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늑대의 항구 (2)
-삐이이익!!!!
사방에서 야경꾼들의 호각소리가 울려퍼졌다.
하기야, 너무나 끔찍한 비명이었다. 비단 페르난데스처럼 청력이 예민한 사람 뿐만이 아니라, 도시의 야경꾼들, 그리고 라이칸슬롭을 사냥하려는 다른 인물들도 그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페르난데스는 그런 다른 사람들과는 확연하게 차별되는 능력이 있었다.
“피 냄새가 나.”
-두 개다.
“하나가 더 짙어. 그 쪽은 포기하자.”
바닷바람을 타고 비릿한 혈향이 진동했다. 냄새가 더 짙은 곳이 살해 현장, 또는 포식 현장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더 적은 냄새를 품고 멀어지는 녀석을 추적해야 했다.
“스승을 만나면 뭐라고 말해줄까?”
-반갑다 노친네야?
“흠··· 너무 전형적인데···”
페르난데스는 혀를 차며 밤거리를 내달렸다. 골목과 골목이 순식간에 그의 뒤로 사라졌다. 반 정도 인간을 초월한 움직임이었다.
페르난데스는 어느새 이 육체의 압도적인 출력을 사랑하기 시작했다.
*
생각보다 놈의 움직임이 빨랐다. 단순히 살육에 미친 늑대가 지나갈 수 있는 동선이 아니었다. 놈은 이 골목에 대단히 익숙한 것 같았다. 대기 중의 혈향이 점차 희미해졌다.
“제기랄. 이거 아무래도 눈치챈 것 같은데?”
-그런 것 같군. 일부러 동선을 꼬고 있어.
냄새로 추적하는 것이다 보니, 같은 자리를 맴돌면 공기에 잔향이 섞여 찾기 어려웠다. 페르난데스는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쓸며 골목 벽에 기댔다.
생각보다 영리한 놈이었다. 단순한 광랑증 환자는 아니었다. 이걸 보면, 확실히 스승의 작품이 맞는 것 같다.
“이제 어쩐다.”
-현장을 가보는 건 어때?
“현장에 지금 야경꾼이 쫙 깔려 있을 텐데? 범인은 범행 장소에 반드시 나타난다 뭐 이런 미신이야?”
-그런 미신도 있을 수 있고, 아니면 놈의 흔적이 있을 수도 있고.
하기야, 야경꾼이 보지 못하는 흔적들이 더 있을 수도 있었다. 나쁜 방법은 아니었다. 하지만··· 페르난데스는 저 멀리 어둑한 밤거리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이런 일 전문으로 하는 교수가 있지.”
-주워 먹는 것도 나쁘지 않지.
골목의 어둠 사이에서, 가죽 옷이 그림자처럼 흔들거리며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페르난데스는 손을 번쩍 들고 흔들었다.
“아, 카를. 또 만나는군?”
“안젤로 경. 우연이요?”
카를로마노 교수였다. 카를은 페르난데스를 향해 서늘하게 번쩍거리는 은제 장검을 들어올렸다.
“정말 우연이었으면 하오만.”
“우연은 아니지. 나도 놈을 쫓고 있는데.”
“편력 기사가 나보다 더 빨리 흔적을 쫓는다라··· 참 그럴 듯한 이야기요?”
“자신감 넘치는 건 좋은데, 보기는 참 안 좋아.”
물론 오만할 만한 인물이기는 했다. 카를로마노 교수. 로얄 헌팅 스쿨의 최연소 정교수이자 5년째 현장에서 직접 괴물들을 사냥하는 트로피 헌터.
라이칸슬롭 추격에서 자신보다 빠르게 움직인 낯선 이방인 기사를 보며 카를이 할 생각은 뻔했다.
“그래서, 결국 같이 가고 싶다 이거요?”
“그쪽도 나랑 동행하고 싶을 텐데?”
“하긴, 그 편이 더 확실하긴 하지.”
카를은 눈을 매섭게 빛내며 페르난데스를 노려보았다. 만일 페르난데스가 라이칸슬롭이라면 바로 곁에 두는 것이 오히려 더 확실한 사냥법이긴 했다.
