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 전설이 뒤엉키는 도시, 알트베르트 >
*
알트베르트의 봉인석 너머로 군사를 이끌고 들어서는 것은 왕국법의 가장 지엄한 법률을 범하는 대죄에 속한다. 팔리아메어는 왕국의 법률을 관장하는 원탁 기사로서, 우습게도 이런 순간에도 법령의 문장이 떠올랐다.
-챙! 챙!
-그워어어어어!!
“팔리아메어 경! 도시, 도시에서 불이 피어 오릅니다!!”
“나도 눈이 있다, 경!”
-챙!
알트베르트를 감싸고 있는 무성한 침엽수림이 피와 시체로 가득 차고 있었다. 팔리아메어는 왕자의 명령을 기다리며 알트베르트에서 하루 거리에 주둔 중이었다. 왕자의 명이 떨어지고 진군을 시작했을 때, 그들이 마주한 것은 수많은 언데드 무리였다.
-콰직!
거대한 기병창을 내리 꽂아, 워커–또는 워커처럼 움직이는 죽은 무언가-를 바닥에 찍어버리곤 팔리아메인은 말 위에서 전황을 살폈다. 급박한 진군이었고, 갑작스러운 교전이었다.
병사들의 체력이 빠르게 소진되는 것이 느껴졌다. 노련한 지휘관으로서, 팔리아메인은 전장의 흐름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언데드는 지치지 않는다. 겁에 질리지도, 낯선 전장에 불편을 느끼지도 않는다. 머리를 베지 않으면 죽지 않는 놈들이 숲의 모든 방향에서 기어나오고 있었다.
심지어 땅 밑에서도!
언데드에게 죽은 병사들이 십 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다시 일어나 자신의 전우들을 찔렀다. 모든 방향이 전장이나 다름 없었다.
그런 와중에, 저 멀리 알트베르트에서 불꽃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비 내리는 검은 밤하늘 아래에서, 불꽃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
팔리아메인은 거칠게 말을 몰아 사방에서 몰려드는 언데드를 도륙하며 외쳤다.
“하이마구스!! 시간이 더 필요하오?!”
“몇 명이냐에 따라 다르지요.”
“농담할 시간이 없소! 열 사람이라도 좋으니, 길을 뚫으시오!”
“경께서 부재하시면 이 전장이 버티어 내겠습니까?”
“알트카이른의 정병들은 이 정도에 무너지지 않는다!!”
-콰지직!
팔리아메인은 기병용 대검을 뽑아 휘두르며 거칠게 소리쳤다. 한 번 휘두를 때 마다 다섯 마리 이상의 언데드들이 산산조각나며 흩어졌다. 그의 곁에서 말을 타고 있는 여인이 피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후우우우웅···.
기묘한 손짓에 바람이 흩어지며 여인의 곁에서 휘몰아쳤다. 팔리아메인은 움찔 떨며 칼자루를 꽉 쥐었다. 하이마구스는 원탁 의회에도 자리가 있는 궁중 마법사였지만, 어쨌건 칼밥 먹고 사는 기사에게 마법이란 기묘한 사술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후우웅···.
바람이 점차 잦아 들었다. 그러나 팔리아메인의 날카로운 감각은 그것이 오히려 단단하게 뭉치기 시작했음을 느꼈다. 여인의 하얀 손이 부드럽게 허공을 부유했다. 기괴하게 비틀리며—
-콰르르르릉!!!
“후···.”
곧, 시체들이 장벽처럼 늘어서 있는 전방에 거대한 균열이 만들어졌다. 죽은 피와 살점이 비산하며. 언데드의 군단에 균열이 일어나듯이 길이 만들어졌다. 여인은 낮게 숨을 내어쉬며 웃었다.
“열 사람 정도면 이러면 되겠···.”
“파프나르메어!! 하이마구스와 함께 지휘를 맡으시오!”
“예, 무운을 빕니다! 이랴!!”
“알트카이른의 기사들은 나를 따르라! 주군을 구한다!!”
-두두두두!
여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팔리아메인과 그의 기병들이 시체들 사이로 뚫린 틈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정면을 향해 내달리며, 가로막는 모든 것들을 베어내고, 후려쳤다.
천천히 채워지기 시작한 길이 비틀어 열리며, 팔리아메인은 그 사이를 달리는 사자처럼 뚫고 나갔다.
*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발악하 듯이 더욱 굵어지고 있었다. 아벨은 검을 쥔 채 거인의 앞에 섰다. 그녀의 주위엔 죽은 병사들의 시체들이 즐비했다. 거인의 작은 몸놀림에도, 사람은 저렇게 쉽게 쓰러졌다.
“사서에 줄글로 남아 있어야 할 우리가 다시 여기에 만났구나.”
