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 흑마법사의 이단심문법-182화 (183/388)

182. 잠입과 돌파의 경계에서 (2)

*

하얀 피부의 악마가 내뿜는 존재감 앞에서, 전사들은 그저 돌처럼 굳은 채로 뻣뻣이 서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비록 하자트 카잘의 군단에 편입되며 악마를 보는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놈의 존재감은 범상한 악마의 격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악마와 같은 대기를 숨쉬는 것 만으로도 끈적한 불안감과 공포, 또는 분노, 혹은 자기혐오나 갈데 없는 증오가 심장 어림에서 솟아 올랐다.

“흐으···.”

한 전사의 입에서 묽은 침이 끓었다. 거품이 일며, 전사는 눈을 크게 부릅뜨고 파르르 떨었다. 그는 반사적으로 도끼를 움켜쥐며 악마를 향해 소리 질렀다.

“하, 한 사람은 살려, 살려 주겠다 이 말이오?”

[그나마 적극적인 인간 하나가 있군. 그래. 한 놈은 반드시 살려주지. 이는 이 몸, 타락의 전령 아카리지스의 선언이다.]

“조, 좋소!”

전사는 반사적으로 도끼를 휘둘렀다. 그 사이로 다른 도끼 하나가 호미에 걸 듯 얽히며 전사의 무기를 튕겨 냈다.

-카앙!

“정신 차려라 랜달! 멍청한 놈!”

바레인이 으르렁거리며 멍하게 눈을 치켜뜬 전사에게 소리질렀다. 악마는 그 모습을 보며 박수를 짝 쳤다. 그래, 이거지. 허튼 희망이 스물거리며 이 야영지 전체를 덮고 있었다.

이땐 뜸을 들이는 것보다는 오히려 자극을 주는 편이 좋았다. 어차피 선택권 따위는 없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음이라.

[내가 너희의 결심을 조금 더 쉽도록 도와주지.]

-후웅··· 콰직!

악마는 그리 말하고는 대뜸 팔을 휘둘렀다. 하얀 피부, 검은 핏줄이 올올이 선 팔이 순간 시야에서 사라지는가 싶더니, 가장 앞열에 있던 전사의 심장을 꿰뚫었다.

“커, 흑!”

악마의 공격을 그 중 누구도 보지 못했다. 단박에 단련된 전사의 가슴팍을 헤집는 공격을 자세 하나 바꾸지 않고 여상하게 해낸 것을 보며, 씨족의 전사들이 돌처럼 굳었다.

명징하게 존재하는 죽음이 형상을 갖춘 채로 그들을 비웃고 있었다. 악마는 긴, 보라색 혀를 스르륵 내밀어 손끝에 뒤엉킨 피를 핥았다.

[희망이 죽어가는 느낌은 정말··· 달콤하군.]

“그럴 것 같군.”

그 때, 악마의 등 뒤에서 낮은,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악마는 눈을 크게 뜨더니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후우웅.

눈이 한점 씩 섞여 들어가는 바람이 메마른 언덕에 휘몰아쳤다. 야영지의 목책 너머, 악마의 등 뒤쪽. 남쪽 숲 속에서 한 사내와 여인이 그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해지고 낡은 망토가 바람에 펄럭였다. 청년은 거의 제 키만한 대검을 삐딱하게 빼들고 악마를 노려보고 있었다.

“희망을 가져라, 악마. 나도 그 달콤함을 맛보고 싶군.”

[누구냐?]

“가로되, 나는 주의 창이오.”

-따악.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가 건조하게 들렸다. 청년의 붕대 덮인 팔이 망토 밖으로 빠져나와 하늘을 향했다. 그리고 곧—

-콰르르릉!

벼락이 내려 꽂히며 악마가 서 있던 자리에 처박혔다. 악마는 마력의 흐름을 거의 느끼지 못한 탓에 별안간에 내려 박힌 벼락을 몸으로 받았다.

졸지에 피뢰침이 된 격, 악마의 몸이 한 순간 기습으로 굳고, 그 육신을 타고 넘친 전류가 메마른 목책을 불사르며 점점 번져 나갔다.

-화르륵.

불길은 순식간에 몸집을 부풀렸다. 야영지를 빙글 감싼 목책이 일제히 불타오르며 마치 화염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장벽을 형성하고 있었다. 자연적 불길에 상하지 않는 악마는 담담하게 그 위에 앉아서 팔을 휘둘렀다.

