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0화 〉2부. 마법학교 (100/120)



〈 100화 〉2부. 마법학교

“그… 하늘아.”
“너도?”

유은설은 이하늘과 공원을 걸으며 이야기했다.

유은설은 얘기를 꺼내려고 했지만, 이하늘은 금방 알아들었다.

“요즘… 설화가 이상해.”

유은설은 한설화가 왜 변했는지 조사하려다 중단했다.

이유는 갑작스러운 한설화의 변화 때문이었다.

마지막에 봤던 한설화는 무언가 불안정해 보였다면, 지금은 완전히 안정되었다.

말이 좋은 뜻은 아니었다. 그날 이후로 한설화는 사람들을 피해 다녔다. 하지만, 웃음은 되찾았다.

윤예진의 곁에 있을 때만 한정해서. 평소에는 자신에게 말을 걸어주는 사람에게 웃음을 지어줬다면, 이제는 경멸하는 표정이 한껏 담겨있었다.

그런 점은 한설화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앞에 있는 이하늘도 고개를 끄덕이며 유은설의 말에 동의했다.

둘의 말이 이어지지 않는 것은 마땅한 해결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정적을 뚫고 말을 꺼낸 것은 이하늘이었다.

“혹시… 머리에 이상한 짓을…”

자신이 말하고도아니라고생각했는지 중간에 말을 끊었다.

하지만, 유은설의 그 말을 듣고 무언가가 떠올랐다.

‘정신조작?’

말도  되는 소리지만, 그것 하나만으로 모든 일이 말이 되었다.

갑자기 둘의 사이가 좋아진 일도.
지금 한설화의 상태도.

‘에이 설마.’

유은설은 이하늘의 말을 가볍게 넘겼지만, 한 편으로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들었다.



**



유은설은 자신과 한설화를   알고 있는 사람을 찾아갔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 중에 도와줄 사람은 이 사람밖에 없었다.

이상한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 생각을 해결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있었다.

─똑똑

유은설은 방문에 노크했지만, 사람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다시 한번 방문을 두드리자 그제야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
“혹시 잠시 이야기 가능할까?”
“기다려.”

조금 기다리자 방문이 열렸다. 이곳에 와서 오랫동안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번씩 얼굴은 본 사이였다.

“왜 왔어?”
“혹시… 요즘 설화가이상해진 건 알고 있어?”
“너…”

한설화란 이름이 나오자 한순간에 분위기가 변했다.
김세연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새빨개졌다.

“그래서.”
“응?”
“그래서 어쩌자는 건데.”

유은설은 김세연이 이렇게 나올  몰랐다.

자신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그 누구보다 화를  줄 알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온화했다.
아니. 온화하다기보다는 해탈한 표정이었다.

유은설이 김세연에게 온 이유는 한 가지였다.
그녀의 치유 능력을 빌리기 위해서. 자신이 의심하는 바를 풀기 위해서 그녀의 치유 능력이 필요하니까.

그런 류의 능력은 가벼운 치유로 풀 수 있다고 들었다. 그렇기에 김세연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온 것이었다.

“혹시… 관심 없어?”
“관심?”

김세연은 갑자기 언성을 높이더니 실실 웃었다. 실실 웃는 것을 멈추더니 크게 웃어대기 시작했다.

유은설은 그녀가 미친년처럼 웃는 것을 말리지 못하고, 멍하니 그녀를 쳐다봤다.

“내가 관심이 없는 줄 알아? 다 조사했어. 그러면 뭐 해. 설화가 믿지를 않아.”
“뭐?”

유은설의 앞에 종이 뭉텅이가 던져졌다.
대부분이 대화 내용이었고, 몇 개는 사진이 포함되어있었다. 자신이 보기에도 무엇인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조사한 양을 보니 예전부터 조사한 것이 티가 났다. 그녀가 한설화에게 얼마나 진심인지  수 있었다.

유은설은 자신이 얼마나 무지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의 곁에  오래 붙어있었음에도 지금 이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 한심했다.

‘김세연은 이렇게까지 열심히 조사했는데.’

“어제 내가 이걸 가지고 갔어. 근데, 설화가 뭐라 한 줄 알아?”
“……”
“‘아씨… 짜증 나는 년이’ 그러고 나서 종이를 그냥 던져버리고 가더라고.”