-그우어어어어!!!!
거인은 거대한 울음소리를 터트리며 다시 팔을 휘둘러 병사들을 후려쳤다. 병사들이 맥없이 하늘을 날았다. 비센테 왕자와 그의 기사들은 아벨의 곁에 서서 침을 삼키고 있었다.
“기사왕께선 정말 당년에 저 존재를 홀로 무찌르셨습니까···?”
“홀로? 다인의 삶은 수많은 이들의 업이 얽힌 총화였다.”
-후우우웅! 콰아앙!!
거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건물을 박살냈다. 견고하게 만들어진 이층 석조 건물이 거인의 주먹 한 번에 으스러지며 벽돌이 비산했다. 그때, 후방에서 한 병사가 황급히 달려와 부복했다.
“전하, 도시의 성벽을 타고 언데드들이 몰려 옵니다!”
“···수는?”
“셀 수 없습니다!”
비센테가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감싸 쥐었다. 도시 안에선 거인이 날뛰고, 도시 밖에선 언데드 군단이 몰려 온다. 그의 병사들은 하루 거리에 있고, 왕의 근위병들은 죽거나 죽음의 기사가 되어 그들의 손으로 다시 쓰러트려야 했다.
어디부터 잘못된 것일까. 자신이 반역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모리아의 흉계에 대항치 않고 순순히 추방령을 받아 국외로 피신했다면? 그랬다면 이 위대한 도시가 이리 무너지지 않았을까?
그가 잠시 가만히 서 있자, 누군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아벨이었다. 그녀는 푸른 눈을 빛내며 곧은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포기하지도, 후회하지도 마라. 사람의 삶은 불태울 시간도 부족하다.”
“아벨레사스···.”
“가라. 전설 속 거인은 전설 속 용에게 맡기고.”
아벨은 칼자루를 잠시 쓸어 만지며 말했다. 할 수 있을까? 용의 모습을 취했을 때에도, 그녀는 거인에게 승기를 장담할 수 없었다. 비록 저 녀석이 죽음을 딛고 돌아와 온전한 상태가 아니라 하지만, 그건 그녀 또한 마찬가지였다.
낡고 삭은 역사의 일부가 현실에 억지로 뱉어진 꼴이로구나. 아벨은 자조적으로 웃으며 칼을 쥐고, 병사들을 향해 내리 꽂히는 거인의 거대한 손 안으로 뛰어 들었다.
*
페르난데스는 아직까지 지끈거리는 머리를 억지로 흔들어 깨웠다. 데인 왕의 영혼과 계수를 맞추며 과도한 동기화로 현실감각이 너무 떨어졌다. 그의 영혼은 보다 더 죽은 자의 방향으로 무게추가 기울어져 있었다.
-쿠구구구구···.
그 탓일까. 페르난데스의 눈이 죽음의 세계를 관조하고 있었다. 이 도시는 현실과 죽음이 뒤엉키고 있었다. 페르난데스는 도시 외곽으로 나 있는 왕의 묘실 입구를 걸어가며, 하늘 위에서 그들을 내려보는 뭄토의 시선을 느꼈다.
본디 뭄토가 전장을 바라볼 때, 죽은 자들에게 대대적인 축복을 흩어 뿌린다. 이 도시에서 죽은 이들은 이제 뭄토의 손아귀에 들어가 병정으로 소비될 터였다.
-쿠르르릉···.
페르난데스는 낡은 석문을 밀었다. 석문의 표면엔 거친 필치로 고대 대륙 방언이 적힌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그는 문 위에 손을 잠시 짚고 멈췄다.
그의 귓가에, 늙은 왕의 목소리가 들렸다.
-수천 번의 겨울이 지나도.
-계절 아래 너희가 떨고 있떠라도.
-아들아. 담대하라. 너희는 길을 잃지 않으리라.
이것은 데인 왕이 죽는 순간, 자신의 곁을 지키던 그의 아들에게 했던 유언이었다. 페르난데스는 그의 영혼에 섞인 데인 왕의 기억 안에서 질투심마저 느낄 지경이었다.
그 또한 아들의 손을 붙잡고, 덕담을 해주며 편히 여생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그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정신 차려. 페르난데스.
‘나는 제정신이야.’
-너무 많이 섞였군. 이제 더 이상 옛날과 같은 인물이 아니야.
‘혹시 말렌의 청동 성벽 기억 하나?’
-···.
말렌의 청동 성벽. 한때 목조 성벽이었던 말렌 시의 외곽 성벽을 수선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은 청동을 입혔다. 그 후 백 년이 지나자, 성벽은 더 이상 목조 성벽이 아니었다.
