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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0화 〉3부 (110/120)



〈 110화 〉3부

김세연과 유은설을 절벽으로 밀어버리고, 옷의 능력을 사용하자 내 눈앞까지 다가왔던 마력은 나를 뚫고 벽에 박혔다.

굉음이 울리며 돌이 몇  떨어졌고, 그는 동공이 커진 상태로 나를 응시했다.

“누구…?”

바로 공격 할 줄 알았지만, 누군지 물어보는 것은 예상  였다.

‘오해를 한 건가?’

“혹시, 저를 데리러 온…”

말하는 것을 보니 확실했다. 나를 빌런들과 같은 집단으로 여겼는지 이미 검을 내려놓은 상태였다.

내 정체를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면, 바로 공격했을 테지만 정확하게 전달받지는 못한  같았다.

나를 보고 황당해하고 있는 사람 앞에서 카두케우스를 꺼냈다. 그의 눈은 내 손을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땅을 두 번 내리치자 바닥에서 뱀이 나와 내 몸을 휘감았고, 시야가 전부 가려질 때까지 그는 아무 행동도 하지않았다.

몸을 휘감았던 뱀이 풀리고 나서야 안심할  있었다. 상대 앞에서 대놓고 써본 적은 처음이었기에 어떻게 될지 잘 몰랐다.

그가 공격해오는 것을 가정에 두고 나타났지만, 공격하지 않아서 편하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 도망치면서 카두케우스로 빠져나올 생각만 했지, 별다른 방책은 존재하지 않았다.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오자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다. 적응할 수 없는 이질감이 몰려오기도 했고, 방금 겪었던  힘이 생생히 기억났다.

“우욱…”

김세연과 유은설은 살아있으려나. 혹시 나를 알아보지는 않았을까.

마법 학교 때 악마와 계약한 것은 맞는 것 같은데, 정확히 어떤 악마였는지 기억이 안 났다.

‘들키지는 않은 것 같은데.’

확실하게 기억이 난다면 좋을 텐데. 띄엄띄엄 기억이 나니 미칠 것 같았다. 흰색으로 물든 머리카락도 이유를 찾을 수 없었고.

부분적으로 염색된 것이라면 몰라도, 새롭게 자라는 머리카락마저 하얗게 물들어있었다.

‘어디 색소가 빠진 걸까.’

저 멀리 보이는 게이트에서 누군가가 나오는 것이 보였다. 엄청 빠른 속도로 움직여 잔상만 보였지만, 던전에서 빠져나올 사람은 한 명밖에없었다.

허락을 안 받았으면 위험했을 수도 있었겠네.

‘거기서 김세연이 나타나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미리 연락해서 다행이었지.’

둘이서 그 공격을 막는다는 생각을 할까 봐 무서웠다. 분명히 둘이 힘을 합쳐도 죽었을 정도의 공격이었으니까.

그가 던전에서 나왔음에도 게이트가 유지되는 것을 보니 안에 살아있는 사람이 있는 게 확실했다.

평범한 절벽도 아니었고, 밑이 보이지도 않는 깊은 절벽이었기에 그대로 두면 죽는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가 조금만 냉철하게 생각했으면, 밑으로 내려가 죽였을 텐데, 아마 나의 등장과 시간이 지체되어 조급하게 행동한 것 같았다.

‘구경이나 해야지.’

어차피 다시 들어가봤자 미행도 불가능할 텐데.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핸드폰의 알림이 울렸다.

─띵!

발신자를 확인해보니 루시아였다.

[엑스칼리버 소유자. 적대 집단에 마인 발견. 전부 소집 바람.]

이 정도면 유은설의 침입과 동급이었다. 유은설 때도 이런 식으로 모두 소집했다고 들었다.

“가야… 겠지?”

들고 있던 카두케우스를 바닥에 한 번 두드리자 뱀이 내 몸을 휘감았다.




**




“흐읍!”

유은설이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검게 물든 하늘과 김세연의 얼굴이었다.

“일어났냐?”

김세연은 돌에 기대어 앉아있었다. 등에서 피가 나왔는지 옷의 등 부분은 빨갛게 물들어있었고, 자신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등을 더듬어도 따갑지 않을 것을 보니 김세연이 치료한 것처럼 보였다.

“언제까지 누워있을 건데. 나가야지.”