너무 늦었다. 한설화는 이미 정상이 아니었다. 유은설이 알고 있는 한설화는 김세연에게 그렇게 말할 사람이 아니다.

유은설은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자신이 예상하는 바를 꺼냈다.

“혹시 치유는 써봤어?”
“치유?”

김세연은 처음 듣는 소리인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은설은 그녀에게 자신이 생각한 바를 얘기했다.

“그런… 아니. 말도 안 돼.”

김세연은 유은설의 이야기를 듣고 부정했다. 제대로 생각한다면 금방 생각할  있었을 것 같았지만, 너무 허황된 이야기라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신 관련 각성자는 국가에서 관리했기에 평범한 상황에서 생각하지 못하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그 상대가 윤예진이라면? 윤예진은 그녀들과 다르게 높은 지위를 갖고 있었다.

“맞아.”

그런 거라면 지금까지 한설화가 걸어왔던 행보를 납득할 수 있었다.

“그래. 그렇구나.”
“그래서 도와줄  있어?”

유은설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김세연은 유은설의 손을 붙잡았다. 그녀에게 남은 방법이라곤 치유밖에 없었으니까.


**




“예진아.”
“응?”
“어디 가지 말고 내 옆에 있어 줘.”
“응. 내가 어디 가는  봤어?”
“그렇지만…”

최근에도 내 옆을 떠나려고 했었고. 이제는 너무 불안했다.

다른 사람들은 이제 사람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검은색의 괴물.

딱 그렇게 보였다. 처음 봤을 때는 당장 활을 꺼내서 머리를 겨눴었다. 주위에 예진이가 없었다면 시위를 놓았을 것이다.

예진이는 나한테 입을 맞춰왔다. 떠나지 않겠다는 징표를  입에 새겼다.

그런 키스를 한 번 받고 잠깐이나마 마음이 편해졌다.

“이제 괜찮아?”
“조금만 더…”
“안돼. 밖이잖아.”
“아…”

밖이라는 것이 아쉬웠다. 방이였다면 조금 했을텐데.

수업이 시작되고 나는 멍하니 예진이를 쳐다봤다.

애초에 저번 대련 이후로 교관들도 나를 건들지 않고 있었고,교관의 얼굴을 봐봤자 추악한 괴물만 보였다.

내 눈에는 오직 예진이만 정상적으로 보였다.

운명. 예진이와 나는 운명이었다.

하지만, 그녀를 보고 있지 않으면 어디론가 바로 떠나 버릴 것 같았다. 그런 예진이를 붙잡기 위해 한시도 눈을   가 없었다.

‘예진이를 붙잡을 수단이 필요해. 나는 이제 예진이가 없으면 살아갈 수가 없는데.’

그렇지만, 나에게 남은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돈도, 정보도, 그녀에게는 전부 필요 없는 것뿐이었다.

강제로 그녀를 붙잡으면 슬퍼할 텐데. 강제로 붙잡아  수단이 무엇이 있을까.

‘임신…?’

생각해보니 이 세상의 여자는 임신도 좋아하지 않을까?

섹스도 좋아하는 마당에 임신도 좋아하는 것이 정상 아닐까.

예진이와 결혼하는 상상만 해도 기뻤다. 평상시의 나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기쁨이 차올랐고, 입가에 미소가 실실 지어졌다.

“설화야…”

갑작스럽게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예진이는 앞에 앉아있으니까 아닐 텐데.

뒤를 돌아보자 괴상하게 생긴 것이 나한테 말을 걸었다.

“누구…?”

어제도 비슷한 것이 나한테 말을 걸었는데, 이상한 종이 뭉치를 주길래 던져버리고 예진이를 만나러 갔다.

예진이가 무엇을하고 왔냐 묻기에 솔직하게 대답했는데, 잘했다고 칭찬해줬다.

“나. 유은설. 혹시 모르겠…어? 잠시 얘기 좀 할래?”
“아…”

유은설이었구나. 남의 도움을 받으면서 하나도 자신의 의지로는 할 줄 모르는 사람.

몇 번이고 도와줬으면 이제 혼자서  때도 되었을 텐데. 왜 자꾸 찾는지 모르겠다.

