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4화 〉2부. 설화(雪花) (104/120)



〈 104화 〉2부. 설화(雪花)

“안 돼!”

유은설은 저 멀리 떨어진 곳을 보며 외쳤다. 그녀와 함께 있던사람 모두 숲으로 이동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주위를 둘러보는 사람도 존재했고, 살았다며 안심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이 이동하고 몇 분도 되지 않은 시점. 마법학교에는 얼음이 피어올랐다. 그 얼음이 피어올라 성을 이루었고.

학교 주위에 눈은 멈추지 않았다. 학교에만 겨울이 찾아온 것처럼 보였다.

영원한 겨울. 끝나지 않을 겨울이.

유은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위를 둘러봐도 한설화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자신이 구하러 가야 했다.

그리고 일어나는 유은설을 자리에 앉힌 사람이 있었다. 한설화가 쓰던 가면과 비슷한 것을 쓴 여자. 분명히 한설화를 도와준 사람이었다.

“당신…”
“앉아 있어.”
“당신이라면 구해줄 수 있었잖아!”

궤를 달리하는 강함. 그녀라면 분명히 침입해온 빌런들을 모두 죽이고 한설화를 구할 수 있었다.

유은설은 지금 자신이 얼마나 한심한지 알고 있었다. 자신이 구하지 못하고 남을 탓하는 이 행동이.

남한테 어떻게 보일지 뻔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묻고 싶었다. 왜 한설화를 구해주지 않았냐고.

“그거는 내가 할 일이 아니니까.”
“그러면…”
“이거 받아.”

가면 쓴 여자가 건네준 것은 반지였다. 평범한 반지랑은 분명히 달라 보였다.

유은설이반지의 정체를 묻기 전 가슴에 무언가 이상한 것이 느껴졌다. 분명히 처음 느끼는 감각이 아니었다.

“유물…?”

==

[해주의 반지]
[유물][전설]

─해주

*단 한 번, 마법을 깨트릴  있다.

==

“이건 왜…?”

가면  여자는 자신을 한 번 쳐다보고, 다른 가면  사람을 쳐다봤다.

다른 여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자신에게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는 네가 알아서 할 일이야.”
“그게 무슨 소리…”

다 말하기 전에 가면 쓴 사람들이 모이더니 한순간에 사라졌다.

지금  자리에 있는 교관들도, 생도들도, 벙찐 채 그들을 볼 수밖에 없었다.

학교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도, 위험에서 빠져나온 건 사실이니까.

“이게 무슨…”

그리고 그런 혼잡한 상황 속에서 가장 먼저 생도들을 규합한 사람이 있었다.

“오늘은 여기서 야영한다. 그리고 다음 날 학교를 되찾으러 간다.”
“네?”
“가지 않을 사람은 빠져도 된다. 강제는 아니다.”

늦은 밤이었고, 피로가 누적된 상황에서 다시 들어가는  멍청한 짓이었다.

여기 있는 모두가 생각하고 있는 바였고, 다들 동의했다. 몇 명은 빠질지 몰라도 대부분은 아마 학교를 되찾는 것에 도와줄 것이다.

저 안에서 빌런들을 봤기에 이대로 둔다면 빌런들의 거점이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그 점을 생도들도 알고 있었고, 그들은 정의감이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유은설은 당장이라도 들어가고 싶었지만, 지금은 참아야 할 때였다. 주위를 둘러봤더니 김세연도 참고 자신이 잘 곳을 만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내일은… 어떻게든.’

유은설에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If it weren't for you, I could've killed him.”
“어?”

카야는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알고, 자신에게 마법을 시전했다. 기본적인 통역 마법 정도는 배웠으니 다들   있었다.

“너만 아니었으면 죽일 수 있었어.”
“그건… 아니야. 분명히 구할  있어.”
“너라면 알잖아. 죽여야 한다는 걸.  자꾸 그러는 거야?”
“아니…”
“너도 알고 있지 이 검?”

카야는 자신의 검을 들었다. 당연히 알고 있었다. 성검 엑스칼리버.

카야가 검을 뽑은 것은 기사를 조금만 찾아봐도  수 있었다.

“굳이 성검이겠어? 검에서 나온 마력은 평범한 게 아니야. 분명히 ‘악’으로 판정된 사람에게만 나온다고.”
“알고 있어. 알고 있다고…”

유은설도 알고 있었다. 한설화가 사용한 그 불분명한 힘. 그것은 한설화의 힘이 아니었다.

전에 이성을 잃었던 김종현이 썼던 힘과 동일했다. 그냥 믿고 싶지 않았다. 한설화가 김종현과 똑같이 되었다는 것을.

되돌릴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았다.

“유은설 생도? 잠시 얘기 좀 하죠.”

유은설은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누군지 확인했다.

처음 왔을 때 만난 소피아 교관임을 알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카야와의 대화를 잠시 중단하고, 그녀를따라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갔다.