말렌 시의 한 철학자가 이 성벽을 바라보며 말하기를. 한때 이 성벽은 나무였고, 그 이후로도 오랜 시간 과거와 같았지만. 이제 이 성벽 어디에도 과거의 흔적을 찾을 수 없으니. 같은 성벽이라 부를 수 있는가?
이후 수많은 마학자들에게 있어서 말렌의 청동 성벽은 존재의 인격동일성에 대한 역설로 받아들여졌다. 존재의 영, 성, 혼, 백은 삶의 경험과 업에 따라 격이 변하는데, 격이 낮을 때와 높을 때 그 존재가 다른 인물일까?
한동안, 페이자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페르난데스는 밖으로 향하는 묘실의 입구를 열며 생각했다.
‘걱정하지 마. 페이자쉬. 같은 목적 아래 우리는 하나다.’
-그래.
페르난데스는 구름 너머에서 깜빡이는 뭄토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빗물이 점점 더 거세어지고 있었다. 죽은 존재들이 사방에서 일어서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심지어 풀벌레 마저도 죽음에 속해 있었다.
그러나 이건 발악에 불과했다. 뭄토는 자신의 격을 소모해가며 이 전장에 그의 힘을 투사하고 있었다. 이미 콘클라베가 소멸되고, 매장 교단이 실패한 순간부터 놈의 주문이 어그러지고 있었다.
-그우어어어어!!!
저 멀리에서 거인이 울부짖는 것이 보였다. 저것이 뭄토가 이 세계에 힘을 투사하게 만드는 원천이다. 거인을 파괴하면, 뭄토의 격에 어마어마한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페르난데스는 자신을 노려보는 뭄토의 시선을 느꼈다.
보고 있어라. 거기에서, 무력하게.
그는 칼자루를 움켜쥐고, 달리기 시작했다.
*
“크윽!!”
아벨은 자신의 머리를 짓누르는 거대한 손아귀에 칼날을 밀어 붙이며 신음했다. 무릎이 땅이 닿고, 몸이 그 아래로 파고들고 있었다. 엄청난 압력!
“이···게!!”
-콰직!
그녀는 거칠게 칼을 떨쳐 팔을 튕겨내며 뒤로 뛰었다. 거인의 다른 손이 바닥을 내려 찍었다. 아벨이 서 있던 자리가 완전히 으스러지며 벽돌이 사방으로 튀었다.
“후우···.”
그녀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주위를 둘러 보았다. 그녀가 싸움을 시작하고, 주변 병사들을 뒤로 물렸지만. 죽은 병사들이 일어나 시민들을 덮치고 있었다. 먼 옛날의 모습 그대로였다.
알트베르트는 그 시절, 매장 교단이 전성기의 힘을 구가하던 시절처럼 파괴되고 있었다. 사방에서 죽은 자의 신음과 죽어가는 자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쏴아아아.
검은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폭우 속에서 거인의 몸은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놈의 창백한 죽은 피부가 갈라지고, 이어 붙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놈의 몸을 수육하고 있는 마력이 순환하고 있었다.
-콰드드득!
놈의 손이 건물을 으스러트리며 거리를 부수고 있었다. 아벨은 검을 쥐고 뛰어 올랐다. 밀밭 같은 황금색 머리칼이 빗속을 유영하며, 아벨은 빠른 속도로 거인의 팔을 타고 올랐다.
-스겅!
거인의 어깨 어림을 크게 베어냈다. 일반적인 생물체였다면 방금 그 깊고 날카로운 일격에 적어도 한 팔의 기능이 정지했겠지만. 거인은 순식간에 재생하며 팔을 크게 휘둘렀다.
-퍼억!
“큭!!”
공중에서 몸을 틀던 아벨이, 거인의 팔에 맞아 건물 저 너머로 처박혔다. 석벽을 무너트리며 깊게 꽂혀, 아벨은 한동안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되살아난 이후 처음 느끼는 무력감에 아벨은 이를 깨물었다.
단순한 힘, 큰 몸집에서 나오는 아무런 전략도, 이성도 없는 몸짓. 아벨의 전투 능력에 정확히 상반된 상성이었다. 아벨은 고통을 이겨내며 무너지는 석벽을 너머 걸어 나왔다.
-그워어어어어!!
거인이 울부짖었다. 주위 인간들 중 언데드가 아닌 자들은 모두 대피했군. 아벨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거인의 시선을 이곳에 붙잡아 두고 있는 것만으로도 지금 당장은 충분했다.
-터벅.
누군가 다가온다. 아벨은 고양된 정신 속에서 빗물을 뚫고 걸어오는 사내를 느꼈다. 묵직한 발걸음, 자로 잰 듯 정확히 떨어지는 보폭. 아벨은 황급히 기척이 느껴진 곳을 바라보았다. 설마, 설마?
