈에는 정확하게 보였다.
건물들이 넓게 무리 지어 건설되어있는 모습이.
‘대단하네.’
이렇게 넓게 투명한 막을 칠 줄이야.
예전 시험장처럼 특별한 장치가 막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글로만 봤지, 실제로 보니 감상이 달랐다.
교관은 내가 알아차린 것을 알고 있음에도 묵묵히 앞으로 향했다.
금방 앞에 도달했고, 교관은 마력을 내뿜더니 곧 막이 천천히 열렸다.
같이 온 생도들은 건물들이 갑자기 나타난 것을 보고 놀라서 입을 벌렸다.
다른 나라에서 온 생도들도 보였다.
흙바닥이 아닌 보도블록으로 들어서자 아래에 깔린 마법이 보였다.
‘아마… 통역 역할인가.’
유은설의 마법처럼 큰 마법진이 아래에 새겨져 있었고, 통역 관련된 마법진으로 알고 있었다.
이 건물 내부에서 모든 생도끼리 말이 통했으니까.
“유은설 생도와 한설화 생도는 따로 교관실로 오도록.”
유은설은 그 말에 나를 쳐다봤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게도 우리 둘 다 어림짐작하던 것이 있었으니까.
“둘이 뭐야.”
“응?”
“방금 둘이 눈 마주쳤잖아. 지금 부르는 것도 그렇고.”
예진이는 유은설과 잠시 눈을 마주친 것을봤는지 나를 죽일 듯이 째려봤다.
나는 오해를 풀 겸 그녀의 귀로 입을 갖다 대 말했다.
“프로젝트.”
“으음… 알겠어. 둘이 뭐 없지?”
대답 대신 그녀의 말에 밝게 웃었다.
그녀는 내 웃음에 신뢰를 가진것인지 금방 등을 탁탁 치며 말했다.
“갔다 와.”
**
배정된 방에 들어가 짐을 내려놓고, 1층으로 내려가자 유은설이 보였다.
“왔어?”
그녀는 가볍게 인사를 건네며 나와 발을 맞춰 밖으로 걸었다.
미리 받은 지도를통해 교관실을 찾아갔다.
“설화야, 요즘 행복해?”
“응?”
유은설은 가는 도중 갑자기 나한테 물어왔다.
“행복하냐고?”
“응. 그냥… 궁금해서.”
“행복하지. 내가 조금 달라졌나?”
“응. 표정이 많이 좋아졌어.”
그런 말을 들을 만큼 표정이 달라진 걸까.
나는 평소랑 똑같이 다녔는데.
“그래. 뭐 행복하면 된 거지.”
그녀의 말에 의문감을 가질 새도 없이 유은설이 문을 열었다.
“들어오세요.”
소피아는 의자에 앉아 우리를 반겼다.
주위를 둘러보니 꽤 넓은 방이었고, 명패도 있는 것을 보니 직위가 높은 걸 알 수 있었다.
“거기 앉으세요.”
소피아는 마법을 과시하듯 마법을 사용했다. 가만히 있던 의자 두 개 가 둥둥 떠 그녀의 앞에 안착했다.
“와… 신기하다. 그치?”
유은설은 옆에서 신기해하며 얘기했고, 나는 묵묵히 자리에 앉았다.
“상상도 못 할 일을 벌이셨더라고요.”
“하하…”
유은설은 멋쩍게 웃었고, 나는 소피아의 표정을 빤히 쳐다봤다.
‘질책하려는 건 아닌 것 같네.’
“이 학교를 지키는 마법 하나 구성하는데 수개월이 걸렸는데, 그쪽은 몇 분 만에 하나를 완성하셨네요.”
“저도…”
유은설의 입을 막았다.
굳이 정보를 흘려서 좋은 것이 없었다.
그녀를 완전하게 믿을 수 있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대답은 뻔했다.
소설 속에서 끝까지 우리 편이었다고 해서 지금도 우리 편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실제로 그 예를 한 명 보기도 했고…
“뭐… 그래도 대충 상황 설명은 들을 수 있겠죠?”
유은설은 방금과 달리 섣불리 대답하지 않고 나를 쳐다봤다.
이 정도는 어차피 그녀도 알고 있을 것이다.
마법에 대해서 퍼져나가지 못하게 한 사람이 소피아라면 상황을 들었을 테니까.
유은설은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나갔고, 소피아는 그녀의 말 중간에 궁금한 점을 물었다.