-피이이잉!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는 외려 팔보다 늦게 닿았다. 소리보다 빠른 일격. 일반인, 아니 설령 단련된 전사라 할지라도 이 정도의 속력에 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화살을 눈으로 보고 튕겨내거나, 낚아챌 수 있는 수준의 전사라 하더라도.

그것은 익숙함의 차이였다. 찰나의 순간이라는 것은 단순한 반사신경이 아닌, 삶의 경험에 따라 다른 종류의 시간감각으로 여겨진다.

평생 화살보다 빠른 것을 본 적 없는 문화권의 사람은, 설사 능력이 충분하다 하더라도 화살보다 빠른 존재를 쉽게 인식할 수 없다.

반면 디모니카는, 그 자신이 투척하는 단검의 끝을 센티미터 단위로 좇을 수 있는 동체시력을 가지고 있다. 능력도, 경험도, 심지어는 환경마저도 충분하며—

-후우웅!

타인의 찰나를 잘라내어 만든 그 ‘순간’. 초를 나누어 푼, 푼을 나누어 리, 다시금 사, 홀. 극도로 긴장된 디모니카의 생체 인지능력은 근육의 결이 내뿜는 호흡마저도 감각할 수 있다.

검은 손톱이 창날처럼 돋아난 손끝이 페르난데스의 가슴팍으로 떨어진다. 출수를 인지한 순간 그가 쥐고 있는 대검이 비틀리며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공세의 방향을 틀어낼 수 있는 각도를 잡는다.

마치 자석이 자석을 끌어들이 듯이, 악마의 손톱은 대검의 검신을 긁으며 밀려나갔다. 이를 이미 인지하고 있었기에, 페르난데스는 방어를 확인하는 자세 조차도 취하지 않는다.

-스르릉.

대검의 각도를 잡는 순간 움직인 왼손이 소매 속에서 투척 단검을 뽑아 든다. 수십, 수백 번 반복 숙달된 단검 기교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카아앙!

손톱이 대검의 검신을 긁고 허공을 헛칠 때에 이미 그의 손에선 단검이 사라졌다. 출수와 동시에 투척, 과녁은 볼 필요도 없다. 손바닥 하나 정도의 크기로 보일 뿐, 아직 멀기만 했지만.

그에겐 그 정도의 거리라면 알트베르트의 거인처럼 거대한 표적에 불과했다.

-쾅!

실린 힘도, 날아간 속력도 예사롭지 않았기에 타격음은 차라리 폭음에 가까웠다. 악마의 가슴팍에 칼자루까지 틀어박힌 단검 탓에, 악마는 순식간에 목책 너머로 날아갔다.

-타닷.

“입구를 부수고 따라와 주시오!”

“알겠다!”

페르난데스는 등 뒤에 선 아벨에게 일갈하고는 그대로 내달렸다. 대퇴근이 꿈틀거리는가 싶더니, 전신 탄력을 이용해 도움닫기 후 활강. 건물 하나 크기로 쌓아 올린 목책을 단 한번 발로 박차 지지하고는 뛰어 넘었다.

[크허윽! 너, 넌 누구냐!]

“가로되, 나는 인간됨의 방패이며.”

허공에서 빙글, 칼을 한바퀴 돌리며 자세를 잡는다. 악마는 가슴에 박힌 단검을 애써 움켜쥐며 뽑아내려 애를 쓰고 있었다. 단순한 충격으로 인한 것이 아니다. 그건 풀세인트메탈 단조 투척 단검. 이단심문청 엔마기카들의 기술력의 총화였다.

세인트메탈은 악마와 그 추종자들에게 독약과 같다. 악마는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상흔을 더듬거리며 자신을 향해 떨어져 내리는 페르난데스를 노려보았다.

[이단··· 심문관!!]

“가로되, 나를 종언으로 여겨라.”

-콰아아앙!!

대검을 못처럼 세운 자세로, 페르난데스는 악마의 몸 위에 떨어졌다. 대검이 악마의 가슴과 배를 으스러트리며 곤죽을 만들었다. 악마는 거품 이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녹아 내렸다.

페르난데스는 으스러진 악마의 사체 위에 한쪽 무릎을 꿇어 앉은 채로 픽, 웃었다. 흑마법사 시절의 농담 중 하나였다. 성경 구절을 외우면서 적을 상대하는 것은.

그 시절 그의 적들은 대개 성직자나 원한에 쌓인 신도들, 또는 정의로운 영웅들이었고, 그러한 이들에게 흑마법사가 들려주는 성경 구절만큼 모욕적인 것이 없었다. 이는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모욕이었다.