“제가 왜 불렀는지 아세요?”
“아니…요?”
“한설화 생도가 어떤 상태인지는 아시죠?”

아니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이 물음은 대답을 확정하고 묻는 말이었다.

“…네.”
“저번에 생도가 죽였던 거로 알아요. 안타깝지만 유은설 생도가 직접 한설화 생도를 죽여주셔야 합니다.”

소피아가 고개 숙여 부탁했다.

“제…가요? 잠시만요.”

갑작스러운 말에 당황스러웠다. 자신보고 한설화를 죽이라니 그런 부탁을 들어줄 수 없었다.

하지만, 소피아는 이미 확정 지었다는 듯 말했다.

“저는 어떻게 죽이는지 모릅니다. 더군다나 불확실성을 감당할 여유도 없고요.”
“그런 말은…”
“유은설 생도는 죽여봤잖아요. 확실하게 가야 해요. 기회는  한 번.”
“하지만… 제가 어떻게…”
“길을 열어드릴게요.  틈을 뚫고 들어가면 돼요.”

소피아는 유은설에게 통보한  생도들이 있는 곳으로 빠져나갔다.

이미 이 사건의 범인은 한설화로 지목된 상태나 다름없었다. 지금 저 얼음 성을 만든 사람도 한설화인 것 같았고.

유은설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한설화를 죽여야 하는가.

아니면 살려야 하는 것인가.

어떤 선택지도 쉽게 선택할 수 없었다.

평소 자신이라면 첫 번째 선택지를 고민 없이 고를 것이다. 하지만, 그 한설화가 저렇게 된 것이 자신 때문임을 알고 있었다.

‘나는 어떡해야 하나.’

한설화의 고민을 처음 발견했던 때와 장소가 똑같았다.

숲. 달빛이 내려앉아 자신의 얼굴을 비추었고, 숲의 나무에서는 향긋한 향이 나오고 있었다.

그런 숲에서 주저앉은 상태로 유은설은 절망하고 있었다.




**



김세연은 윤예진을 찾았다.

“야.”

당장이라도 찢어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자신을 도와줄 사람은 그녀밖에 없었다.

“야. 대답 안 해?”
“왜… 죽이려고?”

그런 대답에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지만, 진정시키고 말했다.

“내일도 이러고 있을 거야?”
“푸흣… 그럴 거면 어쩌게?”
“미친년… 그렇게 만들었으면 책임을 져.”
“책임… 책임을 어떻게 지는데. 내가 잘못이 있나? 너네가 먼저 잘못했잖아.”

─짝!

 말에 김세연의 손이 강하게 윤예진의 볼을 내려쳤다.

“너네가 건들지만 않았어도 우리 둘은 행복할 수 있었어. 우리 둘의 행복을 깨버린 것은 너희 둘이고.”
“그냥 솔직하게 말하자. 너도 사람이라면 알고 있잖아.”

제정신이라면 저런 소리가 나올 리가 없었다. 김세연이 이렇게까지 숙이고 가는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을 한설화에게 도달하도록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니까.

인간관계가 좁은 자신한테 도움을 줄 사람은 윤예진밖에없었고.

그렇기에 지금 꾹 참고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알고 있어! 알고 있다고. 나 때문이라는 걸. 그런데? 그래서?나보고 어쩌라고. 지금 내가 정신을 차려서  수 있는 게 있어?”
“있다면 어쩔 건데.”
“너도 알고 있잖아. 한설화의 상태가 저번 김종현과 비슷하다는 걸. 저 상태라면 되돌아올 수 없다는 것도.”
“확실해?”
“죽이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잖아.”

윤예진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김세연도 알고 있었다. 한설화의 상태가 예전에 봤던 상황이랑 비슷하다는 것을.

그렇지만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세상에는 절대라는 것은 없으니까.

포기하지 않으면 언제나 길은 있었다. 그것이 넓게 펼쳐진 길일 수도 있었고, 밑이 낭떠러지인 길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끝에 언제나 해답은 있었다.

“확실하냐고. 해봤어?”
“뭘…”
“죽이는 방법밖에 없냐고.”
“그건…”
“한 번 해보자.”

김세연은 유은설을 따라가서 확실하게 들었다. 유은설한테 한설화를 죽여달라는 교관의 부탁을.

그리고 김세연은 그런 유은설을 두고  수만은 없었다. 자신도 들어가서 방법을 모색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들어가게 해주기 위해 희생할 사람은 바로 앞에 윤예진이었다.

“네가 사람이라면, 적어도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설화에게 속죄하고 있다면. 나를 도와줘.”

어떻게든 한설화를 살려 나올 테니까.


**


자신의 목숨이 중요한 생도들은 몇몇 빠져나갔지만, 대다수의 생도는 학교를 되찾는 데 동의했다.

어쩌면 교관들과 정이 들었을 수도 있었고, 학교에 소속감이 생겼을 수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싸우러 간다는 마음 하나는 다 똑같았다.