“검은색의 무언가를 두른 괴수 말인가요?”
“네.”
소피아는 다 듣고 나서 분위기를 잡더니 얘기했다.
유은설은 긴장했는지 침을 꿀꺽 삼켰고.
“흐음, 네, 뭐 어차피 마법을 쓴 것으로 문책할 생각은 없었어요.”
유은설은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러면, 나가 보세요. 아… 그 남성분은 남으셔야죠.”
유은설은 걱정된다는 듯 나를쳐다봤지만, 먼저 나가라고 손짓했다.
유은설이 문을 닫고 나가자 주위 방에 마력을 둘렀다.
단숨에 대기가 바뀐 것을 인지하고 신경 쓰였지만, 금방 긴장을 풀었다.
‘소리가 나가지 않게 하기 위함인가.’
“신기하지 않아요? 습격이 올 것을 대비하고 마법을 배운 것처럼.”
“그러게요.”
그녀의 말은 유은설과 얘기할 때보다 약간 날카로워져 있었다.
내 착각인지, 실제인지 잘 분간이 되지 않았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그랬다.
“당신은 참 신기한 구석이 많아요.”
“그런가요?”
“엘프도 그렇고, 제가 모르는 것을 속속 알아 오잖아요. 생각해보면, 제가 샘물을 마신 건지 그쪽이 마신 건지 의문이 가네요.”
그녀의 눈은 나를 꿰뚫을 듯 쳐다봤다.
무언가 정보라도 얻고 싶다는 듯.
“아까 그녀가 말한 검은 색의 무언가가 뭔지 알고 있어요?”
“아니요.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첫 번째 거짓말이었다.
“그런가요? 저는 그것이 마기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요.”
놀랐지만,겉으로 티는 내지 않았다.
실제로 내가 모르는 곳에서 다른 마인이나 마수를 발견할 수도 있었으니까.
‘IV만 해도 그랬고.’
“보통 사람들은 ‘마기’라는 것에 놀라는데, 그쪽은 하나도 안 놀라시네요.”
“……”
“혹시 알고 있는 정보를 알려주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소피아는 이미 내가 정보를 알고 있다는 가정하에 묻고 있었다.
“하아…”
‘진짜 거짓말은 못 하는 팔자인가 보네.’
거짓말을 해도 이렇게 금방 들통나네.
평소에 사람이랑 말을 많이 해봤어야지.
“제가 왜요?”
“인류의 위협이 되는 존재니까요.”
여기까지 알고 있으면 그녀도 대충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 소피아를 믿을 수 있을까요.”
내 질문에 소피아는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더니, 책상을 몇 번 두들기더니 말을 이어갔다.
“…그렇겠네요. 이만 나가보세요.”
소피아를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당장, 이 정보가 퍼져나가서 이득을 볼 사람은 빌런 집단밖에 없었다.
타인의 힘을 빌릴 수 있는 방법.
빌런들이 이 정보를 안다면, 안 좋은 상황이 더 빨리 찾아올 것이다.
소피아를 믿더라도, 그녀가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정보가 질질 새 나갈 수도 있었다.
소피아도 이 사실을 깨달았는지 더 이상 정보를 묻지 않고 나를 내보냈다.
유은설은 문 밖에서 기다렸는지 문을 열자마자 그녀의 얼굴이 보였다.
“무슨 이야기 했어?”
“응? 그냥 너랑 비슷한 이야기.”
“그래? 나를 못 믿어서 그런가.”
유은설은 의아해하며 말했지만, 소피아와의 이야기를 더 깊게 묻지 않았다.
소피아가 알고 있는 것은 아마도…
‘사라하?’
생각해보면 소피아가 정보를 알아낼 사람은 그녀밖에 없었다.
애초에 마왕은 다른 세계에도 해를 끼치고 있을 테고, 우리 세계가 가장 침입이 늦을 것이다.
아마 사라하가 넘어온 시점에는 마인이 나타나 몇몇 마을을 부수고 있을 시점인가.
그녀가 알고 있다면 마왕이 활약했다는 소리니까.
“설화야!”
사라하에 대한 생각을 하며 기숙사에 도착하자 예진이가 내 이름을 부르며 달려왔다.
달려오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내 어깨를 잡자 그제야 멈추며 말을 걸었다.
“우리 좀 걸을까?”
“그래.”
예진이가 갑자기 왜 그러는 건지몰라도,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걷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