무능력해서 그런가.

당연히 싫다고 대답하려 했지만, 예진이가 나를 쳐다봤다. 가지 말라고 할 줄 알았지만, 그녀의 대답은 예상외였다.

‘갔다 와.’

왜?

예진이는 내가 멀리 떠나가줬으면 좋은 걸까. 옆에 있어 주겠다면서. 왜 나를 멀리하려는 거지?

내가 집착하는 게 싫어진 걸까? 조금 멀리서 지켜봤어야 했었나? 싫어진 걸까?

믿지 못해서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가자 그녀가 다가와서 귓속말로 말해줬다.

“연을 끊고 와. 아예 다가오지도 못하게.”
“아…”

그런 뜻이었구나. 그럴 필요도 없는데.

다시 돌아와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에게 말했다.

“그래. 가자.”



**


그것을 따라가자 한적한 공원이 나왔다.

그냥 할 얘기가 있으면 곧장얘기하면 되지.  이런 곳까지 오는 걸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할 얘기가 뭔데?”
“그 잠시만 기다려 봐.”

그리고 내 뒤에 무언가가 다가왔다.

뒤에서 내 머리를 만져서 쳐다보니 하나가 더 와있었다.

“이건  뭐야?”
“…됐어?”

내 머리를 만진 것은 고개를 저었고, 앞에서 말을 한 것은 한숨을 푹 쉬었다.

갑자기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이 가득 들었지만, 예진이를 위해서 꾹 참았다.

“할 말 없으면 간다. 이제 더 이상 보지 말자. 기분도 더러우니까.”

얘기한 시간이 아까웠다. 이 시간에 예진이랑 있었으면 몇 마디는  나눌 수 있었을 텐데.


**




“아예 아니야?”

유은설은 김세연을 보고 물었다.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줄 알았지만, 김세연이 고개를 젓는 시간이 너무 빨랐다.

‘성공했다면 설화가저렇게 반응하지도 않았을 텐데. 실패한 걸까?’

“아니. 이건… 뭐가 막혀있는 느낌? 큰 상처가 치유로 안 되는 거랑 비슷한 느낌이었어.”
“그게 무슨…?”
“그러니까 나 정도의 치유로는 턱도 없다는 거야. 아니… 이 정도면 웬만한 현역이 와도 힘들지도…”

유은설은 처음에는 그녀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곧 완벽히 이해됐다.

‘말이 되는 소리인가?’

치유로 모든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물론, 아무리 심한 상처라도 높은 등급의 치유사가 오면 상황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한설화에게 걸려있는 무언가가 그런 수준과 동급이라는 얘기는 충격적이었다.

“그렇다면…”
“방법이 없지.”

김세연은 허탈하게 얘기했다. 그녀는 이미 한설화를 포기한 것처럼 보였다.

아마 마지막 말이 꽤 충격적으로 들린  같았다.

유은설은 자신도 못 알아보는 한설화를 놓칠 수 없었다. 이제는 더 이상 포기할 수 없었다.

“포기… 마지막?”

유은설은 포기할  없었다. 마지막 방법. 무엇 하나라도 남아있지 않을까.

가만히 서서 고민하던 그녀에게 남은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조금만 기다려 줘.”

유은설은 김세연에게 말을 하고, 교관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유은설이 생각하는 마지막 방법이란, 교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물론,치유 관련 능력은없었지만, 그에 준하는 실력을 가진 사람은 있었다.

마법에 상태 이상에 관한 능력이 과연 없을까.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 중 마법에 대한 지식이 가장 해박한 사람에게 물어보러 가고 있었다.

‘제발…’

김세연이 지금까지 한설화를 위해달려왔다면, 이제는 자신이 한설화를 치료해야  때였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해 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사라하 교관님. 저예요.”
“아… 들어오세요.”

사라하는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반겨줬다. 유은설은 방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무슨 일로…?”
“혹시 치료하는 마법에 관해 아시는 게 있나요?”


유은설은 지푸라기라도 잡은 심정으로 물어봤다.

‘제발. 제발.’

“치료…요?”
“그… 정신이나 이쪽으로요.”
“있기는 합니다만. 왜요?”

유은설은 그제야 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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