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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9화 〉3부 (109/120)



〈 109화 〉3부

“언제쯤 찾을 수 있을까.”
“그러게.”

유은설은 김세연과 아침에 일찍 만나 같이 달리고 있었다. 명목상 체력 훈련이었지만, 사실상 떠들기 위해서 나온 것이었다.

“요즘 분위기가 조금 이상해서 말 하나 못 꺼내겠어.”
“이렇게라도 떠드는 시간이 있는 게 어디냐.”

둘이 한설화를 찾으려고 한지 벌써 반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그의 흔적 하나 찾을 수 없으니 답답했다.

“가면 쓴 여자는 찾았어?”
“찾았으면 말했겠지…”

김세연이 유은설에게 물었다. 둘은 이제 한설화에 대해 숨기는 정보 하나 없었다.

생사를 같이한 경험 때문일까. 그 경험을 토대로 전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었다.

“윤예진이라면…”
“야. 말도 하지 마. 걔가 알겠냐?”

  오래되었지만, 그녀라면 훨씬 발이 넓으니 찾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불러봤다.
김세연은 질린다는  유은설의 말을 잘랐다.

“지가 잘못한 일 들키지 않으려고 바로 자기 길드로 도망친 년을  찾아.”
“하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서 그렇지.”

정상적으로 돌아다니며 찾고 싶어도 대외적으로 한설화는 빌런이었다.

유은설과 김세연은 한설화가 그런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있었지만, 그걸 말해봤자 믿어줄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이렇게 따로 둘이서 만나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 끝이었다.

“그것보다 이번 던전은 또 어디로 가려나.”

이미 그녀들에게 던전을 가는 건 실습이 아닌 일이었다.

처음에야 긴장했지, 이제는 가서 사냥하고 부산물을 얻어 나올 뿐이었다.

김세연은숨을 내뱉으며 다른 주제로 화제를 돌렸다.

“그것보다 요즘 왜 따라오는 걸까.”
“누구?”
“알잖아.”
“요즘 이상 현상이 벌어진다던데. 외국에서 일도 안 들어오기도 하고.”
“그거랑 별개로 그냥 짜증 나네.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시키기만 하는데.”

확실히 짜증 나긴 했다.

자기들은 고급 인력이라면서 도움도 주지 않고, 명령만 하는 사람을 좋게  리가 없었다.

“저번에는 갑자기 입장하자마자 멈추라더니 주위 둘러보더니 그냥 가랬잖아.”
“하아… 그냥 그러려니 해야지. 들어가자.”

**


시야에 던전에 들어가려는 헌터들이 흐릿하게 보였다.

원래는 더 가까이서 구경했지만, 지금은 고위 헌터도 같이 다니고 있기에 조심해야 했다.

던전에 들어가는 헌터들의 이름을 확보했고, 오늘이 그날인 것처럼 보였다.

고위 헌터는 불안한지 주위를 과도하게 살피며 팔을 더듬고 있었다. 소리를 빽빽 지르며 다른 사람들에게 명령하며, 자신은 손톱을 씹으며 다리를 덜덜 떨고 있었다.

누가 봐도 불안할  나오는 행동이었기에 유심히 지켜봤다.

‘오늘인가?’

약간 빠른  같기도 한데…

모든 짐을 챙기고 던전에 들어가자 던전에 가까이 다가갔다.

주위를 지키고 있는 군인들은 헌터의 말을 듣고 철수했는지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도주로까지 확보한 것을 보니 오늘이 확실한 것처럼 보였다.

던전에 가까이 다가가서 지팡이 하나를 꺼냈다.

카두케우스.
헤르메스의 지팡이로 유명했고, 길드에서  것이었다.

땅을 두  두드리자 뱀이 내 몸을 휘감았고, 던전 속으로 나를 들여보냈다.

두 눈을 막고 있던 뱀의 몸체가 사라지고 보인 것은 나무였다.

‘산인가?’

“우욱…”

몇 번이고 사용해봐도 익숙해지지 않은 이질감이 느껴졌고, 몇  헛구역질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던전 속 무작위 위치로 들여보내 주는 건 좋은데, 이것만 사라지면 좋을 텐데.’

나뭇가지 위에 앉아 정신을 가다듬고, 주위를 살폈다.

어디에 떨어졌는지 위치부터 확인하고, 유은설이 있는 무리를 찾아야 했다.

괴수를 전부 잡은  상황이 벌어진다고 들었지만, 언제 급변할지 몰랐다.

고위 헌터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헌터들을 죽일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에 빨리 정신을 차린 뒤 숲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한 명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것이 분했지만, 지금은 신중해야 했다.

‘빠르게 다가가면 상대가 눈치챌 테니까. 천천히.’

흥분하지 말고 마음을 가라앉혀야 했다. 지금은 전혀 이성적이지 않았다.

유은설과 김세연이 다칠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감정에 휩쓸렸다.

한숨을 푹 뱉은 뒤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도록 천천히 발을 옮겼다.


**




유은설은 지금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같이 따라온 고위 헌터인 정영후가 아까부터 뭐가 불편한지 자꾸 투덜거렸다.