유은설은 아직도 머리가 복잡했고.

‘설화를 어떻게 해야 하지.’

김세연은 마음을 굳혔다.

‘어떻게든 구한다.’

원래 학교의 입구로 향했고, 다들 신경을 곤두세웠다.

학교에 다가갈수록 온도가 낮아지는 것도 느껴졌지만,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

“진입한다. 이제부터는 말하지 않는다.”

진입하자마자 빌런들  명이 보였고, 교관이 마법으로 바로 해치웠다.

다른 빌런들에게 알리기 전에 처리해서인지 아직 침입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최대한 조용하고 빠르게. 다들 그 수칙을 지키면서 이동했다.

중앙으로 이동할수록 온도는 한설화의 마음처럼 점점 낮아지고 있었다. 생도들의 날숨에 입김이 같이 튀어나왔고, 몇몇은 몸을 더듬거나 뛰며 체온을 올렸다.

중앙에 다가갈수록 유은설의 머릿속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었다. 원래 있던 장소에 도착하면 한설화가 있을 것이다.

 간단한 사실이 유은설을 괴롭혔다.

‘어떻게 해야 하지. 잘 모르겠어. 왜 나한테 이런 시련을 주는 거지.’

김세연은 윤예진과 눈빛을 주고받았다.

‘쟤만… 똑바로 하면 돼. 해답은 들어가서 찾으면 돼.’

참을 수 없는 추움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달리고 있음에도 팔에 살얼음이 맺히기도 했고,  명의 피부는 창백하게 질렸다.

“정지.”

교관도 그 상황을 보고 잠시 멈춰 모두에게 마법을 걸었다.

처음 보는 마법이었지만, 효과는  수 있었다. 간단한 방한 마법이었다.

마력을 많이 소모했는지 교관은 헐떡였지만, 전보다 빠른 속도로 중앙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죽어!”

갑자기 사각에서 튀어나오는 빌런도 있었고.

“더 이상은 못 들어간다.”

길을 막아선 빌런들도 있었다.

그런 빌런을 모두 죽이며 중앙에 도착했다. 생도들의 모습은 이미 만신창이였다.
빌런들을 만나 몇 명은 죽을듯 피가 쏟아지고 있었고, 이미 옷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찢긴 생도도 존재했다.

유은설은 그 모습을 보고 미칠 것 같았다. 자신에게 얹어진 짐이 너무 많았다.

‘한설화를 살린다면.’

지금  수많은 생도가 죽을 수도 있었고, 해온 것들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다.

모든 것이 유은설 그녀의 선택으로 달려있었다. 죽인다면 모두를 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았다. 이 냉기 때문에 다들 정상적으로 싸움을 이어나갈  없었다. 그와 반대로 빌런들은 모종의 수단이 있는지 정상적인 컨디션이었고.

이제는 선택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마지막 문 하나를 앞두고,문을 지키고 있는 빌런들과 만났다.

“우리 땅인데 비켜주시죠?”
“여긴 들어갈  없다.”
“그러면 협상 결렬이네요.”

소피아는 말한  유은설에게 눈빛을 보냈고, 김세연도 그 눈빛을 보고 윤예진을 쳐다봤다.

소피아의 앞에 나타난 마법진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대규모 마법이라 부르기엔 작았지만, 평소 쓰는 마법보다는 확연히 크기가 달랐다.

“달려!”

그 소리에 가운데로 마법이 쏘아졌다. 출력이 크다 보니 빌런들은 그 마법을 보고 피했지만, 중간에 파고드는 유은설을 잡지 못했다.

─탕!

그와 동시에 윤예진도 총을 쏘았다. 평소에 달고다니는 권총이 아닌 능력으로 인해 변형된 저격총이었다.

총알이 빌런들의 틈을 파고들어 길을 열었고, 그 사이로 김세연이 달려갔다.

아주 작은 틈이어서 가는 길에 빌런들이 들고 있는 눈먼 검과 창에 살갗이 깊게 베였지만, 계속해서 달려갔다.

지금이 아니면 들어가지 못할 틈이었다.

둘은 문에 닿자마자 서로 하나씩 잡고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감당할 수 없는 추위가 몰아쳤지만, 발을 떼어  발자국 앞으로 나갔다.

김세연도, 유은설도 여기서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추위가 몰려와도 둘은 꿋꿋이 발을 뻗었다.

결국,  안에 들어간 뒤 문을 닫았고, 김세연이 가지고 있는 활을 이용해 문을 걸어 잠갔다.

그곳에는 얼음에 갇힌 채 잠들어 있는 한설화가 보였다. 누구보다 편하게 상태였다.

참을 수 없는 냉기가 한설화가 잠든 곳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몸이 얼어붙을 것 같은 추위.

그런 추위에도 김세연과 유은설은 서로를 마주 보며 입을 열었다.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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