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화 〉2부. 설화(雪花)
유은설은 일이 쉽게 풀릴 줄 알았다. 애초에 사라하에게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었으니까.
하지만, 세상은 말대로 쉽게 풀리지 않는다. 지금도 그랬다.
“보통 치유 마법보다 약한 수준이에요.”
“네…?”
“아마 등급으로 치자면… E? 제가 알기론 그 정도 등급인 걸로 아는데…”
그 말에 유은설은 자신이 생각하던 계획을 실시간으로 수정했다. 시간이 조금 걸릴지라도 확실하게 가야 했다. 기회는 단 한 번밖에 없었다.
윤예진이 눈치챈다면 이 계획은 무용지물이었으니까.
“굳이 뭐 발전시킬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죠.”
“혹시… 알려주실 수 있나요?”
마법의 중요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는 입장에서 알려달라는 말은 실례였다. 정보는 곧 힘.
그녀도 깊게 체감하고 있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당연하죠. 근데… 혹시 한설화 생도는 요즘…”
“아…”
가장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 나와버려서 유은설은 순간 말을 멈췄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생각하던 중 대충 얼버무리기로 했다.
한설화의 상태를 그녀에게 알리는 것은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니었으니까.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근데 지금은 별로 말 안거시는게 나을 것 같아요.”
“왜요?”
“요즘 신경이… 조금 날카로운가 봐요.”
사라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계속해서 질문이 나왔으면 곤란할 법도 했는데, 말이 끊겨서 다행이었다.
사라하는 말을 그만두고 공중에 마법을 하나 펼쳤다. 다른 마법보다 어려웠지만, 충분히 한 번 보고 외울 수 있었다.
‘이제 이걸 개량하기만 하면 돼.’
시간이 얼마나 걸리던 상관없다. 이게 자신이 해야 할 일이었다.
**
목에서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내 귀에 똑똑히 들렸다. 지금 할 행동은 누구한테도 들키면 안 됐다.
인벤토리에서 옷을 꺼내 늘 가는 곳으로 향했다. 누구하나 눈을 뜨고 있지 않을 시간이었지만, 혹시 몰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녀의 방에 불이 꺼져있는 것을 확인한 뒤 옷을 입었다. 시야가 한순간에 이동하며 방으로 이동했다.
침대에 한 여자가 눈을 감고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다가가서 입을 맞췄다.
“하아…”
잠시 입이 막힌 것 때문인지 숨이 막혔는지 깊은숨을 내뱉었다.
깨는 줄 알고 놀랐지만, 그녀의 굳게 닫힌 두 눈은 떠지지 않았다.
그녀의 옷을 하나하나 벗기면서 온 살에 입을 맞췄다.
내꺼니까. 누구에게도 뺏기고 싶지 않았으니까.
누가 봐도 내 여자라는 것을 각인시키고 싶었다.
“흐으…”
처음에는 놀랐지만, 입을 맞출 때마다 그녀의 입에서 신음이 나왔다.
그런 신음 자체도 좋아서 계속해서 입을 맞췄다. 목부터 다리까지 온통 빨간 자국이 남았고,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보지에 입을 맞췄다.
“흐읏.”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그녀의 눈이 아직 앙증맞게 닫혀있었다.
그리고 나도 바지를 천천히 벗어 그녀의 보지에 집어넣었다.
“흐읏! 머… 머야. 누구야!”
“아… 깨버렸네.”
예상하지 못한 것도 아니었기에 그녀의 입에 입술을 갖다 댔다. 예진이는 눈을 굴리더니 내가 입안으로 혀를 집어넣자 금방 받아들였다.
“사랑해.”
“흐읏… 잠시만 설화야 갑자기… 이러면…”
“사랑해.”
“아앗! 아아앗… 움직… 하읏… 하지 마…”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힘을 쓰지 않고 천천히 내 몸을 받아들였다.
‘오늘이라면 피임약을 먹지 않았겠지?’
애초에 간다고 말하지도 않았고, 이틀째 이 방에 오지 않았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열심히 허리를 흔들었다.
“아앙! 으읏. 흐으읏… 아흣.”
예진이는 신음을 참지 못하겠는지 열심히 신음을 내뱉었다. 그렇게 내가 좋은지 내 어깨를 꽉 껴안은 채로.
그런 예진이가 귀여워서 참을 수 없었다. 허리를 흔들면서도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가앗! 멈춰! 멈춰! 가아앗!”
“흐으…”
그녀의 소리와 함께 안에 내 정액을 토해냈다.
“좋았어?”
“너… 너…”
“좋았어?”
“왜? 그냥 온다고 말하면 되지.”
예진이는 내가 온 이유를 짐작하지 못하고 얼떨떨한 표정으로 있었다. 어쨌든 내 목표는 성공이었다.
그녀의 생리 주기가 언제인지는 몰라도, 이렇게 주기적으로 찾아와 내 정액을 집어넣으면 언젠가 임신하지 않을까?
“그냥… 보고 싶어서.”
그녀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다른 주제로 돌렸다. 그리고 대답하지 못하게 입을 막자 그녀도 이제 묻지 않았다.
“이런 짓 해서 내가 싫어하면 어떡하려 했어?”
“날… 싫어해? 누구야?”
“응? 누구냐니?”
“다른 남자 있는 거야? 생각해보니 저번에 어떤 남자애랑 이야기했잖아.”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그냥 물어본 거야.”
아직 다리가 덜덜 떨리는 그녀를 내버려 두고 벌떡 일어서서 그녀의 핸드폰을 찾았다.
“내건 잠금…”
그녀의 핸드폰 비밀번호는 알고 있었다. 소설이랑 똑같은 비밀번호를 쓰고 있을 것이다.