유은설은 김세연의 말에 벌떡 일어났다. 그녀의 말대로 살아나갈 길을 확보해야 했다.

주위를 둘러보자 나갈 수 있는 길은 보이지 않았다. 위를 올려다봐도 검은색의 하늘만이 자신을 반길 뿐,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은 없었다.

검 한 자루만 가지고 암벽 등반을 하는 것은 미친 짓과 다름없었다.

옆으로 길게 늘어진 길을 보며 김세연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뭐해. 움직여.”

김세연은 힘든 기색 하나 보이지 않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은설은 그런 김세연이 수상했다. 당장 자신만 해도 움직이기 힘들 정도였다.

김세연도 자신과 비슷하게 움직였을 텐데,  상태가 정상은 아닐 것이다.

자세히 바라보니 그녀의 다리도 덜덜 떨리고 있었다.

“조금만 쉬었다 가자.”

사실 김세연이  저러는지도 알고 있었다.

‘설화 때문이겠지.’

그녀가 급하게 움직이려는 이유는 그것밖에 없었다.

“무슨 마음인지 알겠는데, 지금 급해봤자 좋은 게 없어.”

김세연은 자신을 빤히 응시하다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말했다.

“우리를 계속 보고 있었던 걸까.”
“모르지. 이번에도 변하지는 않았네.”

주어는 없었지만, 둘이 말하는 사람은 똑같았다.

“뭐가?”
“나를 구해준 사람이.”
“맞네… 처음부터라고 했지?”
“응…”

유은설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처음 만났을 때는 하랑에 들어오기도 전이었다.

‘나를 병원에 데려온 사람이 설화였는데.’

그 사실을 깨달은 날은 별로 좋지 않았다.

교관과 한설화의 관계를 깨달았을 때가 바로 그때였으니까.

‘오히려 다행인가.’

그때 알지 못했다면, 한설화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의 손목에 걸려있는 손목시계가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자신을 지켜주던 사람은 한설화였다. 이제는 바뀔 알았지만, 여전히 똑같았다.

자신이 위험할 때 나타나 지켜주는 사람은 한설화였다. 그가 어떤 아픔을 가졌는지도 알고 있음에도 아직도 변함이 없었다.

“너도  눈치 없다. 윤예진보다 빨리 깨달았으면 좋았잖아.”
“그러게.”
“궁금하면 가면이라도 벗겨보던가.”

그 말에 웃음만 나왔다. 그녀의 말대로 조금만 정체를 밝히려 노력했다면,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었다.

윤예진도 알아차렸는데 자신이라고 알아차리지 못할 리가 없었을 텐데.

‘내가 윤예진보다 빨리 알았다면 지금의 관계도 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렇게 서로를 피해 도망가는 사이가 아닌, 떠들며 실습하는 사이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과 무력감이 동시에 들었다.

“일어나자.”

김세연의 말에 유은설도 바지를 털며 일어났다. 언제까지고 앉아있을 수만은 없었으니까.

오히려 한설화가 안전하다는 것이 확인되었으니 더 좋았다. 지금까지는 생사도 확인할 수 없었으니까.

그리고 빠르게 탈출하지 않는다면, 식량이 없어 아사할 수도 있었다.

가지고 있는 짐은 도망치느라 모두 내팽개치고 왔기에 빨리 탈출할 방법을 찾아야했다.

그렇게 길을 따라 걷던 도중 무언가가 보였다.

무기를 들며 경계를 하며, 천천히 다가갔다. 이 밑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이상하니까.

“가방인데?”

그림자의 정체를 확인하고, 천천히 다가가자 무언가가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유은설은 천천히 가방을 열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음식…?”

절벽 밑이라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멀쩡한 음식들이 들어있었다.

“설화겠네.”
“그렇지?”

자신들을 절벽에 밀어 넣은 사람이 설화였으니까 그에 대한 방안도 있을 것이다.

다시 올라간다고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분명히 살아있을 것이다.

한설화가 죽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한설화라면 어떻게든 살아있을 거니까.

음식마저 준비한 것을 보니 확실한 계획이있는 것처럼 보였다. 자신들을 여기에 떨어트리는 것도 그의 계획인 같았다.

“조금 더 힘내볼까.”

음식으로 허기를 채우며 김세연과 유은설은 앞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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