같이  다른 헌터들도 불만인지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도 그에게 불평하는 사람은 없었다.

처음에는 남자가 온다는 소리에 기뻐했던 몇몇 선배들조차 입을  다물고 이를 갈고 있었다.

“아… 조금 더 빨리빨리 못가요?”

아까부터 자꾸 저런 소리를 했다. 분명히 던전에서 사냥을 해봤다면 알겠지만, 우리가 걷고 있는 속도는 평균적이었다.

괴수를 만난다면 바로 반응할 수 있는 속도로 탐색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지금까지 여러  봐왔지만, 이런 헌터는 처음이었다. 김세연도 그것을 느끼고 있는지 자꾸 자신한테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쟤 왜 저래?]
[몰라.]

유은설은 그 수신호에 대답했다. 그와 말을 섞는 것보다 괴수랑 싸우는 게 더 편했다.

결국, 그의 말에 맞춰 사냥 속도를 올리고 나서야 만족한다는 듯 표정을 지었다. 강하지만 않았어도 진작에 뒤통수를   때렸을 것이다.

**



“허억… 허억…”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사냥이 끝났다. 물론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그만큼 체력 소모가 너무 심했다.

한  템포가 무너지니 작은 실수도 여러 번 나왔다. 정영후의 압박에 쉬지 못하고 마지막 남은 괴수까지 잡고 나서야 쉬는 시간을 가졌다.

그도 이제는 간섭하지 않으려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미안해.”

그의 입에서 나온 이상한 말에 모두 정영후를쳐다봤지만, 동시에그의 인영이 사라졌다.

그리고 리더의 머리가 하늘로 비상하며, 피가 주위에 흩뿌려졌다.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무기를 들었다. 이해하지 못했지만, 목숨이 위험한 것을 본능적으로깨달았다.

리더가 죽고 남은 5명이 뭉쳤다. 김세연과 유은설, 그리고 원래 파티의 구성원인 3명이 뭉쳐 정영후를 적대했다.

그리고 가장 앞에  있는 사람이 말을 했다.

“갑자기 왜… 리더에게 무슨 일이있었습니까?”
“미안. 나도… 필요해.”

급하게 뭉쳤지만, 우리에게 남은 승산 크지 않았다. 두 등급 이상 차이나는 헌터를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맨 앞에  있는사람이 손을 뒤로 뻗어 수신호를 보냈다.

[도망]

5명의 시선이 순간적으로 한 곳에 쏠렸다가 다시 정영후에게로 향했다. 간단한 수신호였음에도 충분히 알아들을  있었다.

수신호를 보낸헌터가 허벅지를 손가락으로 두드리기 시작했다.

세 번 두드림과 동시에 사방으로 흩어졌다. 한 명이라도 나가서 이 사실을 알려야 했다.

다섯 방향으로 흩어졌으니  명쯤은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품고, 입장했던 게이트로 달렸다.

유은설이 죽을힘을 다해 달리던 도중 앞에 사람이 나타났다.

위험하다는 감각이 느껴짐과 동시에 검을 들어 그의 공격을 막았다.

─깡!

단검이 튕겨 나갔음에도 그녀의 검은 단검을 막은 여파로 아직까지 웅웅 울리고 있었다.

‘검을 놓칠 뻔했어.’

다른 사람들을 모두 죽이고 왔는지 이미 그의 옷은 피투성이였다. 그러면서도 죄책감이 남아있는지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마법도 사용하며, 검의 능력까지 사용해가며  번의 공격을 받으며 시간을 끌었다.

‘내가 이 정도 했으면 한  정도는 살아서 나갔을 텐데.’

김세연이면 좋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라도 살아야 한설화를 찾을수 있을 테니.

마지막이라도 그의 얼굴을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죽는 것이 아쉬웠다.

─깡!

그의 검을 막아선 사람이 있었고, 고개를 들어 살폈다.

“김세연?”
“같이 살아가야지.”
“바보같이…”

그녀가 합류한다 해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오히려 도망치는 것이 살 확률이 높았을 텐데.

더 이상 도망칠 공간은 없었다. 뒤는 절벽이, 앞은 정영후가 막고 있었다.

“끈질기네. 이제 시간이 없으니까. 빨리.”

그의 검에 마력이 요동쳤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마력이 검으로 들어갔고,  마력은 곧 둘에게 쏘아졌다.

‘안 돼. 절대 살  없어.’

유은설은 절벽으로 뛰어내릴 생각에 김세연을 붙잡았다. 그런 유은설 앞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늘 봤던 검은색 옷과 가면. 하지만,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흰색의 머리카락이 휘날리고 있었다.

  초도 안 되는 순간에 유은설과 김세연은 그를 알아봤다.

유은설은 위험하다고 외치려고 했고, 김세연은 이름을 부르려고 했다.

“위…!”
“설…!”

그렇지만, 한설화는 둘을 절벽으로 밀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 속으로 떨어지는 동안 김세연과 눈이 마주쳤다.

“설화는?”

당장이라도 멈춰서서 다시 올라가려고, 주웠던 검을 벽에 박아 멈추려고 했지만, 등에 땅이 먼저 닿았다.

“커헉…!”

상상할  없을 정도의 충격에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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