다소 위험하고 귀찮긴 했지만. 적어도 카를에게 광랑증 환자는 위험보단 귀찮은 쪽에 가까웠다.
“난 여기서 흔적을 잃었네. 카를. 어디로 가는 게 낫겠어?”
“글쎄, 흔적의 마지막에 있는 사내를 의심하는 건 어떻소?”
“진짜 라이칸슬롭이라면 내가 흉수외다, 하고 인정하겠어? 말장난 하지 말자 우리 서로. 시간 아까우니까.”
“흠. 논리적이군.”
카를은 피식 웃으며 벽을 칼끝으로 톡, 쳤다.
“흔적이 여기서 끊겼다는 건 어딜 보고 하는 말이오?”
“냄새가 여기서 섞였어.”
“냄새로 찾소? 점점 짐승 같은 느낌인데... 하지만 뭐, 좋소. 대충 방향은 맞았군.”
-드르르륵.
카를은 돌벽을 그으며 말했다. 돌벽에 칼날이 긁히며 불똥이 튀었다. 칼 끝이 가리키는 방향 끝엔, 종탑이 있었다.
“다들 시야가 아래에 갇혀 있소. 내가 라이칸슬롭이라면 오히려 위로 올라 숨을 것이오.”
“어째서?”
“사람들은 자기보다 높은 곳을 바라보지 않으니까. 대부분 문명 사회에 숨는 괴물들은 그런 곳을 파고들지.”
“광랑증 환자에게 이성이 있다는 뜻인가?”
“이성이 없다면 첫 날에 잡혔을 것이오. 벌써 닷새 째 다섯 번 사람을 해친 놈이라면 이성이 없는 편이 이상하지.”
페르난데스는 종탑을 바라보았다. 종탑 벽을 타고 올라 숨는다? 확실히 밤에 종탑을 기어 오르는 놈이 육안으로 보일 턱이 없었다.
“거기에, 나는 놈이 숨을 수 있을 만한 탑들을 하루에 하나씩 뒤져 보았소. 남은 곳이 저기 뿐이니, 저기에 없다면 가설을 다시 세워야겠지.”
페르난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를은 픽 웃으며 석궁 시위에 쿼렐을 얹고, 도르래를 당겼다. 카를과 페르난데스는 종탑을 향해 걸었다.
달빛이 이 골목의 유일한 광원이었다. 어두운 골목 속에서, 카를의 칼날과 페르난데스의 눈이 반짝였다.
*
“끅, 큭, 끄으윽.”
발리안은 피에 절은 자신의 손을 내려보며 흐느끼고 있었다. 밤이 찾아오고, 달이 떠오르면 그는 자신의 피부 아래에 도사린 괴물에게 삼켜졌다.
괴물은 매일 밤마다 뜨겁게 맥동하는 심장을 뽑아 삼켰다. 시간은 놈이 뛸 때에 느리게 흘렀고, 놈이 시체에서 심장을 뽑아낼 때엔 더 없이 빠르게 흘렀다.
기묘한 시간 감각 속에서 발리안은 괴로움에 울었다.
“흐흐흐윽···흐윽···”
괴물이 피부를 잡아 찢고 밖으로 나올 때의 고통은 끔찍했다. 그러나 괴물이 사람의 동맥을 씹고 인대를 찢을 땐···
괴물과 발리안은 동시에 쾌락 속에 울부짖었다. 끔찍한 영혼의 하울링 속에서 그들은 하나가 되었다.
천 번 저주 받아 마땅한 동질감이었다. 그의 정신은 천천히 괴물에게 동화되고 있었다.
날이 지날수록 동화율이 올라가는 것이 느껴졌다. 발리안은 울며 손에 묻은 희생자의 차가운 피를 핥았다.
“만신전의 신이시여··· 신이시여···”
발리안은 매주 성금을 봉헌하고, 가족을 위해 매일 근면히 일하는 신도였다. 적어도 그가 성직자의 뇌수를 파먹거나, 가족의 심장을 뜯어 먹기 전까진 그랬다는 뜻이다. 이제 그는 가족도, 종교도 남지 않았다.
“너의 신은 네게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다. 발리안.”