장내에 침묵이 감돌았다. 갑작스레 들어선 이방인이, 나타난 만큼 순식간에 악마를 도륙내어 버리는 광경은. 그리고 메마른 하늘에서 돌연 벼락이 꽂히고 사방이 불길에 휩싸이는 광경은 지독하게 비현실적이었다.

잠시 악마의 귓가에 무어라 속삭이던 사내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대검을 크게 돌려 납검한 뒤, 청년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입에서 익숙한 북부어가 흘러 나오자, 그제야 전사들 사이에 다소 긴장이 해소되기 시작했다. 적어도 대화가 통하는 상대였다. 인간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으나.

“당신이 대표인가?”

“그렇다고 여겨도 좋, 좋소. 당신은 누구시오?”

“하자트 팔렌의 원군. 때마침 도착했군. 다행이야.”

페르난데스는 쿵, 하는 소리를 내는 목책을 등지고 웃었다. 불길이 점점 더 거칠어지며 매캐한 연기를 내뿜었다.

“이 위치는 곧 발각될 테니 이동하지. 여기에서 사이 좋게 화장 당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말이야.”

-콰아앙!

목책의 한 귀퉁이가 허물어지며 공기가 쏟아져 들어와 화염이 확산했다. 불로 길을 만들며 들어선 아벨이 페르난데스의 등 뒤에 섰다. 페르난데스는 뒤로 돌아 아벨이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걸었다.

전사들은 이 창졸간의 사태에 당황한 표정으로 멍하니 그의 뒤를 따라 걸었다.

*

숲 속의 공터는 눈이 덮인 채로 고적한 풍취를 간직하고 있었다. 평소의 페르난데스라면 결코 접근하지 않았을, 흔적을 지우려야 지울 수 없는 공간이다. 그러나 이젠 흔적을 남기고, 지우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페르난데스는 공터로 전사들을 이끌며 묵묵히 걸었다. 머릿속에 뜨겁게, 더러는 차갑게 내려 앉았다.

“어째서냐?”

아벨이 부드럽게 말하며 그의 곁에 보폭 맞춰 걸었다.

“뭐가 말이오?”

“어째서 저들을 구했느냐? 구하기야 여반장이었겠으나, 우리의 임무는 잠입이 아니었더냐? 적들의 눈에 뜨이지 않고 온전히 에인헤랴르의 전사들을 깨우러 가야 하지 않았더냐?”

“글쎄, 이유가 중요하오?”

“중요하다.”

아벨은 곧은 시선으로 페르난데스를 바라보았다. 페르난데스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며 말했다.

“상황 파악 탓이오.”

“상황 파악?”

“적들 간에 내분이 일어났다면, 내분이 일어난 원인을 파악하는 것. 에리크의 적은 곧 우리의 아군이니. 이들 또한 거시적으로는 우리의 잠재적 아군이지.”

“잠재적 아군의 색출과 적의 세력 약화는 키르하스 쪽의 임무다.”

“···그래. 알겠소.”

페르난데스는 잠시 발을 멈췄다. 대륙 공용어로 말한 탓에 그들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한 씨족의 전사들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따라 멈춰섰다. 그들의 입장에선 불가해한 이방인이 악마에서 인간으로 형상을 바꾸었을 뿐, 크게 차이가 없었다.

페르난데스는 그들의 행색을 보았다. 가난한 약소 씨족의, 생존을 위해 에리크의 군단으로 편입된 전사들. 불구덩이를 벗어나며 검게 그슬린 머리칼과 옷가지가 보였다.

“···막고 싶었소.”

“악마가 이들을 학살하는 것을?”

“아니, 그런 것이 아니오. 나는 이들이 제 자식들을 죽이지 않길 바랐소.”

얼굴이 홧홧하게 뜨거워졌다. 이런 종류의 대화는 도저히 익숙해질 수가 없었다. 페르난데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있는 아벨에게 짐짓 무뚝뚝한 얼굴로 담담히 말했다.

“제 손으로 제 자식의 목숨을 끊는 일은, 설령 그것이 자비심 때문이라 하더라도 이미 충분히 비극이오. 세상은 이미 지옥과 다름 없으나, 그 어버이의 삶은 그보다 더한 지옥이 될 테니까.”

그 순간부터 자신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제 손으로 자신의 자식을 죽인 어버이의 삶은 지옥이 될 것이다. 이는 그가 겪어본 바, 담담한 사실증언에 가까웠다.

따라서, 그의 말엔 어떠한 종류의 진실성이 담겼다. 페르난데스는 아벨과 그 자신에게, 비단 페이자쉬 뿐만 아니라 그 자신에게 말하고 있었다.