다행히도 소설 속 시기가 몇 년 후임에도 지금 비밀번호와 똑같았다.
천천히 메시지 창을 뒤지며 남자의 이름이 붙어있는 기록은 삭제했다.
“뭐야… 풀었어?”
다시 연락처로 넘어가 남자 이름은 다 삭제하고 나서야 기분을 풀 수 있었다.
“다행이야. 안 좋은 메시지는 없네.”
그런 것이 있었으면 바로 손목을 그어 자살했을 것이다.
“설화야 너 뭐 했어?”
“응? 아무것도 아니야.”
“너…”
그녀의 입을 막기 위해서 그녀를 덮쳤다.
아예 핸드폰을 볼 시간도 주지 않고, 다시 그녀를 애무하자 신음을 내뱉었다.
그런 모습마저 사랑스러웠다. 온몸에 빨간 자국이 남은 채로 내 혀와 자지에 따라 신음을 내뱉는 모습마저.
‘사랑해.’
“사랑해.”
**
─피익
다시.
지금이 몇 번째 실패인지 새는 것도 힘들어졌다.
요즘 수업 시간에는 매일같이 잠만 잤고, 끝난 뒤에 다시 마법에 대해 연구했다.
지금 알고 있는 지식으로는 마땅한 방법이 나오지 않았다. 상태 이상 치유 마법을 배웠지만,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마법을 덧붙여야 했다.
그 작업은 절대 쉬운 것이 아니었다. 이상한 마법을 덧붙이면 마법은 사라졌고, 성능은 더 약회되었다.
며칠이 지났음에도 아직 한 단계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이 정도라면 언제쯤에야 마법이 완성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포기할 수 없지.’
유은설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 지가 몇 달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지금 상태에서 포기하는 건 너무 빨랐다.
다시.
─피익
다시.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다.한설화도 분명히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구해주기를.
그런 한설화를 생각하면 잠을 잘 시간은 없었다.
‘근데… 이제 알고 있는 마법은 모두 섞었는데.’
이제 알고 있는 마법은 더 없었다. 아예 새로운 마법을 다시 만들어내야 했다.
수많은 경우의 수를 모두 시도해봤다. 이제부터는 아예 미지의 영역이었다.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아예 진전이 없다는 사실에 막막했다.
“하아…”
‘새로운 마법.’
처음 얻었던 책에서 실마리를 얻어내야 했다. 아직도 조금씩 정보가새어나오고 있었지만, 그 틈은 비좁았다.
이제 자신은 그 조그마한 틈을 비집고 열어야 했다. 사라하마저 실패한 것을 성공시키려면 그 방법밖에 없었다.
유은설은 마력을 내뿜는 것을 멈추고, 그대로 주저앉아 눈을 감았다.
처음에 책을 잡았을 때의 느낌을 찾기 위해서. 그 느낌을 찾으면 어떻게든 해결법이 나올 것이라 믿었다.
눈을 감자 한설화와 갔던 던전이 생생하게 펼쳐졌다. 그 속에는 책이 한 권 놓여있었다.
자신이 다가가자 허상처럼 흩어졌고, 눈이 떠졌다.
‘될 때까지.’
이번에는 한 발자국 다가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두 번째 발걸음을 뻗자 가루처럼 사라졌다.
절대 포기하지 않고.
세 발자국.
다시.
네 발자국.
다시.
책을 집었다.
될 때까지.
**
오늘따라 짜증 나는 애들이 너무 많았다.
저번 대련 때문인지 들러붙는 애들이 늘었지만, 한 마디로 일축했다.
꺼지라고 말했더니 다들 혀를 차며 떠나갔다. 어차피 내 주위에는 예진이만 있으면 상관없으니까.
오늘은 또 처음 보는 것이 나한테 들러붙었기에 꺼지라고 말했다. 그것은 말했음에도 나한테 여전히 들러붙었다.
저번에 한 것을 어떻게 했냐고 꾸준하게 물었다. 내가 아무리 험담을 내뱉어도 떨어지지 않기에 귀찮아서 잘못된 방법을 알려줬더니 고맙다고 떠났다.
“예진아!”
수업은 끝났고, 잠깐 산책을 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야외에서 데이트하는 것이어서 기분이 좋았다.
그녀의 패션은 평소랑 달랐다. 딱 달라붙는 목폴라 티에 긴 청바지를 입었는데, 잘 어울렸다.
“왔어?”
겉옷을 벗어 그녀에게 걸쳐 줬다. 목폴라 티 때문에 그녀의 가슴이 부각되었기에 별로 보기 싫었다.
‘남이 보면 어떡하려고.’
“왜? 아 더운데.”
“남이 볼 수도 있잖아.”
“설화야. 네가 이렇게 만들었잖아. 온몸이 빨간 자국투성인데, 어딜 나가려면 옷을 이렇게 입어야 하지 않을까?”
그녀의 말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당장 그녀의 패션이 변한 이유는 나 때문이었으니까.
실실 웃으며 그녀를 이끌었다. 물론, 겉옷은 벗지 못하게 한 채로.
가을이 끝나가고, 추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기에 예진이는 더 이상 불평하지 않았다. 따뜻한지 겉옷을 붙잡고 웃으며 길을 걸었다.
어떤 것이 튀어나와 산책하던 우리를 가로막았다.
“윤예진.”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여서 기억을 더듬어보니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유은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걸까.
“이제 끝이야.”
유은설은 마력을 내뿜었다. 당연히 나를 공격하는 줄 알았지만, 그녀의 손에서 시전된 마법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급하게 방어를 하려고 활을 꺼내 그녀의 머리를 쏘려는 순간 마법이 먼저 펼쳐졌다.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