“흐윽···흑···”
벽의 모서리에서, 그림자 속에서 로브를 뒤집어 쓴 사내가 스며 나왔다. 그는 발리안의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하지만 나는 널 도와 줄 수 있지.”
“크흐윽··· 나는··· 나는···”
“너는 선택 받은 아이다. 발리안. 포식자로써 선택 받았지. 네 변신은 축복이다. 온전히 받아 들여라. 네가 먹은 것은 네 동족이 아니다. 피식자. 너의 먹잇감들이지. 자, 발 아래를 보아라.”
발리안은 멍하니 사내의 손가락을 따라 거리를 내려보았다. 저 멀리에 횃불을 들고 뛰어다니는 야경꾼들이 보였다.
굳게 닫힌 창에서 흘러나오는 미약한 불빛들도, 저 멀리 바닷가를 따라 이루어진 항구 거리도.
개미처럼 작고, 가여웠다.
“저 미물들을 보아라. 저들이 어찌 너의 동족이란 말이냐? 보아라. 발리안. 눈을 뜨거라. 저들은 너를 사냥하고자 뛰어 다니지. 이제 알려주어라. 너는 사냥감이 아니라, 사냥꾼이라는 것을.”
“크흐···크륵···”
사내의 말이 맞다. 저들 중 누구도 발리안보다 빠르게 뛰지도, 강하게 물 수도 없었다. 저들의 어금니는 약하고 손아귀는 가냘프다. 발리안은 저 모든 이들보다 뛰어난 존재였다.
“크흐윽··· 크르르.”
“물어라. 삼켜라. 씹거라. 그리고 그 모든 순간에 네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단 하나 뿐이다. 너의 아비를 기억해라. 네 아비. 위대한 사냥의 예카세트를···”
예카세트. 그 말을 듣고 입 속에서 굴려보는 순간. 그의 심장과 근육이 거세게 맥동했다.
피부 아래의 괴물이 다시 날뛰기 시작했다. 붉게 충혈된 눈에서 동공이 점점 풀리고, 어금니를 타고 묽은 침이 흘러내렸다.
발리안의 근육이 크게 부풀기 시작했다. 힘줄이 뱀처럼 팔뚝에서 또아리를 틀었다.
“크르르르!”
“후후···가라. 발리안. 예카세트를 위해 제물을 봉헌하라.”
발리안은 그대로 창 밖으로 몸을 던졌다. 사내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웃었다.
“예카세트의 신성수는 일곱. 이제 두 구만 더 놈의 손으로 봉헌한다면 예카세트의 세 번째 봉인구를 찾을 수 있겠지···”
*
-우우우우우!!
“···어?”
페르난데스와 카를은 종탑을 향해 걷다가, 밤 하늘을 찢어 발기는 듯한 소리에 멈춰 섰다. 수십 마리의 늑대가 동시에 울부짖는 듯한 끔찍한 하울링이 울려 퍼졌다.
“위치가?!”
“동쪽!”
페르난데스는 소리의 방향을 파악하곤 소리치며 뛰어갔다. 카를이 황급히 그의 뒤를 쫓았다.
“무, 무슨 뜀박질이!”
페르난데스는 거의 군마처럼 내달렸다. 그의 걸음마다 각력에 비례한 둔중한 소음이 메아리 쳤다. 그는 순식간에 거리를 벌려 골목 어귀로 사라졌다.
“제기랄!”
카를은 헐떡이며 그를 쫓아갔다. 지구력에서 어지간한 사내들은 우습게 이길 자신이 있는 카를이었지만, 페르난데스의 주파 속력은 그의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저게 라이칸슬롭이 아니라고? 그럼 트롤인가?”
카를은 멍하니 페르난데스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뛰어 갔다.
*
-우우우우우!!
“끄으윽···끄윽···”
발리안은 야경꾼의 가슴에서 심장을 뽑아내며 울었다. 그는 자신의 손아귀 안에서 펄떡이는 심장을 느꼈다. 그의 눈물은 슬픔과 연민이 옅게 희석된 쾌락의 물방울이었다.
“바칩니다···바칩니다···크르륵···”
발리앙은 광랑증으로 기묘하게 튀어나온 턱을 간신히 놀리며 사람의 말을 발음했다. 침이 주르륵 흐르며 턱을 적셨다.