“고생 많았소.”
“···다, 다신. 다시는···.”
“그러지 않으리라고 말하진 못하겠군.”
“못된 녀석···.”
페르난데스는 천천히 걸어와 몸에 두르고 있던 망토를 벗어 아벨의 어깨에 둘렀다. 아벨은 망토에 그려진 인장과 패턴을 보고 잠시 굳었다.
“···이건?”
“맞소.”
-스르릉.
페르난데스의 등 뒤에서, 묵빛 대검이 거친 소리를 내며 뽑혀 나왔다. 아무런 장식도 없는, 단순한 양손대검. 그러나 아벨은 그 검과 같은 형태, 같은 크기의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잊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크로스가드 바로 위, 검신에 비뚤게 적혀 있는 글자까지. 저 글자는 그녀 자신이 새겨준 것이었으니까.
다인, 그녀의 아들에게.
-그워어어!!!
거인의 고함이 하늘을 찢었다. 거인은 거칠게 타오르는 눈으로 페르난데스를 노려보았다. 놈은 마구잡이로 주위를 부수던 손을 멈추고 페르난데스를, 그리고 그가 쥐고 있는 검을 바라보았다.
“후···.”
그의 몸에 섞인 데인 왕의 영혼이, 천천히 그에게 스며들고 있었다. 그 격과 업, 영성을 모두 소화하지는 못하겠지만. 그에겐 그 편린만이 남겠지만. 아직 손에 그때의 감각이 남아 있었다.
-그워어어어어!!!
거인이 빠르게 달려들며, 건물과 골목을 부수고 페르난데스에게 손을 뻗었다. 온 세상이 덮쳐오는 듯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페르난데스는 검을 치켜든 자세 그대로 가만히 멈춰 있었다.
할 수 있을까? 아니, 할 수 있을 것을 믿는다. 페르난데스는 칼자루에서 느껴지는 무게를, 데인 왕이 직접 지탱해주는 듯한 기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칼끝이 빗물을 가르며 솟고, 이제 곧.
칼을 쥐고 있는 손아귀에서, 그리고 그 아래로 뻗은 단단한 근육과 힘줄에서. 동시에 속삭임이 들리는 듯 했다. 핏줄을 타고 흐르는 영성에서 데인 왕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지금이다.
-콰드드드득!!
공간이 검끝에 걸려 갈려 나간다. 종이를 가르는 것처럼. 아니, 철판을 으스러트리는 기병창처럼! 공간을,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그 모든 것들을 동시에 갈아버리며—
대검이 거인의 팔을, 그리고 그 앞에서 그를 노려보고 있는 거인의 두 눈을. 그 너머에서 그를 노려보고 있는 뭄토의 시선을 가르며···.
-콰드드드득!!!
구름 덮인 하늘이 반으로 쪼개어지고, 빗물이 흩어졌다. 장내엔 침묵이 내려 앉았다. 비구름이 갈라지며 그 사이에서 달빛이 내리 쪼였다. 페르난데스는 조각나 허물어지는 거인의 사이에서, 달빛을 등에 쥐고, 칼을 뒤로 돌려 꽂았다.
-스르릉.
-네놈을 기억하마···.
“그래. 기억해라. 곧 찾아갈 테니.”
뭄토의 분노에 찬 신음이 거인의 몸속 어딘가에서 들렸다. 거인은 빠르게 썩어 흙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거인의 두개골이 물에 젖은 바닥에 떨어졌다.
-툭, 투두둑. 툭.
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시체들이 하나 둘 바닥에 쓰러져 움직임을 멈췄다. 죽음의 세계가 물러나고 있다.
뭄토의 권역이 흩어져가는 것을 보며, 페르난데스는 고개를 숙인 채 미소 지었다.
‘놈은 이제 한동안 능력을 잃을거야.’
-그래. 이제 다음 목표는···.
페이자쉬의 목소리를 들으며 페르난데스는 덜덜 떨리는 팔뚝을 바라보았다. 데인 왕의 기술을 억지로 구현한 탓에 근골이 뒤틀리고 파괴되었다. 한동안 정양 해야겠군.
그는 그에게 달려오는 아벨과 키르하스를 바라보며 웃었다.
‘네크로폴리스. 50년 전쟁의 배후. 놈들을 꺾고 북부 침공을 대비한다.’
퍼즐이 맞춰지고 있다. 이제 세계는 그가 기억하는 전생과 전혀 다른 정세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페르난데스는 복잡하게 짜맞춰진 체스판을 떠올렸다.
이제 곧 그의 그림이 완성될 것이다. 다섯 대악마의 농간에서 자유로운 이 세계의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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