그것은 흔한 비극이고, 그 광경에서 자신의 모습을 겹쳐 보이는 것은 트라우마 섞인 환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선량함과 도덕의 발로가 아니라 그저 이기심이었다. 그런 광경을 보고 싶지 않다는 치기 어린 이기심.

그러나, 그 모습을 바라보는 아벨의 눈이 점차 따듯하게. 어쩌면 뜨겁게 물들고 있었다.

“아, 페르난데스.”

“···이 상황에서 날 그렇게 부르는 건 적절하지 않소.”

“너는··· 넌···.”

아벨은 조용히 손을 올려 가슴께에 모아 쥐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다는 듯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너는 이제 비로소 길가에 쓰러진 아이에게 눈물 지을 줄 아는 사람이 되었구나.”

“그건 오해요.”

“널 알아간 이후 그리 긴 시간이 흐르지는 않았지만, 너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빛나고 있단다.”

“날 수치심에 빠트려 죽일 셈이오?”

페르난데스는 깊게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감싸 쥐었다. 그의 귓가에서 부끄러움에 완전히 잠긴 목소리로 페이자쉬가 말했다.

-제길! 저 계집을 죽이자.

‘제발, 너도 좀 닥쳐.’

*

[남부 신의 장난감들이로군.]

바르드는 자신의 눈 앞에 무릎 꿇은, 가냘픈 해골을 바라보며 웃었다. 해골은 이빨을 딱딱 울리며 고개를 조아렸다. 수많은 촛불들이 그를 중심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뭐, 좋다. 당장에 변할 건 없으니. 요르문간드는 뭐라 하더냐?]

“주, 주인님께서는 이 사태에 대해 진노하고 계십니다.”

[당연히 그렇겠지. 남부 만신전의 병정들이라면 치를 떨고 있을 테니.]

바르드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는 오색 금속과 보석으로 화려하게 치장된 황동 의자에 길게 늘어져 앉으며 턱을 괴었다.

[가라, 요르문간드에게 가서 걱정 따윈 하지 말고 기다리라 전해라. 계획은 변함이 없고, 이 겨울이 끝나기 전에 이 지루한 연극도 끝나게 될 테니.]

바르드가 손가락을 까딱이자, 해골의 발치에 흐르던 핏물이 저 스스로 끓어 올랐다. 촛불이 보라색으로 타오르며, 해골의 몸이 천천히 연기처럼 흩어지기 시작했다. 영혼이 타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대봉인 속에 잠든 요르문간드에게 대화를 전달하기 위해, 그 결계에 바늘만한 틈이라도 뚫을라 치면 사람 한 명분의 영혼이 필요했다. 하지만 하찮다. 이 물질 세계에서 가장 흔한 제물이 사람이 아닌가.

아무리 작은 구멍이라 하더라도, 무수한 바늘이 헤집은 천은 언젠간 찢어지기 마련이다. 얼마나 더 효율 좋게, 얼마나 더 빠르게 틈을 벌리느냐, 오직 그것 만이 문제일 뿐.

따라서, 요르문간드는 이 전쟁이 끝날 때쯤이면 반드시 현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되돌릴 수 없는 신의 예언이었다.

바르드는 무심하게 손을 휘저었다. 곧 전사들이 새로운, 덜덜 떠는 사내 한 사람을 끌고와 핏물 속에 무릎 꿇렸다. 전사들이 빠르게, 숙련된 도축업자의 손짓처럼 사내의 목을 땄다.

피가 흐르며 바닥에 고였다. 사내의 몸이 경련하며 주위를 밝히는 촛불이 암녹색으로 불타올랐다.

[자, 라그나로크를 일으켜 보자.]

사내의 가슴을 찢으며 창백하게 질린 악마 하나가 튀어 나왔다. 다음 제물, 또 다음 제물. 쓸모 없는 물건을 보다 쓸모 있는 것들과 교환한다는 점에 있어서 그는 노련한 장사꾼과 다를 바 없었다.

인간의 영혼은 물질 세계에서 가장 흔한 자원 중 하나이며, 또한 역설적이게도 가장 유용한 자원 중 하나였다. 바르드는 이 세계가 보물상자 같아, 그것이 즐거웠다.

언젠간 이 세계가 자신의 손에 들어올 것이라는 확신이. 되돌릴 수 없고 뒤틀 수 없는 신들의 예언이 그의 무미건조한 삶을 달구는 유일한 연료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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