이제 피부 밑에는 더 이상 괴물이 살지 않는다. 그의 피부 아래에서 꿈틀거리는 것은 괴물이 아니었다. 그건 발리안 그 자신이었다. 그걸 깨닫자, 어딘지 유쾌해졌다.
-콰직.
발리안은 심장을 쥐어 터트리고는 흐르는 피를 핥았다. 뜨거운 선혈이 달콤한 만나처럼 목젖을 타고 흘렀다.
“이봐. 아직 그 안에 사람이 남아 있나? 몇이나 죽였지?”
“크르륵?!”
그때, 발리안의 등 뒤에서 한 사내가 말을 걸었다. 발리안은 팔을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에서 갑자기 나타난 사내를 경계하며 뒤로 물러섰다. 이렇게 가까이 올 때 까지 전혀 눈치조차 채지 못했다니?
“이게 몇 번째 살인이지?”
사내는 그를 경계하며 몸을 도사리는 발리안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크르르···”
“조금만 맞자. 이 꽉 물어.”
사내, 페르난데스는 득달같이 발리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발리안은 기겁하며 팔을 휘둘러 반격했지만, 이미 페르난데스는 발리안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콰앙!
“켕!”
페르난데스가 짧게 발리안의 복부를 후려쳤다. 반응할 틈도 없는 원인치 펀치! 발리안의 왼팔이 비틀리며 페르난데스의 머리를 향해 떨어졌다.
-퍼억!
“흡!”
페르난데스는 손목을 뻗어 발리안의 왼손을 받아 내었다. 긴 발톱이 페르난데스의 팔뚝을 깊게 파고들었다. 선혈이 후드득, 하고 튀었다.
페르난데스는 그 아래에서 자신의 피를 맞으며, 발리안의 아가리를 꽉 쥐었다.
“크릅?!”
“자, 간다?”
-쾅! 쾅! 쾅!
페르난데스는 그대로 발리안의 주둥이를 쥔 손을 휘둘러 벽에 내려 꽂았다. 엄청난 괴력이었다.
발리안은 늑대인간 특유의 근력으로 다리를 바닥에 박으며 저항했지만, 곧 천천히 그의 전신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쾅! 쾅!
“크헉! 크악!”
너무나 큰 충격이 연달아 발리안의 머리를 내리쳤다.
아니, 발리안의 머리로 벽을 내리쳤다!
페르난데스는 어느새 짧아진 발리안의 주둥이를 바라보며 그를 놓았다.
-털썩.
발리안의 몸이 힘 없이 바닥에 허물어졌다. 그는 몸을 옹송그리며 부들부들 떨었다. 페르난데스는 선혈이 울컥거리는 오른팔을 쓰다듬었다.
디모니카인 이상 광랑증에 감염될 위협은 없었지만 질병이 파고든 상처에선 쉽사리 피가 멎지 않았다.
“이제 말 할 수 있겠어?”
“끄으···아파요···아파요.”
“그래야 정신이 좀 들지. 네 이름이 뭐지?”
발리안은 공포와 고통에 젖은 눈동자로 페르난데스를 올려보았다.
“발리안···입니다. 당신은···?”
“사제. 몇 명을 죽였나?”
“다섯··· 다섯.. 아니, 여섯. 여섯 명 입니다···”
발리안은 흐느껴 울었다. 이성이 돌아오자, 비참함과 죄책감이 그의 영혼을 옥죄어 왔다. 페르난데스는 천천히 발리안의 머리맡으로 다가갔다.
“아직 일곱 명이 아니니, 네 영혼은 구원받을 여지가 있다. 발리안. 스스로 회개할 수 있겠어? 믿는 신이 있나?”
“바다··· 맥러렌입니다.”
“나는 베이타서스의 사제지만, 선신 만신전의 사제로써 성사해주마. 길 잃은 만신전의 양, 발리안. 고해하라.”
“···저는 제 부모를 죽였습니다. 맥러렌의 사제님도 죽였습니다··· 그리고 다른 이들도. 다섯 명의 시체를 먹고, 여섯 개의 심장을 삼켰습니다.”
발리안은 돌이킬 수 없는 죄악에 울부짖었다. 페르난데스는 이런 자들을 수 없이 보아왔다. 악마의 타락은 늘 이런 식으로 문명 사회를 잠식 해왔다.
처음엔 타의로, 그 다음엔 우발적으로. 어느새 두 손이 피로 젖게 되면, 그 뒤론 돌아갈 길이 없다.
하지만 다행히도 지금 이 늑대인간의 영혼엔 아직 구원의 여지가 있었다. 일곱 번째 심장을 먹기 전이라면, 아직 예카세트의 가호··· 악마의 타락을 받기 전이었으니까.
그의 살인이 여기에서 멈춘 것은 기적에 가까웠다. 페르난데스는 품 속에서 향로를 꺼냈다. 디모니카 이단심문관이 작전에 투입할 때 지급되는 보고용 향로였다.
-그건 그럴 때 쓰는 물건이 아니···
‘본디 성사란 구색 맞춤. 신도가 안심할 수만 있으면 그럴싸해 보이는 걸로 충분해.’
페르난데스는 향로를 조작해 연기를 피워 올렸다. 그는 발리안의 이마 위로 향로를 드리웠다. 발리안의 예민한 후각이 고통을 호소했다.
“크윽···”
“발리안. 네 죄를 인정하고, 회개 하겠나?”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만신전이여 가호하소서. 여기에, 맥러렌의 신도가 전당의 품으로 향하나이다.”
페르난데스는 발리안의 머리에 성호를 긋고 향로를 치웠다. 그가 천천히 칼을 뽑아 들자, 발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겐 삶을 견딜 의지가 없었고, 페르난데스에겐 일곱 번째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늑대 인간을 죽여야 할, 이단심문관의 의무가 있었다.
“기안-켈이라는 노인··· 사제님. 그 노인을 조심하세요.”
“고마워. 큰 도움이 되었어.”
“···막토 수페를라우도.”
“막토. 형제여.”
-콰직!
페르난데스의 칼날이 어두운 골목에 달빛을 흩어 놓았다. 한동안, 그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진심으로 한 짓인가? 고해성사 말야.
‘예카세트의 봉헌 대리인으로 지정된 사냥꾼을 다시 선신 만신전의 손으로 돌려 보낸다면, 스승에게 먹여주는 엿으로는 최고지. 페이자쉬. 스승은 이번 실패로 당분간 악마의 가호를 받지 못할 거야.’
-흠···
페르난데스는 발리안의 잘린 머리를 바라보다가 칼을 휘둘러 칼집에 납도했다.
‘하지만 사제 짓도 나쁘진 않군.’
페르난데스는 발리안의 눈꺼풀을 감겨주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 멀리에서 야경꾼들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늑대인간에 대한 두려움 탓인지,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야 출동한 것이다. 페르난데스는 야경꾼들을 피해 몸을 숨겼다.
‘기안-켈. 스승. 비전 시야는 잘 보관하고 있으라고.’
이단심문관이 찾으러 갈 테니까.
***
그리고 그들이 사라진 골목 어귀에서, 카를이 천천히 나타났다. 그는 페르난데스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압도적인 전투력과 성사 대리지권을 가진 수준의 베이타서스 사제라. 그 조건이라면 생각할 수 있는 존재가 달리 있을 수가 없다.
‘이단심문관이었군.’
악마, 이단, 마녀 사냥꾼들. 베이타서스의 번견이라. 카를은 페르난데스에 대한 의심을 거두었다. 그러나 그게 곧 경쟁까지 거두리라는 뜻은 아니다.
‘사냥에서 로얄 헌팅 스쿨이 질 수는 없지.’
기안-켈이라는 이름을 들었다는 점에 있어서, 그는 적어도 이단심문관과 같은 출발선에 있는 샘이었다. 카를은 천천히 골목을 벗어났다.
‘늑대인간 사냥은 한 번 진 걸로 하고, 흑마법사 사냥에서 이기면 되는 일 아닌가.’
페이른 로얄 헌팅 스쿨에는 현상금과 현상범, 그리고 범죄자에 대한 사냥을 가르치는 커리큘럼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